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엇다.
이 세상은 모두 썩었다.
살인, 강간, 방화, 미성년자 성폭행, 불법 비자금, 자살, 전쟁, 강도, 사기, 폭력
셀수도 없이 많은 죄, 언제나 암울한 세상의 이야기를 지껄여 대는 뉴스. 누구나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죄 없는 이가 없으니 천국은 몽상가들의 낙원일 뿐이다.
쓰레기
세상은 쓰레기통, 쓰레기통 안에 사는 우리들은 쓰레기의 한 조각. 누가 어떤 쓰레기인지 알 바 아니다. 쓰레기는 운반되어져 소각장에서 태워지거나 매립지에 묻힐 뿐.
지독한 녀석들은 묻혀서도 썩지 않고 대지를 병들게 한다.
"심심해…"
무료하다. 어제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똑같은 날의 반복일 뿐, 새로운 것이란 반복되는 일상 속의 미묘한 차이일 뿐.
-툭
굴러가던 돌을 걷어찼다. 그 돌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하수구에 폭 하고 빠져 동심원을 만들어내며 더러운 물 속에 갇힌다.
"하아…"
요즘, 부쩍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만큼 세상이 지겹고 무료한 것이다.성일 중학교 3학년… 이게 현재 내 사회에서의 위치이며 내가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의 자리들 중 하나다.
몆십억개의 개체들 중 하나.
그게 내 존재 가치이며 삶이며 전부다. 인간이란 그저 숨쉬고 움직이는 다른 생물보다 '조금' 더 발달한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흐음…"
집에 가는 길… 수십, 수백번 오고간 길이라 그런지 이제는 길의 구조는 물론이고 어디에 뭐가 붙어있는지도 너무나 잘 안다. 그것이 너무도 지루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내일도, 그 내일도, 또 그 내일도 똑같은 삶의 반복.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미치지 않은게 용하다 해야겟지,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학생들은 모두가 초인이라 칭할 만 한가.
"후우…"
변화, 변화를 꿈꾼다.
-덜컥
어느 새 나의 보금자리에 돌아온 나는 기계처럼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섯다. 꽤 낡은 건물의 2층, 그곳이 나의 터전이며 내가 살아가는 작은 공간이다
채 20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 이 곳에서 나의 가족 4인이 삶을 영위해 간다.
우리 집은 잘 사는건 아니었다. 몆해 전 아버지의 사업이 송두리째 망해 버리고 나서는 이곳으로 도망치듯 이사와 살기 시작한 기억 밖에는…
꽤 오래 전 일이라 아버지가 하셧던 일이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어쨋든 아버지는 노력하셧고 집안에서 가정주부를 하시던 어머니는 일을 나가시기 시작했다. 빛에 찌들어 살다 최근에야 빛을 다 갚고 겨우겨우 피기 시작한 생활이었다.
"망할놈의 집구석…"
16살의 나이에 내뱉기에는 조금 독특한 말인 것 같다. 주방과 좁은 거실, 안방, 화장실, 그리고 형과 내가 쓰는 방. 그리고 집 밖의 창고,
집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아파트며 개인주택이며 다들 잘 사는데 우리집만 이게 뭐냐며 부모님께 대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개념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하며 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는 집이 아니라 그 자체, 내 삶에 불만이 많다. 무의식적으로 거울로 다가가 내 외모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170cm 정도의 남자로서는 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외모, 약간은 창백한 피부. 어딜봐도 나은 구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못난 구석이 없는 거지만 어쨋든 딱 '어중간하다' 라는게 전체적인 날 본 사람들의 평이다.
지루한 일상, 변변찮은 집안 사정, 외모, 학업 실적 등의 수많은 요소들이 내 삶을 더더욱 지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킥킥…"
하긴, 학교라는 곳은 즐거운 곳이다. 허구헌날 여자를 따먹겟다는 둥 어제는 담배 세갑을 폇다는 둥의 이야기를 해대는 쓰레기 양아치 놈들과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면서 똑같은 놈에게 맞고 다니는 찌질이 녀석들.
하지만 더 웃긴 것들은 찌질이 놈들에겐 한없이 강하면서 양아치 놈들에겐 아부하고 빌빌거리는 더한 찌질이 놈들, 더더욱 웃긴 건 내가 그런 찌질이 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만은 상위권 안에 든다는 걸 자랑으로 여겨야 할까.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에 인생은 즐겁다지만 나는 그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
그들은 타인이고 내가 그런 헹세를 하는 것은 학교생활을 최대한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다. 최소한 병신같은 놈들에게 방해는 받지 않아야 하니까.
