소설리스트

11. (11/22)

다녀왔습니다"

왠일인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8시… 하긴, 형이 올만한 시각은 아니다. 아무래도 야자를 빠지지는 못했나보다. 왠지 안심되면서도 김샛다는 느낌은…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왠지 밖보다도 더 추운듯한 공기가 내 몸을 스르륵 쓸어간다, 귀신이라도 나올것 같은 어둠과 추위… 으으, 싫다 싫어

-틱

형광등을 켜자 더더욱 을씨년스러운 집안이 눈에 들어온다. 왠지 도둑이라도 든것같은 이 느낌은… 기분나쁘다. 왠지 뒤에서 누가 쳐다보고 있는것 같은 이 더러운 기분은…

흡사 공포영화를 보는듯한 기…

-스르륵

"꺄아악!"

-털썩

갑자기 뒷덜미를 타고 흐르는 오싹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아버렸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보다는 꺄아악! 이라는 우스운 비명소리를 낸 내가 왠지 우습다.

"집안이 뭐 이리 무서워…"

차승원 주연의'귀신이 산다'도 아니고 뭐가 이래… 얼른 가서 보일러를 켠 나는 옷을 벗고 나서 짧은 옷을 입으려다가… 너무 추워서 긴티와 츄리닝을 입었다. 이런날은 얼른얼른 자는게 좋다.

방안에 들어가서 이불을 깔고 눕자차가운 이불이 몸을 자극한다. 춥다 정말… 씻고 자고 싶지만 그보다는 우선 자는게 더 나을것 같다.

"으응…"

자는데 갑자기 불이 켜졌나? 눈이 부셔서 일어나니 오빠가 방안에 들어와서 날 한번 보더니 다시 불을 끄고 내 옆으로 끼어들었다.

"자"

"어? 응…"

아직 잠이 덜깬 나는 오빠의 자라는 말에 드러누웠다. 얼핏 자명종을 보니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방금 전처럼 춥지는 않았고 온기가 가득한 방은 따뜻했다.

-주물

"윽…뭐해"

오빠가 갑자기 내 가슴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뭐 대체 일어나자마자 이런짓이야! 하고 대뜸 소리쳐주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움직여서 그런지 그런말 한 기운조차 없다.

"어제 외박했지!"

"어… 그런데 왜?"

쳇,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난 오빠의 여자가 아니라고… 근친상간이라는 거에 자각은 있는거야? 가족간 성폭력 위반혐의로 구속되고 싶은가(구속할 마음은 없지만)?

"무슨짓 했어?"

"으웅…같이 잣어"

"!!"

장난삼아 한 말인데 형은 엄청 놀란듯 내 가슴을 갑자기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렇게 쥐면 아픈데…

"아, 앗… 자, 장난이야… 그냥 놀았어…"

"놀랐잖아 임마"

그러면서  왜 몸을 밀착하는지… 학교에서 내생각 하느라 미쳐 죽는줄 알았는지 형은 날 끌어안고는 놓아주지를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지나가도 한참전에 지나갔으면서 왜 그렇게 내 몸에 집착하는 거야! 그런 핑계로 '현재'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중인 날 그렇게 덮치려고 하지 말란 말이야…

"흠… 오늘은 싫어?"

"오늘뿐 아니라 언제든지 싫어"

오빠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말 안해도 당연히 상상이 갔다. 그런 근친상간엔 전혀 관심없다고… 게다가 그런 오빠의 난폭한 체위는 다시는 경험하기 싫다.

"게다가 어제는 안한다고 해놓고…"

"미안해… 컨트롤 불가였어 그건"

쳇, '남동생'… 아니, 오빠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날 남동생으로 칭하는건 잘못된 건가? 하여튼 친동생의 처녀막을 뚫어놓고 미안하다면 끝나는줄 알아?

컨트롤 불가는 무슨… 하긴, 나였더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거라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하잖아… 피해자의 입장도 한번쯤은 생각해 주는게…

"오늘은 그냥 잘게, 그럼 됐지?"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 그냥 자. 나한테 이상한 생각좀 하지 말라구… 나 친동생이야, 잊었어?"

"음…미안해, 알았어"

전혀 알았다는듯한 말투가 아닌데… 게다가

"너무 붙지마"

그 딱딱한게 엉덩이에 닿는 기분은 썩 좋지는 않으니까… 얼른 잠이나 자는게 좋을듯 싶다. 게다가 가슴 만지는 그 손도 치워줬으면 하는데… 

오빠의 손이 점점 더 은밀한 곳으로 향하기에 내가 손으로 탁! 치자 오빠는 손을 거둬갔다. 오늘 왠지 잠들기 힘들것 같다.

"하아…"

아침은 밝아오는데 한숨도 못잤다. 잠들라 치면 오빠가 자꾸 날 만지고 제지하다가 졸려서 잠들면 갑자기 바지를 벗겨버리질 않나… 결국 가슴을 만지는건 허락해 버리고 잠들었더니 아침이 밝았다.

