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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3화 (7/8)

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3화 

"뭐야 뭐야! 둘이서만 뭔가 재밌어 보이는 걸 하고 있었네!" 

"죄송합니다, 오너랑 같이 와버렸어요." 

"우와..." 

해부대에 누워 천장을 똑바로 향한 채 노골적으로 안구를 눈을 부릅뜨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색 탱크 톱에 녹색의 무릎 길이의 유니폼을 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칠흑 같은 장발의 미녀가 깔깔 웃으며 백의의 마스크군을 끌고 나타났다. 

마스터랑 은 고등 학교 시절 단짝 친구라고 할까 악우라고 할까, 나름대로 오래 알고 지냈지만『 이 여자 』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여자, 영업 시간 중에는 항상 신체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색의 타이트한 스커트 정장에 검은 스타킹에 싸여 온몸을 세련된 복장으로 감싸고 있는데, 영업 시간 외에는 저지와 탱크톱, 겨울에는 그 위에 겉옷을 걸쳐 입거나 하고 한여름,그중에서도 특히 더운 날에는 속옷만 입거나 해서, 일 모드 On/OFF 일 때의 차이가 엄청나다. 

"이햐?! 굉장하네! 무슨 할로윈 이벤트 같잖아! 그 모습 괜찮을 것 같은데? 손님들이 좋아할게 틀림없음!" 

"...상관 없지만 자, 이제부터는 힘든 일이라 중 노동이 될 거고, 내가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될듯한데, 뭐 그건 백의의 마스크군 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응, 응, 알았어. 좋아..엄청 그로테스크 하네,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누운 상태 그대로 네? 움직이진 못하는 거야?" 

"아니, 움직일 수는 있지만 말이지..." 

그러면서 귀찮았지만 두 손으로 해부대의 모서리를 단단히 붙잡고 몸을 지탱하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허리를 비틀고 오너에게 몸을 돌렸다. 

"와우, 움직이네..  그렇다면, 웨이트리스 일 이라던가 어때? 그 모습으로 음료수 갖다 주고..." 

"바에서? 카운터가 코앞인데 그 넓이로는 여자 종업원은 오히려 방해되지 않나? VIP룸은 잘 모르지만 말이지." 

"으-음, 그래 그래.. 돌아오는 여름까지 옥상을 테라스로 만들면...아니, 음..." 

오너는 방 구석에서 낡고 동그란 쇠 파이프 의자를 끌어다 털썩 앉고는 멍하니 팔짱을 끼고 바닥을 쳐다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상태에 들어가면 당분간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순식간에 말 상대가 없어진 나는 메스를 빙글빙글 돌리던 백의 마스크 군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직원 휴게실에 음식은 있었어?" 

"아, 음... 죄송합니다, 에너지바 밖에 없었어요. 맛은 두 개네요...." 

"응 응, 그러면 반반 먹을래." 

막 과자 맛과 경단 맛을 각각 반씩 나누고 밖의 자판기에서 뽑아온 페트병 엽차와 함께 줄줄이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렇고 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요, 예전부터 계속 주말의 전시가 끝나고 해체된 뒤에도 이걸 먹고 몸을 회복 시켜왔는데, 이번에는 내장도 전부 처리를 할 텐데 어디에서 소화를 해서 흡수를 하나요?" 

"음...... 그러게, 별로 인형의 몸이라던가 아는 게 없으니까." 

"매주 해체할 때 아침 식사 같은 것이 위장과 소장에서 이쪽에 인사를 해오기도 해서, 제대로 장기 자체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으음, 모르겠네요...." 

"엥, 그랬구나.. 이번부터 토요일에는 단식좀 하고 올까..." 

"저는 딱히 문제는 없는데." 

"내가 신경 쓰여." 

농담을 주고받으며 오물오물 입속으로 주사위 모양의 딱딱한 과자들을 밀어넣는다. 

"인데, 지금 먹은 에너지바 도 열면 속에서 다 보인다는 거 아니야!" 

"아,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아... 몰라..." 

완전히 식욕을 잃어버려 조금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몸의 힘을 빼고 직립 상태가 되어 난폭하게 해부대로 나가떨어졌다. 

"자, 빨리 해체 해야지! 해버려!" 

"그럼 해요?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정말 긴 노동이 될 테니까 힘내죠." 

