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37화 (337/343)

33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마지막 밤 그건 분명 화약이었다.

사방으로 폭발하는 소리를 소연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 대체 무슨 수로?

분명 이곳은 현실과 흡사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을 비롯해 원작 게임 요소가 섞여 있었다. 그렇기에 화약의 개발 과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문제는 시대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플레이어가 작정하고 화약 관련된 문물을 개발하는 게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화약은 시대 끝 무렵까지 진행하고 나서야.

심지어 아예 개발되지 않는 상황도 허다했다.

“아윽.”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던 도중 발목이 시큰거렸다.

잠시 멈춰선 김에 고개를 돌렸다.

전호는 아직 저곳에 남았다. 그라면 쉽게 죽지 않겠지만, 안 그래도 불길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체력도 많이 약해진 게 눈에 보였다.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건물 자제에 깔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분명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에는 짐으로 전락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

“……그래, 그렇다는 거지.”

이 사태의 발단은 무엇인가.

분명 내부 반발세력의 불만을 전부 잠재우지 못한 영향이었다.

원소와 유협이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원소의 손을 잡을 정도라면 조조와 자신에게 얼마나 악감정이 강했을까.

실수했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전부, 미리 죽였어야 했는데.”

천벌? 죄의 대가?

그런 게 어디 있느냔 말인가.

진짜 신이라는 게 존재했다면 게임 세계로 떨어진 그녀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대인을 이런 세계에 보내놓고, 그 잘난 신께서는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냐는 말이다.

그녀는 신 같은 것을 믿지 않았다.

죄라는 것도.

단지 살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쳐온 나날이었다. 가장 빠르게 천하를 통일할 방법만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이 사람 살기 어려운 난세를 끝낸다.

“신이 있다면, 오히려 칭찬해야지.”

인간의 목숨이 동전으로 환산되는 세계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건 분명 선행이 아닌가.

설령 그 과정에서 몇이 죽더라도, 가장 최소의 피해로 최선의 방향성을 고른다. 그리하여 가장 단기간에 이 혼란한 정세를 끝낸다면 그게 인류 존속에 기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에 살아간다면.

그런다면 정말 그때는 여지 하나 남기지 않으리라.

안일하게 불씨를 놔두어 이 사달을 만들었다.

공손찬의 역경 함락과 원소의 돌발행동. 그는 흑산적과 손을 잡으며 정말 중앙정권을 비롯해 정치계와도 연을 끊을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벌였으리라.

그것을 예측하지 못한 그녀의 패배.

그러니 다음번엔 그 어떠한 여지도 줄 생각이 없었다.

이번만 살아간다면.

소연은 이를 꽉 깨물고 움직이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였다.

* * *

사마의는 그 자리를 정리하며 고개를 들었다.

“끄윽, 으어어…….”

“뭐해요? 이 죽다 만 시체 끌어내요.”

“아, 그, 예!!”

병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소녀의 앞에 널브러진 소년의 팔을 붙잡았다.

그 소년의 살가죽은 이미 반 이상이 헤집어진 상태로, 전신 그 어디를 살펴도 피 흐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저 어린 것의 손속이 어찌 저리 잔인한가.

그들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이내 그 소년을 질질 끌고 저편으로 떠났고, 사마의는 제 앞에 무릎 꿇려진 가주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게 순순히 불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네년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인간이 이럴 수는 없다….”

“웃기는 양반이네요. 사람이 아니다? 혹시 이게 악행이라고? 오, 맙소사. 이봐요, 가주. 저는 분명 몇 번이나 기회를 줬잖아요?”

사마의는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이미 여러 병사에게 돌려진 부인은 처량하니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을 겨우 고르고 있었다. 그의 아들은 사마의 손에 직접 포가 떠져 살아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

소녀는 그 모든 것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모든 건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행동이죠.”

“난 분명 말했다!! 그런데 어찌, 어찌하여어어어!!”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무슨 말인가요? 이미 기회를 전부 걷어차고 나서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내가…, 나느으으은!!”

