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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4화 (8/8)

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4화 

10월 5일(일)21:00 

해부대 위에는 은색빛의 트레이 두개가 나란히 있고 각각 많은 양의 밥과 정성스럽게 잘려있는 돈까스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도자기 그릇, 블랙 카레가 가득 담겨있는 은색빛의 소스 그릇, 그리고 짱아찌를 담은 작은 접시가 한세트로 되어 있었다. 

백의의 마스크 군과 나는 낯익은 철제 마루 의자를 갖다놓아 앉고는 무럭무럭 김이 올라오는 식판을 앞에 두고 꿀꺽 침을 삼켰다. 

"감사히 먹으라구." 

"와아... 이건 맛있겠는데요..." 

"과연 프로라는 거네, 내가 집에서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달라..." 

"오, 너 요리도 하는구나." 

"돈이 없어서 자취하면서 여러가지..." 

"그런가.." 

두서 없는 잡담을 하며 짤그락 짤그락 식기 소리를 울리면서 솜씨 좋은 밥에 소스를 붓고, 오너가 덤으로 가지고 와 준 캔맥주의 손잡이를 비틀어, 먼저 한모금 쭈욱 들이켰다. 

라고 생각했는데, 피부가 벗겨진 왼쪽 반신의 입가에서 주루룩 찬 것이 쏟아지는 감각에 얼떨결에 턱을 치켜들고 얼굴을 천장을 향한채로 단숨에 삼켜버렸다. 

"으으...입술이 없어서 그런가, 음식먹기가 꽤나 힘들구나.." 

"뺨과 입술이 덮고 있지가 않으니 그쪽에는 입으로 물고 있는 것도 힘들겠네요, 얼굴을 기울여서 어떻게든 오른쪽 절반만 사용하게 해야겠네요." 

"그렇네.." 

시키는대로 조금 얼굴을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캔을 입에 대어 조금씩 내용물이 입속에 들어오면 혀를 사용하여 목구멍 아래로 유도시켜 흘러내려 보낸다. 

맥주캔의 절반 정도를 비웠을 때는, 어느정도 요령이 생겼다. 

"음... 이렇게라면 어떻게든 되겠네... 이제 어느정도 잘 마실 수 있겠어." 

문득 건너 편에 앉은 백의의 마스크 군 을 바라보니 트레이에는 맥주가 아니라 콜라 350ml짜리 캔이 올려져 있다. 

"어라, 너 술은 못마셔?" 

"아뇨, 마실수 없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한테 괜히 피해가 갈까봐요..." 

"나도 술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구, 자. 내것 좀 도와줄래?" 

"저까지 취해버리면 안돼요. 저기 좀 보세요..." 

그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면 오너가 맥주병으로 병나발을 불고있다. 

"고래다..!" 

"이봐, 이건 보리차 같은 거야, 보리차" 

"맥주입니다만.." 

"뭐, 오너가 술에 강한 것은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럼 도와줄래?" 

"네, 마시겠습니다... 아! 지금 이쵸우 씨 장기를 모두 꺼내버려서 안쪽이 비어있죠? 그 상태에서 음식물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그래, 나도 그게 궁금해서 빨리 지금 시험해 보자는 거야." 

"뚜껑도 떨어져 있어서 속도 다 보이고 딱 좋네. 먹은게 그대로 떨어져버리면 조금 그럴테니, 일단 뱃속에 접시라도 하나 놔둘까?" 

숟가락에 카레를 산더미처럼 쌓은 채로 뱃속을 들여다보고 있던 오너가 말한 최악의 참사를 상상한다. 

꿀럭꿀럭 목구멍 부분에서 짜내여지는 잘 다져진 카레 라이스, 텅 비어있는 뱃속에 끈적끈적하게 흩어져있는 잘 다져진 카레라이스, 그런 뱃속을 들여다보고는 울면서 잘 다져진 카레 라이스 투성이의 몸을 청소하는 나. 

"…그래, 일단 뱃속에 접시부터 넣어 두자..." 

백의의 마스크 군에게 부탁하여 조금 작은 트레이를 해부대 밑에서 꺼내고 뱃속에 집어넣는다. 

"그럼...이번에야말로 먹을 수 있겠네.. 음.. 꿀꺽... 꿀꺽..." 

맥주를 마실 때 처럼 조금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돈까스와 밥이 적당히 쌓여있는 숟가락을 입안에 넣어 어느때보다 정성스럽게 음미하고 다른 두 사람이 가만히 응시하는 가운데 혀를 사용하여 천천히 목으로 삼킨다. 

꿀꺽 하고 목을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둘의 시선이 천천히 목을 지나 그 아래로 움직여 간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확인할 용기는 생기지 않고, 뻐끔히 열려있는 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약간 턱을 들어 두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점점 아래로 아래로 자세를 낮춰 텅 빈 몸통속을 살피다가, 고개를 치켜들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에서 아마 목을 지나서 내려와야 할 것이 아래로 나오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는 몸을 비틀어 두 사람과 함께 빈 뱃속을 들여다보았다. 

"어디… 갔죠?" 

"확실히 꿀꺽 하는 소리가 났어, 내가 똑똑히 들었다고." 

"그래, 확실히 잘 씹어 삼켰어. 내가 확실히 느꼈으니까 틀림없을 거야." 

텅 빈 몸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밥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어, 세 사람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어떻게.. 된 거죠?" 

"이상하네." 

