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그녀 3화
사아악─ ─ ─.
"응!..."
허벅지 중간쯤에 매스를 찔러 넣고 신중하게 피부를 타고 내려가 절단선을 그려 간다.
"아, 아프...,진 않네."
" 그렇네요, 아프지 않지만 감촉이 있으니까요. 저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통각은 없지만 촉각은 남은 상태에서 몸의 깊은곳에 손이나 메스같은 걸로 공격 받고 마음대로 남에게 손대지는 것을."
백의의 마스크 군은 허벅지 근육에 조심스럽게 메스를 넣어 다리 절단 작업을 계속하며 대답한다.
"음, 상상 할 수 없는 감각이군요. 구강이나 점막 같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비슷하죠?"
"오,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하다고 할까? 근데 입 같은 데는 태어났을 때부터 있어서 자극에 익숙해져 있다고 할까, 별로 이상한 감각은 없잖아?"
"음, 그렇군요."
작업을 하던 허벅지의 근육이나 힘줄 등의 연 조직의 절단이 완료했는지 해체대 밑에서 무뚝뚝한 빛을 내는 금속제의 뼈 를 자르는 용도의 가위와 금속 고리 같은 기구가 나왔다.
"아, 이제 뼈를 자르기 전에, 잠깐 사전준비를 할게요."
"알았어, 알았어."
허벅지의 절개 부분에 금속 고리가 대퇴골을 에워싸게 끼워지고 근육 등의 부드러운 조직을 걷어 올려 고정하면 대퇴골이 드대로 드러난다.
계속 백의의 마스크 군은 익숙한 손 놀림으로 철커덩! 큰 소리를 내는 가위의 잠금을 해제하자 날렵한 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할께요."
"응."
노출된 대퇴골에 날을 갖다 댄 다음 순간 싹둑! 큰 소리를 내며 가위가 교차되고 대퇴골이 정확히 절단됐다.
힘을 잃은 한쪽 다리가 뒹굴 하고 해부대 위를 굴러간다.
내 몸이 해체되어 가고, 그 시작으로 우선 다리 한 쪽.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다리를 보고 자신의 몸이 해체된다 는 광경에 도착적인 쾌감을 참을 수 없었다.
"음…."
"뼈를 자를 때는 언제나 긴장되네."
남에게 자신의 몸을 해체 당하면서 성적으로 도취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숨기면서 말을 걸었다.
"그럴만 하죠, 원래 이 가위, 수술용이 아니고 이렇게도 쓰지 않으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해부대 옆의 금속 트레이 위에 나뒹굴고 있는 가위에 시선을 향한다.
확실히 수술 도구 라고 하기에는 다이소에서 본 적 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정말 소프트 비닐로 된 몸이구나. 처음에는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실제로 해부해보니 피부, 지방, 근육, 힘줄, 내장 기관, 전부 비닐 재질이었어. 소프트 비닐..."
"음~, 첫날 누님의 모습 꽤 무시무시 했다구요."
"…그건 잊어 줘."
순간, 백의의 마스크 군을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고 ─ ─ ─ 벌써 세달 전의 일일만큼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런데요, 뼈는 역시 조금 딱딱하네요. 첫날 기억하세요?"
"음, 어땠었더라?"
"수술 기구는 전부 갖추고 있어서 그날은 저는 보통 인간하고 똑같이 의료용 톱으로 대퇴골을 잘라냈었죠."
"아... 그렇지, 지금은 톱 쓰지 안잖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톱이었는데 어느날에서 부턴가 가위로 뒤바뀌어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 그렇습니다. 지금은 가위로 단번에 잘라내도록 하고 있어요. 왜게요?"
"왜?"
백의의 마스크 군이 이마에 손을 올리고 마스크를 크게 부풀려 한숨을 내쉰다.
"바로 되물어보시는 건가요... 뭐 괜찮지만요. 원래 톱이란 것은, 칼날 두께만큼 절단할 물건을 산산조각 내서 끊어버리는 거거든요."
"아, 하긴. 나무를 톱으로 밀면 톱밥이 엄청 나오지."
"생각해 보세요, 매 주마다 톱날의 두께만큼 대퇴골이 깎여 나가 조금씩이라도 점점 짧아지면 어떡해요?"
"다리가 점점 짧아지다가 없어지겠지!"
"맞아요."
머릿속에 아까 거울에 비친 반질반질 광택이 흐르는, 그러면서도 한쪽 다리가 이상하리 만치 짧은 자신의 모습이 재생된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기묘한 생물이 환한 미소로 부끄러운 미소녀 전사의 포즈를 하고서 서있었다.
