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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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서지에서 생긴 일』

    아침 일찍 눈을 떳다.

    어제 밤이 늦도록 꿈에 부풀어 챙겨 두었던 배낭을 들고, 집을 나셨다.

    집안 식구들하고는 인사를 어제 나누었으므로 조용히 현관을 열고 나왔

    다. 상큼한 새벽 공기가 스미어 오고, 역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

    웠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로 가기로 한 나는, 소풍을 가는 초

    등학생의 마음과 같이 한없이 설레었다.

    답답한 학교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맑고 넓고 푸른 동해바다를 찾아 떠난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종강을 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벌써 날씨는 한 여름을 방불케한다. 배낭

    을 둘러멘 나는 걸음을 재촉하였다.

    삼삼오오 여러복장들의 사람들이 모여 밝은 얼굴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

    는 역광장에 도착한 나는 친구들을 찾았다.

    "준호야~~~~~ 이쪽이다....."

    이름을 부르며, 손짓을 하여 위치를   려주는 재경이의 근처에는 함께

    동행할 친구들이 다 모여 있었다. 다 모인다고 해야, 전부 네명이었다.

    한쪽 팔로 통키타를 비스듬히 잡고, 나를 손짓하여 부른 재경이. 화학을

    전공하고 있고,얼굴이 잘생긴 그는 고등학교때부터 나의 친한 친구였다.

    재경이와 같은과인 영찬이. 시커먼 얼굴에 시커먼 선글래스를 쓰고 나

    온  그는 키가 훤출하게 크다.

    그리고 일어를 전공하는 만식이. 이 친구는 키도 작고, 얼굴도 어려보이

    는 동안이다. 그래서 같이 다니면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을 지경이다. 또 생긴데로,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

    이 먹어 보이는 여자들 에게는 무조건 "누나, 누나"하면서 푼수 떠는것

    이 특기인 그는 유머감각이 풍부하여 같이 있는 사람들을 늘 즐겁게 하

    여주는 친구이다.

    그리고 생물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앞의

    세 친구는 학교가 같아 자주 만나지만, 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어, 그

    들을 가끔 만난다. 재경이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고등학교동창이면서

    아주 친하게 지냈던 녀석이라 서로의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정도 였고, 영찬이와, 만식이는 재경이가 대학에 들어와서 사귄 친구이

    지만 몇번 같이 만나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고 하는 동안에 아주 친

    한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남자들 넷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특별히 없다.

    단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일주일 정도를 해변에서 보내고 오자는

    거였다.

    일주일 정도를 보내는데 필요한 쌀이며 반찬등은 나누어서 맡은데로 준비

    를 하였고, 텐트도 있는 사람은 가지고 오기로 하였다. 비용도 최소화하

    기로 하였고, 필요하면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충당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여자 친구들도 데려갈까 상의들을 하였는데, 일주일씩이나 남자

    들과 여행을 보내줄 딸가진 부모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모든것을

    현지조달 하여보자는 네 명의 투기가 의합한 결과로, 남자 넷 만 떠나게

    된 것 이었다.

    남자들 넷 만 떠나는 여행이라 미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어떤 일이

    벌어 질 것인가에 대한 예측 불허 또한 가슴 설레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열 시간을 넘어 가야하는 완행열차안은 비좁았다. 잽싸게 오른 만식이가

    우리 일행이 앉을 의자에 가지고 간, 배낭등을 놓아 자리를 확보하였다.

    좁게 앉아도 세 명이 앉기에 빠듯할 정도로 좁은 곳이었지만, 네 명이 같

    이 끼어 앉아 가는 맛도 재미가 있었다.

    의자 난간에 엉덩이만 걸 친 사람. 복도에 앉아 가는사람. 애인인듯한 사

    람의 무릎에 앉아가는 사람...자유분방함이 흐르는 젊은이만이 가질 수있

    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벌써부터 술잔이 오가지를 않나. 그

    좁은 공간을 활용하여 화투를 치는 무리들이 없나. 키타를 치며, 악을 쓰

    며 노래를 부르는 학생인듯한 젊은 남자도 있지 않나. 이건 그야말로 난

    장판이었다.

    재경이도 무료하였는지, 키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자아~~~떠어나자...동오해 바다아로오....사암등 사암드응 완행열차아~~

    기차르을 타아고오오~~~~'

    우리 자리 뒷쪽에 앉아있는 무리가 있었는데, 재경이의 노래를 따라 부르

    고 있었다. 친구들로 보이는 다섯 모두 여자인 이들이 우리 자리를 힐끔

    거리고, 자기네들끼리 속삭이기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어~~~저 여자 애들이 우리를 보고 관심이 있어 하네...."