"음, 어쩌면 이지만, 내가 아는 인형의 신체가 된 사람들도 몸이 텅 비어버린 상태인데 음식을 많이 먹어도 절대 몸속에서는 발견되지가 않아서, 아마도 입에 넣은 것을 목구멍에서 단숨에 소화하고 흡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내장 기관이 없어져서 그것과 비슷한 기능이 작동하거나 하고있지 않을까?" 

"목구멍에서 소화가 바로 돼버리면... 딥 스로트 라던가 굉장히 위험하지 않아?" 

"음......딥 스로트가 뭐에요?" 

오너와 나는 무심코 한번 얼굴을 마주치고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상태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의의 마스크 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에? 뭐에요? 뭐가 위험하다는 거에요?" 

다시 한번 오너와 얼굴을 마주보고 우리 둘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그런 것보다 백의의 마스크군, 모처럼 우리 전속 요리사의 요리니까, 아직 따뜻할 때 얼른 먹어 버려." 

"그래, 그래, 먹어야겠네. 그리고 딥 스로트라고 하면 워터 게이트* 사건이지. 공부가 아직 부족하네, 마스크 군." 

"그래, 그 그거, 워터 게이 뭐라고. 상식이지 상식. 나는 슬슬 가서 접객을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둘 다 힘내. 뭔가 곤란한 것 있으면 적당히 내선으로 불러주면 손을 빌려줄께." 

오너는 그렇게 말하고 팔랑 팔랑 손을 흔들고는 하이힐로 능숙한 스텝을 밟으며 해부실을 떠났다. 

남겨진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늦은 민찬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이런 잘 요리된 음식을 먹는 건 처음이네, 무지 맛있는 돈까스 카레에 둘 다 정신 없이 기를 쓰고 그저 짤그락 짤그락 식기 소리를 울리며 수저를 열심히 입에 날라 접시를 점점 비워갔다. 

참고로 딥 스로트가 상당히 마음에 걸렸는지, 백의의 마스크 군은 끝까지 뭔가 납득이 가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골반에 이렇게 맞춰서.. 네, 그리고 소장을... 그래, 됐어요 됐어요." 

식사를 마친 한숨을 돌린 후 백의의 마스크 군의 제안으로 장기를 집어넣는 방법에 대한 지도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의 일이니까, 인체 모형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게 해놔야죠." 

하고 어딘가 이상한 듯한 논리라는 생각과 함께 리놀륨 바닥에 책상 다리를 하고 뱃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로 트레이 위에 수북하게 번들번들한 장난감 같은 질감의 장기들을 받아 지시에 따라 차례로 몸 속으로 끼워맞췄다. 

"제대로 장기도 한 개 한 개 코팅 한 후에 다시 몸통 안의 적당한 장소에 맞춰서 그 상태로 왁스를 한번 더 발라 두었어요. 그러므로 각각의 장기가 퍼즐맞추기처럼 예쁘게 끼워맞춰진다라는 느낌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거죠. " 

몸통의 덮개와 장기의 왁스칠 후에 깨어나 해부대에 누워져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과연 그때의 저것이라고 납득한다. 

"저기, 소장은 원래 정말 그냥 길쭉한 관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지만, 이걸 뱃속에 까운 상태에서 왁스 코팅을 했기 때문에,  자, 보세요.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 한 이런 뭉치는 느낌으로 맞추기가 조금 쉬울거라구요?" 

그러면서 모처럼 몸에 잘 끼워맞추었던 소장을 끝에서부터 쭈우욱 잡아당기면 몸통 밖에서 꾸불거리는 라면 면발처럼 하나로 합쳐져 간다. 

"아...아-아... 모처럼 넣었는데." 

"그렇네요, 소장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다시 넣는 연습 겸 해서 처음부터 다시 해보죠." 

자기가 뽑았으면서... 그는 내 몸통 안에 예쁘게 자리잡고 있었던 신장과 대장, 자궁이나 방광 등을 다시 꺼내어 은색빛의 트레이에 담아간다. 

"아아... 좀 귀찮은데.... 왁스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이거 봐, 가뜩이나 몸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말이야!!~..." 

"힘들다고는 생각 되지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목적으로, 장기마다 각각 자석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래서 대충 맞는 배치로 넣어두고 있으면 자동으로 자석에 끌려 제자리에 깨끗이 맞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대충 넣어도 잘 돼요. 뭐, 그것 때문에 이상한 데 붙을 수도 있어서 힘드시겠지만요... " 

"이렇게 계속 자신의 뱃속을 들여다보는 자세는 정말 힘든 거니까 말이야..." 

"우선은, 인체 모형으로서의 자각을 가지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입을 삐쭉거리면서도 방광 그리고 자궁과 같은, 하복부에서부터 장기를 차례대로 넣어간다. 

"좋아요, 그 상태로.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할 때 까지 5분정도로 맞춰볼까요." 

"해외 드라마 같은데 자주 보이는 군대나 경찰의 총기 조립 훈련 같은 게 아니니까 시간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후후.. 그럴듯한 비유네요. 저는 일단 그릇 좀 돌려놓고 올 테니 열심히 해주세요." 

백의의 마스크 군이 방을 뒤로하고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몸에 다시 끼워맞추려 글자 그대로 손에 들고있던 신장과 함께 싸늘한 리놀륨 바닥에 몸을 내던지듯이 눕는다. 