씨발

"좋은아침, 굿모닝 키스는 안해주ㄴ…"

-퍽

이젠 오빠로도 보이지 않는 인간의 얼굴을 확 밀쳐버린 다음 화장실로 향했다. 문득 서서 바지를 벗고 오줌을 누려다 깜짝 놀라 다시 변기에 앉아 일을 봤다. 왜이럴까… 우선은 씻는게 났겠찌, 어제의 사투가 하도 심해서인지 머리는 심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긴머리는 불편하다더니 이런 단점이 있었던 걸까…

그나저나 오늘부터 학교를 가야 하는데 엄마는 왜 설명이 없지… 우선은 씻는게 순서인것 같아서 길어서 관리 불가능한 머리를 세면대에 뿌리듯 흩어놓고 샤워기의 물로 헹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이거 진짜 머리감기 난감하다. 지나칠 정도로 긴데다가 여기에 샴푸랑 린스는 어떻게 칠해? 이걸 매일같이 하는 여자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수현이 씻니?"

"으윽…"

엄마가 문을 살짝 열고 날 보더니 말한다. 그나저나 이것 좀 도와ㅈ…

-덜컥

하지만 매정하게도 문은 다시 닫혀버렸다. 한손에는 샤워기, 한손에는 샴푸를 덕지덕지 칠해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한 순간이었다.

"어어…"

-위이이이잉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분이다. 엄마가 빗겨주고 있기에 망정이지 머리까지 말리라고 했으면 완전히 죽었을 지도 모른다. 거울로 보이는 피폐한 내 몰골이 방금 전 머리감기가 얼마나 처참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너 우선 학교가면 교감선생님한테 우선 가 봐, 어떻게 할지 잘 알려주실 테니까"

"응…"

기운없어서 대답도 잘 못하겟다. 그나저나 교감선생님? 하긴 뭐, 교무실 제일 상석에 앉는거니까 뭐 찾기는 어렵지 않겟다. 태영중학교는 별로 멀지 않다. 성일중학교 반대쪽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오빠가 서둘러 집을 나선다. 7시… 오빠에겐 꽤나 늦은 시각이다. 뭐 나야 언제든 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30분쯤에 출발하는게 적당할듯 싶다.

드라이어의 기계음이 시끄럽게 귀를 자극한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 소음은 청소기 소리를 제외하고 제일 마음에 안든다.

"됐다. 교복 얼른 입고, 밥 차려 놨으니까 먹고 가라 알겠지?"

"응… 다녀와 엄마" 

엄마는 서둘러 출근했다. 이제 집안에는 나만 남겨진 셈이다. 얼른얼른 해야할게 많다. 우선은 교복을 얼른 입었다. 도중에 리본을 어떻게 매는지 몰라서 버벅거렸지만 어쨋든 적당히 매고 치마를 입는데 순간 퍼뜩 생각이 났다.

속옷!! 허걱, 그러고 보니 난 지금 검은색 일색의 속옷을 입고 있다. 이상태 그대로 학교에 갔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변녀라고 소문이 날지도 몰라!

얼른 옷을 벗고 브래지어를 푸는데 어떻게 푸는지 까먹어서 또 고생했다.

그나마 정상적인 속옷을 갖춰입고 밥을 먹고 나자 시간은 7시35분, 대략 간당간당한 시간대다. 서둘러 문밖을 나서자 엄청난 추위가 온몸을 덮쳤다.

으으… 추워, 아참! 마이를 안 입었구나. 얼른 남색 교복마이를 입는데 타이트한 느낌이 든다. 허리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거라서 그런지 왠지 풍성한 것만 입던 전과는 달리 이상한 느낌이다.

검은색 주름치마와 남색 마이가 묘한 조화를 이룬… 이런 씨발! 늦었는데 몸매감상 할 시간따위 없잖아!

-덜컥

집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재빨리 문을 잠근 뒤에 열쇠를 늘 놓던 그곳에 놓았다. 얼른 길을 나서려 하는데 순간 태영중학교로 가는 기링 어디인지 깜빡해서 또다시 우왕좌왕거렸다.

나… 학교생활 잘할수 있을까…

첫날부터 삐걱댄다.

첫 등교... 수현(이제는 수민)이의 운명은?!

이제 여성화에 성공했구나.. 짜식

천신만고끝에 태영중학교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또 교무실이 어딘지 몰라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우리 학교는 2층에 있었지만 여긴 아닌듯 2층엔 양호실밖에 없었다.

우선은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는지 주변에 오는 녀석들이 날 몆번 힐끈거리다가는 제 갈길을 재촉한다.

역시나 시선끄는건 예상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내숭모드 발동!

"아이 참… 교무실이 어디람?"

물론 이렇게 맞아죽을 정도의 대사는 하지 않았고 최대한 다소곳하게 조심조심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남자 여자 할것없이 날 보고 수군거린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라 이거냐.

방정맞게 행동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등교 첫날부터 이미지를 망칠 필요는 없다. 최대한 청순한 이미지가 돋보이게 한마디로 예쁜척 하고있는거다 나는. 이거 또 남자새퀴들 집에가서 애좀 타겟구만.

"아…"

교무실은 3층에 있었다. 학교손님 엿맥일일 있나. 교무실은 2층이 정석이라고!

-드르륵

교무실 문을 살짝 열자 수업인지 뭔지 준비중인 선생님들이 많이 보였다. 제일 상석에는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소유자이신 교감(아마도)선생님이 갑자기 들어온 소녀를 주목하고 있었다(물론 나다).