“이봐요. 기회라는 건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조정과 황실을 향한 중대한 이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살길을 줬는데, 그걸 먼저 걷어찬 건 본인이 아닌지?”

사마의는 빙긋 웃으며 조금 전까지 생사람의 포를 뜨던 단검을 휙 내던졌다.

“뭐, 알 건 알았으니까 이제 쓸모도 없네요. 이거 그냥 치워버리세요.”

“조정에 신고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한다.

물론 이런 역도는 생포할 수 있으면 생포하여 조정에 신고하는 게 우선이었지만, 중랑장의 휘하는 즉결처분도 허용하는 관례가 있었다.

거대한 상단이 반란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여타 다른 상인들을 압박할 재료로도 쓸 수 있겠지만, 공공연하게 밝혀 그들이 아군을 꺼리게 되는 건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세간에 밝혀 좋을 게 없으니까 차후 보고만 하면 돼요. 우리가 상인들에게 진 빚이 얼마인지는 알아요?”

“그게 이것과는 무슨….”

부관의 말에 사마의는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그러니까, 빚을 없애기 위해 자기들까지 이 역모에 연루시킬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와 점점 손을 끊으려 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알겠습니다.”

상인은 국정 운영에 있어 물류를 이곳저곳으로 순환시키는 혈로와도 같았다.

게다가 현 천하는 아직 수많은 세력이 궐기하여 저마다의 영역을 구축하는 도중. 그렇기에 자급자족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명백했다.

구태여 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필요는 없고, 차후 그들을 모아 이런 일이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뭐, 그러면 이 부분은 전부 해결됐고.”

사마의는 살짝 고개를 돌려 저 멀리서 꺼내오는 것을 바라봤다.

“……이게 터진다고?”

가루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가주는 이런저런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으며, 폭발하는 가루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을 가리켜 순심은 화약이라고 불렀다던가.

살짝 만져본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쓸데없는 일로만 안 번지면 좋겠는데.”

아직 이 분말처럼 보이는 것의 정확한 효과를 몰랐다.

가주의 말로는 폭발한다고 했지만, 조금 까끌까끌하여 이상한 냄새가 날 뿐이고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우선은 병사를 돌리죠.”

가주의 증언으로 확보한 그들의 목적지는 남부 창고부지.

조조의 지원을 받아 크게 운영하는 허도 내 제3 창고부지이자 가장 큰 곳이기도 했는데, 순심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그곳이라는 확답을 받아냈다.

전호에게도 알리고 싶었지만, 우선 아군을 추스려 그곳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 사마의는 우선 모든 병사를 모았다.

“그러면 이 가문 다른 이들은 어찌할까요.”

“남겨둬야 불씨만 될 뿐이잖아요?”

소녀는 손날로 목을 톡톡 두드리며 얘기했다.

그것으로 적가 사람들의 생사가 결정된다.

“예.”

“우선 처리하는 건 몇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남부로 가죠.”

살짝 고개 돌린 소녀는 다시 상자에 담긴 그 분말들을 바라봤다.

화약.

들은 바로는 폭발하듯 터진다고 하는데, 인화성 물질은 몇 알아도 저런 형태로 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안 그래도 허도 전체가 불 난리가 난 상황에, 저런 물질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문제는 폭발로 이어진 화재가 없었다는 것인데.

“쯧.”

소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저런 것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물론 나중에 잘 챙겨두어 성분을 따로 분석할 필요는 있겠지만, 지금은 한시를 앞다투는 상황.

“일단 모이세요.”

사마의는 고개 돌려 재차 병력을 집결시켰다.

* * *

줄곧 의아했던 게 있다.

이 부근으로 포위하던 게 아가씨가 끌어온 사병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 사병들이 소연 아씨를 공격하는가.

소연 아씨를 노리는 건 순심과 원소의 끄나풀이 아니던가?

