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9/22)

요즘 컴퓨터는 좋아서 부팅이 채2분이 걸리지 않는다. 수현은 연신 부럽다는 눈초리다.그도 그럴 것이 수현의 집에 있는 컴퓨터는 최신형이긴 하지만 슬림형은 아니고 컴퓨터 소음도 꽤 큰 편이다. 하지만 이건 소음도 거의 없을 뿐더러 사이즈도 작아 관리가 편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누님이 네 문화생활을 좀 살펴봐야 좀 쓰것다"

"얼씨구? 누님이라네 이젠?"

"원래 형님이었는데 몸이 이따구로 변했으니 누님이지 무개념아"

"까셈"

수현은 뭘 보고싶은 건지 폴더를 이것저것 클릭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수현이 예상했던 대로 그의 incoming폴더를 여는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런 변태새퀴가 10기가 더 늘었네?"

"왜 보고싶으면 봐라, 휴지는 화장실에 있다"

"썅, 내가 전처럼 싸는줄 아냐?"

"아아, 그럼 휴지 한통은 필요하겟네, 질질 싸니까"

"쓰벌놈"

수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 수많은 것들의 제목들을 탐색하고 있었다.

"제목 다 보는데만 1분 이상이 걸리는 놈은 니가 처음이야"

그것도 역시나 정현을 감시할 감시자가 아무도 없으니 가능한 것이었다. 수현은 형과 부모님이 있으니 절대 보고 흔적을 남겨둬선 안 되었다. 그래서 수현은 정현이 엄~청나게 부러웠다.

"나 오늘 여기서 자고갈까?"

"좋으실 대로"

"이상한짓 하면 죽인다?"

"닥쳐, 너나 내 옆에서 비비적댈 생각 하지마"

정현은 의외로 쉽게 허락했다. 수현은 감히 누구한테 붙어서 아침까지 얻어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프루나를 끈 수현은 음악파일들을 찾아서 재생시켰다. 음악파일도 꽤나 많았다. 물론 그의 성인동영상 수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암…"

첫번째 재생곡은 셀렌디온이 부른 my heart will go on 이었다. 타이타닉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수현이 자주 듣는 노래 중 하나였다.

"Every night in my dreams"

(매일 밤 나의 꿈속에서)

수현은 가사는 줄줄이 외우고, 또 해석하고 있기에 부르는건 어렵지 않았다. 단지 고음이 올라가지 않기에 부르지 못한 것 뿐이었다.

I see you, I feel you, 

그대를 봅니다, 그대를 느끼고요 

That is how I know you go on

나 그대가 살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꿈속에서 봅니다

Far across the distance and spaces between us

우리사이의 먼 거리와 공간을 가로질러

u have come to show you go on 

그대는 그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찾아 왔어요

Near, far,

가까이든,멀리든

wherever you are,

그대 어느 곳에 있든지 

I believe that the heart does go on.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음을 믿고 있어요

Once more, you open the door 

한번 더 그대는 내 마음의 문을 열어

And you're here in my heart, 

여기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군요

And my heart will go on and on

내 마음은 한결같이 그대를 향할 겁니다

Love can touch us one time and last for a lifetime, 

한때 우리 마음을 감동시켜 평생동안 지속되지요

And never let go till we're gone 

그리고 우리 생이 다할 때 까지 스러지지 않아요

Love was when I loved you, 

내가 그대에게 바쳤던 사랑의 순간은 

one true time I hold to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진실한 시간이예요

In my life we'll always go on.

내 일생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You're here,

그대가 여기 있으니

there's nothing I fear

내가 두려워할 게 없어요 

And I know that my heart will go on.

내 마음은 항상 그대를 행할 것임을 알아요 

We'll stay forever this way, 

우리는 영원히 변함없이 있을 겁니다 

You are safe in my heart, 

그대는 내 가슴속에 살아있고 

And my heart will go on and on

내 마음은 변함없이 그대를 향할 겁니다

노래가 끝나고 수현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정현을 향해 소리쳤다.