"아, 그건 분명 큰일이네. 별로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
"뭐, 요새 들어서 누님의 말도 안되는 재생 능력을 보면 그것도 괜한 걱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요."
대화하면서도 백의의 마스크 군은 남은 다른쪽 다리의 작업을 계속한다.
" 그렇네, 상처가 나도 하루 이틀이면 전부 원래대로 돌아가니까. 잘린 것도 원상복구가 되려나?"
"아, 그러고 보니 전시 중에 어설프게 재생해 버린 다거나 한 적은 없나요?"
" 음, 포르말린 액체 속에 담겨 있으면 어떤 성분이 재생을 막는지 그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
"과연..흥미롭군요! 이번 기회에 여러가지 액체 넣고 시험해 볼까요?"
"뭐, 시간이 있으면 해도 좋은데."
"이거, 이쪽도 절단할게요."
싹둑!
핫팬츠 라인 정도의 짧은 길이로 양쪽 다리가 절단됐다.
내 다리.
다리를 잘라낼 때 뼈가 절단되며 하복부에 지잉 울리는 진동에 쾌감을 전해주면서 아직 하늘 하늘 흔들리고 있는 절단된 직후의 또 한쪽 다리를 바라본다.
"오, 오오-, 완벽한데."
역시 남에게 이런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별로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남은 짧은 허벅지를 상하 좌우로 휘두르며 어디 까지나 침착한 모습을 어필한다..
"하나하나 잘라드릴게요. 다음 양쪽 팔입니다."
"오, 오."
점점 더 조그맣게…, 해체, 해체되어 간다... 내 몸이 따로따로 나뉘어간다.
갑자기 뜨거워져 끓고 있는 머리로 희미하게 아까 말한 몸속 깊은 곳의 감각을 생각하며 황홀한 기분으로 양팔을 뻗었다.
"좋아요, 일단 양팔하고 다리 모두 됐어요."
작업이 끝난 나의 양 팔은 이미 T셔츠를 걸치면 전부 가려질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해체되어가는 것에 조금 상기되면서도 짧게 남은 양 팔과 다리를 펄럭 거리며 구석에서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백의의 마스크 군에게 말을 건넸다.
"그, 그러고 보니까 잘라낸 팔다리는 어디로 가는지 맨날 보이지 가 않네. 혹시 알아?"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흘려들은 말로는 안쪽의 VIP룸에 전시된 다거나 하더라고요."
"아아... 여기서 3개월을 일했는데도 모르고 있었네."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쿵 둔한 소리와 함께 모서리가 은색으로 장식된 세로로 긴 수조를 꺼낸다.
"우리 같은 일개 종업원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한 곳인데 안쪽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건지..."
"모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아, 다음 작업의 준비가 끝났어요."
"네에 네에~"
매스와 핀셋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트레이가 해부대 옆에 놓여지고 마지막 작업이 시작된다.
"그럼 시작할게요."
푹------
쇄골에 매스를 찔러 넣어 뼈를 따라 가슴 쪽으로 절개를 진행해간다. 좌우 양쪽 쇄골부터 시작된 선은 가슴에서 하나가 되어 다시 그곳으로부터 수직으로 가슴에서 복부, 다시 하복부에서 음부까지 몸통 앞쪽의 커다란 Y자의 칼 자국이 났다.
신체의 안쪽에 이물질이 삽입된다, 는 보통 사람의 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에 몸이 떨리고 숨이 내쉬어진다.
"아..., 아…."
"그럼 엽니다."
저의 반응에 조각도 관심을 갖지 않고 백의 마스크 군이 작업을 진행한다.
조금 흠이 나쁨을 느끼면서도 고개 끄덕이자 Y자의 절개에 따라 문자 그대로 Y 셔츠를 풀어 헤치듯이 피부가 벗겨 열려져 갔다.
"아, 이건 언제나 두근 두근 했지."
"저는 많이 익숙해졌다고요?"
트레이 위에 놓여있던 집게로 꾸욱 피부가 고정되어 가면서 그 아래 모습이 차가운 조명을 받아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거기에는 이과실의 해부도로 밖에 본 적 없는 듯한 군데 군데 지방이 붙어있는 선명한 색깔로 광택을 발하는 신선한 근육 조직이 실룩 실룩 경련 하고 있었다.
"후후... 아무렇게나 잘라내도 괜찮다니, 재밌네요."
"아, 너 공부가 되었다 거나 그렇게 얘기했었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에요. 지금은 우선 어디 까지나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에요.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마무리 지을 테니까요."
