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2)

3장

그리고 그 다음 날 

점심이 다 되도록 그 3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 돌아오는 걸」 

「흐앙, 배 고파∼」 

내 머리칼 끄터머리를 잡아당기는 데 지친 리 크릴이 지루한 듯 소리를 냈다. 

「어떻게 하지 」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 ∼, 배 고파∼」 

파닥파닥 움직이는 가는 다리가 내 볼을 사정없이 찬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요정을 무시하고, 그녀들이 사라진 숲의 동북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사람이 오는 기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름값은 충분히하는 파티인 그녀들이, 밤이라고는 하지만 고불린에게 당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그 펜스·돈에 관계된 그 무엇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녀들에 감쪽같이 속았고, 지금쯤 3명은 마을로 고브린의 목을 가져가,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고있는 ……그럴리는 없겠지만. 으~음, 어떻게 하지… 

역시 어떻게 되었는지 보러가야 할까? 

하지만, 지난 밤에 유적에는 가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 

하지만…… 유적의  근처라면 가도 좋지 않을까 

게다가 무엇보다! 이번 일은 이런저런일로 지출이 커지고 있었다.

고브린의 목 하나라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주머니 사정이 말이아니다.

좋아! 

「할수 없지. 유적 옆에 까지 가보자? 유적에 들어가지 않으면 되겠지」 

「그 다음엔 밥? 밥?」 

나는 꽥꽥 떠드는 리·크릴을 머리에 태우고, 지난 밤 그녀들이 걸어간 뒤를 쫓아 숲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여긴가-」

그곳은 너무나! 하고 느껴질 정도로 작은 동굴이었다.

유적이라고 하기에는 자연스레 벼랑에 생겨난 동굴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입구에 널부러진 고브린의 사체. 

아마 망보던 놈이었겠지. 

목을 깨끗하게 잘린 그 사체는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 냄새를 풍겨내고 있었다. 

「우와, 깊은데」 

나는 되도록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랜턴을 꺼내 기름을 채우고, 불을 켜 동굴 안을 비춰보았다. 

본격적인 동굴탐색은 처음이라 흥분 되기도 했지만, 나는 지난 밤 3명의 여자 모험가들과 한 약속을 깨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안을 잠깐 들여다 보는 것이라면 문제 없겠지. 

게다가, 상대방도 약속대로 고블린의 목을 가져 오지 않았잖아.

나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하면서 조심조심 동굴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외로, 동굴 안은 제법 복잡한 구조였다. 

작은 방들이 몇 개 만들어져있고, 그 사이를 통로가 그물처럼 이어져있었다.

암굴 유적인 걸까? 

분명히 자연 현상과, 고블린이 만든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고도의 굴착기술로 만들어진 유적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고블린의 사체. 

랜턴 빛에 비추어진 그것들은, 머리가 날려지거나, 목구멍에 화살을 박혔거나, 고열로 태워져 모두 일격에 죽어있었다. 

「후에엥~ 이거봐, 이거봐, 코피~, 꺄하하하 ∼」 

리·크릴은 그런 사체가 널려있는 으스스한 광경에도 상관없이, 즐겁게 죽은 고블린의 콧구멍을 넓히고 장난치며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역시 노커답게 이런 동굴 속이 좋은 것이겠지만, 그건 그만하라구. 

「리- 다음 방으로 가… 아 그런 손으로 내 머리에 … 리-! 이걸로 손을 닦아…… 이봐, 그만 가자니까.」 

「꺄아하하하」 

내 머리의 위에서 찟고 까부는 요정의 소리만이 동굴속에 메아리 친다.

나는 그 경박한 소리 덕에  왠지  무서움도 가셨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럭저럭 고블린은 모두 소탕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은 채 랜턴의 빛을 의지해, 안으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어느 정도 가자, 이제껏과는 완전히 구조가 다른 큰 돌로 된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동굴 안 과는 다른 건조한 공기가 흘러나오는 곳이 나왔다. 

틀림없이 최근, 아니 어젯밤 그녀들이 열어놓은 석문이 틀림없었다. 

사람 손으로 움직이는 것이 도저히 무리라고 여겨지는 커다란 돌로 된 한쪽 문에는 달을 상장하는 문장이 몇개나 새겨져있었다. 

아마 몇 개의 주문으로 봉인 된 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밤이, 그 봉인을 깨는데 제일 좋은 시간대였을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한다? 

그녀들이 이 안에 들어간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고블린들의 목을 가지고 돌아가면 내일 아침에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면 보수에다 꿀술통까지 만만세다. 

그래 그게 좋겠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발은 열려진 석문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이 앞에 벌어진 모험극을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모험자라고 자부 할 수 있겠어.

멋진 별호를 얻고 싶지? 

펜스·돈의 유산 보고 싶지 않아? 

혹시 그녀들의 위기를 구해줘서 감사의 보답을 받을지도? 

그런 달콤한 기대에 항복해버린 것이다. 

「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라면…」 

마치 자기자신에 변명이라도 하듯, 나는 부서진 봉인의 문을 지나, 더욱 안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돌문의 안쪽은, 반듯하게 만들어진 돌들이 바닥에 깔려있고, 벽면에는 등같은 것들이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아까까지의, 조잡한 구조의 암굴 유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너무나 공을 들여 만들어진 중후한 복도였다. 

「이것이 펜스·돈의 관이 있는 유적 본체인가?」 

「판? 배 고파∼」 

「……」 

정말 파티 선택은 잘못한 것 같다.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들어갔다. 