"뭐? 나도 도와줄까? 랄까, 후딱 해치우자고." 

계속 생각에 잠겨 조용히 하고 있었던 오너가 재미 있는 것이 곧 시작되는 것 같은 공기를 느끼고, 동료가 된 것 같은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장기를 꺼내 거기 있는 트레이에 올려놓을 거니까요, 장기들의 왁스칠을 담당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그 트레이의 빨간 왁스, 저번에 얘기했던 20호입니다." 

"아, 기회가 있으면 사용한다고 말했던 거지. 오케이 오케이." 

"그럼...시작하겠습니다" 

메스가 가슴과 목덜미 사이 근처에 찔러 넣어졌다. 

10월 5일(일)20:00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건, 으음, 몸통을 절개해서 뚜껑처럼 열고닫을 수 있게 한다는 거였던가... 

주위에는 아무도 없...나, 조명이 꺼져 있는 듯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전부 어둠에 둘러 쌓여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또 아마 해부실에 누워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도 없었다. 

시간과 공간을 파악하지 못해 일단 손으로 더듬어 몸을 만지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변함없이 전신을 뒤덮고 있는 왁스의 효과로 조금 버티는 듯한 느낌의 몸을 재빨리 움직여, 삐걱삐걱 어깻죽지에서 쇄골을 지나 가슴께를 만져보면, 쇄골 아래 부분을 따라 길기 벤 자국 같은, 틈 같은 것을 발견했다. 

곧바로 그 틈에 오른쪽 손가락을 갖다 대고 따라가 보자 목 아래에서 왼쪽 쇄골을 그대로 완만한 호를 그리면서 겨드랑이 옆 복부를 지나 허리 뼈 언저리에서 하복부 비키니 라인 안쪽을 지나 아슬아슬하게 외부 생식기의 꼭대기 끝을 스칠 것 같이 벗어나 우반신도 같은 경로를 지나는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이 홈을 따라 몸통 앞쪽이 열린다면 그대로 몸통 안이 전부 들여다 보일 크기인데. 

이게 빠지는 건가... 

손가락도 일일이 코팅 되어있어 세밀한 작업이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손가락을 세우고 홈에 넣어 보아도 특별히 자리를 벗어나는 것 같지 않아 그만두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없고, 또 몸이 어떤지도 잘 모르고... 

일단 그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고서 는 이야기가 안 된다. 

"저기~! 아무도 없는 거야-?!"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봐! 다 된 거야! 야아!" 

공동 묘지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쩔 수 없네-! 내가 그쪽으로 간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도 뭔가 될리는 없었고 어둠 속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해부대에서 다리를 내리고 해부대의 모서리를 잡고 몸을 지탱해 아마 문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더듬거리며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해부대는 방의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문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최대한 문 근처의 위치까지 해부대를 따라 조금씩 움직인다. 

그렇다고 해도 겨우 해부대, 보통 인간이 누운 것 보다 조금 여유를 가진 크기 정도밖에 안 되었고, 마침내 거기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에 왔다. 

가뜩이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불편한 상태인데, 주변을 한치 앞도 볼 수가 없다. 짚을만한 물건에서 손을 떼는 건 조금 무서웠지만, 계속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천천히 해부대에서 손을 놓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박막으로 전신이 구속된 불편한 신체로 깨끔거리는 아주 작은 보폭 이었지만, 한 걸음 그리고 두 걸음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겨간다. 

기억에 남는 방의 이미지가 맞다면 여기서 4m정도 더 가면 문에 도착할 것이다...5, 6. 

7, 8. 9 10. 

괜찮아, 괜찮아, 보이는지는 않지만 방향은 맞는 것 같으니 이대로만 쭉.... 

11, 12 13…!! 

그것은 갑자기 일어났다. 

13발 째를 디딘 왼발이 분명히 바닥이 아닌 뭔가 이물질에 닿는 것을 느끼고 맨발의 발바닥에 느낀 촉감에서 뭔가 시원한 쇠 파이프 같은 것을 짓밟아 버린 것을 느꼈다. 

쇠 파이프... 그런게 이 방에... 순간 방의 입체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방에 있을만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냈다. 

가속하는 사고와는 무관하게도 몸은 갑자기 쇠 파이프를 짓밟은 왼발을 떼려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쇠 파이프에 발이 걸려버렸다. 