"후우…"
컴퓨터, 최신형이다. 안 되는 게임은 없고 모니터도 18인치 LCD 모니터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지금 통장에 들어와 있는 돈만 약 40여 만원, 모두가 3만원으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불려 놓은 돈이다. 원래 180만원 정도가 들어 있었지만 저 컴퓨터를 사는데 대부분을 써 버렸다. 저런 비싼 최신형 컴퓨터를 부모님이 사 줄 리가 없으니까.
게임은 하지 않지만 게임머니를 싼값에 사들여서 조금 더 가격을 높여 파는 것, 하지만 딱히 돈을 쓸 곳도 없고 그냥 모아두고만 있는 중이었다.
물론 180만원이란 큰 돈을 버는건 쉽지 않았다. 우연히 한 게임의 시세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싸게 엄청나게 사두었던 게임 아이템이 가격이 3배나 뛰어서 엄청난 이득을 본게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지만…
안 건드려 본 게임이 없고 새로나온 게임은 아이디를 사서 대충 즐긴 다음에 다시 되팔았다. 물론 이윤을 남겨서.
"지루해…"
-틱
컴퓨터의 전원을 켯다. 최신형이라 소음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전에 쓰던 컴퓨터의 시끄러웠던 소음을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변화
내가 바라는건 이것밖엔 없었다.
램프의 요정이나 드래곤 볼이 진짜로 있었다면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빌 소원은 한없이 많았지만 지금 가장 간절한 소원은 '변화' 였다.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더 독특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것. 그것이 지금 내 소원이고 소망이었다.
-파앗
화면이 떠올랐다. 대략 5개 정도의 게임들. 형이 하는 게임이다. 형은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수능에 시달릴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형은 실업계라서 수능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매일 밤 10시에 들어오는 형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안타깝기도 하다.
그것 때문에 게임을 몆개 깔아서 최고렙 캐릭터를 산 다음 내가 키웟다고 거짓말 하고 형과 같이 하고있는 중이기도 했다.
형은 나완 다르다. 공부는 어떤지 모르지만 얼굴도 잘생겻고, 친구들도 많았다. 뭐 나도 친구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형은 그 숫자를 훨씬 상회한다. 휴일이 되면 뭐가 바쁜지 바쁘게 돌아다니는 형 때문에 엄마가 줫다고 거짓말 하면서 얼마씩 주고는 했다.
주객이 전도된 듯 했지만 나에게 형이란 존재는 그 존재 만으로도 내게 큰 가치를 부여해 준다.
언제는 나에게 괴롭히는 녀석 있으면 말하라고 큰소리치던 기억이 난다. 내 앞에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던 형 친구도 생각이 나고 말이다.
뭐 없는건 아니었지만 내 일로 형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런 놈들 신경 안쓰면 알아서 사라질 것이기에.
-타닥
인터넥 익스플로러를 더블클릭하고 인터넷 검색엔진을 띄웠다. '네이버' 요즘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엔진이라면 이것이겠지.
"흐음…"
딱히 할 것도 없다. 실시간 검색어라는 사회 이슈를 볼 수 있는 기능조차도 현재 1 위는 '조정린 미니홈피' 일 뿐 별거 없었다.
-타다다닥
그냥, 지나가다 나뭇잎을 꺾는 심정으로 언젠가 판타지 소설에서 본 적이 있던 단어 Polymorph 를 쳤다.
Polymorph
1.【생물】 다형(多形), 다형체 2.【결정】 다형체, 동질 이상(同質異像)
이건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였다.
"하, 뭐가 있을리 없잖아…"
마우스 휠을 내리던 도중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Polymorph
웹사이트였다. 밑에 있어야 할 회색빛 글씨로 된 설명은 하나도 없었고, 굵고 푸른 글씨는 내가 한 번도 그걸 클릭해본 적 없다는 것과 왜지 모를 유혹을 풍겨왔다.
-달칵
본능이 위협했다. 이걸 클릭하면 앞으로는 돌이킬 수 없다고, 일상적인 생활은 더 이상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걸 누르면 뭐가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그런 비논리적인 일이 일어날 리 없다. 금단의 사과를 먹는 이브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가슴이 미약하게 뛰었다.
-타다닥
웹창이 뜨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화면이 올라왔다.
"엥?"