편하게.. 그러니까 힘을 빼면 그것은 자동적으로 온몸을 덮고 있는 왁스의 코팅 효과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립 부동의 자세로 고정되었다. 

시선을 옆으로 옮겨 가면 거기에는 녹색 바닥에 흩어진 흰색 또는 분홍색이나 검붉은 색을 띄고 있는 진짜 같이 생긴 모조품 장기들이, 그리고 그 옆에는 플라스틱 인체모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의 내가 누워 있는 것이다. 

하하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지금 이 방에 들어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인체 모형이 어떻게 넘어져서 내용물들을 흩뿌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지금 나는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물건으로 보이겠지,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몸을 벌떡 일으키고 바닥에 널려져 있는 장기를 차례로 몸에 넣는다. 

" 좋아, 완성! 이거 1분도 안 걸리잖아? 흐흐..." 

끙끙대면서, 해부대에 지탱하면서 제대로 가누기 힘든 몸을 어떻게든 고생고생해서 일어나게 하고 저벅저벅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문으로 발걸음을 옮겨 귀를 갖다대고 귀를 기울여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중하게 문을 열고 만약을 위해 이번에는 살며시 밖의 모습을 확인한다. 

영업 중이기 때문인지 직원 전용의 어두컴컴한 통로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살금살금 방에서 나와 손을 뒤로하여 문을 닫고는 바로 맞은 편에 보이는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 대기실 』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여진 고풍스러운 구조의 나무 문을 살짝 열었다. 

킥킥... 

2장 정도 넓이의 그 방은 막 지은 듯한 콘크리트 벽면에 마루 바닥을 기본으로 왼쪽은 목재 라커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벽면에는 천장의 네 귀퉁이에 스피커를 매단 입체 음향 시스템을 완비한 50인치 액정 모니터가 두대 설치되어 있고, 바로 정면에는 몇대의 콘솔 게임기들이 케이블이 얽힌 채 난잡하게 뒹굴고 있었다. 

정면의 벽에는 냉장고에 드링크 서버 위에서 아래까지 만화책으로 가득 채워진 책장이 여러개 늘어서 있고 방 곳 곳에는 짙은 갈색과 회색의 비즈 소파 여러개가 난잡하게 뒹굴고 있었다. 

직원 전용의 대기실... 이라고는 이름뿐이고, 너무나 설비들이 좋아서 『플스방』이라던가 『노래방』같은 여러가지 유감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원래는 영업이 끝난 때 부터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할때 까지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지만, 그 한가한 시간을 때우려고 누군가가 만화를 갖다놓고, 누구는 집에있던 TV를 설치하고, 또 누구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다놓고 또 다른 누구는 게임기를 가져오고, 누구는 냉장고를 원하고... 여러 물건을 마구잡이로 갖다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업중에도 틈만 나면 한가해진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항상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우연히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이건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문을 닫고,  슬금슬금 방 가장 안쪽에 놓여있는 비즈 소파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우선 앉아서 한숨을 한번 크게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곧장, 소파에서 발을 마루 바닥에 내리고 조금씩 전신의 힘을 빼서 점점 직립 자세로 바꿔간다. 

이윽고 완전히 온몸의 힘을 빼자 직립 부동 자세가 되어,  거기에는 소파에 상반신이 반쯤 걸쳐진 채로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인체 모형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으음.... 누군가 오지 않을까...) 

그때, 때마침 몇몇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귀에 들려온다. 

(혹시...이쪽으로.... 온다 온다 온다...!) 

발소리는 문 바로 밖에서 한번 멈추더니 끼익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무 문이 열린다. 

"일요일 근무는 나른하네~" 

"에휴... 그래도... 내일은 휴일이니까…" 

들어온 것은 두명, VIP룸의 전속 직원들. 단발 보브컷에 팔랑거리는 마린 블루 빛깔의 원피스 차림을 한 항상 조금 겁먹은 듯 보이는 심약한 분위기의 츠나개 이루구 마사시기 참치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트윈 테일에 온통 붉은 차이나 드레스의 틈새에서 잘 빠진 각선미가 들여다보이고, 항상 지기 싫어하는 여장부같은 성격의 우두에 허술하기 규우 양이다. 

둘 다 너무 자기 일에 대해선 과묵해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참치 양은 아마 고교생 정도, 규우 양은 스무살 조금 넘은 정도로 어느 쪽이라도 매우 매력적인 여자들이다. 

VIP룸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두 사람의 미모를 보니 이 가게의 특성상 별로 건전하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지도 몰라 가게 안에서 마주치더라도 이쪽에서 두 사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후우....저...저건...?" 

"우앗! 알몸? 사람? 저거? 으음..으으응? 이건..인형인가?" 

둘 다 소파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인체 모형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 

황급히 문 쪽을 향했던 시선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든다. 

"아, 과학실에서 잘 보이는 거였구나, 이거." 

"아…응. 근데.. 왠지... 좀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 

학창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과학실에 있던 인체 모형은 묘하게 쉰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 

"그래.? 나는 별로 이상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응... 그래도 이거...좀..  좋은 냄샌데. 향수인가?" 

평소 향수는 쓰지 않고, 참치 양이 느끼는 것은 아마 어제 업무가 끝나고 샤워를 할 때 사용했던 바디 로션의 향일 것이다. 

