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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2화 (6/8)

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2화 

"...휴, 머리카락이 꽤 많았네요... 이발기로 단숨에 해치우는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가위로 하는건 꽤나 중노동이네요." 

바리캉으로 단숨에 머리를 잘라낸 뒤 면도 크림을 바르고 면도 칼로 정성껏 두피를 면도하고 해부대에 담겨져 있던 물에 깨끗하게 피부색만 남은 머리를 헹구고 있었다. 

거품과 머리카락 등을 깨끗이 씻어내고 백의의 마스크 군으로부터 『 몰·드?모랄 』이라고 가게의 이름이 프린트 된 수건을 받아 머리를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쓰다듬는다. 물방울이 수건에 스며 들어간다. 

"그나저나 ...머리가 가벼워..." 

"그야 전부 잘라버렸으니까요 " 

"잠시만 거울 좀 보고 올게.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네." 

해부실에 있는 작은 탈의실로 향하여 벽 전면에 붙여져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옆모습과 정수리 등등 여러 방향에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꽤 인상이 바뀌는군..." 

"그래도 꽤나 예쁜 모양이라고요? 해부 실습 때문에 여러가지 머리를 보아와서, 지금 이쵸우씨는 머리카락을 전부 민 것이 처음이지만, 사람들의 머리 모양은 꽤 울퉁불퉁하니까요." 

"그, 그런가?" 

확실히 너무 튀어나오거나 한 곳이 없는 머리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양을 확인한다. 

딱 적당하게 동그란 달걀형 이라고 할까.. 자화자찬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져보면 느낌이 좋을 것 같다. 

"자 자, 마음에 들어하시는 건 알겠으니 이제 다음 과정으로 갈게요. 몸의 절반, 왼쪽 반신의 표피를 벗겨내고 근육을 노출시킵니다, 흉근이 보이도록 가슴도 떼어 내니까요. 힘든 작업이므로 열심히 노력해봐요." 

"가슴 한 쪽은 버려야 하는 것인가…. 뭐, 노력이라고 해도 나는 누워있을 뿐이고, 진짜 노력은 네가 다 해야 되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요..." 

맨발로 추적추적 리놀륨 바닥을 밟고 해부대로 돌아가서 누웠다. 

여러개 놓여있는 은색빛의 트레이 중 하나는 방금 잘라낸 머리카락 다발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이 트레이에 절개한 부분을 올려놨네?" 

"네. 잘라낸 피부는 몸을 원래대로 돌릴 때 쓸 테니까 소중하게 보관할게요. 그럼 몸의 정 중앙에 한번 칼을 넣을게요. 가만히 있어 주세요." 

"응......" 

정수리에 가벼운 수술이 시작되는 느낌, 피부 한장 정도 두께의 베인 자국이 이마에서 코끝 그리고 턱을 통해서 머리를 지나가고 목을 통과해 쇄골에서 유방 사이 그리고 배꼽에 까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메스가 쭈욱 내려간다. 

"아프진 않지만 정말 간지럽네. 이것 만은 익숙해지지 않겠는 걸..." 

"여기도, 참아 주세요, 여기는 상당히 예민하니까요." 

"응? 무스 이이이잇!" 

배꼽을 가르고 하복부로 접어들고 있던 메스가 정확히 외부 생식기 입구의 돌기 부분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민감한 부분이 깨끗이 둘로 나뉘어져버려, 역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호...후히..." 

"자, 뒤집혀 주세요~" 

조금 눈물이 맺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몸을 비틀어 어떻게든 엎드린 모습으로 자세를 바꾼다. 

"빨리 절개 하지 않으면 붙어버리니까요, 서두를게요." 

메스가 항문에서 출발해 꼬리뼈를 지나 엉덩이를 둘로 나누고 허리와 등, 그리고 목을 지나 후두부에서 머리의 정수리까지 무사히 몸을 세로로 한바퀴 돌았다. 

"그럼 지금 넣은 절개선을 기준으로 왼쪽 반신의 피부를 벗겨낼게요. 아무튼 저절로 치유되기 전에 벗겨내야 해서 속도와 온몸의 절반의 피부를 벗겨야 한다는 작업량 두 개가 다 요구되는 건 조금 어려워서 집중할 테니 좀 말을 줄이겠습니다." 

"아, 응, 일단 전부 맡겼으니까." 

"그럼 갑니다." 