검은 화면
다른건 없었다. 뭔가 불쾌한 것에 걸렸다고 생각한 나는 재빨리 그 창을 꺼버렸다. 왠지 기분이 묘했다.
"뭐…뭐지?"
웹창을 끈 나는 더더욱 당황했다. 분명히 존재해야 할 그 Polymorph 라는 웹사이트 링크가 없어져 있던 것이었다.
"뭐야… 재수없게시리…"
태그(tag)의 일종인가 하고 생각해 버리고 그냥 모른척 넘어가 버렸다. 그런 태그가 있을리 없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내 사고 자체가 이상하게 되어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혼자 저녁을 먹고 이불을 깔고 누웠다. 부모님들은 늦게 들어오셔서 밥은 혼자 먹는 수 밖에 없다.
좁은 방, 채 6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 8시,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 아까 겪었던 이상한 일도 그렇고 지금은 왠지 일어나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지금 자고 있으면서 그냥 죽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는 내 의지가 너무 약하기에 자는 동안 죽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흐음…"
잠은 빨리 찾아왔다.나는 별로 피곤하지 않아도 누우면 잠은 잘 오는 편이었다.
꿈… 이건 꿈이다.
느낄 수 있다. 꿈을 꾸다 이게 꿈이라는걸 눈치채면 바로 깨긴 했지만 이번은 조금 색달랐다. 어두운 공간에 나 혼자만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허공에 붕 뜬 기분은 상당히 요상해서 토할 것만 같았다.
[소년이여 변하고 싶나?]
"에… 뭐야?"
갑자기 귀에 요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은 아니다. 이건 꿈이니까. 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건 가능한 것이다. '꿈' 이라는 전능의 세계에선 불가능한 것이 없으니까.
[소년, 변하고 싶나?]
"그 전에 넌 누군데?"
꿈이라 그런지 목소리를 의심하기는 커녕 난 그것에 대해 장난조로 말을 걸고 있었다.
[지독하게 단조로운 일상을 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지?]
"그, 그건 그런데 넌 누구냐고"
[그건 알 필요 없다. 난 네가 부르기에 왔고 지금 이렇게 네 앞에 있을 뿐이니까]
꿈 속에서는 거의 모든 사고가 능력을 잃는다. 지금 내 상태도 마찬가지여서 약간 몽롱한 의식 속에 나는 그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변한다고 하면 변하게 해주나?"
[당연하지]
"내가 원하는 대로?"
[그건 아니다]
뭐하자는 거지…
"그럼 뭐야, 저리 꺼져"
[네가 변하는 건 내 마음대로다. 네가 날 부른 순간부터 너의 변화는 정해져 있었던 거지]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에에?"
[그럼 변화를 즐겨라 소년!]
-폴리모프(Polymorph)-
쉬쉬쉭!!
그게 끝이었다 내 꿈은… 꿈의 흐릿한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갔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 꿈은 이미 내 기억 속에서 완전하게 사라져 있었다.
-흔들흔들
"으으응으응"
아침이라 그런지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쥐고 흔드는지 머리가 울린다. 아마도 형이겟지, 매일 학교에 늦을까봐 날 깨우는 형이 자꾸만 부담스럽다.
"아… 좀 더 자게 냅둬"
"너 누구야"
형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냅두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게 느껴진 건 착각이었을까.
누구냐니, 뜬금없이 무슨 삽질하는 소리…
"너 누군데 남의 집에서 자는거냐? 내 동생은 어쨋어…"
"무슨 헛소리야… 졸려 죽겠는데"
결국 재촉에 못이겨 일어나면서 말했다. 자꾸 얼굴에 뭔가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스륵
뭔가 걸리적거리는 그 무언가를 귀 뒤로 밀어넘기고 나서 형에게 말했다.
"일어날 테니까 그만좀 해…"
가끔 내가 늦게 일어난다며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 형이었기에 오늘도 뭔가 뜬금없는 장난이겟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아, 누구냐고"
형은 왠지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져 있다는 정도? 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나?
"나… 수현이잖어 무슨 소리야…"
"니가 어딜 봐서 수현인데… 난 수현이 형 성현이거든?"
"아 진짜 아침부터 장난치지 말고 얼른 먼저 씻기나 해"
장난도 이쯤 하면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 왠지 온몸이 뻐근해서 기분도 안좋은데, 형은 왠지 나보다 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네가 어째서 내 동생 옷을 입고 여기서 자고 있는건지는 모르겟는데, 정 의심스러우면 거울좀 봐라 응?"