그러나 얽혀버린 발의 촉감이 그것의 구조를 가늠하게 해 다음 순간 내가 밟아 버린 것이 무엇 인지를 알아챘다. 

오너가 방구석에서 꺼내다 썼던 철제의자!! 

이런! 맨날 방 구석에 처박혀있어서 몰랐잖아!! 

그러나 알게 됐을 때는 모든 것이 늦었다 ─ ─ ─ 철제 의자에 걸린 왼발에 전신의 균형이 무너지고 오른발로 어떻게 든 균형을 잡으려 바닥을 밟았더니 힘껏 앞으로 거꾸러지듯 넘어져 버렸다. 

철제 의자가 화려하게 날아가 철문에 콰앙 부딪치는 소리.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루루 하고 여러가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머리를 화려하게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벽에서 튕겨져 등으로 콰당 하는 코막한 소리와 함께 리놀륨 바닥에 벌러덩 자빠졌다. 

"으아..후..!" 

전신의 충격에 몸이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 상태로 뒹굴고 있을 때, 돌연 천장 곳곳이 번쩍거리며 점멸하고 낯익은 창백한 형광등에 불이 켜졌다. 

사람의 인기척에 문 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무거운 금속의 녹슨 소리를 삐걱거리며 문이 열리고 그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 일어나있었네." 

"잘 잤어요? 이쵸우 씨." 

백의의 마스크 군과 오너가 거기에 서있었다. 

"엥?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그런 것보다 이쵸우씨 큰일났는데요..." 

"응 응. 먼저 자기 몸부터 좀 확인해보지 그래?" 

몸에 이상한 일이라도 일어났나… 생각하며 누워있던 몸을 양 손으로 받치고 상체를 일으켜 물끄러미 자신의 몸을 관찰했다. 

아니, 없다. 내장이 없어..... 

"자, 잠깐! 없어! 없어졌어!" 

"없네요." 

"그러네, 여러가지가 없는 것 같아 보이네." 

코앞에 보이는 내 몸은 가슴에서 배, 그리고 아랫배 언저리까지 몸통의 앞쪽 반이 크게 잘려나간 것 처럼 떡하니 입을 벌리고 싱싱한 육벽으로 둘러싸여있는 텅 비어버린 뱃속을 노출하고 있었다. 

"내, 내장이 사라졌어… 어디로 간거야?!" 

"거기에 흩어져 있는게 네거 아닐까." 

"분명히 잘 붙여놨었는데 왜이러죠..." 

깜짝 놀라 두 사람의 시선의 끝을 따라가보니 분홍색, 빨강색에 짙은 보라색을 띈 생생한 광택이 나는 여러가지 형상을 한 덩어리들이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널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강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고 붉은 색을 띄고있는 것이 나는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양쪽으로 길쭉하게 이어진 두개의 관, 그리고 그 끝에 조그만 물풍선처럼 붙어있는 모양.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기다란 관, 그리고 그 끝에 붙어있는 역시 쭈글쭈글한 표면을 가진 저것 때문에 한달에 한번씩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 외에도 한쌍의 보라색을 띈 콩 모양의 것과 마찬가지로 한쌍의 분홍색을 띈 호흡에 사용되는 것, 옅은 황색을 띈 포도 송이가 모여 굳어진 듯한 모양의 것, 양쪽에 메추리알 크기의 것을 매달고있는 복잡한 모양을 한 것, 원래라면 힘찬 맥박을 따라 뛰고 있었을 주먹만한 근육 덩어리 같은 것 까지... 그래, 거기에는 나의 몸속에 들어가 있어야 할 여러 장기들이 녹색 리놀륨 바닥 위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아...아...아...아 아아…나…" 

"의자에 걸려 넘어지셔서 이런 모습이 되신 걸까요?" 

"저기 의자가 굴러다니는 걸 보니, 맞는 것 같네." 

나를 기점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있는 장기 측면의 복부와 육벽으로 둘러싸여 대담하게 내용물을 노출시키고 있는 텅빈 뱃속을 번갈아 떨리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뚜껑은 어디로 날라갔지?" 

"저기, 방구석까지 날아가 있네요." 

두 사람은 냉정하게 주변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방구석으로 향해 거기에 뒹굴고 있던 무엇인가 검붉은 색을 띄고있는 살짝 동그랗게 휘어진 타원형의 물체 앞에 멈춰섰다. 

