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까지 잠도 못자면서 쓴건데..... 잊으신거 없어요?
"흐윽…흐…아악, 흥, 흐앗"
"크으…"
아프다. 마치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음부에서 느껴진다. 그만큼 나 못지않게 녀석도 괴로워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숨길수 없는 쾌락. 느끼고 있다.
"하, 하아… 처, 천천히…"
"싸,쌀것 같아…"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가버릴 것 같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쾌감에 기절해버릴 것 같아서… 녀석은 괴로움을 이기기 위함인지 점점 더 난폭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그때마다 질속에서 움직이는 그것의 느낌이 소름끼치도록 아프고 미칠것같이 즐겁다.
"아, 아아악!! 흐, 흐앗! 아아앙!"
-퍽 퍽
녀석은 내 가슴을 핥고 깨물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다. 나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녀석에게 내 몸을 최대한 밀착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고통을 줄여보려는 것 뿐이다.
"하, 하악! 아파! 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앙!!!"
순간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듯한 느낌과 함께 엄청난 쾌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아니, 이미 정신을 잃고 있는지도…
"크윽!"
녀석도 갑자기 강력함 조임이 느껴지자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를 계속해서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 아, 아아윽! 그, 그만! 나 갔단 말이야! 흐아아앙!"
"큭, 크윽"
고통과 함께 또다시 엄청난 쾌락이 온몸을 휩쓴다. 미끌미끌한 애액으로 흘러넘칠만큼 젖었음에도 김선우의 그것은 아직도 너무 아프다.
"컥…"
"흐, 흐응! 아, 안…에 흐윽! 하지 마아아!"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소리치고 나자 온몸에 힘이 쭉 풀리는게 느껴졋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녀석의 몸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녀석은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날 자극한다.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는 것 같은 느낌…
"시, 싫어어어어!!"
"크윽!!"
"아아아악!!"
두번째 절정과 함께 하는 내 안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액체를 느꼇다.
-털썩
"아으… 아…"
"아…"
녀석은 마지막으로 깊숙하게 삽입하며 내 몸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넣었다. 질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곳에 신경쓸 여유도 없이 나는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으으윽…"
"이, 일어났냐?"
머리가 아프다. 꽤 오래 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건 급하게 차려입었는지 팬티만, 그것도 뒤집어서 입은 녀석의 모습이었다.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너, 너… 왜 안에 했어… 임신하면 어쩌려고"
아직도 그곳에서 애액이 조금씩 흘러나오는게 느껴진다. 녀석은 당황한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그, 그게…저기…"
할 말은 없는듯 하다. 약기운은 다 가셧는지 움직이는데 특별한 지장은 없다.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좋지는 않겠지, 솔직히 밖에다 하면 지저분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뭐 됐어… 네가 애 키우면 되니까"
"뭐, 뭐?"
"농담이야 농담…"
당황하긴, 귀여운 자식… 그나저나 아까 땀을 너무 흘렸더니 몸이 끈적끈적하다. 목욕이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욕할 수 있어?"
"왜, 목욕하게?"
"응…"
목욕탕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녀석은 방문이 아닌 다른 문을 가리켰다. 개인 화장실도 따로 있는 거야 설마…
"뜨거운 물은 나오겟지?"
"당연하지"
-스륵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가는데 문득 내가 알몸이라는게 생각났다.
뭐 어때 그까짓거 좀 보여주면… 아까 다 봣잖아.
"하아암…"
-달칵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면대와 욕조, 그리고 변기가 보인다. 화장실은 방만큼 넓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좁은것도 아니다.
-쏴아아아
역시나 바로 적절한 온도의 물이 나온다. 왠지 있으면 있을수록 질투나는 곳이다.
-쏴아아아아
따뜻한 물이 몸을 씻어준다. 온몸에 묻어있는 땀과 정액들을… 수건 걸이에 걸려 있는 타월에 목욕용 액체비누를 묻혀서 거품을 낸다. 향긋한 레몬향이 코를 찌른다. 상당히 비싸 보이는데… 팍팍 짜줄까?