제법 걸어들어간 것 같은데 통로의 끝은 보이질 않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이어서, 아마도 서서히 지하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맵핑 방법이나 던젼에서의 생존방법같은 것을 한번 배우기는 했지만,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나는 그것들을 완전히 까먹고, 그저 정신없이 통로를 계속 걸어들어갔다. 

도중에 부서진 석상같은 물건이 몇 개나 쓰러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전에부터 부서져 있었던지, 아니면 그녀들이 그렇게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윽고, 내 발이 딱딱한 돌 바닥을 계속 걷는 일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무렵. 통로는 갑자기 끝이 났다.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방에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오 옷」 

갑작스런 전개에, 나는 무의식중에 소리를 질러 버렸다. 

큰 방 안에는, 본 적도 없는 금속제 형상과 추상화 같은 벽화로 장식된 오래된 제단이 있었다.

방 자체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장엄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커다란 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것이 펜스·돈의 관입니다 의해 말하지 않을 뿐이다. 

「저어-, 아무도 없습니까-?」 

우물쭈물하면서 소리를 질러 보지만, 메아리만 들려올 뿐 이었다. 

이상하다. 여기가 막다른 곳 같은데.

나는 한번 더, 신중하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눈앞에, 마치 날 잡아잡수 하는 것 처럼 놓여있는 보물.

이런 때야말로 조심해야한다는 건 아직 초짜인 나라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제단은 오랜세월 사용되지 않았던 듯, 두껍게 먼지가 쌓여있고, 관 주위에 배치된 조각들과 촛대, 수정구같은 제사용품도 상당히 낡아 보였다. 

「음, 잠깐만…」 

아마, 여기는 어제 밤 세스티아들이 오려 했던 곳이다. 

그녀들의 목적은 지금 눈 앞에 있는 펜스·돈의 관과, 거기에 있을 보물. 

그런데 관은 조금도 움직인 흔적이 없고, 주위의 물건도 전혀 손이 닿은 흔적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전부 가짜. 틀림없이 함정.」 

눈동자를 반짝이며 추리한 것을 선언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호오 하고 경탄해주거나 납득해주는 동료가 없다. 

어쩔수 없이 머리에 매달려 있을 광석 요정에게 말을 건넨다.

「어딘가에 숨겨진 문이 있을거야. 리- 저 근방을 살펴봐…응, 리-?」 

하지만, 그녀의 지정석에 언제나 처럼 히죽히죽 웃고있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대신 저 성가신 꼬마 요정은… 

「판, 판, 이거 먹을 수 있어? 아아 …하구하구 …맛없어, 펫」 

어느 샌가 펜스 돈의 관위로 올라가 수정구를 갉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리-, 천천히 그걸 내려놔 …알겠지… 리-」 

잘 보면, 리 크리루의 쪼그만 손이 잡고 있는 수정구 받침대는 마치 무언가의 레버인 것처럼 막대기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뭔가 끼릭끼릭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지 않는가! 

「뭐가? 판? 판도 이거 먹을래?」 

아는지 모르는지 저 바보요정은 힘껏 수정을 대좌에서 잡아 당기려 한다. 

「안돼에에에, 아 안돼, 안돼, 우 움직이지마, 움직이지마라나까… 그, 천천히 그 맛 없는 구술에서 손을 떼 … 응, 제발, 리 크릴, 리-쨩, 리-님」 

나는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변덕스러운 노커의 기분을 맞춰, 수정구에서 흥미를 떼게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아 손을 떼 … 리-, 이리로 와, 앗! 그 그거 건들지마, 배 뱉어, 나중에 도마뱀을 잡아 줄테니까, 자아 착하지, 응, 이쪽으로 와, 」 

「응♪」 

내 간사한 목소리가 효과가 있는 걸까, 저 심술꾸러기의 리 크릴이 수정구에서 손을 떼고 얌전하게 타닥타닥 관 위를 걸러 내쪽으로 온다. 

그렇다. 저 무슨 짓을 하던 트러블을 일으키는 노커가 내 말을 「응♪」하고 순순히 들어준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알아챘어야 했다. 

리·크릴이, 저 못된장난을 좋아하는 사악한 요정이, 그렇게 순순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함정에 겁을 먹고 있던 내게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저, 판, 안아줘, 안아줘」 

관 끝까지 온 리 크릴이 불안스레 양손을 내밀어 오자, 아무 생각없이「아아, 알았어」하고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그 순간.

덜컥 

 뭔가에 발이 걸린 듯한 감촉과 함께 갑자기 균형을 잃고 내 몸이 쓰러지고 있었다.

「무ㅅ!」 

시계(視界 ) 한쪽 구석에 보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게, 양쪽 구두 끈이 서로 묶여 있는 내 부츠.

 그리고 「꺄하하하」하고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리크릴의 얼굴. 

최후로, 넘어지는 내 손 앞에 있는 것은…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관위의 수상한 수정구. 

덜컹 

앞으로 푹 꼬꾸라지는 내 손은, 사정없이 수정구에 부딪히고…… 

그 대좌를 넘어뜨리고 있었다. 

「아하…… 하하하하」 

마른 웃음이 실없이 흘러나오고,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

다음 순간, 납작한 돌을 깐 곳의 바닥이 끼기기기 갈라지기 시작하고, 나와 리크릴의 발치가 함몰되며 관과함께 붕괴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며 지옥의 바닥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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