그리고 우생 짱은 어느새 여기저기 멋대로 조물조물 건드리고 있었고 갑자기 뱃속에 손을 넣고 내장을 차례로 꺼내기 시작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 전혀 나를 배려하지 않는 듯한 손놀림이었고, 너무나 간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폐에 기관지에...저기 심장, 심장은 그 사람의 주먹 정도의 크기라고 하지." 

"아... 규우 양… 의외로... 똑똑하네." 

"이 정도는 상식. 인데 지금 뭐라고 그랬지?." 

"아.. 미안.." 

" 괜찮아, 괜찮아. 사실 신경 쓰지 않았어. 이렇게 기운이 없어서야, 참치짱 심장은 콩알만한거 아니야?" 

" 음… 모르겠어. 내 것은... 본 적이 없는걸..."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 앞에서 살짝 쥔 주먹과 규우 양의 손에 들려있는 내 심장을 서로 비교 해 보는 참치 양. 

"어라...  창자가 이렇게 쭈루룩...." 

!!!!히이이이익! 

엄청난 기세로 뽑혀나가는 소장의 주름이 옆구리 아래를 스치며 몸통에서 장기가 빠져나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옆구리에 미묘한 강약조절을 하며 빠른 속도로 자극되는 감각으로 애써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다가 한순간 휴우... 하는 소리를 내뱉고 황급히 입을 닫아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코로 숨을 내쉰다. 

"엄청.. 길다…. 그런데, 너무 늘어나는데, 학교의 인체 모형이. 이렇게 부드러운 구조... 였던가?" 

"아니? 기분 나빠서 나는 만져 본 적 없으니까 모르고... 뭐 여기서 일하게 되어서 그런 것에는 꽤 익숙해지긴 했지만~… 대장좀 이리 줘." 

"그...그런... 여기에는 그..." 

그러면서 참치 양이 손으로 빼낸 대장을 규우 양은 거칠게 내던진다. 

대장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입구의 문에 철퍽 부딫히고 질질 끌리더니 떨어졌다. 

일단 다행히도 두 사람 모두 휑 하니 비어버린 몸통에 들어있는 내장을 보고 있는 것 같고, 표정 변화를 몰랐을 것 같아 일단 안심한다. 

"그래서- 함부로 만지고 있긴 한데, 이건 뭐하는걸까?" 

"주인은... 그게... 내 생각이지만……백의의 저 그..이상한..." 

"아, 확실히 그 사람 같네, 정말이야~.. 그사람 엄청 수상하단 말이지." 

백의의 마스크 군…확실히 직원에게조차 맨얼굴을 보이지 않고,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거기에 틈만나면 혼자서 가만히 메스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게다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은 웃고있다고)아무리 좋게 보아도 저것이 수상하지 않은 녀석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두 사람은 천진난만하게 이 직장의 몇 안되는 남자 스탭인 그의 뒷담화로 대화에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차례댓 장기를 하나 둘씩 꺼내놓는다. 

"아, 텅 비었네." 

"... 비었다..." 

"오, 여기의 구조도 리얼하게 되어있네? 학술적인 목적이 있어서일까, 혼자 이런걸 어떻게 만들었지? 엄청 진짜같이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규우 양이 텅 빈 몸통에 흥미를 잃었는지, 다리 관절 사이에 있는 복잡한 구조를 한 부분을 때굴때굴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 했던 기습에 반사적으로 코에서 기세 좋게 숨이 흘려지자 순간 번쩍 하고 큰 눈을 부릅뜬다. 

"응? 지금 뭔가 조금 움직였던 것 같은데?" 

"에..?어디 어디 움직였나..? 표정이..왠지.. 바뀐 것 같은...?" 

둘이서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규우 양은 아직 손가락으로 그곳을 만지작거려 어설프게 평정을 가장해도 강하게 꼬집을 때마다 코에서 묘하게 숨이 새버리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원래 처음부터 조금 놀래켜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체가 들키더라도 큰 상관은 없었지만, 밝히기는 조금 이르다, 고 할까 이 상황에서 밝히는 건 조금...... 

더 나이가 많으면서 약간의 심술궂은 마음에 어린 소녀들에게 고간을 희롱당하면서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하며,인체 모형 척하는 ─ ─ ─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응... 피부가 절반이 없어서 조금 기분 나쁜데, 잘 보면 엄청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네." 

규우 양,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한쪽은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애무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내 뺨을 스친다. 

점점 시건이 몸통에서 얼굴로 향해 가는 것을 느끼고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시선을 가늘게 떨면서 더욱 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봐, 게다가 피부도 굉장히 이뻐. 질 만든 인형 같아." 

"아, 당연해.... 왜냐면 이건.. 인형이니까.." 

규우 양은 뺨에 닿던 손을 슬쩍 목 뒤로 돌려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반쪽만 남아 있는 입술을 달콤하게 물었다. 

"응... 부드러워…" 

억지로 입이 벌려지고 갑자기 혀가 들어와 작게 움츠려 경계하고있던 혀를 억지로 얽으며 좁은 입 안을 종횡무진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인체 모형 인형, 물건, 무기물, 필사적으로 참는다, 반응을 하지 않도록 되는대로 무의식을 열심히 의식한다. 

구강을 뺨의 안쪽에서 혀 뒤쪽까지 구석구석 핥아져, 힘 빠진 고무 덩어리처럼 되어버린 혀를 얽힌 채 마음대로 농락당하고, 주?욱 침이 늘어지면서 입술이 떨어진다. 

"후아..." 