아니… 그러면 왠지 더 비참해 보인다.
-달칵
"…에?"
갑자기 문이 열리고 알몸의 녀석이 들어왔다. 방금 전의 버벅거리는 듯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입에는 보는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려고 하는 썩소를 물고서 말이다.
재수없게시리… 설마 같이 목욕하자고 들어온 건 아니겟지?
"뭘 그리 놀라냐? 샤워 같이하자고"
"……"
말이 씨가 된다더니… 아니, 생각이 씨가 된다더니… 난 왜 생각하는것마다 이모양이지. 이제와서 거절하는것도 좀 그렇고 같이 하자니 왠지 거북하다.
"뭐해 얼른 쓰고 줘"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 크게 울린다. 나는 재빨리 거품묻은 타월을 몸에 비벼서 중요한 부분들을 가렸다. 저런 노골적인 시선은 왠지 부담스럽다. 게다가 또 저렇게 커진 성기를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얼굴이 붉어질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쏴아아아
"뭐, 뭐하는 거야!"
"서로 몸에서 몸으로 닦아주기 어때?"
미, 미친… 녀석은 지금 내 몸을 끌어안고 비비고 있다. 거품이 녀석의 몸에 옮겨붙어서 왠지 세면대의 거울로 보이는 우리 모습은 야릇하기 짝이 없다.
"으, 으읏! 뭐, 뭐하는 거…"
"여기서 한번 더 하는건 어때?"
"시, 싫어!"
녀석이 내 그곳에 잔뜩 발기한 그것을 갖다대었다. 다리에 힘이 쭉 풀리는 것 같다. 게다가…
"거, 거기 아니야!"
"어? 아니냐?"
녀석이 들이댄 곳은 그곳이 아니라 그곳이었다……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다.
"하아…"
-털썩
결국 목욕을 하면서 한번 더 해버리고 말았다.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도 힘들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내가 원해서 관계를 가졋다. 죄책감 같은건 들지 않았다. 그냥 나의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에 놀랄 뿐이었다. 김선우 그 녀석은 조금 더 씻는다며 나오지 않고 있다.
저 녀석에게는 무슨 의미를 둬야 할까. 사랑같은 감정따위는 없다. 몸은 여자라도 마음은 남자다. 같은 남자따위에게 사랑을 느낄 만큼은 아니다… 아직은…
"으으!"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는 것 같다. 집에 가면 또 형이 나를 어제처럼 강제로 눕힐까? 그건 내가 원하는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은 왠지 완화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난 전부터 왠지 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뿐, 형도 다음날이면 화를 풀었고 나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브라더 콤플렉스… 그런 말도안되는 게 달라붙어 있는 걸까…
"으응…"
아직도 질 속에 무언가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썩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왠지 그게 새어나올 것 같아서 혹시 또 더러워질까 걱정은 된다.
침대 저편 거울에 알몸의 내 모습이 비친다. 한눈에 봐도 지쳐있다는 게 느껴지는 풀린 눈,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 그 위로 분홍빛 유두…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몸과 살짝 파인 둔덕…
"졸려"
하지만 내 집도 아닌데 더이상 실례하는 건 무리다. 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
"내 옷이…"
방 구석 옷걸이에 걸려져 있는 교복이 보였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가까스로 들어올려 옷을 가져와서 입는데 왠지 커다란 사이즈의 팬티와 옷이 입기 거북하다.
집에 가면 옷부터 사달라고 하는게 좋겟다.
"집에 가게?"
"어? 으응…"
수건 한장 걸치지 않은 모습의 녀석이 목욕탕에서 나온다. 아직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 그 물건이 내 눈에 들어온다. 왠지 마주대하기가 싫다. 아까의 난폭했던 행위가 떠오른다. 왠지 그걸 생각하니 위축되는 것 같다.