그 말과 동시에, 등에 큰 메스가 삽입되는 감촉과 피부 안쪽을 메스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감각과 함께 등의 피부가 젖은 셔츠라도 벗는 것 처럼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등, 어깨에서 목, 그리고 머리가 서서히 피부가 벗겨지고 드러난 근육에 바람이 닿는, 보통 사람의 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각이 전신에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독특한 감각 ─ ─ ─  뜨거운 듯, 차가운 듯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각, 이윽고 몸 뒷면의 절반의 절반이 그 감각으로 도배 됐다. 

"네, 뒷면은 완료했습니다. 다시 한번 뒤집어 주시겠어요?" 

"응......" 

엎드려있던 자세에서 벌렁 위로 향해 다시 자세를 바꾸고 옆에 놓여 있는 은색빛의 트레이 중 하나를 들여다보면 표면은 살색이고 안쪽은 선혈에 붉게 물든 인간의 피부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왼손을 올리고 상체를 비틀어 옆구리 너머로 등을 들여다보면 살과 흰색이 뒤섞인 싱싱한 근육 섬유가 노출 되어 있어 확실히 피부가 벗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오-... 대단해, 깨끗이 벗겨졌잖아." 

"뒷면은 비교적 평평한 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사실 조금만 예쁘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요." 

백의 마스크 군은 부지런히 메스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것을 작은 트레이에 올리고 그 옆의 새로운 메스를 집어들었다. 

여느 때와 같은 멋진 일 솜씨에 감탄하고 다시 몸을 똑바로 눕혀 천장을 마주 본다. 

신체의 전면. 언제나처럼 알몸을 남김없이 백의의 마스크 군에기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고백 때문인지 평상시와 달리, 알몸을 노출하는 것에 엄청난 수치를 느끼게 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주의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발을 꼬면서 국부를 가리거나 가슴을 팔로 감싸 버리고 있었다. 

"그럼 다음은 이쪽이네요.. 손과 발도 단번에 처치해 버립니다.. 새삼스럽게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있으신가요. 제대로 몸을 열어 놓아 주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우우.... 어쩐지 의식해 버려서 부끄러워.... 적어도 눈을 감고 있는 건 안될까? 조금은 괜찮아 질 것 같다...고 생각해." 

"의외로 순진하시네요. 눈을 감는 건 상관 없지만 얼굴 절반은 눈꺼풀도 벗겨낼 거라서 감아도 의미는 없어요." 

"그럼 얼굴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을까, 부탁해." 

" 알겠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의 목소리와 함께 칼날이 가슴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왼손과 왼발, 끊임없이 간지러웠지만 손가락 끝까지 피부가 벗겨지고 몸통도 처리가 시작되어 외부 생식기는 물론 하복부에서 복부, 그리고 F컵의 가슴도 완전히 제거하여 흉근을 드러내 도마 같은 가슴 근육을 노출 시키고 머리 이외의 피부가 제거됐다. 

"자, 이제 남은 것은 머리 뿐입니다. 각오는 되셨나요?" 

"..좋아, 해 버려!" 

"후후, 그러면. 이 메스를 다루는 솜씨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거든요." 

확실히 속도 그리고 정확도 모두 평소보다 한층 더 실력이 느껴져 그가 자찬할 만한 솜씨였다. 

눈을 감으면서 흐흥 하고 미소를 지었다가 시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평정을 유지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협력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해드릴게요." 

"응......" 

목을 가볍게 울리며 대답하자 곧 턱 밑 근처에서 메스가 삽입되는 것을 느꼈다. 

턱에서 올라오는 벤 자국이 남은 부분을 기점으로 예술적으로 안면의 피부가 분리된다. 

표면적으로는 전신의 비중에서 보면 결코 크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 복잡한 구조 따문에 예쁘게 피부를 떼어 내기 위해 여러 파트로 세분해 조금씩 얼굴에서 피부가 떨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이미 피부가 떨어져 나간 곳은 빨강과 흰색의 근육 부분이 드러나고 있는 다른 부위와 같이 안면에 뜨거운 듯 차가운 듯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입이나 코와 뺨, 귀 등 세세한 부분의 시술이 끝나고 이마와 정수리까지 쫘악 피부가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마지막으로 눈꺼풀 부분이에요. 갈께요." 

"응......" 