규우 양은 뜨거운 한숨을 흘리고 손등으로 젖은 입술을 닦으며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시 얼굴을 가까이하여 빤히 눈동자 속을 들여다 보았다. 

"응...잘 만들었다고 할까 할 좀 지나치다고 할까.. 엄청 진짜같이 만들었네, 이거." 

"이게... 그래..?" 

"왜냐면 입안은 보이지 않으니까, 보통 이런 퀄리티는 필요 없는걸. 그리고 눈동자도 정말..."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상태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며 열심히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을 의식하려는데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린다. 

맛이 없고, 들켜 거의 한계일까, 스포일러를 각오한 순간 

"…해부용?" 

참치짱의 중얼거림에 나와 같은 얼굴로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던 규우 양이 그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음, 이런 곳도 해부연습을 해보겠다는 건가... 그 백의 씨의 소지품이라면 그런 것도 같네~" 

그리고 그때 문을 똑똑 노크 소리. 두 사람이 네, 라고 대답하고 곧 문이 열린다. 

"두사람 또 놀고있습니까? 일요일은 역시 한가하군요." 

들어온 것은 회색빛을 띄는 머리카락에 단발로 탄탄한 체구의 이곳의 전속 요리사, 만부 요로 모든 씨 였다. 

"으음, 이 상태라면 오늘은 더 이상 손님은 안 올 것 같은데." 

"참, 그쪽의 인체 모형은?" 

"음, 주인것인지 백의 군 것인지... 주방장꺼는 아니죠?" 

"아뇨... 물론 제껀 아니죠." 

그러면서도 만부 씨.. 요리사는 방안에 흩어져 있는 장기들을 주우려 한 팔 모으고는 주워간다. 

"응...이건 플라스틱이나 비닐이어서 조금 무겁네요, 원래 인체 모형을 부드러운 재질로 만든다는 것도 특이하다라고 할까 요즘에는 보통 이렇나요?" 

"나도 몇년 전까지 학생이었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는 딱딱했는데... 역시 부드러운 것은 드물걸요." 

"응... 보통은... 플라스틱으로... 딱딱하다…라고 생각해.." 

요리사는 비즈 소파에 앉아 양반 다리를 하고선 무릎 위에 인체 모형의 나를 올려놓고 장기를 끼워 넣어 간다.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코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괴롭힘당하고 있는 것에 수치심이 느껴져 조금 울상인 기색이 되면서도, 성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규우 양이나 참치랑 달리 성숙한 어른의 요리사는 그녀들처럼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침착하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게다가 정말 색감의 재현도가 높네. 본체도 매우 실제 인체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요리사로 그렇게 말하는 퀄리티라고 한다면 역시 백의 씨의 물건인가?? 역시 의대생이군."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폐를끼우고 모든 장기가 몸통에 장착되자 옆구리를 안겨 냉장고 옆에 기대어 세워졌다. 

"여튼 누군가의 소지품이라면 좀 더 소중히 다루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 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두 소녀들이 완전히 의기소침해져 버려서 좀 불쌍해 보인다. 

조금 타이밍을 놓쳤다는 생각도 들지만 진실을 밝히려면 지금밖에 없─ ─ ─다고 생각하여 마음껏 양손을 번쩍 들고 놀래키려던 그때였다. 문 너머의 복도에서 탁탁탁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갑자기 쾅 하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죄, 죄송합니다! 이쵸우씨.. 아니, 음, 그래, 인체 모형 못보셨나요!? 이 정도 크기의 인체 모형이요!" 

백의의 마스크 군이었다. 

"그것이라면 여기에..." 

주방장이 가리킨 나를 보고 백의의 마스크 군은 몹시 안도한 모습으로 어깨가 푹 처지더니 처음 들어온 방의 모습을 둘러보고 『 플스방 의 모습을 확인한다. 

"아, 맞아, 규우 양에 참치 양이죠, 수고 많으십니다. 요리사도 감사합니다" 

"응 응, 수고해써~" 

"안녕.. 하세요...." 

"아닙니다… 그거 아무래도 매우 중요한 것 같네요." 

규우 양과 참치짱 두 사람을 흘깃 보면서 요리사는 『 중요』 부분을 강조했다. 

그것을 듣고는 헤헤헤, 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두 사람. 

이거 부끄럽군요 하면서,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상쾌한 대답을 건네는 백의의 마스크 군. 

... 왠지 이제는 완전히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타이밍을 보고 정체를 밝히려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갑자기 그것을 한다고 해도 너무 썰렁하기 짝이 없게 될 것이라는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그래도 과감하게 정체를 밝혀 버릴까... 그러면 어떻게 정체를 밝혀야 할까...최대한 쇼크가 적은 방법을...아니, 역시 가만히 이대로 있는 것도... 

아니, 이런 전신 왁스로 반질반질하게 돼서 알몸이라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 아닌가? 색녀? 그것도 벌거벗었다고 할지...몸의 절반은 껍질까지 벗겨져서 근육과 힘줄과 뼈까지 노출되어있고 몸통은 뻥 뚫려서 내장까지 전부 만져지고 있고......! 

"그래서, 왜 이쵸우 씨는 그런 모습이신가요?" 

"음 그....., 아아!?" 

당황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곳을 꿰뚫고 발목을 잡힌 것일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주방장을 향해 목소리를 내버리면서, 반사적으로 답장을 해 버렸다. 

"어?" 

"네...?" 

"아...아... 들켜버렸네..." 