교무실 선생님들의 시선이 옮겨간다(주로 남자). 나는 처음 오는 학교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이 적절히 배합된 태도로 살짝 얼굴을 붉히며 교감선생님 앞까지 걸어갔다.

"네가…수민이니?"

"네…"

아마도 엄마는 날 수민이로 소개한 거겟지. 선생님과 엄마의 대화는 나도 듣지 못했다. 대충 추측만 할 뿐, 나이에 맞지 않게 교감선생님은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내가 남자라는걸 아나? 아마 알겟지. 

"이리 와라"

교감선생님은 뭔가를 챙기더니 교무실 옆 휴게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뭔가 빼먹은게 있는지 다시금 나오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풋내기 선생님이셧는데 날 보고 쭈뼛거린다. 

"전학생이 있다는 말은 들으셧죠? 이름은 김 수 민 이고… 뭐 학기 초니까 적응 잘 하게 신 선생이 도와주세요. 자 받아라"

"네"

그러면서 교감선생님이 내민건 내 학생증이었다. 증명사진에는 아직은 낯선 내 얼굴과 이름이 붙어있는…

"그럼 가보도록 하세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선생님은 나보고 따라오라는듯 손짓하며 밖으로 나갔다.

"우선은 여기서 조금 기다리다가 가자, 애들이 많이 모여있어야 소개하기 쉽잖니?"

지금 시각은 8시20분… 음… 나는 지각한게 사실이다. 조회가 40분에 있으니까 20분만 이러고 있으면 되겠지 싶다. 이곳 건물은 v자 형이다 각층v자의 꼭지점 되는 부분에는 휴게실이 있어서 책,소파,그리고 자판기(?)가 있었다.

선생님 말로는 2층에는 매점이 있단다.

"우선 책은 각 과목별로 선생님이 한권씩 더 들고갈 거니까… 하도 네 전학이 급하게 결정되는 바람에 그랬단다"

나는 가방을 옆에 고이 모셔놓고 뜨거운 우유를 홀짝거렸다. 선생님은 내 모습이 귀여웠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를 못했다. 그러건 말건 나는 우유를 홀짝거릴 뿐이다. 이거 내숭떠는것도 은근히 힘들다.

어쨋든 간에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다. 지나다니는 애들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내 치마 아래로 향하는 시선이 줄어들었을 무렵쯤 되자 선생님이 날 일으켜 세웠다. 가끔 선생님 몰래 빠져나왔는지 어떤넘이 날 한번 훔쳐보고는 꽁무니를 뺀다.

"가자 이제"

뭐 지금쯤 교실은 S급 전학생의 등장으로 난리가 났겠지만… 뭐 얼굴의 파워가 아니겠어?

그나저나 왜자꾸 내 허벅지를 쳐다보는 거야! 아무리 얇고 가늘다지만… 치마가 무릎 위까지 내려오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짧았어도 팬티를 노출해야 했을거다.

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3학년 4반으로 향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인가…

"쟤 누구야?"

"우와…예쁘다"

교실에 들어서자 이제 같은반 학우가 될 녀석들이 부리나케 자리에 앉는다. 몆몆 여자애들의 부러움에 찬 탄성이 들린다. 훗, 부럽긴 한 모양이지? 이제 기다려라 너희들의 가슴을 이몸이 완전정복해주마! 크하하핫!

"피부봐 엄청 뽀얗다"

"허리 가는것좀봐 꺅! 완전 내스타일이야"

무,무슨소리하는거냐 너… 내스타일이라니 너 설마 그런쪽 취향은 아니겟지??!

아니나다를까. 남녀 할것없이 나를 보며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너희들 대체 무슨생각들을 하는거야!

"자자, 주목. 우리반에 아주 기쁜 소식이 있다. 이쪽은 전학생. 이름은 김수민이고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지리를 잘 모르니까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줘야 한다?"

"네에~"

반 애들 모두가 하나같이 대답한다. 다행히 자기소개같은 하찮고도 쓸모없는 허례의식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왠지 허전한 느낌은 뭘까… 우선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왠지 기분나쁘게도 날 보며 불타오를듯이 눈을 빛내는 한 남자녀석…. 총원은 29명. 내가 남은 1명을 채우게 되어서 총원은 30명이 되었지만…

어? 쟤는… 휠체어? 내 자리가 될것 같은 자리 바로 옆쪽에는 휠체어를 탄 아이가 있었다. 예쁘다… 摸??못 쓰는 걸까

"승현이 옆자리가 비엇네, 거기로 가라"

"네? 네…"

정작 그 명해진 승현이라 불린 녀석은 그다지 좋아하는듯한 눈치가 아니었다. 순간 질투와 부러움의 눈빛이 그 승현이란 녀석을 공격했지만 그놈은 꿋꿋하게 제 할일만 하고 있었다.

요놈봐라? 포커페이스? 날 보고도 아무 반응 없다라… 이거 굉장한 놈인데?

내 자리는 그러니까 네 분단으로 나뉘어져 있는 곳에서 창가쪽 분단의 오른쪽 자리였다. 내 왼쪽에는 그 시종일관 지할일만 하는 뭐하는 놈인지 모를 녀석이 앉아 있고 내 왼쪽에는 휠체어를 타고있는 애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저 여자애뿐 아니라 다들 날 보고 있지만… 썅, 그만좀 쳐다보라고

뻘줌하다.