부드럽게 아래 눈꺼풀 주위에서 메스가 꽂혀 들어와 근육을 따라 빙 돌려 차가운 메스가 눈꺼풀을 분리해간다. 

눈꼬리, 눈썹 아래, 콧등, 그리고 눈꺼풀 밑의 눈물 주머니 부분까지 메스가 일주하고 마침내 눈꺼풀 부분이 몸에서 떨어진 것을 느꼈다. 

"눈꺼풀, 떼어낼게요." 

"응......" 

그리고.. 눈꺼풀이 들어 올려져 없어진다. 

눈을 뜨려고 하지 않고, 눈꺼풀을 벌리지 않았는데, 안구에 빛이 비추어 낯익은 천장의 형광등의 창백한 빛이 망막을 골고루 자극한다. 

눈꺼풀이 없어서 일까, 평소보다 꽤 시야가 넓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어때요? 잘 보이나요?" 

"형광등이 조금 눈이 부신데... 근데 눈을 감을 수가 없네." 

"한쪽 만이지만 눈꺼풀이 없으니까요, 잘 적응해주세요." 

시각의 문제 뿐만 아니라 왠지 발음도 이상하고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좀 붠가 바르히 이상한 것 가튼데.." 

"아아, 입 부분 꽤나 많이 잘라냈거든요. 입술ㅇ! 없어져서 잇몸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뺨에서 막혀야 할 공기가 그대로 흘러가거나 할 거에요. 익숙해지기 전에는 발성은 조금 힘들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그래?... 뭐 시간이 조그 지나혀 괜찮을까..." 

점점 창백한 형광등 빛으로 도배되었던 시야가 조근 시간이 지나자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백의의 마스크 군의 모습이 겨우 희미하게 상을 맺어 왔다. 

"응, 네가 호여." 

"제대로 눈이 기능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응,  잘 호여. 분제 어따."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악물어버리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시작할께요." 

"한뻔 내 모스흘 거울로 보고시뻣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현 어쩔 수 엇찌... 계속해. 그런데 이지 뭐할 차례야?" 

"그 피부를 벗겨 낸 상태로 일단 모양을 고정해두고 싶어서 조금 이른 것 같지만 20호의 왁스를 바르지요." 

"드디어, 네?" 

"네, 드디어 합니다." 

몸을 맡긴 해부대의 오른쪽 옆의 넓은 공간을 다른 것들보다 한층 큰 은색 빛의 트레이가 놓이고, 검은 라벨이 붙어 있는 20호의 왁스가 들어간 플라스틱 수조에서 적색의 걸쭉한 왁스가 주루룩 쏟아져 나왔다. 

순간, 트레이로부터 에폭시 접착제 특유의 강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나 무심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이거 마리야! 파로보다 낸새가 더 구려!" 

"그건 레벨이 8보다 12 단계 위니까요. 아무리 장비로 스탯을 메꾼다 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차이죠. 이건." 

"부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게임이나 하지 않으세요?... 그럼 몰라도 괜찮습니다... 갈게요." 

낯익은 왁스칠용 녹색 천을 스테인리스 원통에서 꺼내 빨간 왁스를 스며들게 하고 가슴이 제거되어 평평하게 된 왼쪽 가슴에 왁스가 스며들고 색깔이 새까매진 천이 거기서부터 붉은 색과 흰색의 근육 섬유 부분이 드러난 왼쪽 반신을 원을 그리듯 쓰다듬어 간다. 

피부가 벗겨지고 평소보다 민감하게 된 신체에 가차 없이 왁스칠이 행해진다. 

"아핫, 으흐흐흐! 우후아 하하 하하하! 자, 자깐, 후흐하, 간지러워... 죽을 거 같애! 죽어, 죽는다고!, 흐 햐 햐 햐!"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물어 버리는 문제가 있으니까 피부가 없는 곳부터 먼저 조치하고 있으니까 처음엔 꽤 힘들지만 나중에는 편안하게 된다구요 후후후..." 

"야아아! 지금 웃엇지, 하흐 흐하 호호호. 하하하!!! 거기 으햐! 그만해! 으 우히, 후히히히, 우후은 헉!! 우힛 하하 하하하!" 

"네, 겨드랑이 갑니다~" 

"후헤 햐 햐 햐 햐 햐 햐 햐 햐 햐!...후그웃! 후힛, 후히하후..쿠훗...후히!.." 