"야야야! 나 고음 다올라간다"

"근데 어쩌라고, 옆집 들리겟다 임마"

정현도 못 부른다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흡사 천사의 멜로디라고 해야 할까, 그만큼 수현은 잘 불렀다. 노래도 노래지만 수현의 목소리는 듣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역시 난 빠지는게 없다니까, 노래면 노래, 얼굴이면 얼굴…"

"절벽"

순간 수현의 얼굴이 팍 굳어버렸다. 나올만큼 나와서 큰건 아니지만 절벽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절벽이란 소리를 들으니 자존심이 팍 상해버린 것이었다.

"내가 어딜봐서 절벽인데 이 개X랄 쌍쌍바 새끼야! 니가 만져볼래?"

"아니, 내 손이 불쌍하잖아 그럼"

"이런 씁"

수현은 상종도 하기 싫다는듯 침대에 몸을 날리더니 이불을 뒤집어썻다. 상당히 삐져버린 듯하다. 아무래도 여자로 변하면서 속도 좁아진것 같았다. 원체 수현은 마음이 넓지 않았던 데다가 그게 또 좁아졌으니 수현의 이해심은 보지 않아도 알만한 것이었다.

"얌마"

-툭툭툭

"야, 밥 다됐어 일어나"

-툭툭

"우웅… 졸려"

정현이 수현의 뺨을 툭툭 치며 깨우고 있었다. 하지만 수현은 언제 잠들었는지 깊이 잠들어서 꿈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듯 싶었다.

"일어나 임마"

"일어났어 그만때려"

수현이 눈은 떳지만 고개를 돌리고 상당히 불만있다는 표정으로 있자 정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아직도 삐진거냐? 절벽이 그렇게 상처받을만한 말이었어?"

"닥쳐, 나 안삐졌어"

하지만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눈은 마주치려하지도 않고 상당히 불만 많은 표정으로 있는걸 보면 수현의 말을 수긍하기 어렵다. 정현은수현이 계속 그런 상태로 가만히 있자. 무슨 생각이 났는지 씨익 웃었다.

-콱

"아, 앗! 어딜 만지는 거야 이 변태새끼야!"

"가슴 만져달라며?"

"누가 만지랬냐? 만져볼래? 라고 했지"

"그러니까 그게 만져달라는거지"

정현이 수현의 가슴을 뭉개질 정도로 꽉 쥐자 수현이 놀라서는 정현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하지만 정현은 전혀 아프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누가 그따위로 만지래? 아프잖아 이 무개념아!"

"아니, 아직 잠에 취해있는것 같아서 깨워주려고 한거지"

"이……이…"

수현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관두자, 나 배고파"

"밥팅이"

"그만해 돌대가리"

둘이서 뭐가 그리 시비가 많은지 말을 할때마다 티격태격하는 둘을 보며 어찌보면 한심스럽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면서도 잘만 지내는 둘은 주위사람이 보면 항상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다.

테이블에 앉아 정현이 차려놓은 식사를 보는데 수현이 냄새를 한번 맡더니 황홀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얼른 젓가락을 집었다.

"얼른 먹자"

"김치는 없어?"

"없는 살림에 자꾸 찾다가 너 혼난다?"

"쳇"

감히 얻어먹는 주제에 이것저것 주문하려고 하다가 대번에 정현에게 퇴짜를 맞은 수현은 묵묵히 젓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엄청나서 푸짐하던 버섯전골이 단번에 반만 남아버린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걸신들렸냐?"

"밥 더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밥을 더 퍼주고 나서 정현은 자신도 수현이 먹는걸 보다가 자신의 몫이 없어질것 같은 위기감을 느꼇는지 슬슬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너 학교는 어쩌냐? 그 몸으로 학교갔다가 집단강간당하는거 아냐?"

그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수십명의 사내놈들한테 잡혀저 못할짓 다 당하는걸 생각하면 저절로 소름이 끼쳐온다. 수현은 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대답했다.

"태영중학교로 전학간대, 학생증은 학교에서 그냥 위조해 준다더라"

"위조?"