"다들 여기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괴롭히지는 마라, 알겟지?"

"네에~"

말은 저렇게 해도… 왠지 이 분위기로 봐선 집단으로 XX하고 XX한 짓을 당할것 같은 분위긴데?

"오늘 체육 들었나? 수민이 체육복 있니?"

"없는데요"

"그럼 오늘은 체육시간엔 벤치에 앉아있어라, 그럼 이만"

평소 조례와 종례는 짧은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끝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나는 엄청난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어디서 왔냐,이름이 뭐냐,피부관리법은 뭐냐,심지어는 잠은 몇시에 자냐는 시덥잖은 질문까지 들어야 했다.

게다가 웃기게도 때때로 대답을 지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짜증이 솟구친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짜증을 참으며 약간은 수줍어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내숭을 떨었다.

"야야! 그만해! 전학생인데 너무 몰아붙이니까 무서워하잖아"

내가 당황한듯한 기색을 보였는지 왠 맏언니스타일의 여자애가 내 앞을 가로막으면서 남자여자 할것없이 뒤로 밀어냈다. 오오… 이건 여자도 낚이는 스타일이란 말인가?

"어우… 미안, 난 서영은이야. 우리반 반장이지. 애들이 너무 짖…"

그 반장 아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봐 전학생!!"

"응?"

다음에 들린 말은 날 충분히 당황하게 하면서 주변 아이들까지 싸잡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랑 사귀자!"

"!!"

왜이러지.. 오류가 심한... 컴터는 정상인데.. 흠

어쨋든 저 소년은 어찌될 것인가?!

순식간에 그 반장아이를 제치고 내 손을 확 잡으면서 한 말이 그거였다. 아까 날 보고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여줬던 그 이상한 녀석이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오더라니 이런 식일 줄이야… 넌 개념도 없는거냐! 처음보는 여자한테 사귀자고 하다니

"첫눈에 반했… 아아아아!! 놔!"

"호호호… 얘 말은 그냥 무시해 그냥 변태니까"

반장아이가 그 이상한 녀석 귀를 잡아끌고 저만치 데려갔다. 남자들은 그놈에게 대단하다는듯한 눈빛을, 여자애들은 미친거 아냐? 라는듯한 눈빛을 보낸다.

참 존경스러운 놈이다. 사람들 시선이 어떻든 간에 자기할말만 하는… 뭐 신선한 충격이랄까. 그런데 여자한테도 못 받은 첫 고백을 남자자식한테 받게 될 줄이야… 기분 더럽다.

"짜식, 니가 짱이다"

"넌 남자야 샛캬"

"오오오~!"

수많은 남자녀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그 당사자는 반장에게 죽도록 갈굼당하고 있지만

"못생긴건 저리가!"

"이게 덜 맞았구나!"

-퍽!퍽!

내가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맞는다. 저 맏언니 스타일의 반장아이는 그렇게 못생긴 편은 아니다. 반반하다고 해야하나… 흠, 하여튼 웨이브를 준 머리가 왠지 친절해 보이면서도 위압적인 스타일.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나한테 나랑 사귀자! 를 외쳐대는 녀석을 보니 왠지 질리게 되는것도 사실이다. 미친놈

"대답은! 컥! 이따가 듣…쿠엑!"

여자애들은 나에게 여전히 질문공세를 퍼붓다가 내 볼을 꼬집어 보고 별짓을 다했다. 하지만 반장아이가 눈빛을 확 째리면서 전학생을 편히 대해주라고 하자 아이들은 슬슬 물러났다.

포스가 대단한 모양이네.

아아… 말할 기운도 없다. 주목받으리라는 예상은 해뒀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째서 다른반도 모자라 1,2학년 어린놈들까지 오는 거냐고!

끝없는 질문공세에 지쳐서 죽을 지경이다. 4교시… 뭐 4시간 지난게 어때서 하는놈은 내 손에 혓바닥 뽑힐 각오 해야할 거다. 1초가 1년 같다더니… 딱 그꼴이다.

그런데 다 좋은데… 질문공세는 받아주겟는데…

"밥 맛있어?"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묻는 이유가 뭐야! 밥먹을때는 제발좀 떨어져 달라고!

"으, 응…"

"야, 밥먹는데까지 와서 질문하냐? 징그러워"

식당이 있어서 그곳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했던 전 학교와는 달리 이곳은 급식차가 왔다. 역시나 애들은 패를 갈라 여기저기 모여앉아서 먹었다. 주로 여자애들은 책상 네개를 붙여놓고 밥을 먹는데 내가 밥을 받고 나서 앉을곳을 착고있는데 반장이 날 자기 옆으로 데려가 앉혔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공세를 해대니 밥이 잘 넘어갈 리가 없다. 뭐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건 총 다섯명. 반장,얼굴은 예쁜데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지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여자애,그리고 그 옆에 짝(남자),또 여러명 등등…

"우선 서로 이름부터 알아야지? 얘는 성아현,그 옆에는 성진현이고, 얘는 김영빈, 얘는아까 봣겟지만… 민정훈"

저녀석하고는 왠지 눈을 마주치기 싫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특이한 녀석… 날 보고 눈을 뜨겁게 불태우는 이상한 성격에 변태 싸이코 또라이…라고 내 머릿속에서 결론지었다.