겁먹은 건가… 좋았으면서. 좋았으면서 한편으로는 고통이 두려운 걸까.
"가기 전에 이것좀 진정시켜주고 가지?"
"싫어… 하루 세번은 무리야. 지금도 힘들다구"
"장난이야 임마. 나도 그렇게까지는 힘들다고"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버릴 것 같다. 팬티와 셔츠를 걸쳤는데 자꾸만 몸이 휘청거린다.
"너 무지 힘들어 보인다?"
"상관하지마…"
하지만 허세였던듯 곧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야 말았다. 녀석이 팬티를 대충 걸치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역시… 아까 약 먹은 데다가 너무 무리하게 하니까 그런건가 본데?"
녀석이 주저앉은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지금 팬티와 셔츠만 입고 바지는 발끝에 걸친 아주 우스꽝스러운 자세였다. 왠지모를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이리 와 봐"
-슥 슥
"혼자 입을 수 있어!"
녀석이 내 발끝에 살짝 걸쳐진 바지를 위로 끌어올리면서 입힌다. 마치 7살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엄마가 옷을 입혀 주던 그깨로,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쨋든 자존심 상하는 대접이었다.
"발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이지?"
"이이…"
바지를 입히고 기어이 녀석은 후크까지 채운 다음 날 일으켜 세웠다.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쉬다가 가"
"……"
-털썩
녀석이 날 들어올려 침대에 앉혔다. 그러고 나선 수건을 가져와서 젖은 내 머리를 닦는다.
이런 과도한 친절과 보호는 사양이다. 당장이라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려 했다가 왠지 다시금 아까의 일이 생각나서 화내면 난폭하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다.
"너 핸드폰 있냐?"
"응? 어 있어…"
"번호 대봐"
"전화하게?"
전화라… 알려줘도 괜찮은 걸까? 앞으로도 이녀석과 계속 관계를 가져도 괜찮은 걸까?
"010-6749-2232"
"이따가 다시 말해줘"
그럴거면서 왜 물어보는 건데… 그보다 조금 살살 하지?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아! 아악!"
"어, 어? 미안"
머리를 빗다가 빗에 머리가 걸려서 머리가 뽑힐 것 같이 아팠다. 머리를 빗고 말리는 것까지 마치자 녀석은 컴퓨터 옆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오더니 번호를 다시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010-6749-2232"
녀석은 번호를 찍고 나서 잠시 뭔가 생각하는지 가만히 있다가 몆자 적어넣었다.
"뭐라고 썻어?"
"SF"
"그게…뭐야?"
SF라니, 내 이름의 약자같은건 전혀 아닌데…
"섹스 프렌드(sex friend)"
"…… 바꿔 당장!"
"싫은데?"
핸드폰을 나꿔채려는 내 손길을 가볍게 피한 녀석은 핸드폰을 다시 컴퓨터 위에 놓더니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하아…"
한숨을 푹 쉬고 나서 침대맡을 바라보자 시계가 5시2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밖은 어둑어둑하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진다. 춥디추운 길을 걸어가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길이 막막하다.
"하아…"
한숨을 푹 쉬고 나서 침대맡을 바라보자 시계가 5시2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밖은 어둑어둑하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진다. 춥디추운 길을 걸어가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길이 막막하다.
하루종일 어디 갔었냐고 하면 뭐라고 말하지? 아니, 어차피 집에 없으시려나…
"하악~ 나 또 섯어"
"그만좀 해 지친다구"
날 눕히고 녀석이 내 위에 올라타면서 내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다. 음부에 와 닿는 녀석의 딱딱한 물건의 감촉이 다시금 이상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오늘은 이걸로 끝이다. 더이상은 싫다.
"킥킥킥,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 할거 없잖아"
"내, 내가 언제!"
녀석이 침대맡에 앉으면서 얘기했다. 순간 놀란건 사실이지만 겁에 질렸다니… 그건 아니다.
"뭐, 뭐하는 거야!"