    이런 좋은 기회는 아무때나 오는 것이 아니라면서, 영찬이 몸을 그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저어...우리도 그쪽도 외로운 사람끼리인것 갚은데, 함께 어울려 갑시

    다. 어차피 이 기차를 타신것 보니, 행선지도 비슷한 것 갗은데...좋으시

    면 우리가 그쪽으로 갈께요."

    여자애들이 싫지 않은 듯 아무대답도 않고 배시시 웃고들 있다.

    영찬은 그 웃음이 대답으로 여기는 모양으로,   기려는 준비를 한다.

    "야. 준호야 빨리 저 짐들을 저 선반에다 올리고, 재경이도 이 짐을 저리

    옮겨라. 그리고 이 분들 짐도 그 쪽에 빨리 빨리 옮기고...."

    영찬은  여자들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장사하시러 가시는 듯한 아줌마

    들에게 우리 자리로 옮겨달라는 양해를 구한 뒤, 그 좁은 기차안에서 짐

    까지 옮기는 난리를 치고 있다.

    영찬의 난리에 우리 짐까지 받아주는 여자에들도 우리랑 합석하게 된 것

    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싫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아니 오히려, 영찬

    의 정신 빼는 행동을 재미 있다는듯이 웃고 있었다.

    여자쪽에서는 두명이, 한 명은 창쪽으로 또 한 은 복도쪽으로 겨우 끼어

    서 있었고, 우리 쪽에는 영찬이가 난간쪽에 기대어 서 있었지만, 그런데

    로 자리 정돈이 되자, 영찬이 말문을 열었다.

    "자아....이렇게 같이 가게 된것도 인연인것 같은데, 우리 서로 소개한

    후 헤어질 때 까지 잘 지내 봅시다."

    각자 소개를 하였다. 그들도 역시 경포대를 간다는 것 이었고,  머무를

    일정은 삼박 사일로 예정을 잡는 다고 하였으며, 서울의 좋합병원 간호원

    이라고 했다. 나이는 우리 보다 한 살 내지는 두살 이 많았다.

    이 때에도 역시 만식이의 어리광이 나왔다.

    "누나들 이렇게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 한몸 다바쳐서 누님들 체

    류하시는 동안 잘 모시겠습니다."

    쬐끄만 녀석이 한 몸 다바친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친다는 말일까?...

    그 여자들은 박수로 대답을 대신 하였으며, 동생들에게 누님들이 한 텃

    내는것이라며, 가지고 온 뜨뜻미지근한 캔맥주를 돌렸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제 많이 이물어졌다.

    서로 농담도하고, 또 야한 이야기도 하면서 거리낌 없이 서로들의 몸을

    툭툭치는 사이들이 되었다.

    서있는 사람들과 서로 자리도 바꾸고, 또 화장실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좁은 통로를 따라 겨우 화장실에 다녀온 나는 황당하였다.

    친구녀석 무  위에 앉지 못한 여자애들이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저어...여기 앉아요...내가 준호씨 무릎에 앉을께요. 저 가벼워요."

    내가 아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던 `지혜'라는 여자가 나에게 말을 한

    다.

    "괜찮아요. 그냥 앉아 계세요..."

    나의 이 대답에 친구 녀석들이 재촉을 한다.

    "누님들이 엉덩이가 배겨서 큐션좋은 남정네들의 허벅지에 앉고 싶어서

    그러시는데, 준호가 큐션을 아끼는구나.~~~자슥...빨리 앉아서 앉으시라

    고 해라."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것 보라는듯이 지혜가 일어섰으며, 나도 모르게

    그자리에 앉았고, 지헤도 조심스럽게 내 무릎위에 앉았다.

    남들이 보았을때에는 상당히 가까운 연인들끼리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쯤

    으로 알 거였다.

    지혜는 몸이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은 편이었지만, 얼굴은 내가 좋아하

    는 형이 아니었다. 지금 맞은 편에서 재경이의 무릎위에 있는 민선이라는

    여자가 내 무릎에 앉아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지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하였고, 차분하면서 조용한 여자였다.

    지혜는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약간 산만한 지금의 분위

    기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나에게 몸이 많이 닿을 염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였다.

    이미 다른 여자들은 친구들 무릎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기대기도 하

    고, 앉은 자리에서 몸을 심하게 움직이며 웃기도 하였다.

    나는 지혜가 나와 닿을까봐 그렇게 행동하는것이 오히려 불편하였다.

    "저어....편하게 하세요. 난 괜찮으니까요...."