"진현? 아현? 둘이 친형…아니, 남매야?"

"사촌이야"

얼굴은 예쁜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아 짜증나, 그냥 아현이라고 부르겟다. 아현라고 소개한 아이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허, 허억… 저것은 바로 안방극장에서도 보기 힘든 '병약한 미소녀의 가냘픈 웃음' 아닌가! 저걸 완벽 재현해내다니

"아현이가 움직이기 불편한것 때문에 같은반이 됐어. 성진현이 사촌 오빠야"

"반가워"

진현인가… 왠지 따뜻해 보이는 인상의 녀석이다. 얼굴도 아현이가 예쁘게 생긴것 때문인지 잘생겻고…

"나, 나는?!"

"너는 됐어! 저리 찌그러져 있어"

"누가 너한테 관심있대! 왜 여기 끼어들어서 장미꽃밭에 한송이 호박꽃처럼 밸런스를 깨는거야! 이런 신의 실패작 같으니!"

말 한번 거창하게 한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 타입은 상대하면 귀찮아지는데… 그 말에 반장은 화났는지 그 변태자식(이름따윈 기억 안하기로 결정했다)의 귀를 오늘에서야 몸과 분리시켜주겟다는듯 강하게 잡아당겼다.

"끄아아아악!! 누, 누님! 잘못했슴다"

"찌그러졋!"

"넵!"

바로 입을 다문 그 변태자식은 반장이 고개를 돌리자 다시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왠지 우스운 놈이다. 그나저나 여자한테 맞고 살면 욕 안먹나?

아니… 반장한테만은 예외인것 같다.

"내 소개가 늦어졋네, 나는 신성아야. 보다시피 우리반 반장이고"

"응… 아까는 고마웠어"

반장이 아니었다면 저 이상한 놈과 애인사이가 되어야 할 위기에 처하지 않았겠는가… 뭐 여러모로 고마운 데다가 예쁘게 생겻기에 거부감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꽃밭이던가!

향그러운 꽃냄새가 진동을 하는…

"밥 안먹어?"

"으, 응 먹어야지…"

아현이가 날 보고 밥두고 고사라도 지내냐는 듯한 말을 하자 나는 얼른 수저를 들었다. 진짜 내 지금 얼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것 같은 예쁜 외모다…분명히 인기도 많겟지?

성격도 좋아보이고… 음, 내 여자친구(?)로서는 손색이 없겟어 다리가 불편한건 좀 그렇지만… 뭐 내가 돌봐주지

"뭐 모르는게 생기면 물어봐, 적어도 대부분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응… 고마워"

뭐 친절이라는건 외모에 비례하는것 아닐까? 이건 완전히 떠먹여달라고 해도 떠멱여줄 기세잖아?

"여기에 아는 사람은 있어?"

"아니, 아직…"

내가 지금까지 한 말대로라면 있을리가 있겟냐… 사실은 뭐 엄청 많지만 지금은 날 알아보는 사람도 없으니 딴에는 맞는 말이라 해야겟다.

"어디 살아?"

"신현동"

"음…나는 소현동 사는데… 얘는 영훈동 살고 아현이는 평창동 살아"

흠… 그런데 쟤네들은 어떻게 집에 갈까… 걸마 집까지 휠체어를 끌어다 주는건 아니겟지? 

그런데 저 눈빛… 왠지 읽어진다. 마음 깊은곳에 자리한 슬픔이… 외로움이… 뭐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읽었던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런적이 한번 있었다. 왠지모를 슬픔과 외로움이 느껴지는듯한 눈을 한 녀석… 이번이 두번째다. 그녀석은 아주 큰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아현이도 마찬가지일까… 그렇다면… 지켜주고 싶다. 그때 바라볼수밖에 없었던 내 자신을 얼마나 저주했었는데…

"다음 시간은 뭐야?"

"체육"

내 물음에 반장이 간단하게 답한다. 체육… 체육이라… 그러면 옷을 갈아입어야 할 테고 그러면 자연적으로 나는 여자 탈의실로 끌려가서… 왠지 걱정된다. 여자탈의실 가서 흥분하고 그러면 날 이상한 녀석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남자애들은 교실에서 갈아입으니까 수민이 너도 탈의실 와야돼"

"어, 응…"

으음…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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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은 남자의 로망입니다!!!! 하악하악

단연 오늘의 이슈는 역시나 전학생이었다. 어딜가나 새로 온 전학생 얘기뿐이고 그동안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성아현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소리도 조심스레 나왔으나 아현이의 골수팬들이 처절히 응징을 가해버렸다(이 대목에서는 나도 할말을 잃었다).

흔히 있는 장애 학우를 괴롭히는 무개념한 종자들은 없는 모양이었다.알고보니 진현이 힘좀 쓰는듯 아현이에게 쉬이 접근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전학생인 나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기껏해야 남자, 정말(그럴일은 없겟지만) 남자가 고프다면 얼굴도 잘생긴 김선우한테 가서 비비적거리는게 여러모로 보아 낫다.

힘도 약하고 비실비실거리는 빈약한 변태 또라이 폐인 놈들과는 난 질적으로 융합을 거부한다.