"아니, 뭐 그건 그렇지만......"
실없는 대화가 오고 가면서도 철컹 철컹 하면서 니퍼와 같은 기구로 가슴 언저리가 착착 절단되어간다.
"다 됐네요."
가슴에서 큰 덩어리가 꺼내져 퉁 하고 해부대 옆에 흉골이 올려졌다.
"이제 여러가지가 전부 보이네요."
몸통의 다양한 조직이 파괴된 상태 인지라 조금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살펴본다.
가슴에서 길게 아랫배까지 열린 신체는 폐, 심장, 간, 대장, 위장까지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하하…. 와우..."
"그럼 좀 더 대담하게 내장이 나와보이도록 할께요."
그러자 백의의 마스크 군은 한 손에 메스를 들고 노출된 몸통에 넣자, 유려한 손놀림으로 마무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으, 으응…?"
완전히 해체되는 쾌감에 빠져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아니, 왜 여기서 그걸 물어보는 거야?"
"아, 아아-, 오너가 아는 사람이라니, 조금 불안해서 일까요."
짤그락 짤그락 집게를 만지는 소리와 함께 침묵이 이어진다.
"거짓말."
"뭐라는 거야, 정말 그냥 호의로 하는 일이야."
백의의 마스크 군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어떤 의도를 갖고 저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호의적인 일을 하는 것 처럼 적당히 얼버무려 봐야지.
"봉사는 핑계군요."
"그, 그럼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해체되는 것에 쾌감을 느끼시는 거죠?"
"잠깐, 무, 무슨 말이야, 그런…."
땡그랑!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백의의 마스크 군은 수술 기구를 해부대로 던지고는 사지가 절단된 내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뭐, 뭐 하는 거야! 놔줘! 장기가 떨어진다고!"
소장 대장 등의 소화 기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나는 아주 짧아진 양옆을 안고 백의의 마스크 군은 성큼성큼 탈의실로 향한다.
"보세요! 거울 보세요! 지금 자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한번 보세요!"
그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빨갛게 뺨을 붉히고, 입가에서 침을 흘리고, 눈에는 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 아 아아……"
"훌륭한 아헤가오 그대로잖아요!"
"아 아아 아아...!! 보지마아아아아!"
바둥바둥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짧은 팔을 휘둘러 얼굴을 숨기려 했다.
바둥바둥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짧은 다리를 휘둘러 이 자리를 도망치려 했다.
모두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백의의 마스크 군은 천천히 거울 앞에서 뒷걸음질하여 해부대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나를 옆에 눕혔다.
" 말해 주실래요?"
"우!...읏 내가 너보다 꽤 연상인데 이런 부끄러운..."
"뭐라고 하셨나요?, 몸을 거기까지 보이는 것 그 이상 부끄러운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몸은 아무래도 괜찮아, 이건 정신적인 문제야!"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고 있는 얼굴을 팔로 감추지도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음, 이제 나는 알아 버렸으니 괜찮잖아요. 말해버려요."
"음...훌쩍! 훌쩍!…..."
입가에 화장지가 문질러진다.
"자, 킁."
"푸우우우우우우."
반사적으로 코를 풀어 버렸다.
부끄러워....
"자, 말해 주세요."
"… 알았지...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절대 비밀로 할게요, 네."
아직 얼굴을 마주 볼 용기는 나지 않고 얼굴을 돌린 채 입을 연다.
"처음에. 나도 처음에는 보통 사람이었어."
"처음부터 인형의 몸이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응, 나와 비슷하게 인형의 몸이 되어 버린 사람이 넌 믿을 수 없겠지만 이 세상에는 많이 있어."
"뭐 이곳에서 일하면 대부분의 것은 믿을 수 있어요."
"그래서, 완벽하게 인형이 되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나는 그 과정을 중간에 그만뒀어."
" 기다리세요, 그럼 그 과정인가 뭔가를 도중에서 중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말 없는 마네킹이라도 되는 것입니까?"
질질 코를 훌쩍거리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아니, 너 어렸을 때 장난감 인형으로 안 놀아봤어? 결국에는 그렇게 속이 텅 빈 등신대 인형으로 변한다구."
"아, 가면 라이더 라던지 가지고 있었죠."
"그래, 아마 그런 걸 꺼야. 정말 인형이 돼버린 것 처럼 손발이나 머리를 자유롭게 뺏다 꼈다 할 수 있어."
"헤에…, 의식도 존재하나요?"
"네, 보통으로 움직이고 먹고 배설도 하고 외형적으로는 인간과 다를 게 없어."
