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그녀와 인체 모형 상편 1화
10월 5일(일)4:00
주말마다 밤을 새가면서 하는 성 도착적인 봉사가 끝나고 온몸에 물방울과 바느질 자국 투성의 태어난 모습 그대로 해부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면서, 칼로리바를 힘없이 입에 갖다댄다.
천장에는 기계 팔에 부착된 32인치 LCD 모니터가 매달려 있고, 멍하니 거기에서 나오는 영화를 감상하며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이 샤워기로 해부대에 물을 뿌리며 다양한 수술용 도구를 짤그락 짤그락 닦으면서 힐끔힐끔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질문해 왔다.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빌려오신 건가요?"
"응? 아, 도쿄 잔혹 경찰*[일본의 쌈마이틱한 고어영화]."
"뭔가요, 그거…"
"꽤 재미 있어~ 달팽이 여자라던지 의자녀 라던지 하반신이 악어인 여자라던지 사지 절단 여자라던지, 온갖 개조의 퍼레이드야. 너도 이리 와서 같이 볼래?"
몸을 움직여 공간을 만들고 해부대에 생긴 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그게 뭐에요? 그런 것 좋아하셨어요..? 권유는 기쁘지만 사양할게요. 정리도 하지 않으면 안 돼서요.."
"...아니, 음 네가 그런 걸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빌려 봤는데, 딱히 취미가 아닌가?"
"음, 좀 다를걸요..."
"아...그래?"
대화가 끊기고 짤그락 짤그락 수술 도구를 정리하는 소리와 발끝에서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멍하니 피투성이 장면이 나오고 있는 천장의 액정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의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은 채 홀짝홀짝 칼로리바를 입에 갖다 댄다.
먹기 힘든 쿠키 과자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길 5분, 딱히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 버려 곧 노란 색과 검은 색 줄무늬의 과자 상자는 텅 비어버렸다.
LCD 모니터의 화면 가득히 피와 고깃덩어리가 넘치고 폭력적이고 기괴한 전개가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화로도 시간을 때우기가 힘들게 되어 버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방구석의 세면대에서 뭔가 작업을 하던 백의의 마스크 군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네?"
"그때 그 5000만원, 어디에 쓴 거야?"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사 자금, 풀 HD 디지털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새로운 노트북하고 휴대용 블루레이 드라이브,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기자재 비로 썼죠."
"그것 뿐이야? 5000만원으로 그걸 전부 샀다기에는 좀 비싼 것 같은데."
백의의 마스크 군은 허리에 손을 대고 과장되게 어깨를 쳐지게 하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머지는 학비로요, 의대 학비가 엄청나요."
"흐음… 고생하고 있네."
"네, 고생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것도 예전에 한번 말씀드렸지만, 이쵸우 씨가 꼭, 인체 모형 아르바이트를 헤주셨으면 하는데... 어떤가요?"
"…음, 그거 하면 너한테도 돈이 들어가?"
"음, 이쵸우 씨 만큼은 아니지만 얼마 정도 들어오죠. 인체 모형이니까요, 단순히 해부해서 배치할 때 보다 여러가지 처치를 더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에 대한 보수라고나 할까요."
"그렇네. 그렇다면 한번 해 보는 것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구석 세면대 앞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백의의 마스크군의 얼굴이 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듣고있었어요! 예스라고 생각해도 되는거죠!?"
"악! 깜짝이야. 그래, 그래, 그런 셈으로 치자..."
"하하 히히히. 좋아요. 좋아요! 당장 본론으로 들어가서, 돌아오는 월요일, 내일이군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정도 여유를 갖고 목요일도 비워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따로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지금은 집필 의뢰도 조금이고 마감도 아직 멀었고, 비우라고 하면 얼마든지 비울 수 있다고? 한달 정도라도 문제없이 되는데?"
"아니 일단 3일...여유를 갖고 4일이면 돼요!! 좋았어 좋았어...!"
4개월 가까이 매주 얼굴을 보았지만, 여기까지 흥분한 백의의 마스크 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종종 걸음으로 뛰어다니면서 가볍게 V 포즈까지 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 건지....
"그럼, 조금 이르지만 지금부터 준비해 주실래요?"
"응, 근데 언제나처럼 인체 표본을 만드는 방법으로 인체 모형 을 만드는 거지? 그 정도라면 굳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아도, 내일 대여해주기 직전에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뭐라고 하셨나요? 계속 해왔던 건 어디까지나 포르말린 절임이나 다름없잖아요? 이쵸우 씨 이과실의 인체 모형 이라던가 본 적 없어요?"