"아, 정신을 잃은 것 같군요. 뭐, 그러면 더 쉬워지니까요. 안심하고 기절해 주세요, 우후후..." 

슬슬 일어나주세요..~?" 

뺨에 짝짝 하고 매를 맞는 느낌에 뭔가 나쁜 꿈을 꾸었던 것도 같지만 그것이 어떤 꿈이었는지 순식간에 잊어버려서 우선 의식을 되찾으니 멍하니 아직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는 시야에 흘러들어 오는 광경을 인식할 수 있게 노력해본다. 

흰 가운 흰 마스크에 은테 안경, 흰 벽, LCD 모니터가 매달려 있는 하얀 천장, 약간 깜빡거리는 푸르스름한 형광등 ─ ─ ─ 눈이 눈앞의 풍경을 구성하는 세세한 부위를 각각 인식하고 의식이 각성하는 동시에 그것이 조립되어 다시 하나의 풍경으로 시각이 인식한다. 

"아, 이은 여히아?[지금 몇시야?]" 

...더 발성이 이상하다. 

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까, 입의 움직임이 매우 무겁고 혀의 움직임도 조금 둔해져 있었다. 

"아, 안을으어??" 

"『 나 잠들었어?』죠? 잠들어버렸다고 할까 의식을 잃어 버렸다고 할까, 기절하고 있더군요." 

"해히 아아보아 하허이으하에?" 

"『 왠지 아까보다 발성이 이상한데?』죠. 왁스가 말라서 신체가 코팅된 효과입니다. 구강도 혀의 뿌리 까지 발라뒀으니까요, 그 때문이겠죠. 움직이나요?" 

"(움직이기는 힘든데 이 정도면 움직일 수 있는 건가...)" 

점점 의식이 돌아오며 오감이 각성하면서 몸에 뭔가 얇은 막 같은 것이 빽빽히 둘러싸고 있는 듯한 묘한 감촉에 싸여 있는 것을 느꼈다. 

반창고나 붕대가 관절에 휘감겨 있는 것 같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꽤나 고생할 정도이고 주먹을 쥐고도 조금만 주의를 돌리면 가볍게 손바닥을 벌린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우아 아우.. 대다해... 이건 꽤 대단하네..." 

"거울 보시겠어요? 왁스로 코팅 되어서 아무는 건 막고 있으니까 만족하실 때 까지 마음대로 관찰할 수 있어요." 

"응 응. 그럼 한번 봐 볼까." 

똑바로 선 자세로 자연스럽게 굳어있는 양팔에 힘을 집중해 느릿느릿 움직여 어떻게든 해부대에 손을 짚고 발을 얹어 온 힘을 넣고 허리를 구부려 상체를 일으킨다. 

계속해서 두 팔로 해부대를 잡고 몸을 고정해 조금씩 허리와 하반신을 비틀어, 못난 로봇 같이 덜덜 떨며 서투른 동작으로 간신히 두 다리를 바닥에 내렸다. 

자칫 몸에 힘을 풀어버리면 자연스럽게 똑바로 선 자세가 되어서 몸을 느릿느릿 움직여 조금씩 탈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너무 힘들잖아.." 

"도와 드릴까요?" 

"아 아니, 미리 예습하는 느낌으로 익숙해지고 시프니까 갠찬아." 

"그런 모습으로 계속 있으시게요..?" 

"아니, 앞으로 4일 동안은 이러고 있을 테니까... 익숙해지는 게 좋잖아." 

간신히 탈의실 문 앞에 닿아 문 틀에 손을 짚고 한숨을 돌렸다. 

"뭐 그렇기는 해도요… 체강[몸속]이나 장기의 처리 라던지 각각 왁스칠을 해야 될걸 생각하면 최소한 10시나 돼야 끝날 것 같구요, 그러면 바로 내일을 대비해서 자둬야 할 시간이고요." 

"하아... 그렇구나, 그럼 조금만 봐야겠네? 돌아갈 때 옮겨 줄 수 있겠지?" 

"물론이죠." 

문 앞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기세를 붙여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서 벽 전면을 덮는 거울 앞에 일어섰다. 

"아....." 

거기에 비치는 것은 반짝반짝한 플라스틱의 질감을 갖고 있는 1/1크기의 알몸 인형이었다. 