"과연…. 그래서 누님은...?"
"내 경우는.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인형에 되는 과정을 중간에 멈춰서 간신히 인간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었구나 상각했어."
"과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고."
많이 안정된 것으로 얼굴을 되돌리면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래서 한동안은 자신은 보통 인간의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어느 날 조그만 사고에 휘말려서..."
"네, 네."
"손가락 끝이 조금 베였는데."
"과연. 그랬더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군요. 게다가 다음 날에는 멀쩡하게 회복했다. 그런 건가요?"
"그래."
백의의 마스크 군은 크게 한숨을 내쉬다.
"그런데 그거랑 이 자원봉사랑 은 무슨 상관인가요?"
"그래서, 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아는 의사에 철저하게 검사 받기로 했어."
"하아….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처음엔 그저 손톱 끝이나 구강 조직이나 머리카락같은 부분부터 봤지. 그랬더니 어디를 채취해도 염화 비닐과 비슷한 재질이더라구."
"..."
"그래서 내 몸에 어디까지 인형재질로 이뤄져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지. 그래서 가능한 한 깊은 곳까지 해부하고 검사 해달라고 했어."
"설마 거기에서 해체되는 쾌감에 눈 뜨거나 해버렸다는 거에요?"
"어머나, 그래, 잘 알았네."
백의의 마스크 군은 더 크게 한숨을 터뜨렸다.
"그것 뿐이에요? 그냥? 새로운 쾌감에 눈을 떠서 여기서 봉사한다 구요?"
"그래, 그렇다니까."
백의 마스크 군은 더욱 더 큰 한숨을 터뜨렸다.
"그럼 오늘의 해체는 여기까지 하고. 수조에 들어갈까요."
"잠깐! 뭐야 그게! 더 못 알아보게 만들라고!"
" 죄송한데 제가 지금 머리가 아파가자고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 될 것 같네요."
"야!"
절단된 짧은 팔다리로 제대로 된 저항은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겨져서 지금의 내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수조에 넣어진다.
"잠깐! 내 말 듣는거야! 내 말을 오로오옭!"
대답 대신 머리 위에서 줄줄 포르말린 용액이 흐른다.
"야! 내 말좀 들으라고, 그러니까라아륽그루루으"
순식간에 입에서 머리 위로 포르말린 용액에 묻혀 아무리 외쳐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일 열심히 하세요..~!"
백의의 마스크 군은 입을 웅얼거리며 짧은 사지를 흔들어 대는 나에게 가볍게 경례를 하고 수리에 수조를 올린 채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쏴아??????
몸이 차가운 비에 휩싸인다.
어 나는...
지금은 꿈...어제 전시 전 작업..인가.
그럼, 지금…, 나..도대체.....
어느날(토)27:00
"아, 일어나셨나요?"
등에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
낯익은 천장에 차가운 형광등.
어느새 또 언제나 의 해부실에 돌아와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것은 백의의 마스크 군의 모습.
"잠깐 기다려주세요. 지금 포르말린 용액을 흘리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오늘 봉사는 어느새 끝나고 언제 나처럼 해부대 위에서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아 고마워.아-...나 정신을 잃어 버렸었나?."
" 그런 가봐요~. 일단, 대충 닦아 드릴게요."
양 팔로 나를 안아 들어 조금 남은 허벅지로 일어서게 하고는 큰 목욕 수건으로 감싸서 빠르게 온몸을 닦아낸다.
" 어땠나요? 오늘의 봉사는?"
"그 사람 또 왔었어. 나를 사고 싶다는 손님,"
"그렇군요~"
그러면서 백의의 마스크 군은 내 머리에 무스 같은 것을 칠해준다.
"어머, 오늘은 서비스가 좋은데."
"볼륨 있는 느낌이 나는 편이 좋으니까요."
"앗..잠깐."
와 신체의 전면을 보면 아직 크게 절개된 채 소장과 대장이 그냥 매달려 있다.
"어라? 아직 꿰매주지 않았네~? 원래 순서 반대였잖아?"
"아.하하하..."
백의의 마스크 군은 적당히 나를 달래고 다시 나를 나를 안아 올리고 해부대에서 방 구석으로 향했다.
"어? 어디가는거야? 아직 손발이나 배도 그대로고."
"저기에요."
백의의 마스크 군이 턱으로 가리킨 쪽에는 낯익은 수족관이 카트에 올려져 있었다.
"응? 오늘은 아침에도 하는 거야?"
내 물음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수조로 넣어졌다.
" 죄송해요, 5000만은 큰 돈이라서."
"어,...."
의미 모르겠다.