"... 본 적이라면 어떤 모습인지는 알고 있어"
부끄럽지만 과학과 수학으로 시작되는 화학, 물리, 수학 등 이과에 속하는 과목들은 알레르기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싫어하고 초등학교의 과학실부터 시작되는 그러한 이과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학교의 물건들은 보통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곳에 있었으므로 외관상 『 인체 표본 』이 어떤 것인지 막연한 지식은 있었지만 실제 손으로 만져보고 한 적은 물론 없었다.
"그거지?? 절반 정도 껍질이 벗겨져 있는 그로테스크한 플라스틱 인형 같은 느낌.."
"뭐 잘못되지 않았지만, 각 부위를 쉽게 뗄 수 있게 만드는 건 아세요?"
"응, 손이나 다리 같은 걸 떼야 된다고?"
"아니 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것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배에서 가슴 언저리까지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해 놓고 그 안의 장기를 각각 분리 가능하도록 해놓죠."
"...징그럽지 않을까?"
"네, 일반적으로 말하면 징그럽겠죠."
"즉 내가 그렇게 된다는 거지?"
"네, 그렇네요."
"신체의 전면을 뚜껑처럼 떼어 낼 수 있게 된다고..."
칼로리바 한 상자의 영양분으로 치료 되어 상처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된 배에서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본다.
"네, 그렇죠."
"조금 힘든 거 아니야? 그렇게 배를 절개 한다 해도 너무 물렁거리고 ... 그런 걸로 뚜껑을 만들 수가 있나?"
"그대로 하기에는 조금 무리고 여러가지 처치를 하여 뚜껑으로 만들 수 있게 경화 시킬거에요."
"경화?"
"네, 딱딱함을 논하기 전에 이쵸우 씨의 몸은 그대로 두면 저절로 치유가 돼버려서 대부분의 상처는 나아 버리죠. 그러니, 배를 열었다고 해도 금방 치료가 돼버려서 뚜껑의 기능을 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절개한 부분을 수지성의 왁스로 코팅해 경화를 시킴과 동시에 치유하려는 것도 막는 거죠. 또 뚜껑으로 사용할 배는 물론이고 안의 장기들도 각각 분리할 수 있게 절개 해서 하나씩 전부 코팅해 갈게요 "
"오, 오... 알겠어 알겠어 일단 대충 어떤 모습인지 느낌이 왔어. 어려운 건 둘째 치더라도 엄청 기뻐하는 것 같네.."
대화를 계속하면서도 백의의 마스크 군은 방 구석에 쌓아 올려진 플라스틱 탱크 속에서 검은 라벨이 붙은 것을 허리를 낮추어 양손에 들고 내려놨다 들었다를 반복하며 고생하고 실어 왔다.
검은 라벨에는 하얀색 글씨로 『 카미카마 갓 왁스 20호 』라고 인쇄되어있었다.
"거짓말, 그것 20호의 왁스잖아, 얼마 전 8호 왁스로도 엄청 번들 번들 거렸는데, 20호는 과하지 않나?"
"글쎄요, 눈으로 보고 알 만한 얇은 막으로 딱 코팅된 느낌이 돼요. 게다가 표면에서 몇 mm정도지만 몸의 조직에 침투해서 몸 조직도 어느 정도 같이 굳으므로 몸에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처음 모습대로 어느 정도 고정이 될 거라고 생각되네요."
"좀 무섭네, 그렇게 해도 별 문제는 없나?"
"문제 없습니다, 왜냐면 여기, 이쵸우 씨의 오른 팔로 실험을 해봤으니까요. 아! 바를 때는 딱히 문제를 찾을 수 없어서 지금은 왁스를 다 씻어냈어요."
뭐? 내 허락도 없이! 라고 할까 전혀 모르고있었다. 반사적으로 빈 칼로리바 상자를 찌그러뜨리고 뭉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오른손을 쳐다보았다.
살짝 손바닥을 열어 뭉쳐진 상자를 리놀륨 바닥에 떨어뜨리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손이나 팔에 위화감이 남아 있지 않은 지를 확인해본다.
조금 당기는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았지만 보통 쓰는 왁스에서 남는 위화감과 별 차이가 없는 정도였다.
"응, 분명히 문제는 없는 거 같아... 그런데 분명 이 팔에 왁스를 칠했다가 벗겨보았다 라는 건데 하룻밤이 지나서 효과가 끝났다면 실용성이 없을듯한데, 하지만 실제로 왁스는 다 닦아졌고, 그렇게 강력한 왁스를 어떻게 떨어뜨린 거야?"