어느정도 몸이 풀려서 다시 일어나자 녀석이 내 목에 코를 갛다 대더니 냄새를 맡는다. 변태같다 진짜로…
"좋은 냄새가 나"
"으, 응?"
"죽은 우리 엄마 냄새…"
에… 무슨 소리지? 설마 이녀석 어머니 돌아가신 건가? 녀석은 내 목에 입을 밀착시키더니 숨을 한껏 들이쉰다.
"그래서 더 갖고 싶어"
"무, 무슨 소리야…"
나도모르게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 같다. 녀석은 점점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내 가슴에 입을 대고 날 끌어안았다.
"놔, 놔 줘"
녀석은 놓지를 않는다. 여자를 대하듯이 하는 이런 말투는 거북하다. 그보다 녀석의 어머니가 돌아가셧다는 건 충격이다.
녀석과 나의 체격차이가 있듯이 나는 벗어나지를 못한다. 녀석은 조금 더 향기를 느끼고 싶은지 내 몸에 더더욱 밀착하며 숨을 들이쉰다.
"하, 핫… 그만해"
녀석을 밀어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녀석은 얼굴을 떼더니 날 쳐다본다.
눈빛이 다르다. 방금 전의 나를 탐내는듯한 그런 눈빛은 어디로 갓는지 사라지고 왠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거북하다.
"어쨋든… 좋은 냄새야"
"흐, 흐읍"
갑자기 녀석이 키스해왔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혀… 나는 순간 저항을 잃고 녀석에게 몸을 맡겨 버렸다. 나는 왠지 성행위보다 키스가 더 싫다. 쾌락같은걸 주지 않는 사랑의 표현인 키스는 남자인 내가 느끼기에는 왠지 기분나쁘다.
"하, 하아…"
하지만 조금 느낌은 달랐던 듯 나는 녀석이 입술을 떼자 왠지 아쉬웠다.가늘게 이어지는 타액의 실… 왠지 입술을 떼어버린 녀석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멍한 표정으로 있는 나를 잠시 응시한 녀석은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아…배고파"
-터벅터벅
사방은 어둑어둑하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떨어짓 탓이겟지. 온몸에 힘이란 힘은 하나도 없고 집으로 가는 길의 계단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컵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는건 고문이다 고문… 졸리고 배고프고 피곤하고… 몸상태는 정말 최악이다.
"하아…"
지친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면서 더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건 형이다. 지금이야 집에 없겟지만 돌아왔을 때 형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리고 두렵다…
방금 전 김선우와의 관계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뭐 성관계 전에 서로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애무를 하지 않고 그냥 들어와 버렸으니까…
-터벅 터벅
"으읏차"
이 몸은 역시나 체력도 상당히 약하다. 전에도 그렇게 빈약한 편은 아니엇지만 보통 이상은 되는 편이었는데…
이건 보통 이하잖아! 아니, 최악이다.
-더듬
"어?"
없다. 늘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열쇠가 없다. 누가 있나? 지금 시간은 대충 6시 30분쯤 되었을 것 같은데… 이 시간에 집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덜컥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의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켜져있는 TV…
"!!"
형… 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형은 날 흘낏 보더니 다시 TV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해코지할 마음은 없는 것…같았다.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 형을 보다가는 자꾸 어제의 일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다. 서둘러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왠지 발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다.
-꽈악
손이 떨린다. 왜 겁먹은 거지… 내가 겁먹을 이유따위 없다. 형도 어제의 일은 잊으려고 할 거야… 최소한 동생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은 있을 테니까…
"수현아"
-멈칫
형이 날 불러세운다. 불안감이 점점 더 실체화되기 시작한다. 배고픔이고 피곤함이고 뭐고 싹 가신다.
"이리 와봐"
돌아서지 말라고 머릿속에서 외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바보같을정도로 겁에 질린 내 몸은 형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서 형이 누워있는 소파 옆에 앉았다.
"아침에 어디 갔었어?"