들켜서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움직이지 않은 것도 잠시 완전히 굳어진 몸에 힘을 바짝 주고 움직여 벽에서 일어나자 놀라움에 입을 딱 반쯤 열고 있는 두 사람과 사정을 알고있는 것 같은 한명을 보면서 조금 민망한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 이거 이쵸우 씨 였어요!?" 

"인체 모형. 인형…? 특수...화장...?" 

두 소녀들은 아직 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은 듯이 말했다. 는 느낌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채 사정없이 몸을 건드리며 꼬집고 문지르고, 또 주물러 보거나 하면서 제멋대로 나의 인체 모형같은 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의 느낌이 아닌데~? 역시 특수 분장인가?" 

"와우... 반질반질… 하네..." 

"잠깐, 신기한 척 하면서 은근슬쩍 가슴을 만지네! 안돼에에!" 

배에서 소장이 반쯤 빠져나온 채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두 소녀들의 팔을 뿌리치고 백의의 마스크 군의 등 뒤로 철썩 가서 붙었다. 

"아, 그런데 화 내고 있는 것 치고는 표정이 없어서 좀 섬뜩하네요." 

"가면..? 무표정... 무서워.. 왠어쩐지… 굳어있어...?" 

"의식하면 표정 정도는 낼 수 있어, 이거봐... 자, 씨익.." 

표정 근육에 힘을 주한껏 미소를 얼굴에 드러내다. 

"…우와…" 

"… 벌름벌름… 하고 있어..." 

"얼굴은 별로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킥 웃음소리와 함께 백의 마스크 군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려보아도 구해도 과장되게 양손으로 『 글렀다』라는 느낌으로 손짓하며 다른 모두와 변함 없는 의견을 말 없이 나타낼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겁니까-이건? 풀칠이 되어있는 건가...?" 

변함 없이 두 여자아이는 버릇없이 만지작 만지작 전신의 피부의 감촉을 살피고 있다. 

"저기요, 단순히 왁스를 바른 것 뿐이지, 이 피부도 가슴도 내장도 만들어진 모조품처럼 되어 있지만 확실히 내거니까!" 

"라고 말을 들어도 말이죠... 은이쵸우 씨 거울로 자신의 모습 보셨나요? 그냥 플라스틱 인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구요~?" 

"알고 있어!" 

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등뒤에 느껴지는 따듯한 감각에 무심코 팔짝 뛰었다. 

"반들반들해서.... 기분...  좋아..." 

어느새 참치 양이 등 뒤에에 철썩 몸을 붙이고 볼을 부벼대고 있었다. 

"잠깐! 붙지마! 붙지말라고! 저리가!" 

표정이 변하지 않는 얼굴로 코에서 후-후- 하고 숨을 내뱉으며 빠져나온 창자을 배에 걸면서, 발정기의 말괄량이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거리를 벌린다. 

"왜냐면 그런, 재미 있을 것 같은 몸, 장난감 삼고 싶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이 두 사람에게 어울려주면 멈출 줄을 몰라서 이 방은 백합 같은 핑크빛의 분위기가 끝없이 흐를 것만 같다. 

어쨌든 지금은 이녀석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원레대로 해부실에 돌아가야 한다, 이미 절반 정도 괴로운 상황에 발을 담근 상태였지만 이미 절반 정도라고만 해도 엄청난 귀차니즘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의 등을 꼭 꼬집어 해부실 쪽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아야! 뭐 하시는 거에요!" 

너무나 무감각한 그에게 초조하면서도 완전히 노출되어있는 한쪽 안구로 희번덕하고 노려본 후에 출구의 문 쪽을 턱으로 가리킨다. 

"아…네, 그럼 음, 이제 돌아갈까요?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의도는 어떻게든 전달된 것 같다. 

"이만 가봐야겠어.!" 

라고 어디에 등장하는 인물의 마지막 대사 같은 말을 하고 방을 나가려던─ ─ ─그때였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인체 모형의 모습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모습으로 이미 완성인가요?" 

시끄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 잠시 혼자 입을 다물고 있던 요리사가 갑자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질문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백의의 마스크 군을 바라보면 턱에 손을 얹고 뭔가 생각하는 모습, 거기서 잠시 간격을 두고 안경을 밀어 올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라고 한다면? 요리사분은 뭔가 생각이 있으신지?" 

"아니요, 벌써 상당히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만, 제가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때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체 모형은 말이죠, 분명 양 손발도 중간에 절단되어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뭐..라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확실히 거기에 남아 있는 인체 모형의 이미지는 사지 ─ ─ ─ 두 손발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개골도 따로 분리되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맞아,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인체모형의 뇌를 꺼내 캐치볼을 하고 놀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내 몸으로 그것을 한다면... 나는... 

"아...머리 말이죠. 역시 이쵸우 씨라도 거기에 손대면 무사할지 어떨지 몰라서..."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확실히 백의의 마스크 군이 대변해 주었다. 

역시 목숨을 저울질하면서까지 인체 모형을 재현할 생각은 없고 잘못하면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매우 보기 드문 진짜 인체 모형이 되버리고 말 것이다. 

"음, 그럼 일단 사지 절단은 어떠신지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요리사는 검은 앞치마 사이로 보이는 가죽 홀더에서 칼을 은빛으로 반짝이며 말하고, 천천히 아직 피부가 남아 있는 나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살며시 뼈의 위치를 확인하듯이 부드럽게 손가락읏 쥐었다 ─ ─ ─다음 순간. 