분명히 오늘의 봉사는 끝일텐데.
나머지는 언제나처럼 절개한 곳을 꿰매고 회복을 기다렸다가 집에 가는 일.
그래, 그렇게 매주 늘 해왔었던 것.
응? 내가 팔린다고?
5000만...?
"그렇다고 움직이면 곤란하니까요."
수조 속에서 동요하여 혼란스럽고 멍하니 있다고 생각할 때 위에서 걸쭉한 액체가 쏟아진다.
"잠깐! 뭐 하는 거야! 나 돌아가야 한다니까! 집에 가야 된다고! 조카가 기다리고 있어! 야! 잠깐!"
" 죄송합니다, 3개월 동안 즐거웠어요 "
"ㅁ, 뭐...? 다음 주도 또 같이 이야기하면서 해체하자...응? ...야!"
"아, 지금 넣고 있는 건 포르말린 용액 대신 투명한 경화 실리콘 용액입니다. 금방 굳어져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잠깐!부탁!저를 집에!집에! 돌아가게 자꾸... 업다..자꾸..."
눈앞이 뽀얘진다.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끈적끈적한 실리콘 용액이 눈앞에 가득 채워져 시야가 희미하게 번져간다.
이런 일이....이렇게 돼버리다니....
맞아, 오너! 오너에게 얘기를 하면!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점도가 높은 실리콘 용액 속에서 필사적으로 손발을 버둥거리며, 입을 열어 오너의 이름을 부른다.
"많이 움직이기가 불편하신 것 같네요. 뭔가 외치고 계신 것 같지만 잘 들리 지가 않네요. 죄송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벌컥 뒷문이 열린다,
그곳에는 나이는 수조에 들어가 있는 그녀와 비슷할까, 보라 색 자켓과 검은 색 스커트, 검은 스타킹에 싸인 각선미의 눈부신 여성이 서 있었다.
"아, 오너."
"어머, 곧 완성인 것 같네."
"네, 곧 굳어져요. 보세요, 움직임이 둔해졌어요."
"창자가 배 밖으로 탈출하는 듯 보이면서, 무척이나 절망적인 표정. 꽤 괜찮은 장식물이 되겠네. 이쪽의 소리는 들리려나?"
"네,내장된 수중 스피커가 있으니까 완전히 굳어질 때 까지는 들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각또각 오너는 수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앉아서는 유리 너머로 수조 안을 들여다보았다.
"들려? 나는 알아보겠어?"
어항 속의 그녀는 잠깐 멈칫 하다가 흠칫 떨면 더욱 더 절망적인 표정이 되어 천천히 손발을 움직이며 입을 움직이며 무엇 인가를 호소했다.
"미안해, 이쪽에서는 들리 지가 않네. 삼 개월 동안 정말 고마웠는데, 5000만원은 흔한 기회가 아니잖아? 이제 그도 학비를 낼 수 있고 가난한 의대생에서 부유한 의대생이 될 거야."
여전히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호소했지만 수조 속의 그녀의 움직임은 점점 느려졌다.
"조카 이름이 뭐였더라, 카오리* 였던가? 얘기는 해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심해도 돼. 그 아이도 어느 정도 혼자 살만한 나이이고.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지?"
어항 속의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느려지고 이미 손발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천천히 입만 움직였다.
"그래, 카오리 짱에게는 500만원 정도 입금해줄까? 당신을 보고 있으니 딱하게 느껴지네."
이미 그녀는 움직임이 멈추고 눈만 부릅뜬 채 입은 무엇인가를 호소하듯 크게 열린 비참한 모습으로 그녀의 내장을 전부 내비치고 있었다.
"완성이군요."
"좋아. 그럼 마무리 처리좀 해 줘."
"네, 알겠습니다."
─ ─ 아!
─ ─ 아 아아 아아아아!!!!
─ ─ 아 아아 아아 아아아아!!!!
『 있잖아, 그런 일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
『 그냥 돈도 안 받고 하는 건데 뭐!』
『 아냐. 너무 수상하단 말이야, 그 바.... 』
『 그것 때문에 하는 거니까, 저기 오는 손님들의 대화 거리로 좋은 소재가 된다고~. 언더그라운드 감이 물씬 나는데, 좀처럼 없다구? 그런 곳. 』
『어.쨌.든!나는 충고했으니까! 진짜로 걱정돼서 그런거야…. 』
─ ─ 나는...나는...!!!
*카오리 : 같은 세계관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주인공의 조카로서 그녀 또한 인형의 몸을 하고 있다. 다만 그녀는 완전한 인형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