게다가 단순한 전라의 인형이 아닌 왼쪽 반신의 피부가 모두 벗겨져 있어, 붉은 색과 흰색이 뒤섞인 생생한 근육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인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나임을 표명하는 얼굴로 시선을 옮겨 완전히 개조되어 변해버린 그 얼굴을 말똥말똥 관찰해본다. 

오른쪽 절반은 삭발을 했을 때 한번 봤던 모습과 거의 비슷했지만, 질감이 반짝거리고 표정이 무표정하게 고정되어 상당히 큰 변화였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왼쪽 절반, 피부가 사라져 싱싱한 근육의 빨간 색이었지만, 정수리에서 이마 언저리까지는 조금 하얀 선이 섞여 있어 분홍색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이마의 바로 밑, 안구가 그대로 노출 되어 있으며 지금도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그저 안와에 박혀 있는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거울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거울 속의 인체 모형도 안구를 조금씩 움직여 시선을 가만히 이쪽으로 향한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내가... 이런 모습이 되다니...." 

다시 정면으로 얼굴을 돌리고 붉은 근섬유를 드러낸 손바닥을 찰싹 거울에 붙인다. 

안구가 붙어있는 안와의 바로 옆에 코는 콧날이 똑바로 서 있는 오른쪽과 달리 왼쪽 절반은 뿌리부터 뚝 끊어진 것 처럼 잘라냈고, 수직의 비강이 정면을 향해 안으로 이어진 어두운 구멍이 뻥 뚫려 들여다 보였다. 

안면을 코팅하고 있는 왁스의 효과는 상당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힘을 주지 않으면 안되었지만, 미소를 지어보거나 화가난 표정을 지어보려 표정을 바꾸면 거울 속의 인체 모형도, 조금 표정의 표현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똑같이 따라서 같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표정이의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피부가 벗겨진 왼쪽 얼굴의 입 주위, 입술 등이 제거되고, 잇몸과 치열이 그대로 노출 되어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다. 

표정을 표현할때 입술은 생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었는지, 그것이 그냥 드러난 치아로 대체되어 버리자 표정의 표현력이 떨어져버렸다. 

"하아..."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다양한 방향으로 머리를 기울여 거울에 비친 왼쪽 절반이 모조 장식품 플라스틱 같은 살이 붙은 해골처럼 보이고 있는 얼굴을 여러 방향에서 관찰해본다. 

"이제 됐나요?" 

"아, 히안 히안. 좀 너무 몰두해버렸네." 

"그럼 약속대로... 좋아요…" 

라며 갑자기 등에서 허리에 팔을 걸치고 몸이 가볍게 들어올려져 이른바 『 공주님 안기 』의 느낌이 되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은 아마 『 공주님 안기 』를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온몸에 코팅되어 있는 왁스가 효과를 발휘해 직립 자세에 몸이 굳어지고 마치 통나무를 안고 가는 듯,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 공주님 안기 』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상과 현실의 엄청난 낙차, 두 사람 사이를 조용히 감도는 어색한 공기. 어떻게도 견디기 어려운 분위기에 새삼 온몸에 힘을 꽉 주었지만『 공주님 안기』포즈는 풀려 버리고 똑바로 서있는 모습으로 옮겨졌다. 

탈의실 문을 비싼 가구를 옮기는 이사 업체의 사람들처럼 신중하게 세로로 비스듬히 세우고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통과해 겨우 해부실로 돌아왔다. 

"…음…뭘까요 이 기분..." 

"나도 그래...." 

"죄송합니다.." 

"아, 미안. 왠진 모르겠지만 미안.." 

두 사람 사이를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며, 어딘지 모르게 짧게 끊어지는 말들로 한마디 두마디 띄엄띄엄 사과의 말을 주고 받는다. 

어색한 공기를 눈속임 하려는 듯 백의의 마스크 군은 해체대에 흩어져 있는 수술용 도구를 적당히 정리하고 나는 가만히 누워서 보고 있는 것도 좀 뭐해서 움직이기 어려운 몸을 애써 받침대 위에 걸터앉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왁스의 효과는 상당히 강한 것 같네요." 

"뭐, 15호 왁스 정도로도 괜찮은 모습이 나왔을 것 같네." 

그러더니 백의의 마스크 군은 어디에서 꺼냈는지 스테인리스 비커에 점성이 있고 투명한 액체를 하얀 플라스틱 병에서 따르고 수돗물을 부어 유리 막대로 휙휙 저어 내밀었다. 