"여기가 체육실, 농구공, 축구공, 뜀틀 같은게 들어있어"

"아아…"

시설은 최상이었다. 건물도 새거린데 체육실까지 왠 나무로 만든 집이었는데 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디자인이었다(솔직히 이런데 쓰이는건 사치다).

지금 우리 일행은 나,반장,진현,아현, 그리고 승현이라고 하는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한테는 소개가 없었던것 같다(물론 내 짝이지만). 하지만 뭐 친구사이가 딱히 소개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니까.

승현은 한 180cm정도 되어 보이는 중3치고는 큰 키에 말은 별로 없었지만 나쁜 녀석은 아닌듯 싶었다. 아무래도 진현이하고 친한 모양이다. 그리고 설명하기조차 꺼려지지만…

"니가 왜 여기있는 건데?"

내 심정을 대변하는듯한 반장의 말이다. 제발좀 가줘! 그런 음흉스런 눈빛 진짜 받기 싫어, 여자라면 괜찮겠지만 너라면 완전 사양이다.

"나야 오늘부터 남자친구 하기로 했으니까"

"누구 맘대로?!"

-퍽

"컥! 이런 썅! 넌 맨날 폭력이야? 그러다 시집 가겟냐?"

"이 무개념이 오늘은 응급조치를 받아야 정신을 차리겟구나?"

"으아아아~~~!"

그 변태자식은 꽁무니를 빼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휴우… 혹 하나 뗀 기분이었다.

"응?"

"저…영은아"

아현이가 갑자기 조금 붉어진 얼굴로 반장의 교복 마이를 잡아당겼다. 추위에 약한지 담요로 덮여있는 휠체어에서 진현이 손을 뗀다. 뭔 일이래?

"수민이 너도 같이갈래?"

…어딜?

나만 모르는듯 진현과 영빈은 알아서 빠져주었다. 아아… 화장실인가?

"너도 지리를 익혀야 하니까 같이 가자"

"응…"

혹시나가 역시나라더니 역시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일반 화장실이 아닌 장애인 화장실로 들어간 반장은 담요를 치우고 아현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내렸다. 아현이의 얼굴은 상당히 붉어져 있었다. 

혼자서는 일도 못보는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운 거겠지.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반장이 영은을 변기에 않히고 일을 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왠지모를 야릇함… 허걱이다.

닦는건 혼자 할수 있는지 아현은 슥 닦고 나더니 팬티를 올리는건 반장이 해준다.

"이상해…보여?"

"아, 아니"

부끄럽다는듯 붉어진 얼굴로 아현이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자괴하는듯한 눈빛은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그 속에는 어떤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지 짐작은 하수 없지만 결코 좋다고는 볼수 없는 그런…

아아, 남의 일에 상관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귀찮아지기만 할 뿐이다. 나는 '그때' 처럼 험한 꼴 본 다음부터는 절대로 남의 일에 깊숙히 관여하는건 자제하고 있다(정현의 경우는 예외지만).

"자, 얼른 가자"

반장이 휠체어를 밖으로 끌고 나간다. 

대략적인 학교의 구조는 익혀놓았다. 이제 5교시의 시작,10분의 휴식시간 동안에 나는 탈의실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경험따위 처음이잖아! 어떤 미친놈이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서 당당히 옷을 갈아입겟냐고!

"왜그래? 빨리 들어가자"

체육복을 들고있는 반장이 한손으로는 내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 마, 망할!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뭐 그까짓것 들어가는데 마음의 준비가 어째서 필요하겟느냐마는 난 지금 극도의 긴장상태였다. 내 몸이야 별 거부감 없이 봤지만 다른 애들의 몸이잖아!

-드르륵

반장이 억지로 내 팔을 붙잡고 끌고 들어가자 속옷자림의 여자애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있는게 보였다. 

이건 완전 천국이잖아…가 아니야!

"미, 미안!"

-드르륵

나는 탈의실 문을 닫고 허겁지겁 우리반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팬티차림의 남자애들이 체육복을 입고있는게 보인다. 그래, 차라리 이게 더 익숙하다.

"……"

"……"

하지만 남자애들은 그렇지 않았던듯 날 보고는 그대로 포즈가 딱 굳어버렸다.아… 그러고보니 나 여자였지… 미, 미친… 여자 몸으로 남자애들 옷 갈아입는걸 보다니… 날 분명히 변녀로 오해할 거야!

그, 그래, 실내화 가방을 깜빡 잊고온듯하게… 

나는 덤덤하게 내 자리로 걸어가서 실내화 가방을 들고 아주 자연스럽게 교실 밖으로 나갔다.

-드르륵

추운 날씨임에도 등골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게 느껴진다. 망할! 첫날부터 이게 뭐야!

앞길이 캄캄하구나.

자각이 없구나 넌

"으… 춥다"

정현이가 어제 사준 그 장갑을 끼고 나올걸 하는 후회와 함께 귀와 입술이 시리다. 게다가 목도리 같은거 하나 없이 있으려니 목도 시리다. 깨질듯이 아픈 귀를 붙잡고 있으려니 더 아픈것도 사실이다.