"응, 위조"

정현은 어이없다는듯한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젓가락을 쉼없이 움직였다. 수현은 전보다는 많이 속도가 느려졌지만 벌써 밥그릇에 밥이 반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미련하긴, 아주 미어터지는구만"

"우우우우(해석불가)"

볼 안에 잔뜩 밥을 집어넣고 무슨 말이 하고싶은지 우물거리는 수현을 보며 못볼 걸 봤다는 듯 정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천천히 먹어, 밥 더있어 누가 뺏어먹냐?"

"니가"

"내가 차린것도 내가 못먹냐 임마?"

"손님 대접이 먼저지"

"밥풀튄다. 그리고 손님이 손님다워야 손님이지"

"말시키지마"

꾸역꾸역 밀어넣는 수현을 보며 정현은 참 멍청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있다면 애완동물 삼고싶기도…

정현은 갑자기 드는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런 애완동물이 있다면 밥값으로 한달 생활비가 다 들어갈 것이다.

"맛있냐?"

-끄덕끄덕

차마 말로는 못하겟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수현을 보고 정현은 자신도 밥그릇을 슬슬 비워가기 시작했다.

"꺼억~"

"적당히좀 해라"

"으윽… 배불러"

나올리 없는 배를 두드리며 수현은 축 늘어져서 비틀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정현도 그릇을 다 비운 상태다. 그릇들을 싱크대에 올려놓고 남은 버섯전골은 내일 먹기로 하고 정현은 설겆이를 시작했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계속 들던 정현은 수현에게 한마디 했다.

"너 좀 도와줘야 돼는거 아니냐? 얻어먹었으면 값을 해야지!"

"아까 내 가슴 만졋잖아"

"니가 만져달라며"

"그러면 이따가 또 만지게 해 줄께"

"…… 누가 니 냄새나는 가슴 만지고 싶대!"

정현의 외침에 수현이 발끈했는지 얼굴을 팍 찌푸리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선 열심히 TV를 시청중이다. 무한도전인지 무모한 도전인지 하여튼 웃기는 프로가 방영중이다. 유재석의 매끄러운 진행과 박명수의 침흘리기가 돋보인다.

"박명수 침 진짜로 많이 흘릴까?"

"그렇겟지"

"흐응…"

"집에 전화 안하냐?"

"아 맞다!"

퍼뜩 생각이 난듯 수현은 소파에서 내려와 전화기를 붙들고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찍었다.

-뚜루루루

'엄마도 참… 이제 컬러링 쓸때도 되지 않았나?'

몆년이 지나도 똑같은 엄마의 전화기 신호음은 얼마 가지 않아 끊어졌다.

[여보세요]

"응, 엄마"

[……수현이?]

"어 나야"

[왜?]

"나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갈께"

[뭐?]

엄마의 놀랐다는듯한 말투에 수현은 살짝 놀랐다. 역시 허락하기는 힘들 터였다. 여자가 된 아들이 무슨짓을 하고 다닐지 모르는데

"괜찮아, 정현이네야"

[정현이?…흐음…]

엄마는 망설이는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정현은 수현의 집에 자주 갔고 수현의 어머니랑도 자주 본 사이였다. 그때는 인사성이 밝고 예의범절이 바르다는 말로 칭찬을 들은 터였다.

"바꿔줄까?"

[아니, 괜찮아… 너 그 대신에 이상한짓 하면 안돼!]

"날 뭘로보는거야 엄마"

그 이상한 일이 이미 친오빠와 일어났다고 하면 엄마의 표정은 어떻게 바뀔까?

"후우…"

-털썩

설겆이를 다 끝낸 정현이 수현의 옆쪽에 앉았다. 수현은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 깔깔거린다. 저러다가 숨 넘어가는건 아닐까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끅끅거리던 수현은 숨이 막혔는지 켁켁거린다.

"…뭐야 왜 다른데 틀어!"

"우리집에서 내가 보고싶은거 보면 안되냐?"

