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마지막 밤 여포는 방천화극으로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를 전부 날려버리며 전진했다.
시꺼멓게 올라오는 연기를 물 적신 천으로 입을 가리며 나아간다. 곳곳으로 보이는 시체가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그것에 대해 더 생각할 틈도 없었다.
아직 전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냐고 진짜.”
점점 사방으로 불길이 거세지는 게 보였다.
일반인이라도 오래 버틸 수 없을 정도인데, 하물며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체력이 먼저 고갈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소연의 말에 따르면 그녀를 추격하는 병사들과 교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체력을 급격하게 소모하면 여포 본인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그녀는 한 발짝 더 나선다.
불길이 타들어 가며 들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새빨갛게 넘실거리는 불꽃은 바로 옆에서도 열기를 뿜었고, 자욱하게 낀 연기 탓에 시야도 고르지 못한 상황.
그녀는 필사적으로 화극을 휘두르며 길을 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건 또 뭐야.”
시체.
그것도 한두 구가 아닌, 세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시체가 수북하니 바닥에 쓰러진 게 보였다.
복식은 전부 조조군 정규군의 복장이었는데, 정작 잘 살펴보니 저마다 칼 맞아 쓰러진 흔적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화재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교전에 의한 사망이라면.
“설마.”
그녀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살아 움직이는 이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인물 하나하나 살피며 그가 헤어지기 전 착용하던 복장을 찾고자 했다.
이런 자리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마 소연의 말마따나 그녀를 노리는 세력일 확률이 높았는데, 그러면 그 과정에서 전호와 교전이 벌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포는 어렴풋이 그걸 떠올리며 시체 하나하나를 살폈다.
“없어, 없잖아. 대체, 어디냐고….”
대충 뒤진 숫자만 해도 쉰을 훌쩍 넘겼다.
그만한 시체 속에서도 그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싸우다가 죽은 것은 아닌 걸까.
자꾸 시야가 흐려졌는데, 그녀가 한 번 손으로 훑었더니 눈물이 묻어나오는 게 보였다.
그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겨우 찾은 보금자리였다. 그녀에게 있어 인생 유일의 비빌 언덕이자 기둥이었고, 그 이전에 그녀가 누구보다 사랑했고, 또 사랑하는 남자였다.
고작 이런 곳에서 죽을 사람이 아니다.
“……진짜, 찾으면 묶어버릴 거야.”
어디 못 가게 꽉.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한 교전이 있었다면 분명 근방으로 아직 생존자가 남았을 수도 있었다. 그들을 찾아 추적할 수 있다면 그의 행적도 더듬을 수 있지 않을까.
여포가 그 자리를 벗어나려던 차.
“이건 또 누구야.”
그녀는 발밑에 쓰러진 시체 하나에 시선을 돌렸다.
시체 전부가 조조군 정규군 복장이었지만, 단 하나만이 나풀거리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지만, 그녀 본인도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분명한 게 하나.
그 얼굴은 분명 환하게 웃고 있었다. 편안하게 죽은 듯 보이는 시체에 시선을 두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린다.
지금 저런 시체 하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여포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연신 돌리며 사람의 기척을 살폈지만, 이 주변으로는 당장 불길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죽은 게 아닐까 싶었을 무렵.
“…럼, ……어떻…, ……나.”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녀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그쪽으로 달려간다.
목소리가 들리는 근원지로는 불길이 덜한 곳이었는데, 이어 그녀가 도착하여 확인한 장면은 넷 정도의 조조군 소속 병사들이 모여있는 장면이었다.
분명 저 멀리에 즐비하던 시체도 조조군 정규군.
“누, 누구냐!!”
사람의 인기척에 그들이 창을 치켜들어 겨누었을 즘.
“…우리 주인이는 어딨어.”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병사들의 몸이 굳었다.
여포라면 조조군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다.
과거에는 적으로 싸웠고, 지금에야 중랑장의 주변을 맴돌 뿐이라고 해도 그녀가 천하무쌍의 이름을 잃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들을 잠시 쭈뼛거렸고, 그 사이에서 병사 하나가 나섰다.
“저, 저희는 수색으로 나왔습니다. 그, 그…, 그러니까. 상서령과 중랑장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병력으로….”
“입 닥쳐.”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천화극이 그 목에 드리운다.
“으익!! …저, 저희는 조조군 소속입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여포의 뺨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주인이는, 우리 중랑장은 대체 어디로 갔냐고.”
“…그, 것이…….”
“말 안 할 거면 됐어.”
그렇게 그녀는 앞장선 병사의 목을 날렸다.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피와 허공을 날아 지면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사람의 목.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을 그 목에 다른 병사들이 기겁할 때였다.
“말할 사람은 한 명만 있어도 되니까.”
이미 교전 흔적을 보았다.
아무리 여포가 생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지성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합리적으로 판단해 순심이라는 주동자가 이미 잡힌 상황에서 교전이 있었다면, 그들을 내부의 배신자로 보아 무방할 터.
“내가 필요한 건 오직 한 명이야.”
“……저, 저희는 아무것도….”
말을 이은 또 한 명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남은 사람은 둘.