넓은 운동장에 그 넓이만큼 많은 녀석들이 모여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었다. 도대체 15:15축구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길래…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로 나뉘어져 있었다. 반 대항이라나 뭐라나…

13:13의 피구시합(나와 아현이가 빠져서), 뭐 단연 돋보이는건 반장의 활약이었다. 역시나 맏언니 스타일의 반장은 운동도 잘했다. 벌써 몆명짼지… 추운날에 공 얼굴에 맞으면 엄청 아픈데… 왠지 초록색 체육복들이 다들 둘리를 연상시킨다.

"수민아~"

-흔들흔들

반장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살짝 흔들어 주었다.

-퍽!

그러다가 뒤통수에 공을 한대 맞은것만 빼면 아주 여유로운 광경이었을 텐데…

한바탕 웃음이 물결치고 반장은 아픈지 머리를 감싸며 코트 밖으로 나간다.

"수민아…추워?"

"으응…아니"

옆에… 아니, 나는 벤치에, 아현이는 휠체어에 앉아있으니까 옆은 아닌가? 아니, 하여튼 내 옆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는 아현이가 물었다.

"내 담요 덮을래?"

"괜찮아… 흐…"

전혀 괜찮지 않지만 이런 불편한 애 담요까지 빼앗으면서 따뜻해지고 싶지는 않다. 아현이는 다리부분에는 담요를 덮고 있었고 목에는 새까만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럼 목도리라도 할래?"

"아냐 괜찮…"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현이는 목도리를 슥슥 풀었다. 내가 괜찮다고 하며 제지하자 아현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목도리를 여미었다.

그런데… 아까 그 까만건 뭐지? 때는 아닐테고…

뭐 별거 아니겟지.

"아?"

하지만 아현이는 내가 추워하는게 보기 싫은지 내 손을 자기 담요 속으로 밀어넣었다. 따뜻하다. 따뜻하긴 한데…

허벅지가 만져진다. 가늘고 하얗겟지… 음… 왠지 야릇한 느낌이다. 남자몸일때 만지면 따귀맞기 십상인데 여자몸이니까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건… 뭐 나름대로 좋은거겟지?

지금 보니 엄청 예쁘다. 다리를 못쓰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왠지 반해버릴것 같아… 그리고 왠지모를 외로움이 느껴지는듯한 눈빛, 왜 그럴까…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뭐가 있을까…

저렇게 밝고 슬프게 웃을수 있는 사람은 몆 없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디 아파? 얼굴 빨개졋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현이 물어오자 나는 얼른 손을 빼며 괜찮다고 중얼거렸다. 으으…

아직은 적응기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드디어… 폭풍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종례시간이 지나갔다. 이제야 변태 남자녀석들의 짜증나는 시선에서 벗어날수 있게 되는 순간이다.

"이봐! 전학생! 대답해! 나랑 사귈거야 말거야"

"에…"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었다.

도대체 왜 들러붙는 거야! 난 너같은 빈약하고 변태에 저질스러운 녀석따위에게는 흥미같은거 없다고! 아까 봣을때 근육도 없는 빈약한 몸매였던 주제에…응?

그 변태자식은 문 밖으로 향하려는 날 붙잡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교실 분위기가 물을 쏟아부은듯 싸해지고 나와 변태자식 둘만의 시간이 되어버린듯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상관할 필요 없어!

"응… 나는 음… 빈약한 남자는 싫어, 근육질이 좋아"

"!!"

어디까지나 청순함을 잃지 않는 표정으로 수줍게 말한 뒤 나는 교실을 재빠르게 뛰쳐나왔다.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다 근육질이 좋다는건 아니다. 단지 빈약한게 싫은 거지…

하지만 나는 그 다음 인근 헬스클럽이 꽉 들어차 버릴 정도로 많은 신청자가 생겨났다는건 꿈에도 몰랐다.

충격받은듯한 표정의 변태녀석을 두고 학교를 나서는데 교문 앞에 왠 삐까번쩍한 검은색 자동차 한대가 서있는게 보였다. 이건 뭐… 부자집 도련님 태워가는 차잖아?

할일도 없는데 누가타나 볼까?

-웅성웅성

교문은 나오는 학생들로 시끄럽다. 하지만 그 차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번쩍번쩍 그 몸체를 빛내면서 운전기사 비슷한 아저씨들 몆몆이 그걸 지키고 서 있었다.

"저 차 뭐야? 전부터 봣는데…"

2~3학년은 사정을 아는듯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칠 뿐이지만 1학년들은 수군수군거리며 처 차의 주인이 누군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뭐 그중 나에 대한 조금 짜증날 정도로 노골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저년 뭐야?"

"몰라, 전학왔대. 존나 이쁘지 않냐? 존나 빨아주고 싶어 하악하악!"

"그런데 다른 애들이 그러는데 이쁜애들은 거의 다 걸레래"

-뜨끔

거, 걸레? 이런 씨발 1년이나 나이도 덜 처먹은 새끼가 할말이 있고 안할말이 있지… 아니, 말 할거면 안들리게 하던가 다 들리게 그따위로 중얼거리면… 열뻗치네.

명찰을 보면 학년을 알수 있기에 나는 놈들이 2학년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척 보니 노는 물이 다른 아이들인지 껄렁해 보이는 스타일이 척 봐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참자… 참아…

-퍽!

"아! 왜때려…요"

"새끼야 씨부렁 거릴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는거야… 알어?"