게다가 황족과 관련된 이들이 그녀를 노리는 작업에서 순심과 손을 잡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이게 누구야.”

그 의문이 다소 해결되는 순간.

나는 겨우 웃을 수 있었다.

“순욱 어르신 아니신가?”

“……중랑장.”

“아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정말 놀랐다.

아니, 이건 진심으로.

설마 순욱 선생이 이런 불판에 직접 뛰어들 거라고 어떻게 생각이나 했겠나? 고고하니 위에서 모든 걸 관망하실 것 같은 인간이 어찌 이런 곳에 직접 뛰어드나.

“소연 아씨라면 잘 모셨습니다. 직접 구조하러 오신 건 알겠는데, 이쪽 문제는 다 해결됐겠다, 슬슬 역도만 처벌하면 될 것 같습니다요.”

“진소연은. 그 여자는 어딨습니까.”

“그러니까 잘 모셨다고.”

우습지.

난 정말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순욱이 조조를 배신해? 순가의 순심이 이 도시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순욱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순욱이 조조를 배신할 리가 없다고.

이 고고한 선비가 충의를 저버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아직 되돌릴 수 있습니다.”

“조조를 배신해서 대체 무엇하려고.”

“조공을 배신한다고요? 그건 틀렸어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먹을 쥔다.

“전 진소연이라는 사람을 용납할 수 없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순욱이 소연 아가씨를 왜.

설마 권력 구도에서 위에 있어서 그러나? 아니, 고작 그 정도 이유로 순욱 정도나 되는 사람이 소연 아씨를 이렇게 몰아붙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황실을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대장군께서 사사로운 이유로 서주를 짓밟으려 했을 때도, 연주의 기존 호족들을 탄압하려 했을 때도. 그래도 조공 아니고서야 이 천하를 제대로 다스릴 분이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순욱의 등장은 내게 당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건 확실한 상황.

그것보다 주변의 병력은 총 몇이지?

눈을 굴려 사방을 살폈다.

순욱의 뒤로 보이는 병사의 숫자는… 대충 어림잡아 수백은 되어 보이는데. 게다가 이 여자가 직접 손을 쓸 정도라면 고작 이 숫자의 병력을 끌어들였을 리가 없지.

분명 사방으로 병력이 퍼져있다.

“당신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조공은 외정에만 치중했죠. 내부에서 연주 어르신들의 학살을 자행한 것도, 황족을 직접 끌어내려 목을 쳐버린 것도 전부 진소연. 그 여자의 행동이었으니까.”

그녀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는 가슴팍을 두드렸다.

무엇이 그리 답답하기에.

순욱은 그렇게 무언가를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거슬리는 황족을 전부 처형했어요. 황제 폐하의 손을 거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신하가. 그것도 석연찮은 증거를 잡고 집권층에 반발하던 주요 황족을.”

“그래서, 그런 소연 아씨가 맘에 안 들었다 이거냐.”

“안 그래도 조공께서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진소연, 그 여자가 옆에서 함께한다면? 그러다가 황제 폐하가, 더 나아가 이 한나라 자체가 거슬리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은 그게 두렵고도 두려워 참을 수 없다며 순욱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게, 이 일을 비단 소연 아씨 독단으로 행동했을 리 없다. 아무리 아가씨라도 조조의 허가 없이 그런 큼직한 규모의 일을 처리할 순 없으니까.

게다가 순욱이 직접 나서는 건 또 어떤가.

“소연 아씨만 그랬을 거 같나? 조조는. 그 여자가 명령했으니까 소연 아씨가 움직인 거 아니겠느냐고.”

“그건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세요? 예주 호족들의 건, 그리고 이번 황족 숙청. 그 모든 게 진소연이 건의했기에 조공께서 받아들인 안건이에요.”

소연 아씨가 그랬다고?

여기서는 나도 살짝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얼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연 아씨에게 경고했던 적도 있었다.

이 이상 피를 흩뿌리지 말라고, 손에 피 묻히지 말라고. 독해지지 말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순욱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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