"어? 응… 하, 하, 학교에…"
필요 이상으로 말을 더듬는다. 난 늘 냉정해지려 애쓰면서도 성공하질 못했다. 눈앞의 폭력과 두려움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진다.
"흠…그래? 그럼 집에는 안 들어온 거네?"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학교 근처 공원에서 있다가 김선우라는 녀석을 만났는데 그녀석 집까지 들어가서 그렇고 그런 짓까지 하고 왔다고 하면 왠지 엄청나게 화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가까이 와봐"
또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가… 하지만 나는 거절의 의사같은 건 표시하시도 않은 채 형의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슥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형은 내 몸의 향기를 맡는건지 내 목덜미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쉰다. 소름이 끼친다…
"목욕했어?"
"어, 어?"
-뜨끔
가슴에 무거운 돌이 떨어지는듯한 기분이었다. 김선우, 그녀석의 집에서 목욕할때 썻던 목욕비누의 냄새가 남아있는 걸 깜빡했다.
"목욕했냐고"
"으, 응…"
형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어진다. 수상하다는듯한 눈빛, 가슴이 뛴다. 터져버릴 것 같이. 날 때릴까? 아니, 형에게 맞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형은 소유욕이 강하다. 그게 날 한없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설마 나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누구 집에서?"
"그,그,그건…"
내 몸은 여자… 누구 집인지 말하게 된다면 형은 십중팔구는 내가 그 녀석하고 관계를 가졋다고 생각할 것이다. 순간, 내가 왜 형의 추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치솟았다.
"혀, 형이 알바 아니잖아… 내가 어디서 목욕을 하던간에…"
내 말에 형은 확신을 가진 듯 씨익 웃는다. 내가 틀린 말을 한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친형제인 날 강간한 형이 죄가 있다… 신고할 마음같은건 없지만 그런 걸로 날 추궁한다면 그건 모순이다.
"하긴…뭐 그렇지"
-털썩
형은 소파 등받이에 눕듯이 몸을 파묻으며 말한다. 철지난 쇼 프로그램의 배우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귓전에 아른거린다.
잠시간의 시끄러운 침묵… 여전히 나는 쭈뼛거리면서 형의 눈치를 살폈다.
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은 Tv를 보고 있지만 초점은 다른 곳으로 가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 자리를 일어나려눈 순간 형이 말했다.
"배 안고프냐?"
미움받는 행님....
"먹어"
식탁에 김치찌개와 밑반찬,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이 놓인다. 왠일일까… 설마 어제의 일이 미안하다는 그런 건 아니겠지? 형이 어떤 사람인데…
뭐 주는데 맛있게 먹어야지, 아직 긴장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당장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았기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너…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냐?"
-아구아구
먹는게 아니라 억지로 밀어넣듯이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형이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데다가 별 관심도 없다.
"……"
형도 곧 말을 멈추고 내가 먹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한다. 밥 한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하아…"
"더먹을래?"
"어? 응…"
형이 밥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가더니 한그릇을 더 퍼서 가져온다. 이번엔 전처럼 밀어넣듯이 먹지는 않았다.
"……"
형은 내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먹는데 쳐다보는 것만큼 지저분한 것도 없다는데 뭘 그리 보는건지… 난 원래 누가 쳐다보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이런 몸이 되었으니 남의 시선에 더 민감하다.
"왜…그렇게 쳐다봐?"
그릇을 반쯤 비웠을때 시선을 견디다 못하고 형에게 말했다.
"예뻐서"
"…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나도 거울을 봣기 때문에 부인하지는 않지만 눈앞에서 저런 말을 하면 기분이 좀 뭐하다. 형은 별로 어색해하는 듯한 기색은 없고 왠지 웃고있는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말로 표현못할 어색함에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자꾸만 느껴지는 형의 시선이 거북하다.
"어제… 아팠어?"