"...이봐요, 쉽지요?" 

요리사의 말의 의미를 깨닫지 나와 가운 마스크군, 말괄량이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는 가운데 쉭! 하는 소리가 요리사의 허리 근처에서 울려 퍼진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니 오히려 소리를 듣고 충분히 10초 정도는 됐을지도 모른다. 오른쪽 팔이 어깨 조금 밑의 근처에서 자로 그은 듯한 아주 가는 붉은 선이주욱 그어지더니 그곳을 기점으로 소리 없이 팔이 분리되어 마루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어?" 

"뼈 정도도 그렇게 큰일은 아니군요. 다른쪽도... 할까요?" 

"아, 음... 그 뒤는 제가 하는것이 좋겠네요, 괜찮아요." 

"그렇습니까? 언제든지 도와드릴 테니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오늘 밤은 손님이 오지 않는 한 이대로 이 방에 있을 것 같아서요." 

"네, 네... 호의는 감사합니다." 

팔꿈치로 옆구리 부분을 쪼여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등 뒤로 문을 연다. 

"자, 그럼 저희는 돌아볼게요.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요리사 이번에도 메스 청소좀 부탁해요." 

"네, 상관없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안녕~ 그 몸으로 꼭 한번 갖고 놀고야 말겠어요♪" 

"...또요...나도..꼭..." 

끼이이이... 문이 닫힌 방을 떠나 바로 맞은 편 해부실의 철 미닫이문을 열고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방으로 돌아갔다. 

"후.." 

"무서웠죠." 

"응.. 좀 뭐라고 할까 생각했어.." 

"… 결국 말은 안하셨군요." 

"보지 마!" 

데코핀을 먹이고, 방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해부대에 걸터 앉는다. 

"완전히 아까로 돌아갔군요." 

"음, 확실히 아까보다 조용하네... 여기..." 

"그래서, 어떻게 하실래요?" 

백의의 마스크 군이 어깻죽지에서 싹뚝 잘려나간 나의 오른 팔을 휙 휙 흔들면서 묻는다. 

"사지를 절단한다는 것~? 으응....." 

"매주 수조에 전시될 때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빌려지는 거잖아? 너의 권한을 떠나는 거지? 그래서 신체의 자유를 더 이상 잃는 건 조금 불안해.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면 안되겠지?" 

"과연.. 그러면 이동식 거치대를 사용하는건 어때요? 붙었다가 뗐다가 하는 느낌으로요." 

"그거 가능한거야?"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그런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구요. 그야말로 누님이 말하는 완벽한 인형의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지만..." 

"으음-…근본적으로 신체가 세세하게 다르니까 말이지. 뭐 무리겠지만..." 

백의의 마스크 군은 자못 안타깝다는 느낌으로 호들갑스럽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해부대 옆에서 잘그락 잘그락 수술 기구를 준비한다. 

"거기까지는 저도 무리죠... 네, 그쪽 어깨 좀 이쪽으로 해보세요." 

그가 시키는 대로 중간에서 싹 절단되어버린 오른쪽 어깨를 내밀자 그 잘린 오른 팔을 대고 신중하게 위치를 조정한다. 

"멋진 단면이네요. 뼈도 보통 사람은 상당히 딱딱하지만.... 베인 상처가 깔끔해서 그대로 달라붙을 것 같은데요, 그냥 붙을 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봉합해 놓을게요. 음...... 반대쪽 손으로 좀 붙잡아주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고 몸 조직이 치유될 때 느껴지는 약간 찌릿찌릿 하는 느낌이 드는 접합면을 꽉 누르자 겨드랑이 근처에서 바늘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여 접합부를 뚫고 나오면서 낚싯줄 같은 팽팽한 느낌의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실이 단단히 팔을 이어 간다. 

"조금만 붙여놓으면 알아서 회복되니까 편하더라구요. 신경이나 뼈나 근육과 이것 저것 마구잡이로 붙어 버려도 되니까요. 절단된 팔의 접합은 사실 이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의료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적당히 수긍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본다. 

"응..일단 팔도 이어지고 몸이 온전하게 있는 것은 좋네, 구체적으로 내일부터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뭐 하면 좋다는 거야? 잘 생각하면 자세한 것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신경 쓰였는데..." 

"아, 그랬지요.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네요. 자, 봉합 끝...... 조금만 잡고 있어주세요, 부목으로 덧댈테니까요." 

나는 훌륭한 봉합 자국에 감탄하면서 팔을 지탱하고 백의의 마스크 군은 벽에 있는 스테인리스 와 유리로 된 보관함 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글쎄, 이쵸우 씨의 렌탈을 원하고 있는 사람, 저의 선배로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단 부자라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렸었죠?" 

"그래, 확실히 자산가라고... 그리고 여기 VIP회원이기도 하다 라는 것도 들었어." 

"네, 네. 이름은 타츠키, OO고등학교 생물 교사입니다." 

"....왠지 쎄보이는 이름..그런데 OO고등학교라면...., 어쩐지 그 학교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 것 같은데..." 

"아아, 이쵸우 씨가 지금 살고 계시는 곳 근처니까요. 이거, 팔에 부목 대니까 좀 눌러 주십시오. 그래 그래, 그렇습니다, 좋아요." 

부목을 팔에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누르기 위해 스르르 붕대를 감고 간다. 