" 그렇군요. 우선 효과 지속 시간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꽤 강력한 왁스라 보통 수 개월..아니 반 년 정도고 상태가 좋으면 1년 정도 까지도 효과가 잃지 않아요. 그래서, 그 강력한 효과 때문에 틀려서 몸이나 옷에 잘못 묻어버린 경우를 대비해 개발원인 미카에서 세정제도 팔고 있죠. 그걸 시험해 보니 원래 1/10정도로 희석해 사용하게 되어있는데, 원액에 담그고 10분 정도면 깨끗하게 분해되어 효과가 없어지는 것을 알았죠."
다시 오른손을 움직여 위화감이 없음을 확인한다.
8호 왁스를 사용했을 때도 몸에서 완전히 씻어내는데 2시간이나 욕실에 틀어박혀 몸이 벗겨질 정도로 구석구석을 닦아내느라 꽤나 고생했었는데 그보다 훨씬 높은 점착력을 가진 20호의 왁스를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 흔적도 거기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흠흠... 과연... 음 그럼 문제는 없는 건가.. 좋아... 빨리 해버려!"
"좋아요. 그 결단력, 엄청나네요."
안경 너머로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백의의 마스크 군이 드물게 웃는 얼굴이 되는 것이 엿보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레어한 표정에 경제적으로 언제나 힘든 상황인 대학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며칠 더 맡았어도 됐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보수에 대해 생각이 났고 딱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아, 그런 아르바이트 하고 보수는 얼마정도 될까? 보통 인체 모형의 대여 정도로는 큰 돈이 안되잖아?"
"아, 중요한걸 잊고 있었네요. 의뢰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있는 저의 고등학교 선배로 흔히들 말하는, 재벌2세에요. 그리고 여기 VIP회원이기도 하죠."
"맙소사, 돈은 넘쳐나겠네. 근데 그런 부자님께서 일부러 평범한 인체 모형을 돈 내고 대여를 하나?"
짤그락 짤그락 해부대 밑에서 칼 등 수술용 도구를 꺼내며 대화를 계속한다.
"음. 이야기는 3달 전의 일이지만 그 선배는 여기서 표본으로 전시된 이쵸우 씨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거에요. 원래 그런 조형 일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이쵸우 씨 인체 표본의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완성도에 관심을 가졌대 요..."
"뭐, 진짜로 살아 있으니까..."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VIP전용 룸에서 다른 고객으로부터 표본으로 전시된 이쵸우 씨가 사실은 살아있는 인형이다 라는 것을 들어 버려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더욱 흥미를 느껴 버렸다네요..."
"VIP회원들은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까."
"설상가상으로 뭘 할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은행 씨가 퇴점을 기다리고 있던 곳에서 저와 만나버려서..."
"그래.."
좀 스토커 같다는 느낌의 기분 나쁜 마음도 들었지만 백의의 마스크 군의 선배이므로 굳이 입 밖으론 내지 않았다.
"설마 아는 사람.... 선배가 여기에 손님으로 방문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지만 선배야말로 제가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니 놀랐다고 해서..."
왁스칠용 녹색 천이 담겨있는 스테인리스 통을 꺼낸다.
"그래서요. 이게 본론인데, 선배는 내가 여기 직원이라고 입을 열자마자 저 아가씨를 꼭 갖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그렇다고 아무리 이런 이상한 바 라고는 해도 인신 매매는 안되고..."
"흥...기분 탓일까, 왠지 한번 것 팔려갔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그건 벌써 몇 번이나 사과를 드렸잖아요..."
"흥..."
계속해서 은빛의 트레이 여러 개가 줄지어 해부대에 진열되어 간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쵸우 씨가 다른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은 조금..."
"…뭐?"
뭔가 개인적인 뜻밖의 반응에 싱글싱글 미소를 지으며 해부대에 트레이를 나란히 놓고 있는 백의의 마스크 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그, 그만 두세요. 그, 소중한 동료니까, 본인 없이 그런걸 막 정할 수는 없고..."
"흠, 소중한~? 동료? 도옹료오~?"
평소엔 잘 볼 수 없는 그의 흔들리는 모습이 귀여워져서, 작업을 계속하며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있는 그에게 끈질기게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러 댔다.
그러자 백의의 마스크군은, 트레이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갑자기 남은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자세하게 는 듣지 못했지만 두드러기가 났다고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계속 긁어 댔다.