"……"
갑자기 형이 어제 얘기를 꺼냈다. 숟가락을 입에 넣던 순간이었다. 생각하기 싫다. 어제의 일은… 어제의 일인데도 마치 몆년 전의 일인 것처럼 까마득하다.
"응"
"얼마나?"
"많이"
왜 그런걸 묻는 거지?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 그런 걸 알고 있다면 최소한 그때 얘기는 꺼내지 말아 줫으면 했는데…
"……"
"……"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형은 머리를 긁적인다.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나는 얼마 남지 않은 밥을 다 비웠다.
-턱
밥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나머지 밑반찬들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김치찌개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정리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형이 내 뒤통수에 대고 말한다.
"미안해"
"…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형이 사과를 했다… 자신의 잘못을 좀체로 인정하지 않는 다분히 독불장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형이… 사과를 했다. 형의 사과를 들은건 이걸로 세번째인가… 첫번째는 나를 때렸을 때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서였고 두번째는 여름방학 때 형 때문에 팔이 부러졌을 때 한번… 그리고 지금 한번…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어색하게 웃고있는 형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사과하려고 오늘 야자도 빠졌는데… 늦게 오니까 화나서 그런거야… 알지?"
"응… 알아"
내 핑계로 빠진 게 아니라? 하긴, 뭐 도망쳣을 게 뻔하지. 참을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 이하로 적은 형이니까…
"미안해… 어제는 진짜 미안했어"
어이쿠 병주고 약주고… 미안한 걸 알면 된건가… 나도 뭐 순결 같은거 운운할 처지는 아니니까. 괜히 겁먹었던 건가…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하아… 괜찮아"
나는 형에게로 돌아섯다. 역시나 예상대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형이 날 바라보고 있다.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냥 미친개한테 한번 물린 셈 치지 뭐~"
나는 헤실거리며 웃었다. 형제간에 이런 거북한 분위기는 필요하지 않다. 좁은 집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같은게 있어봐야 트러블만 점점 더 많아질 뿐이다.
"뭐 임마?"
형도 웃는다. 역시 난 자비심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나저나 말인데"
"응?"
TV를 보고 있었다.영화채널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라는 영화를 보내주고 있다. 영화라는게 특성상 영화관에서 보면 졸작도 대작처럼 보는데 사이즈 작고 화질 안좋은 TV로 보면 대작도 졸작처럼 보인다.
뭐 그렇다고 TV가 18인치짜리 옛날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편은 못되었다.
나는 지금 교복을 벗고 티셔츠와 바지로 갈아입었다. 츄리닝 바지로 고무줄 때문에 입기가 편하다. 전에는 그 은밀한 부분의 돌출 때문에 입기가 거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나 너무 길다.
"너 몸이 그렇게 됐잖아"
"그런데…왜?"
또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지? 설마 사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건 아니겟지?
"나 뭐라고 부를거야?"
"형"
설마… 내 불안감을 알아챗는지 형은 씨익 웃으며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대더니 말한다.
"형이라니… 오빠라고불러야지~"
"…닥쳐"
역시나 형은 변덕이 너무 심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 잡고 날 협박하듯이 말하더니 지금은 끝난지 한달도 넘은 개그프로 흉내를 내고 있다.
"너…형한테 닥쳐가 뭐야"
"아…"
또다시 형은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나는 또 살짝 겁먹어서 말을 버벅거린다.
"그러니까 오빠라고 불러"
"……"
씨익 웃으면서 다시 장난식으로 말한다. 또다시 겁먹은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이런 식으로 몆번 놀림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전혀 익숙해지질 않는다.
"한번만, 응?"
"시,싫어 나 남자란 말야"
애처로운 표정으로 애원하는 형이 이렇게나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왜 그렇게 불리길 강요하는 걸까… 하긴, 미연시 폐인들이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오니짜앙~♡ 하는것과 같은 건가…
-콱
"악! 뭐, 뭐하는 거야"
"남자가 이런것도 달렸냐? 응?"