그러나 그 OO고등학교... 우리집 근처라는 건... 여기 페티시 바 『 몰·드?모랄 』이 긴자에 있고, 내가 지금 살고있는 곳은 나고야. 

그동안에도 생각할 필요 없이 먼 거리여서, 주말마다 신칸센까지 타면서 여기에 다니는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소감을 솔직하게 말했다. 

"음... 꽤라고 할까 너무 멀지 않나...?" 

"네, 직선 거리로 약 260km정도요." 

"여기서 그 OO고등학교? 거기까지 가려면 현실적인 수단은 신칸센이나 야간 버스 정도로 좁혀질 것 같은데 나 이 모습인 채로는 못 타. 당신 차라던가 가지고 있었지? 면허 가지고 있어?" 

"네? 면허도 그렇지만, 자동차 같은 건 없다구요. 하지만 그 점은 노바 선배가 직접 이쪽으로 받으시러 현재 진행형으로 오고 있다고 해서 문제 없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스쿠터 면허라면 있어요." 

나고야에서? 밤을 새워 일부러 여기까지? 그만한 돈까지 내면서? 

그 타츠키 라고 하던 생물 교사의 일그러진 열정에 솔직히 감동이랄까 경악했다. 

그것 때문에 점점 그 정체를 모르는 남자에게 몸을 빌려 준다는 것에 새삼 불안이 느껴졌다. 

"응... 그것도 새삼스럽지만 사흘 동안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해야되는게 좀 불안한 생각이 드는데..." 

"괜찮아요. 제 선배이고 옛날부터 꽤 성실하고 고지식해서 약속도 지키고 나름대로 제대로 된 사람입니다." 

"아니, 음, 뭐랄까? 자기는 모르려나.. 음... 벽창호 타입이구나..." 

"네? 분명 선배는 기분은 느끼는데, 그건 벽창호라는 타입인가요.." 

안돼, 모르겠어. 너무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런 것은 물론 기대하고 있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멍청하게… 

왠지 열을 올리는 것이 슬퍼져 왔기 때문에 포기하고 얘기를 진행한다. 

"그래서 나는 이 후 일부러 여기까지 찾으러 오던 그 생물의 타츠키 선생님에게 전달된다 라고... 그 이후에는?" 

"으음.. 내일.. 잠깐 벌써 날이 바뀌었나, 지금 몇시죠?" 

"이제 새벽 1시야." 

"라는 것은, 날이 바뀌었으니 오늘 월요일과 내일 화요일, 그리고 모레 수요일까지 3일을 임대 기한으로 임대됩니다. 정확히는 수요일 24시까지네요. 24시가 넘으면 직접 이쵸우 씨의 집까지 보내 주실 것 같아요." 

"흠. 그러면 활동 내용이라고 할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걸까? 뭘 하려나? 하고 말하는게 나으려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까는 듣지 않지만 실제 수업에 써 보신다고 하던데요." 

"진짜?" 

"선배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배에 대한 절대적 신뢰감은 뭐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 괜찮아요. 목요일 아침에는 평소의 생활의 돌아온다구요. 그래서요, 조금 조금 손보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아, 그래, 뭐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젠 어찌되든 상관없어.."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엎드려 주시겠습니까?" 

응, 이라고 소리가 되지 않은 대답을 하고 느릿느릿 몸을 가누면서 해부대에 올라 엎드린다. 

스테인리스의 차가운 감촉이 이제 제2의 피부의 상태를 하고 있는 왁스의 막 너머로 맨살을 서늘하게 식힌다. 

"...히야아..." 

거기에 왼쪽 부분 등은 피부까지 제거되고 있으므로 신체의 특성상 고통을 동반한 통각 등은 없지만 한층 강한 자극에 몸을 비틀어 등을 굳게한다. 

"자, 침착하게... 그래... 가만히 계세요..." 

뒤쪽 골반의 약간 위에 뭔가 찰싹 하고 차가운 것이 눌러지는 감촉이 들었다. 

"그 다음엔 여기인가?" 

척추 견갑골 사이 주변에도 같은 느낌이 든다. 

" 좋아...그래 그래..그럼 고정합니다. 잘 버티고 몸 움직이지 마세요." 

"...?"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희미하게 고개를 갸웃거리─ ─ ─그때 허리 언저리에 붙은 뭔가에서 신체에 이물이 쑤셔 넣어지는 듯한 기분 나쁜 감각에 서서히 그 위화감이 강해져 갔다. 

지금까지 없는 이상한 감각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확인하려고 한다. 

"잠깐, 잠깐, 뭐야?!" 

"가만히 하세요-이번에는 고정 도구를 접착제로 붙이고 나사못으로 조여서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하? 고정 도구? 왜? 뭐야?" 

가만히 있게 하는 데 현재 진행형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처치를 하고 있어 섣불리 움직이게 되면 어떤 나쁜 일이 될지도 몰라서 그대로 엎드린 채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쵸우 씨는 인체 모형입니다. 스탠드에 고정하는 쇠 고리를 설치하고 있어요." 

과연 학교에서 보는 인체 모형은 확실히 스탠드 뒤에 몸이 고정된 느낌이지. 

그것을 그대로 내 몸에서도 재현하겠다는 걸까. 

일단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았으니 일단 진정하고 스테인레스의 차가운 기운에 몸을 맡긴다. 

"고정 도구까지... 그말은 스탠드도 준비되어 있다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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