"칫"

정현이 튼 곳은 영화채널이었다. 수현은 보는것만으로도 지겹다는듯 기지개를 켠다. 수현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2시간30분여의 긴 시간이 지루할 뿐더러 질질짜고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멜로영화는 더더욱 사양이다.

만약 본다면 스릴러, 혹은 공포물이다. 지금 하는건 동갑내기 과외하긴지 뭔지 수십번도 더 봤던 프로였다. 영화는 이제 막 중반부로 치닫고 있는것 같았다.

-틱

"끄어어어어"

"……"

정현이 윗채널을 틀자 공포영화가 상영중이었다. '그루지'라는 제목이 우측 상단에 표시되어 있다.

목을 뒤틀면서 숨이 막히는지 아니면 트림하는 건지 계속 꺽꺽대는 귀신을 보며 수현은 무섭다기보다는 귀가 간지러웠다.

"힝~ 나 공포영화 무서워"

"…난 니가 더 무서워"

"뭐?"

정현의 시비에 수현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둘이 싸우건 말건 영화는 계속 진행중이었다.

"후우… 관두자"

-스륵

수현이 한참 말싸움을 하다가 지친다는듯이 정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댓다. 정현은 그다지 거부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꺄아아아아아!!"

"허구헌날 죽어"

"맞아"

정현의 말에 수현이 맞장구쳤다. 공포영화 레파토리란 그게 그거지만 뭐 이건 좀 예외라고 할까? 주인공 포함 모두 죽는다는 게…

수현은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결국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는지 정현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며 누웠다.

"바지 갈아입어야겟네"

"시끄러…"

수현은 영화에 더이상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슬슬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포영화를 눈앞에 두고 잔다는 건 왠지 상당히 안 어울렸다.

수현은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눈을 다시 감고 잠을 청했다.

'잘때 이상한짓 하기만 해 봐라…'

속으로 다짐하며 말이다.

오베... 갈까?

"……"

눈꺼풀이 무겁다. 조금 더 자고 싶다 그런데 조금 춥다… 이불이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정현이네였지'

불은 켜져있지만 눈이 부셔서 잘 보이질 않는다. TV에서 하던 공포영화는 끝났는지 지금은 다른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이녀석은 날 계속 눕혀준 건가? 쯧… 자면 침대에 내려놓으면 어디 덧나?

"으응…"

일어나는 척을 하자 녀석은 날 한번 슥 보더니 다시 TV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까지 심드렁한 반응은 처음이다.

"하아~암… 자면 깨워야지"

"너무 잘 자길래 깨우면 화낼것 같아서 안 깨웠지"

"잘때 이상한짓 안했지?"

"내가 굶주리면 얼마나 굶주렸다고 너한테 손을 대냐?"

"댔잖아"

"……"

왜 난 이녀석만 보면 시비를 거는 걸까… 이녀석도 그렇고… 왜 서로 서로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거지 우리는?

하지만 뭐 그다지 나쁘지 않다. 장난이라는걸 다 아니까… 하지만 강도가 너무 쎈게 문제지만…

"그나저나 이 옷차림 너무 불편해… 뭐 잠옷같은거 없냐?"

양말을 신고 자는건 꽤나 불편했다. 본래 난 답답한건 질색인 데다가 치마는 짜증날 정도로 걸리적거렸다.

"내방가서 세번째 서랍에 보면 있어"

에에… 이게 뭐야

"너무 크잖아"

웃옷은 소매가 너무 커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다가 셔츠의 마지막 단추부분이 허벅지 중간 위쯤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한마디로 너무 컷다. 하지만 바지에 비하면 그건 양반이었다.

바지는 고무줄이었지만 너무 커서 입지도 못하고 그냥 훌렁 내려가버렸다. 거울을 보니 팬티가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하얀색 잠옷이어서 민망간 검은 브라와 팬티가 훤히 보이는게 단점이었다.

"키 엄청 작아졋네?"

"아씨… 몰라"

"한 160쯤 되려나?"