    나의 말에 조금 나아지었는지, 지헤도 조금 편안한 자세를 취하였다.

    기차가 흔들리는데로, 또 우리 일행이 분위기에 흔들리는데로 시간은 우

    리를 강릉역에 데려다 주었다.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여자들도 이왕이면 우리의 옆에 텐

    트를 치고 지내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기차에서 이미 결정을 하였었

    다.

    버스를 타고 얼마 쯤 달려 경포에 도착한 우리 일행 아홉명은 천막치는

    곳이 허락된 천막촌을 찾았다. 소나무 숲으로 들러싸인 곳에 텐트들이 옹

    기종기 처져있는 곳에 도착하였을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많았다.

    적당한 곳을 찾은 우리는 여자일행들과 같이 텐트를 치고 가지고 온 짐들

    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여자들은 텐트를 두개 준비하였고, 우리도 보통

    크기의 텐트 하나와 조금 큰 크기의 텐트 하나를 준비하였다.

    우리의 텐트 옆으로 나란히 여자들의 텐드가 설치되었고, 모래밭을 정리

    하여 음식을 만들 버너며 도구들을 놓을 곳을 만들었다.

    "저...우리도 바람막이좀 만들어 주실래요?...."

    여자 일행중에 까불기 잘하고 야한 이야기도 제일 잘하는 예쁘장한 다영

    이가, 넓적한 베이너판을 주워와서 바람막이를 만드는 만식이를 보고 한

    말이었다.

    "에구...누님도 여부가 있겠습니까요...해 드려야지요. 아니, 그러지 말

    고 아예 밥을 여기서 같이 짓도록하죠. 이곳이 바로 우리들의 공동 취사

    장이 되는거에요...히히히.."

    "좋아요."

    쾌활한 만식이와 다영이의 그들만의 의사 결정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일

    을 하면서 웃음으로 그들의 의사에 따르는 표시를 하였다. 취사장이 공동

    으로 사용되는것을 시점으로 밥도 서로 한번씩 짓기로 하였다.

    경포대에 온 첫날밤을 맞는 저녁식사는 남자들이 준비하기로 하였다.

    부지런을 떨며, 찌개를 끓이고 밥을 짓고하여 저녁식사를 끝낸것은 거의

    밤 아홉시가 다 되었다. 어차피 오늘은 바다물에 몸을 담그지도 못할것이

    니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누구 먼저랄 것 없이 불이 밝고, 음악소리

    가 나는 쪽으로 발길들을 옮기었다.

    바닷가 쪽으로는 장작을 가져다가 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 노래들을 부

    르는 무리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 어두운 수평선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한

    쌍의 남녀도 있었다. 술에 취해 바틀거리며 다니는 사람, 어두운 밤에 비

    키니를 입고, 선글래스를 쓰고 간이주점 탁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여자도 있었다.

    "자아....우리도 어디가서 우리의 즐거운 만남을 축하해야지...

    저리 음악소리 끝내주는 곳으로 가서 모래바닥을 비비자..."

    영찬이가 앞장서며 말했다.

    영찬이를 따라 들어간 곳은 모래사장위에 파이프를 박고, 천막으로 네군

    데를 둘러 막았으며, 지붕도 역시 천막으로 만든 간이 디스코 텍이었다.

    귀를 영는듯한 음약에 맞추어 열심히 몸을 흔드는 여러명의 남녀들이 있

    었다.

    자리를 잡고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는 만식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

    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저 녀석 내가 맡기 싫어한 회비지출 담당을 굳이

    하라고 하고, 저렇게 많이 시켜? 내일 부터는 굶었다.'

    난 빠듯한 경비를 맡아가지고, 요리 조리 아껴쓰고 저 녀석들을 서울까지

    무사히 내려놔야하는 임무가 있었다. 그런데 올라오자마자 저렇게 써 버

    리다가는 국제통화기금의 구제를 받아야 할 형편에 곧 빠지고 말 것은 불

    보듯 빤하였다. 여자들이 돈을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고, 또 있다

    고 해도 얼마를 술값으로 보탤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나를 바라보면서 만식은 눈을 찡긋하며 잔을 높이 들

    었다.

    "우리 방울 친구들과 여기 모이신 누님들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하여 건배

    합시다." --짝 짝 짝...---

    `에라 나도 모르겠다. 마시자...자식들아. 나도 신경 안쓰고 놀꺼다. 내

    가 너희들 형이냐..아니면 인솔교사냐...마셔라 이눔들아..조오타 건배'

    주거니 받거니 부딛히는 술잔들에 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부르스로 바뀌었

    다.