"괜찮아요, 자석은 무사히 붙어 있네요. 좀 더 수를 늘리는게 좋겠네요." 

"다시 나의 도움이 필요하겠네." 

허리를 낮추어 그곳에 구르고있는 무언가를 관찰했던 백의의 마스크 군이 그것을 빙글 하고 뒤집는다. 

타원형의 뒷면, 아니 앞면이라고 해야할까, 세로 중앙에서 왼쪽 절반은 싱싱한 윤기 있는 빨간 색에 군데군데 흰색이 섞인 근육 섬유로 채워져 있고, 또 오른쪽 절반의 중앙 약간 위쪽에는 상당히 볼륨감 넘치는 형태의 유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나의 몸통에서 떨어져나가 뚜껑으로 개조되어버린 것 그 자체였다. 

"이쵸우씨, 어때요 깨끗하게 잘려있죠?" 

백의의 마스크 군이 타원형으로 잘라낸 나의 몸통을 손에 들고 도깨비의 목이라도 들고 있는 양 이쪽으로 붕붕 흔들어 보였다. 

"잠깐, 왠지 창피하니까 그만둬! 그,그냥 빨리 돌려줘!" 

"계속 알몸인 상태였으면서 왜 갑자기 부끄러워하시나요..." 

"어이, 매주마다 알몸인 상태로 전시되서 있었잖아." 

"아니, 왠지 안에 있는 내장들까지 전부 없어져 버리니까, 초조하다고 해야 할까 불안하다고 해야 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장은 둘째치더라도 그건 좀 붙여주면 안될까..." 

"... 그런가요.. 왠지 장난기가 발동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은 몸통의 뚜껑을 양손에 들고 종종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서 조용히 앉아, 앞치마를 입혀주듯이 신중하게 가슴께에서 뚜껑의 위치를 맞추고 갖다대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이 아까처럼 돌아왔다. 

"으, 으아-..." 

"뭔가 그대로 놔두면 한발짝만 움직여도 장기들이 우루루 쏟아질 것 같아서, 자석을 달아놨죠. 뚜껑을 다시 붙일때도 위치를 대강 맞추고 덮으면 자석이 알아서 맞춰주기 때문에 편리하죠." 

가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둠속에서 더듬어 느꼈던 것과 같은 위치에 1~2mm정도의 가느다란 홈이 이어지고 있고 장기를 전부 꺼내어 몸통을 비우고 있는 것 치고는 어딘가가 안쪽으로 움푹 꺼지거나 하는 것도 없이 적당한 나의 바디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왁스 코팅의 효과에요. 말씀드린대로 흐물흐물 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죠?" 

"으, 응... 조금 일으켜 세워줄래? 어디 자세히 한번 좀 봐야겠어..." 

"공주님, 손을 이리 주세요." 

"넌 안됏!" 

"오너..." 

어쩔 수 없이 오너의 손을 빌려 일어선다. 

"어머, 생각보다 위화감은 없을지도.. 그래도 비어있어서 좀 몸이 가볍다고 할까 홀가분하다고 할까 음... 뭐 좀 신기하네." 

"실제로는 '조금' 이상한 정도가 아니지만요." 

"인체 모형이 서있는것도 이상한데 '조금 이상하다' 라니... 무슨 개그야 그건." 

나의 성벽을 자극하는 상황에 점점 흥분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뒤로한 채, 처적처적 탈의실로 향해 거울앞에 섰다, 

거울 너머로 몸 절반의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 섬유로 덮인 인체 모형이 이쪽을 보고 있다. 

몸에 힘을 빼고 있어서 척추가 자연스럽게 직립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얼굴에서는 표정도 사라져 당장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한 왼쪽 눈과 표정 없는 오른쪽 눈이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의 피부는 왁스 코팅의 효과로 싸구려 플라스틱 같은 질감이 되어 있고 생생한 근육 부분이 드러나 있는 왼쪽 반신도 그것은 마찬가지로, 싱싱한 근육 섬유가 코팅 효과로 더욱 윤기를 내며 반짝반짝한 플랴스틱 장난감 같은 질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싸구려 플라스틱 같은 질감이 원레라면 과하게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뻥 뚫린 인체의 내부 조직을 마치 모조품같은 외관으로, 절묘하게 만든 인체모형을 흉내내는 것에 성공한 것 처럼 보였다. 