녀석이 날 한번 훑어보고는 내뱉었다.그래, 키 작아졌다. 얼굴이랑 키랑 바꿧다 됐냐?

"너…… 그런데 그런 취향이야?"

녀석이 한참 뜸을 들이더니 한 말이었다. 취향이라니… 무슨?…!!

"이, 이거?"

"그럼 그게아니면 뭐겟냐"

내가 환하게 비치는 속옷을 가리키며 묻자 녀석은 뭘 새삼스럽게 묻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엄마가 사온거야 엄마가… 맞는게 이거밖에 없었다고"

"어련하시겟어"

"…무슨 뜻이야 개자식아!"

-퍽!

내가 녀석에게 달려들자. 녀석은 바로 방어자세를 취하며 온몸을 가드했다.

"오늘 네 제사를 지금 여기서 치뤄주마!"

"나야말로!"

-쿠당탕!

소파에서 떨어져서 엎치락 뒤치락했다. 나는 녀석의 목을 졸랐고 녀석은 내 머리를 찍어눌렀다.

"으이익!"

당연히 힘이 약해진 내가 질수밖에 없었다. 왼손으로 내 양손을 붙잡은 녀석은 내 위에 올라타서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꺄아아악!!!"

"뭐, 뭐하는 짓이야!!"

"으으읍!"

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자 녀석은 당황하며 내 입을 틀어막았다.

"여자 위에 올라타다니!! 저질! 변태! 개새끼! 또라이!"

내 독설에 녀석은 기가 죽어서 내 위에서 내려왔다.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니 몰랐는데 옷이 다 말려올라가서 속옷이 다 보이는(원래 보이긴 보였지만)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꿀꺽

"……너 침넘기지마 누굴 넘보려고"

"누가 그거때문에 그런건줄 알아?!"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어련하시겟어"

추천좀 해주셔야죠.. 이정도나 올렸는데 안하시면... ㅠ

내 말에 녀석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화를 삭이는 모습이다. 고소하다못해 통쾌하다. 여지껏 당하기만 하다 한방 날린 기분이다.

"화났어? 아이잉~ 화 풀고 이제 술이나 마시자"

"애교떨지마, 니 얼굴만 보면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쳇, 싱겁기는"

왜 나의 이런 살인애교에는 반응이 없는 걸까… 설마 진짜로 고자는 아니겟지? 아니… 녀석의 방에서 나는 냄새는 그 냄새가 확실했는데…

뭐 진짜로 고자일 리는 없겠지. 나는 냉장고로 가서 넣어둔 소주 네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넣어두었던 맥반석 오징언지 암반석 오징언지도 가져왔다. 술잔은 따로 없기에 그냥 컵이었다.

"네병이나 마시게? 토쏠리고 싶냐?"

"닥쳐, 오늘같은 날은 마셔줘야 되는거야"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까가가각

"뭐야 병나발로 마시려고?"

"뭐 어때 네병이나 있는데"

-꼴깍꼴깍

으… 쓰다. 인생의 맛이랄까? 인생은 쓰디쓴 쓸개같은 법이니까 이 술이 쓴건 당연하고 술이 인생이면 인생은 술이… 아니, 내가 무슨소리를 하는거지?

-까가각

-꿀꺽꿀꺽

녀석도 병나발로 마신다. 기껏 가져온 컵은 쓸모없게 되었다. 오징어를 씹으면서 소주의 쓴맛을 조금이나마 가시게 한다. 처음 소주를 마셧을 때는 왠 물파스같은 냄새가 나서 역해서 못먹었는데 지금은 뭐 그럭저럭 참을수 있다.

-꼴깍꼴깍

"하아… 써! 졸라써!"

"쓰니까 마시는 거지"

"그래, 우리 술을 마시면서 인생의 쓴맛을 느껴보자고!"

취한건 아니지만 왠지… 왜 술은 마시면서 취하는게 아니라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이 있잖은가?