나에 대해 지껄이던 2학년 놈들의 머리를 퍽! 소리나게 친 사람은 다름아닌 김선우… 그녀석이었다. 그런데 쟤가 여기까진 왜 온거지? 

녀석은 나를 한번 보더니 옆을 한번 힐끗거렸다. 따라오라는 건가? 하긴, 여기서 아는척 해서 애인이니 뭐니 하는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다.

"조심해라"

"네…"

한마디 남긴 녀석은 어디론가 걸어갔다. 난 결국 누가 그 차에 타는지는 보지 못하고 그녀석 뒤를 따라갔다. 

한참을 따라가자 녀석은 그제서야 내 옆에 섯다. 태영중학교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이 어디에나 많기 마련인데 여긴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잘 어울린다?"

"그래?"

녀석이 내 옷차림을 한번 훑더니 말한다. 나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조금 춥다는걸 제외하면…

"핸드폰은 안 가지고 다녀?"

"집에 두고왔어"

딱히 가지고 다닐 이유도 없을 뿐더러 연락이 올만큼 중요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건 아니었다.

"하아… 그런 놈한테 문자를 보냈으니 받을리가 없지"

"누가 하래냐? 게다가 수업시간에는 보내지 마, 받지도 않을 거니까"

수업에 방해돼…라면 거짓말이겟고 들키면 혼나니까.

"저, 점심시간에 보낸거야"

"거짓말인거 다 알아, 니가 그때 보내겟냐?"

놀기 바쁠텐데… 하긴, 놀기도 바쁜데 나한테 문자할 시간은 있었나 보네?

"그런데 학교까지는 왜 온거야? 거기 안 끝났을텐데…"

"뭐 6교시 정도는 빠져도 돼, 난 이게 있잖냐"

손가락으로 살짝 원을 만들어 보이는 녀석… 저러면서도 공부는 왜 잘하는지 이유를 모르겟다. 그래 돈 많아 좋겟다. 나는 없으니까 죄 많은 거고… 젠장

"그보다는 왜 왔냐고"

학교까지 빠져가면서 만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저 녀석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감정이 생길리가 없을 뿐더러 내가 남자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럴리는 더더욱 없다.

"그냥"

"에?"

"빠지고는 싶은데 딱히 이유가 없어서 한번 와볼까 했지"

"하아…" 

이를테면 핑곗거리라…

"여자 몸은 어때? 학교에서 이상한 일은 없었냐? 몆반이야?"

"그다지, 이상한 일이라면 한개 있었고 3학년 4반이야, 한개씩 물어봐 어지러우니까"

"3학년 4반이면…성진현네 반이네?"

"알아?"

오호라… 학교를 초월한 우정이라 이거냐.

"우리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지, 성아현이랑 같은반이겟네 그럼?"

"응"

"예쁘지?"

"엄청"

물어보면서도 그다지 관심있어하는 표정은 아니다. 그정도 알고 있으니 몸이 불편하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어떤놈이 나한테 1교시 시작하기도 전에 사귀자! 이러는 거야… 엄청 놀랐어"

-털썩

일어서있기 귀찮아서  대충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녀석도 나를 따라 쭈그려 앉더니 낄낄거리며 웃었다.

"고,고백을? 큭, 푸하하하하!"

"왜 웃는거야"

순간 내 표정이 -┏로 변한걸 느꼇는지 녀석은 바로 웃음을 뚝 멈추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였는지 한마디 했다.

"그거나그거나 우리 노래방이나 갈래?"

"에? 평일이잖아" 

그런건 휴일에나 가는거 아닌가? 게다가 노래엔 별로 자신도 없는데다가 목소리까지 바뀌었고 고음이 올라가는건 정현이네 집에서 확인했지만 그게 노래방에서도 먹힐지는 의문…

하지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내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가고 있었다. 

"어, 어디가"

"노래방, 평일에는 가면 안돼냐?"

"그런건 아니지만"

"내가 낼테니까 넌 부르기나 해"

돈많아 좋겟다 자식아

"후우… 따뜻해서 좋긴 좋네"

노래방 내부… 일반 1시간에 8천원 하는게 아닌 만이천원이나 하는 비싼데로 와버렸다. 용돈따위 없는 내게 이정도 금액은 큰 액수란 말이다… 그런데 쓸돈 있으면 나나 주지…

"난 노래 울렁증이 있다고"

"울렁증이든 껄렁증이든 부르기나 해, 내가 먼저 할까?"

노래방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잠깐, 설마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고 날 여기로 데려온건 아니겟지?

설마… 내가 너무 확대해석 하는 거겟지.

"추워?"

"많이"

"내 품에 안겨"

"꺼져"

선곡은 녀석이 먼저 했다. 버즈의 My Darling… 버즈의 노래는 대부분 애절하고 슬픈듯한 음색에 민경훈의 한 맺힌듯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들이 대표적이다. 뭐 다른 사람들은 식상하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몆 있지만 상당히 좋아하는 가수들 중 하나다.

"죽을 것 같아도 미칠 것 같아도"

오… 꽤 잘 부른다. 꼴에 노래 부르겟다며 깝치는 몆몆 재수없는 노는물이 다른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하지만 뭐 나는 지금 노래가 관심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왠지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은 왠지 지울수가 없다…

글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군요... 개학마감이라..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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