    "싸모님, 아름답습니다. 저랑 모래바닥을 한번 비비시지 않겠습니까?

    언변이 좋은 만식이가 다영에게 손을 내밀며, 춤을 청하자, 배시시 웃으

    며, 다영도 만식의 손에 이끌려 부둥켜 안고 돌아가는 군중속으로 사라졌

    다.  영찬이도 물고 있던 담배를 끄고 민선이의 손을 끌었고, 재경이도

    승희라는 여자 일행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스테이지로 나갔다.

    테이블에는 나와 내 옆에 앉아서 춤을 추는 모습을 구경하는 지헤와 여자

    일행중에 제일 인물이 떨어지는 순금이라는 여자만이 남게 되었다.

    '여자와 남자가 짝이 안맞으면 이럴 때 불편하구나'

    "지헤와 추세요. 저는 여기서 구경하는것이 더 좋아요."

    순금이가 나에게 한 이야기였다.

    "아닙니다. 별로 추고 싶지 않군요. 지혜씨 미안해요. 우리 그냥 셋이 술

    이나 마시죠."

    "좋아요."

    대답은 하면서도 지혜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술잔을 입에 대면서, 만식이

    를 눈으로 찾아 보았다. 조그만 만식이 조그만 다영과 춤을 추니 쉽게 발

    견되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로 찾았을 때, 만식과 다영은 거의 한 몸이

    되어 밀착 되어 있었다. 영찬은 여자의 엉덩이쪽으로 손이 내려와 있었으

    며, 재경이도 승희의 몸을 끌어다녀 뭐라고 귀에다 말을 계속하고 있었

    다.

    `자식들'

    나도 일찍 지혜의 손이라도 잡고 나갔으면, 지금쯤 밀착을 하고 오목 조

    목한 지혜의 몸을 느꼈을 텐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아래가 둔하게 묵직하여옴을 느끼었다.

    "준호씨는 춤을 못추어요?"

    "아닙니다. 그렇다고 잘 추지는 못하지만요, 저 녀석들 처럼은 할 수 있

    습니다."

    "네에"

    순금이가 갑자기 물어본 질문에 답변을 하였을 때, 음악은 끝이 났고, 다

    른 부르스 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재경이가 승희와 이쪽으로 오면서, 말했다.

    "준호야. 난 목 좀 축일테니까, 지혜씨와 비비고 와라."

    지혜를 바라보니 재경이의 말이 반갑다는듯이 웃고 있었다.

    지혜와 손을 잡고 스테이지로 비집고 들어갔다.

    스텝을 밟는 지혜는 많이 추어본 것 같았다.

    '이 여자가 처녀일까?'

    만나서 지금 이 순간이 오기 전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물음이 내

    자신에게 던져지는것이 이상하였다.

    지혜의 머리결이 나의 콧끝을 간지럽혔다. 지혜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나에게 당기었다. 가만히 당겨오는 지혜의 가슴의 부드러움이 느껴

    졌다. 나의 그곳이 다시 불편하려하였고, 나는 지혜와 닿지 않으려고 엉

    덩이를 뒤로 자꾸만 빼었다.

    지혜는 그러는 나에게 접근을 하면서 내 귀에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요. 괜찮아요."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무엇이 괜찮다는 말인가? 마치 나 혼자만의 비

    밀을 들켜버린 때 처럼 기분이 이상하였다. 그 말을 하고 난 후 지혜는

    밀착을 더 해왔고, 나의 그 부분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대해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지혜는 나의 그곳을 그녀의 허벅지며, 삼각

    주로 자극을 더 해왔고, 몽롱한 속에서 그곳을 비비고 있는 나의 춤은 이

    미 춤이 아니었다.

    `기차안에서 내 무릎위에서 나의 몸과 닿을까봐 그렇게 신경을 쓰던 이

    여자가 여기서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나는 지혜의 친구들도 영찬이와, 재경이, 또 만식

    이에게도 나에게 이 여자가 하는 것 처럼 대담하게 문지르지 않았을까하

    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아니지 오히려 여자들이 몸을 뒤로 빼고 그 녀석들이 딱딱해진 물건을

    비비대었는지도 몰라. 그러고도 남을 녀석들이니까....'

    음악이 끝나고 어찌되었든, 은근한 지혜의 자극에 커질대로 커진 나의 물

    건을 추스리지 못해 걸음거리도 이상했을 만큼 어색한 움직임으로 테이블

    로 지혜와 돌아왔을때는 춤을 추러 나갔던 친구들이 다들 모여서 술을 마

    시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목이 말라 맥주를 단숨에 한 컵 마셨다. 아직도 지혜

    의 보드라운 몸의 곡선이  나의 몸에 남아 있는 듯 하였다.