그리고 조용히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 이쪽의 시선에서 눈을 피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 그래요! 나는 이쵸우 씨가 마음에 들어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기 싫었어요! 그니까, 좋아한다구요! 아! 정말!"
어...어.
놀랐다.
갑자기 이런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예상 외였다.
벌써 4개월 가까이 됐을까? 이곳에서 함께 작업을 하고 많이 이야기할 기회는 많았지만, 그런 이성 관계의 화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서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내가 집요하게 괴롭힌 것이 원인이었을려나... 그런 그가 갑자기 나에 대한 호의를 표명한 것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채 무심코 입을 떡하니 반쯤 벌리고 안경 너머로 살짝 엿보이는 그의 얼굴은 몹시 붉어져 있다.
백의에 몸을 감싼 그를 빤히 쳐다본다.
"왜, 왜요? 할 말은 다 했다고요! 뭔가 반응을 해주세요..."
"...아니, 솔직히 놀랐어.. 너는 그런 화제를 입에 올리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얼마 전까지는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여기서 이쵸우 씨와 지내는 동안에 나는 변해 버렸어요. 그렇게 만든 것은 당신이에요..."
"으, 응, 왠지 미안."
"정말이에요..."
"하긴 ,나도 싫지는 않아... 랄까 솔직히 나도 좋아."
"...정말요? 좋아해요? 정말? 저를 좋아해주시는 건가요? 정말요?"
"그래, 나도 네가 좋아. 두번 말하게 하지말라구.."
의식하자니 갑자기 알몸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뺨에서 귀까지 화악 뜨거워져 머뭇머뭇 다리를 꼬고 가슴을 숨기듯이 팔짱을 끼고 등을 수그려 신체의 노출 면적을 최대한 작게 했다.
"이제 와서 그러시나요, 그건 벌써 괜찮다구요."
"우우, 그렇게 말해도 이건 조금..."
"각오를 하죠. 일단 그 얘기는 그것대로 둡시다. 아까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일단 그 형은 기간제 렌탈이라는 것으로 겨우 이해시킨 거에요."
"아,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하고 있었지..."
"본인도 없이 이야기를 진행해서 죄송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돈의 힘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시도했을 테니까요. 올해도 여러 번 그랬고.. 1000만원정도 받게 된다면 나쁘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배가 갑자기 3일 동안 1억 원으로 어떠냐고 제시해 와서."
3일만에 1억원!?
예상치 못한 고액의 보수를 듣고는 놀라움과 흥분에 움츠러진 채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잊고 화악 몸을 일으킨다.
"우와! 대단하... 아니, 1억 원이라니, 그건 꼭 해야겠네."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해 주시니... 저는 그 중 100만원 정도면 되니까요... 맡아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괜찮다니까. 5000만 5000만, 마침 딱 절반씩 나눠지네. 네가 다 이야기해 놓은 건데... 그렇게 하자, 거절해도 소용없어. 나 그 이상은 받지 않을 테니까"
"... 그렇나요…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도움이 되겠어요. 호의 감사드리고 보수 중 5000만원 고맙게 받겠습니다."
"응응. 생활비든 학비든 뭐든 쓰고 다니라구!"
"...낭비는 안돼요."
그럼....하고 백의의 마스크 군이 중얼거리고 한번 호흡하자 어디서 꺼냈는지 잡티 하나 없는 칼에 천장의 창백한 형광등 불빛을 반사하는 은빛으로 빛나는 칼을 눈앞에 빼어들었다.
동시에 주위의 공기가 가라앉고 그가 일 모드에 들어간 것이 느껴지며 자연히 전신의 근육이 긴장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우선은 음, 오른쪽 반신의 피부를 모두 벗겨 냅니다. 그리고요, 음... 가능하면 머리도 밀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음... 뭐어 이 몸이라면 아마도 바로 자랄거라고 생각하는데... 망쳤다고 해도 무대용 가발이라던지 많아서 머리카락 정도야 그냥 확 밀어버려도 상관은 없지."
"…뭐랄까 집착이 없다고 할까, 그렇네요.. 여성의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이고, 거절하거나 좀 더 민감한 반응을 할까 생각했는데..."
"이런 몸이고, 뭐랄까 세세한 것 일일이 신경 쓰고 있어도 어쩔 수 없고 말이지."
" 세세한 것이라… 그렇지만. 뭐, 저로서는 편하니 좋지만요, 서둘러서 죄송하지만 바로 머리를 밀어드릴께요."
"그래, 얼른 얼른 끝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