"아나 진짜…"
-벌떡
화가 슬슬 나기 시작한 나는 형이 바라는 대로 거울을 보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전신거울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어… 이게… 뭐야"
-털썩
내가 아니다. 거울에 비친 건. 이건 내가 아니라 여자였다. 내 스스로가 너무 놀라서 뒤로 나자빠져 버렸다. 나는 내 얼굴을 더듬으며 내 피부의 감촉을 재확인했다. 내 피부는 거친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희고 부드럽지 않았다. 내 팔은 이렇게 가늘고 빈약하지 않았으며 내 얼굴은 이렇게 예쁘지 않았는데다가 내 머리는 검은색이긴 했지만 이렇게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내 가슴을 이렇게 솟아올라있지 않았다.
"이, 이게 뭐야!!"
형은 지금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놀라서 지금 저러고 있는 건가… 이해가 된다. 야자 끝내고 돌아와서 지쳐 쓰러져 자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니 옆에 자고있는건 이런 미소녀라…
내 모습은 꼭 소설이나 만화에 나올듯한 완벽한 미소녀의 모습이었다. 있지도 않았던 쌍커풀과 커다란 눈, 분홍빛 입술, 오똑한 코… 어딜 봐도 나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이런 게 나라고??
"이제 이해 됐냐? 너 누구야… 내 동생 어쨋어"
"혀, 형…"
"썅! 내가 왜 니 형인데 응? 기집년이"
화내고 있다. 화내고 있는 형은 무서웠다.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것인지는 나도 모랐다. 아니 알리가 없……
순간, 어제의 그 일이 떠올랐다. 기묘한 일,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어쨋든 지금 일을 빨리 설명하지 않으면…'
"혀, 형 나 수현이야… 수현이… 나도 지금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겟어…"
"아… 니가 왜 내 동생이냐고"
형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형은 진짜로 화가 나면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말한다. 지금 형의 말투가 그랬다.
"그, 그래! 형 2년 전 여름방학때 나랑 택시타고 시내 가다가 사고나서 여름방학 내내 입원했었잖아!! 생각 안나?"
"그, 그걸 니가 어떻게…"
형은 처음 보는 사람이 그걸 알고 있자 당황했는지 한발 뒤로 물러섯다. 화도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보였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하나 더 말했다.
"그때 형 지루하다면서 링거 뽑고 병원 나가려다가 잡혔었잖아? 기억 나지?"
"기, 기억…나지… 니가 그걸 어떻게…"
"나 수현이라고!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겟어…"
그래서…
거실에 우리 가족이 다 모여 버렸다.
"네가… 수현이?"
엄마가 놀란듯이 날 보고 물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담배만 피우고 계셧다. 아침 .7시, 학교에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7시 30분, 형은 이미 등교해야 하는 시간을 훨씬 오버해 버렸다.
"나,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겟어 엄마…"
엄마도, 아빠도 회사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된건지 이유는 모르겟고?"
"네…"
아버지의 물음에 자신없게 답했다. 미칠 것 같았다. 이렇게 된 이유가 아무래도 그걸 클릭한 것 때문인 것 같은데 그걸 말할수도 없고… 그리고 클릭한번 했다고 몸이 이렇게 된다니, 미친놈이란 소리 듣기에 딱 좋다.
형이 설명은 다 해 놓아서 나에 대해 의심 하는건 없었다. 하지만 뭔가 '이질감' 이라는건 존재하는지 나에 대해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라. 자신과 지내던 가족이 갑자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있다면 자신은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십중팔구는 아마 다가가기도 힘들 것이다.
"후우… 어쨋든 다녀와서 이야기해 보자. 수현이 오늘 학교는 안 가는게 좋겟고…"
"그래, 엄마가 선생님한테 얘기할 테니까…"
"네에…"
"성현이는 얼른 학교 가고, 늦었겠다"
"네"
아침밥도 먹지 못한 채로 형은 먼저 서둘러 가방을 메고 가 버렸다. 아버지도 정장을 입고 출발하시고 어머니도 화장을 하기 시작하셧다.
하아…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화장을 하는 건가… 못말려…
"다녀오세요…"
-덜컥
"그러마"
아버지는 서둘러 집을 나가셧다. 어머니도 심란하긴 했는지 화장을 10분만에 얼른 끝내고서 집을 나서셧다.
"엄만 네가 수현이라고 믿어…"
"믿는게 아니라 맞다니깐?!"
"그래…"
엄마도 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