    시간은 밤 열 두시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돌아가자는 그 누군

    가의 말에 일어나는 여자들은 아쉬운 표정이었으며, 나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만식은 잘자라고 손까지 흔들어 주면서 옆 텐

    트로 배웅을 하였다. 지혜와 순금이가 한 텐트속으로 들어갔고, 민선이와

    다영이, 그리고 승희가 한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텐트의 입구 단속을 하는 듯이 렌턴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곧 텐트이 불

    들이 꺼졌다.

    우리들도 큰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우리의 텐트를 사이에 두고 여

    자의 텐트가 일렬로 있기 때문에 우리의 보통 대화의 말 소리는 여자들에

    게 들리지 않았다.

    "하~~~고것들 기차게 비비대...."

    아쉬운듯이 이쑤시개를 이빨사이에 넣고 만식이가 누워서 한마디 한다.

    "고것들 자면서도 우리들 생각이 날텐데....건너가서 한번씩 해주고 올까

    ?"

    재경이도 여자들의 텐트쪽을 힐끔 거리며 한마디 거든다.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너희들 잠도 안올테니 소주나 한잔식 더하자.

    내가 가서 술과 안주 좀 사올테니까 조용히들 기다려라."

    영찬이가 일어나면서 말하였다.

    영찬이가 텐트의 입구를 들고 나가는 사이에 나는 여자들의 텐트를 보았

    다. 불이 꺼진 상태로 조용하다. 잠이 들은 걸까? 아니면 누워서들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잠시 후 영찬이가 종이컵과 안주, 그리고 소주 몇 병을 들고 들어왔다.

    "제길. 오는 날 밤부터 비가 오냐....."

    툴툴 거리고 들어오는 영찬이의 머리는 비를 맞아서 반짝이고 있었다.

    '후둑. 후두둑.'

    텐트위로 하나 둘씩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렸다.

    소주를 잔에 따라주며 영찬이가 말했다.

    "이야기좀 하면서 마시다가 자자....비도 오는데....자아. 준호야. 받아

    라, 그런데 저 애들 어떤거 같니? 날라리 같니?"

    "완전히 발라당까진거 같다. 기차에서도 그렇고, 아까 춤출때도 그렇고,,

    크억~~~ 그애 누구야...다영이 그애는 완전히 까진 애같드라..."

    당사자 앞에서는 누님 어쩌고 하던 만식이가 술을 마시면서  백팔십도 다

    르게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순금이는 속을 잘 모르겠고, 승희는 안그런것 같아. 춤 출때도 얼마나

    몸을 뒤로 빼는지 열 받드라."

    재경이도 한마디한다.

    "민선이는 완전히 뿅가더라. 한번 비벼주니까 쌔근 거리면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데, 참기 어렵더라. 너 준호. 그애는 어떻든? 지혜 그애 말야."

    영찬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묻는다.

    "으응...그냥 그저 그래...."

    "짜아식 싱겁긴....그저 그렇다는것이 어쩌다는거지? "

    별 관심없다는 듯이 대답을 하며,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생각을 하였

    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지만 지혜와 나랑 춤을 출때의 일어났던 일은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나도 뚜렷이 몰랐지만, 지혜의 이름이

    그들의 술안주 대용으로 사용되어지는것이 싫었다.

    빗줄기가 제법 거세지면서 텐트를 치고 땅에 떨어졌다.

    `여자들이 잘 자고 있을까?'

    "이제 자자 벌써 2시가 다 되어오는구나."

    대충 술자리를 치우면서 재경이가 말하였다.

    "하여간 재네들 올라가기전에 잡수셔야할텐데 말야..."

    잘 준비를 하면서 영찬이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잘 자라. 내일 먼저 일어난 사람들이 깨워주기다. 가서 자자. 만식

    아."

    나는 일어나며, 텐트입구를 열었다. 쏴아...하는 빗소리와 함께 바다내음

    과 소나무가 젖어 내는 향기가 내 허파로 가득 밀려왔다.

    비를 피해 성큼 성큼 잘 텐트로 이동하는 나는 바로 옆 텐트에서 자고 있

    을 지혜를 생각하면서 그 쪽 텐트에 눈길을 주고 들어갔다.

    후두둑....후두둑....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공기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와 걸어가는 발자

    욱소리에 눈을 떠보니 답답한 텐트안이었다.

    `아..여기가 경포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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