한번 스윽 온몸을 훑다가, 대각선으로 길다랗게 나있는 홈에 눈길이 간다. 

"음, 어어,  아까 이게 떨어졌었지..." 

가슴께에서 손가락을 홈에 걸치고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괘, 괜찮으세요? 아까는 꽤나 쇼크이셨던 것 처럼 보이는데..." 

"응, 지금은 내 몸상태가 어쩐지 정확히 알았으니까...아마.... 괜찮을 것 같아..." 

"무리라고 생각되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제가 바로 덮어드릴께요." 

소리 없이 등에 백의의 마스크 군이 달라 붙을 때 희미하게 따뜻한 공기를 느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내 몸통 전면에 있는 기다란 홈에 걸친 손가락들에 힘들 주었다. 

"응!..." 

체내 깊숙이 이물질이 침입해 들어오는 느낌에, 지금까지 다른 부위에서 느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텅 빈 것의 하복부가 서서히 열을 가지더니 안쪽에서 저릿저릿 밀어올려지는 음란하고 피학적인 감각에 들뜨게 되어 나도 모르게 살짝 열린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응!...후으..." 

쾌락에 지지 않으려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각오를 다지면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동시에 홈에서 몸 안에 찔러넣은 손에 힘을 주고 단숨에 앞쪽으로 양팔을 뻗는다. 

하복부 근처에서 잇달아 자석이 빗나가는 감각에 뚜껑처럼 가공된 몸통의 앞쪽 절반이 하복부로부터 차례차례 들어올려져 가슴 언저리의 홈에서 단숨에 떨어져 눈앞의 세면대에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후우..." 

"괜찮으세요? 완전히 벗겨냈는데. 참으실 수 있나요?" 

"응, 이제 괜찮아. 이것이 자신의 신체라고 인식하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 지금은 각오의 문제야," 

눈앞의 거울에 비친 인체 모형은 다시 몸통이 예쁘게 잘려나가 텅 빈 몸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거기서 엿보이는 갈비 뼈에 둘러싸여 울퉁불퉁한 구조를 가진 고기의 내벽, 싱싱한 검붉은 색을 하고 독특한 플라스틱 티가 나는 광택을 발하고 있어서 내부도 전부 왁스로 코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안쪽도 다 코팅했구나..." 

"네, 저절로 나아저리면 곤란하니까요." 

"나 이렇게 텅 비어 있는데 어떻게 호흡하는 걸까... 게다가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의 고동 같은 감각도 있는데?" 

손을 아마도 여기에 심장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되는 곳에 살짝 올려놓았다. 

"사고를 관장하는 부분이 내부적으로 인체 감각을 시뮬레이트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가지로 흥미롭네요." 

"뇌만 따로 분리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조금 무섭지만 왠지 검사를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아..." 

"그건 조금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해드릴 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어디까지나 만약에, 인걸...." 

대화를 나누면서도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 적나라하게 드러난 안구를 가만히 들여다 보거나, 노출의 근육을 더듬더듬 만져 보거나 입을 쩍 벌리고 몸통에 손을 넣고 내벽을 더듬는 감각을 느껴보기도  한다. 

다만 왁스 코팅 때문에 대략적인 형태와 질감은 느껴지지만 손가락 자체도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박막 너머의 약간 희미해진 감촉밖에 느낄 수 없었다. 

"이봐, 오너." 

"응, 배고파? 이미 영업 시작해서 적당히 말해 주면 만들어달라고 할께." 

하면 오너가 영업용 양복 차림으로 갈아입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아, 그래... 그럼 일단 배부터 채워볼까? 으음...오너는 뭐 먹고 싶어?" 

"나는 괜찮아. 뭐든지 좋아하는 거 말해. 아직 그렇게 바쁜 시간도 아니고 재료가 있으면 요리사 요로스베 씨한테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니까 ." 

"응… 백의의 마스크 군은 먹고싶은거 없어?" 

"글쎄요… 그럼 돈까스 카레나 먹을까요? 딱히 생각나는것도 없네요." 

"라면, 돈까스 카레 두 사람 몫으로 할까? 오너." 

"오케이! 그 정도야 지금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맡겨둬. 항상 신세 지니까 돈 받거나 그런 것도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오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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