형이 내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며 말한다. 순간 신음소리가 나올 뻔했다. 역시나 이 몸에 길들여지고 있는 건가보다. 내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자 형은 손을 떼고 말했다.
"야, 솔직히 생각해봐 시내에서 너랑 나랑 만났을때 니가 나한테 형~ 이러면 내가 뭐가 되겠냐"
딴에는 맞는 말이지만…
"아는척 안하면 되지"
"……"
비인기 캐릭터의 이미지 완화였습니다 .
"한번만~~ 한버언마안~"
"떨어져!"
형이 날 끌어안고 부비적거리고 있다. 놓지 않을 것처럼 세게 끌어안고 얼굴을 가슴에 비비적대고 있다. 그렇게도 오빠소리가 듣고 싶은가…
"알았어, 알았으니까 떨어져!"
"훗, 성공이다"
왠지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잠깐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접고 한번만 하면 되는 거겟지?
"오빠, 됐지?"
"……아니야!"
하아… 뭘 더 바라는 거야. 진짜 내가 여자같이 자신을 대해주길 바라는 건가? 이게 다 근친상간을 조장하는 야동때문이다. 그것들 때문에 미친놈들이 근친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그놈의 미연시도 문제다!
"조금 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하란 말이야!"
"하아…"
한번만 해주면 되는 거니까…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오빠아~"
"그거야!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
"싫어, 이번 한번만이야"
형은 무척이나 실망한 표정이다. 이제 조금있으면 주민등록증 나오는 주제에 어린애같이 실망한 표정이라니… 저건 꼭 엄마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했을때 안사줘서 삐진 초등학생같은 얼굴이다.
형은 그러다가 얼굴을 풀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후우… 난 여동생 가지는게 꿈이었다?"
"그러셔?"
어쩌라고, 하지만 뭐 이런 형태로라도 꿈은 이루어진 건가…
"이제야 여동생이 새로 생기나 했더니만…"
"……"
형은 진심으로 실망한 표정이었다, 왠지 불쌍하다. 하지만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줘야지?
"후우…"
왜 내가 나쁜놈(?)이 된 것처럼 한숨을 푹푹 쉬는 거야 젠장! 난 남자라고! 아니, 남자였다고! 지금은 여자지만… 아니, 이게 아닌가?
하여튼 그렇게 세상 다 산 표정하고 있으면 진짜로 왠지 미안해진다. 내 쓸데없는 정신병의 일종이라 느껴지는 브라더 콤플렉스도 그렇고… 형을 아무리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가 없게 만드는…
"알았어! 오빠라고 부르면 될거 아니야…"
"진짜?"
형은 무지 감동했다는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왠지 낚인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든다.
"진짜지?"
"어!"
형은 나에게 확인을 받고 싶은지 연신 물어본다.
"오빠라고 불러준다고 응? 오빠"
"큭큭큭큭큭큭"
형은 진심으로 좋아하는듯하다. 왠지 나도 기분이 좋아질것 같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나저나 너…"
형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 나에게 물었다.
"왜?"
"친구네 집 갔었던 거야?"
뭘 물어보고 싶은거지…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응"
"남자?"
형이 질문하는 의도를 알것 같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여자로 변했다고 여성친구 집에 갔다고 하면 왠지 그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응"
"잣어?"
"……"
형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잠시간의 머뭇거림, 그것으로 충분했다. 안 잣다면 아보 같이 안 잣다고 소리쳣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한다는건 잣다는 것이다. 안 잣다면 고민같은거 할 이유가 없으니까.
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하지만 곧 인상을 풀고 아까처럼 해말게 웃으면서 말한다.
"안 잣지? 그럴거야… 너는 순진한 녀석이니까 그런 생각같은거 안 했을 거야"
억지로 믿고 싶어한다. 왠지 큰 죄를 지은듯한 기분이다. 원래 이런 느낌은 형이 들어야 한다. 내 자의로 그 녀석하고 같이 잔 건데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냐 이 말이다.
차라리 화를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