"희석시킨 용제에요. 입 안을 헹구고 나면 적어도 발성은 조금 나아질 것 같아요. 이대로는 조금 귀찮으시겠죠, 또 모형 일을 하러 가서도 선배하고 의사소통은 돼야 할 테니까요" 

"이게 용제야? 우아, 고마워~ 이제 좀 살겠네." 

비커를 입에 옮기는 동작 만으로도 진땀이 흘렀지만 살짝 단맛을 느끼는 용제를 입에 머금어 가볍게 입을 헹구고 해부대 구석에 있는 배수구를 향해 약간 걸쭉한 액체를 뱉는다. 

몇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입 속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떨까.. 오, 잘 나오네." 

구강의 위화감이 크게 줄어들어, 특히 혀의 움직임이 매끄럽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의 코팅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입을 열고 닫는 건 불편한 채로 아까보다는 자유롭게 말이 나왔지만 조금 발성에 어눌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좋아요. 다음부터는 구강은 혀만 굳히지 않도록 궁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다음?." 

"아, 아니, 만약에 다음이 있다면 요." 

"뭐, 됐어. 나도 흥미가 있고 다음번도 또 해도 좋아. 네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으면 그것도 괜찮고, 너만의 인체 모형. 좋아?" 

"호옷..!!! 꼭..다음에!. 부탁 드립니다...!!" 

"후후...그나저나 역시 좀 누워있는 게 좋을까…. 전신에 힘을 주고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직립부동 상태가 되는 것 같아서, 넌 그냥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힘들다고 이거.." 

우선은 가볍게 해부대 위에 앉아 봤지만 말한 대로 신체 각 부분에 힘을 주고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직립부동의 자세가 돼버리므로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정신과 체력을 많이 낭비하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전 상관 말고 누워주세요. 바로 준비하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게요." 

그러면서 더욱 작업하는 속도를 높여 은색빛의 트레이들이 해부대 밑에서 꺼내져 차례로 헹구어진다. 

"그럼 잠시..." 

해부대로 벌렁 누워 온몸에 힘을 빼고 편한 상태로 만든다. 온몸의 힘이 빠지자 자연스럽게 직립 자세로 견갑골과 엉덩이의 각각 좌우, 합쳐 총 4곳을 해부대에 대고 몸을 받쳤다.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부끄러운 느낌도 없이 알몸을 대담하게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알몸이 아니라 피부 밑에 너무나 생생해서 애처롭기까지 한 신체 조직까지 대담하게 노출하고 있는 상태 라는, 잘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이상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으흐흐..." 

"어 왜 그러세요? 무표정으로 그렇게 웃으시면 무섭다고요?" 

백의의 마스크 군이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니, 왠지 이상한 일이 돼버려서 말이야." 

"확실히... 이런 이상한 체험은 살아서는 한번도 못 해볼걸요." 

"하지만, 나는 좀 특수한 케이스이긴 해도 비슷한 인형의 몸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으니까. 그 사람들 수 만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돼." 

"무슨 일인지 아시는 것같은 의미심장한 느낌이네요." 

"하하하, 다음에 말해 줄 테니 우선 계속하자?"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듣고 백의 마스크 군은 무언가 생각 난 듯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작업을 재개하고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펴보고 상황을 확인했다. 

"음, 일단은요, 다음은 신체의 전면을 크게 도려내서 뚜껑처럼 떼어내고 안의 장기들을 전부 따로 따로 절단할 겁니다. 처음에 얘기했었죠." 

"아, 그래 그래. 벌써 거기까지 왔구나..." 

"네, 이것도 또한 꽤나 힘든 작업이어서 상당히 장거리 마라톤이 될 거니까요... 음, 일단 먼저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어떠신가요?" 

"그래 그래, 지금 시간이 12시 조금 안됐으려나...?" 

왁스로 코팅된 몸으로는 목 하나 기울이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조금 몸을 일으켜 벽 천장 근처에 걸려있는 고풍스러운 아날로그 시계를 천장에 매달린 LCD모니터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어, 벌써 오후가 됐네." 

"네, 벌써 1시에요, 배가 등에 붙지 않으셨나요?" 

"응, 조금 배가 빈 것 같은데?" 

"그럼 뭔가 먹을 만한 것이 없나 직원 대기실 냉장고 좀 보고 올게요." 

"마스터가 있으면 안부 좀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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