그중 한 병사가 그 위압감에 못 이겨 겨우 입을 열었으니.
“주, 중랑장께서는 저쪽, 여기서 살짝 틀어지는 방향으로 가셨습니다. 진짜입니다!! 그, 저희도 순욱 선생, 아니. 그 순욱 년이 시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새끼야!!”
다른 병사가 그걸 책망하기도 전.
드디어 여포는 웃을 수 있었다.
“그래?”
그리고는 잽싸게 그 둘의 목도 쳐 날리고는 병사가 가리켰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호가 움직이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으로는 이미 거센 불길에 덮친 상황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여포는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서도 웃었다.
저런 불길이야 두렵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이 죽어 사랑하는 연인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아픔 따위야 감내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거두어진 목숨.
그녀는 방천화극을 꽉 부여잡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몸이 무겁고, 왠지 모르게 뜨겁다.
그저 그런 감각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등골이 서늘해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는데, 이게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분명 알고 있었다.
시야가 어두워 눈을 뜰 수 없었다.
“……어우.”
상황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몸을 지면에 뉘었다.
사방으로 불길이 치솟은 와중에 땅은 제법 선선한 느낌도 들었다. 그게 마음에 들어 뺨을 꾹 누르고는 그저 웃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은 무엇인가.
이미 그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머리는 어지러웠고, 눈을 뜨건 감건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뿐인 상황에서 픽 웃는다.
소연 아씨는 제대로 살아갔겠지?
나도 조금만 쉬면, 제대로 뒤따라 갈 테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전신이 잔해에 깔렸다.
사방에서 몸을 억누르는 것을 보아 그것은 명백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길이 이쪽까지 번지지 않았고, 창고의 벽을 이룬 돌무더기가 무너지며 내 몸을 깔아 타죽지는 않았다는 것뿐.
살짝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영 쉽지 않았다.
팔다리가 부들거리며 떨리는 게 이미 한계를 오래전부터 넘어선 듯한 느낌마저 들었고, 그저 조금만이라도 좋으니 쉬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
마지막까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삶에서 고작 5년, 혹은 6년. 이렇게 달려오는 사이 나 자신의 모든 걸 불사르며 달려온 느낌마저 들었다.
새하얗게 불타고 남은 잿더미.
그렇게도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우습지만, 내 삶이 마치 한순간을 위해 모든 걸 불살라버린 장작처럼 느껴졌다.
“……아니지, 이러면 안 되는데.”
애써 몸을 움직여도 내 몸을 억누른 그것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어쩌면 단지 내가 힘이 빠져서 그런 걸까.
이대로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너무 많다.
예전이었더라면?
글쎄. 이미 병주에 있을 적 알던 놈들 대다수가 전쟁에 죽어 나가 잘 모르겠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작 이런 곳에서 발목 잡히고 있을 수는 없는데.
“끄으, 흐아…….”
어이도 없지.
그렇게 이 악물고 살았는데, 그 최후가 잔해에 깔려 죽는 거라면 먼저 떠난 놈들이 날 비웃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려면 힘 좀 내야 하는데.
몸이 삐걱거린다.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가 의식되었고, 마치 제삼자의 관점에서 내 몸을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몸을 짓누른 것의 감각이 점점 멀어질 때쯤.
그냥 그렇게 점점 눈이 감겼다.
사방으로는 점점 타들어 가는 불길의 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감각과 서늘한 느낌이 동시에 몰려왔다. 사람의 몸은 가끔 상황을 착각하기도 한다던가. 온몸이 짓눌린 상황에서 서늘한 감각이 드는 게 웃겼다.
살고 싶다.
아직 못한 것도 많았고, 할 일도 많았다.
하지만 몸이 안 움직이는 것을 어찌할까. 그간 열심히도 달려왔는데,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 몸이 한계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눈을 뜨더라도, 혹은 감더라도.
그저 어둠만이 보여, 이 세계 자체의 빛이 사그라든 감각.
점점 나라는 불길이 사그라든다.
생명의 불길이 점점 그 기세를 잃어가는 감각.
“주인아, 주인아아아아아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손을 뻗고 싶었지만, 이미 날 짓뭉갠 잔재는 내 미동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 이쪽….”
날 짓뭉갠 잔재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내 실낱같은 목소리가 바깥 누군가에게 닿을 리도 없었다.
점점 이 위로 뜨거운 열기가 몰아치는 게 느껴졌다.
모든 걸 불태운 끝에는 나 자신을 불태우는가.
그래도 이룰 건 이뤘다.
적어도 내일로 이어갈 불씨를 살려 전했다.
그녀라면 분명 우리가 약속했던 걸 이뤄주겠지.
아아, 하면 이것도 썩 나쁘지 않은 삶이었노라고.
그렇게 나는,
잿더미에 파묻혀 몸을 뉘었다.
………
……
…
[ 플레이어의 사망을 확인 ]
[ Game over ]
[ 뇌파 반응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
[ error 043, 플레이어의 뇌파 확인 불가 ]
[ 재접속 시도 ]
[ error 043, 플레이어의 뇌파 확인 불가 ]
[ 재접속 시도 ]
[ 재접속 시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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