"벌써 취했네"

"내 위가 흡수가 좀 빨라"

"아으… 어지러워 머리아퍼 골때려 머리 깨지겟어"

"시끄러 더 머리아퍼"

반쯤 남은 소주병 빼고는 모두 비워져있다. 원래 한병정도가 주량이었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두병이나 마셧는데 정신을 잃지 않았다.

"머리아프다니까… 골때리고"

나는 혼자 중얼거리고 녀석은 남은 소주 반병을 단숨에 비우더니 TV를 본다.쳇, 재미없게

문득 거울을 보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옷은 윗옷만 입고있는 여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 귀엽게 생겼다.

그런 나를 보고도 술에 취했는데 녀석은 아무 반응이 없다… 싱겁네 진짜…

"어우 머리아퍼…"

"머리아프면 자라"

"싫~은데?"

"싫음 말던지"

녀석의 얼굴도 불그스레하다. 짜식 귀엽게 생겨가지고선… 확 잡아먹어 버릴까보다. 아니, 뭐 지금까진 내가 잡아먹혔나? 아아… 생각하기 싫다 그렇게까지 생각해낼 만큼 가치있는 기억도 아니다.

"흐응… 나 어때?"

살짝 윗옷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팬티가 살짝 보일 정도로… 희끄무레하게 보이던 것과는 달리 확실히 윤곽이 잡히게 말이다.

"뭐가 어때"

녀석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안예뻐?"

"예쁘네"

그런데 왜 그런 눈빛이지? 그냥 별거 아니라는듯한 눈빛, 그저 지나가는 돌멩이를 바라보는… 아니, 그건 너무 심했고 그저 날 친구로서 바라보는 눈빛이다.

"그런데 왜 아무짓도 안해?"

"내가 뭘 해주길 바라는 거냐?"

"흐응… 아니"

"그럼 조용히 술이나 마셔 임마"

저거 취한거 맞아? 나같이 혀가 구부러진 것처럼 말이 나오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나온다. 술이 없는게 아깝다. 완전히 취할 정도로 먹여보고 싶었는데… 완전히 취해야 이런 말도 할수 있는 건데…

"고마워"

"갑자기 뭐가… 아, 놀아줘서?"

"시끄러… 장난하는거 아니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쑥쓰러웠다. 누구에게 진정으로 감사를 표한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도 처음 알았다. 얼굴이 전보다 더 붉어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어간다.

"고맙다고"

"뭐가 임마"

기뻣다. 눈물이 날 만큼. 날 친구로 생각하는… 날 친구로 보는 녀석이… 형처럼 날 욕망에 찬 눈빛으로 보지도 않고 선우처럼 날 연민에 찬 눈빛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저… 그냥 친구로 볼 뿐이다.

그게 그냥 고마웠다. 앞으로 누굴 만나더라도 이 녀석처럼 날 친구로 대해주는 녀석은 없을것 같았다. 그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너 우냐?"

"안 울어!"

녀석도 장난스러운 눈빛이 아니다. 내 진지한 마음을 알고있는 모양이다. 내게 다가온다.

"무슨 일… 있었어?"

"흐으…흡"

울고싶지 않은데 자꾸 눈물이 떨어진다. 녀석의 무슨일 있냐는 말에 더더욱 서러움이 복받쳐 왔다. 눈물이 바닥의 카펫을 적신다.

"왜울어… 울보냐"

"흐으…흐…"

소리내어 울기는 싫었다. 그렇게 된다면 완전히 어린아이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2일, 단 2일간의 일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갑자기 몸이 바뀌어서 이상한 대접을 받고… 선우라는 녀석과 자고… 형이 내 처녀막을 찢었을 땐 죽어버리고 싶었다.

-슥

녀석… 아니 정현은 그냥 말없이 날 안아줄 뿐이었다.

"후우… 이제야 잠들었네"

분명 무슨일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 날 붙잡고 엉엉거리며 서럽게 울 정도라면…

알만하다.

그런 정도의 일은… 딱히 떠올리지 않아도 알수 있다. 지금 잠들어 있는 눈물에 젖은 녀석의 얼굴만 봐도… 그쯤은…

"불쌍하긴…"

내 가슴에 기대어 새근새근 숨을 쉬는 녀석은… 예쁘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이었다. 남자였다고 해도 가지고 싶을 정도겟지 다른 녀석들에게는…

"읏차"

소파에 녀석을 눕혀주고 잠시 바라보았다. 적당히 솟아오른 가슴… 절벽이라고 칭할 것까진 아니었다. 그냥 보통 수준에 못미치는 정도였으니… 얼굴은 말할것도 없고 몸매도 날씬하다… 무슨 요즘 TV나오는 연예인들처럼 허리 돌리게 생긴건 아니었지만 

"후우…"

다시 TV에 시선을 주었다. 이녀석이 무슨 짓을 탕했는지는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도 친군데… 둘도없는 소중한 친구중 하나인데…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그게 누구라도 가만히 있기 힘들것 같았다.

아까 장난치다가 녀석의 위에 올라탔을때 순간 공포에 질려 어쩔줄 몰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보같이… 무슨 짓을 당한건지…

내 생각이 맞다면 오늘 내 집에 온것도 집에 있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수현이한테는 형이 있다 형이… 만약 상황이 나쁘다면 아빠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고…

본심을 숨기려 하는 마음은 알겠다. 그리고 본심을 숨기는 것도 뛰어나고. 하지만 서투르다. 녀석은 뭘 하든 나에게는 곧잘 들키곤 했다. 다른 녀석들은 볼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나는 조금은 알수 있다.

그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친구인 거고… 맨 처음 속내를 들켰을땐 당황해서 어디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마음을 숨기고 감정을 컨트롤 하는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죄다 눈치챘다.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뭘 하든 다 알수 있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알수 있다.

-슥

소파 밑에 손을 넣자 익숙한 물건이 손에 잡혔다. 내가 처음 이걸 들켰을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새파랗게 빛나는 작은 칼날… 정적을 깨는 흉흉한 물건…

"수현아… 내 꿈이 뭔지 알아?"

늘 하는 말이다… 녀석이 잠들었을때 조용히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던…

-쉭! 팍!

내가 던진 단검이 정확히 다트판의 중앙 근처에 꽃힌다. 취해서 그런지 명중률이 약간 적은 모양이다. 다트판은 칼자국이 무수히 많다.

"난 조폭이 될거야…"

소파에 다시 손을 집어넣자 하나가 더 만져졌다. 불빛을 받아 새파랗게 빛나는 단검은 언제봐도 섬뜩하고 또 아름답다…

"그래서 복수할거야… 다 죽여버릴거야…"

-쉭! 팍!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인지 10점을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버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다. 녀석과 나는 닮은점이 많았다. 상처입은 것도… 허무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그 상처의 정도는 내가 훨신 컷지만… 이제는 동점인듯 싶었다.

그런데 전혀 기쁘지 않다… 친구가 아파하는데 좋을수가 없었다.

다시 단검 하나를 꺼냈다. 새파랗게 선 날이 빛난다.

"아빠고 뭐고 다 죽여버릴꺼라고!"

-콰콱!!

이번에 단검은 정확히 10점 과녁을 꿰뚫고 뒷부분의 플라스틱 판까지 뚫어버렸다.

어린 정현에게는 대체 무슨 말 못할 상처가...

"으음…"

졸리다. 어제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오줌이 당장이라도 방광을 뚫고나올듯이 내 그곳을 자극한다.

뭐 그동안 산 것도 있거니와 눈을 뜨지 않아도 길은 알수 있다. 방 문을 잡고 나와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문을 열고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오려는 이 오줌들을 강렬하게 내뿜어주려는 찰나에 갑자기 그곳에 뜨뜻한 것이 닿았다.

"꺄아아악!!"

-퍽!

"커어어억!!!"

-털썩

갑자기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에 나는 욕실 바닥에 뒹굴 수밖에 없었다. 순간 당혹감에 눈을 뜨고 위를 보자 어설프게 팬티를 치켜올리고 서있는 수현이 녀석이 보였다. 녀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입술을 슥 닦고 있었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녀석은 한참 볼일을 보고있던것이 분명해 보였다.

"뭐, 뭐야! 이 미친!! 칠데가 따로있…아흐흐…"

아랫배를 칼로 쑤시는듯한 통증이 날 가만두지 않았다. 바닥을 뒹굴고 오도방정을 떨며 한참을 뒹군 후에야 난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너무 아파서 그런지 오줌이 찔끔 흘러나왔다.

"이이!! 미쳤냐! 감히 이게 누구 거기를 발로 차!"

"누가 남 볼일보는데 들어오래?!"

"문은 잠그던가 무개념아!"

"이게 지금 누가잘못했는데?!"

-퍽! 퍽!

"컥! 윽!"

-철컥

녀석이 날 발로 차서 밖으로 밀어낸 다음 화장실 문을 닫았다. 거칠게 문 잡그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 집에서 내가 볼일본게 잘못이냐 엉!

……그러고 보니 내꺼 아침이라 화난듯이 뻣뻣하게 서있었다. 아아, 하긴, 나도 화장실에서 볼일보는데 누가 갑자기 들어와서 자기 입에다 그걸 들이대면 놀라기야 하겟지 하지만 닿았다니… 음 충분히 기분나쁠만 했다.

그래도 좋은구경 했으니 그걸로 된거지 뭐… 아직 털도 안나다니… 미성숙했어 

"낄낄낄"

"뭘 혼자 쳐웃어 이 변태야"

언제 화장실에서 나왔는지 살기가 맴도는듯한 표정으로 날 주시한 녀석은 휘적휘적 방으로 걸어갔다. 

"팬티 보인다 변녀야"

"닥쳐!"

-꽝!

단단히 삐졋는가 본데?

"야 아직도 화 안풀렸냐?"

변태자식… 내 입술에 그걸 들이대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내 앞에 놓인 밥도 먹을 기분이 나지 않는다.

"밥 먹어 임마"

어제 먹던 버섯전골 냄새가 아침부터 코를 자극한다. 아직도 머리가 쑤셔서 뭐라도 먹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체면이 있지 삐진척 하다가 갑자기 맛있게 밥먹으면 뻘줌하지 않겟는가.

"먹기 싫으면 말던가…"

-슥

녀석이 내 밥그릇을 뒤로 뺀다

-턱

"진작 먹을 것이지"

난 왜 항상 지는 걸까… 밥을 한술 뜨며 자괴했다.

"너… 무, 무슨짓이야"

"조용히 해… 너도 날 좋아하잖아"

싫다. 이런건 싫어… 왜 그러는 거야 대체… 어제 날 감싸준건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아흑! 아아!"

"오~ 죽이는데?"

"이러지 마 제발…"

녀석의 손이 내 그곳으로 파고든다. 정현의 손짓 한번에 속옷과 옷이 찢어진다. 안돼… 이럴순 없어… 이 녀석한테까지 배신감 느끼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 침대에 로프로 묶여서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하고 있었다.

"흐윽! 아아앙! 아아!"

"음란하긴"

"아, 아니야!"

"닥쳐 걸레 주제에"

"!!"

순간 말을 잊었다. 걸레… 걸레… 정현이 내 가슴을 탐한다. 그 모습이 곡 아이의 모유를 마시는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당하고 잇는 난 너무 아팠다.

"아아아악!! 그만! 흐으윽! 아아앙!"

"그렇게 싫어? 어제 날 유혹했잖아, 이런걸 바란게 아니었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거부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걸 원하는듯 정현의 그것이 내 안에 들어오길 애타게 기다린다.

걸레… 걸레…

"흐, 흐윽! 으앙! 하악! 흐응! 응!"

정현의 손가락이 내 그곳을 자극한다. 난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기에 바쁘다.

"으으…흐응! 흥! 아아앙!"

나는 점점 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현은 내 몸에 자신의 성난 그것을 강하게 밀어넣었다.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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