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34화 (334/343)

33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마지막 밤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치우며 소연은 일어났다.

주변으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건물 잔해에 반응해 철봉으로 막아 세운 건 좋았지만, 그것을 치우는 과정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을까. 이럴 거였다면 차라리 봉을 휘둘러 잔해를 박살 내는 게 좋았겠다며 그녀는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죽을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다.

분명 적을 얕봤고, 또 이곳에 미리 준비됐을 가능성을 경시했다. 순심이 상대라는 걸 알았으면 조금 준비를 했겠지만, 설마 원소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나설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흑산적과 손을 잡았다더니 이제 대외적인 평판은 아예 흥미에서 지운 걸까.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미친 짓을 꾸밀 이유가 없었다.

“흡.”

우선 소연은 입으로 연기를 막고는 고개를 돌렸다.

기름이라도 뿌린 건지 그사이 못 맡았던 냄새가 창고를 잔뜩 메우고 있었다. 확실히 큰 건물이었고, 게다가 목조로 이루어져 상처 없이 치우기에는 시간이 걸려버린 게 결점이었다.

순심은 어디로.

그녀는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자욱하게 낀 연기가 시야를 방해했다. 아무리 무력 100이라고 해도 시야로 잡을 수 있는 것에 한계는 명백했다.

단지 입을 가려 연기를 막으며 고개를 들었다.

허유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

그만한 인력을 동원할 정도면 얼마나 진심인지. 원소가 진짜 선을 넘었다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거기서 휘하 중 순위권으로 손꼽는 순심까지 투입했을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

어쩌면 거기서 나온 실수.

아니면 단순히 이제 끝났다는 자신감.

독기가 빠진 것처럼도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항상 사방을 경계하고 모든 걸 의심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독하게, 더 빠르게. 언제나 행동에는 진심을 담았다.

순심 또한 그것을 지적했다.

그 벌을 받을 시간이 왔다고.

그녀는 살짝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벌이라면 분명 천벌이어야만 했다. 같은 인간이 내리는 벌로 플레이어를 죽인다는 게 말이 될까. 그것도 이 욕망과 잇속이 뒤섞여 진창이 되어버린 이 삼국지 세계에서?

그 누가 자신을 벌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난세 안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인간뿐이었다. 현대인이었던 자신마저 벌써 잃어버린, 그 고결한 무언가를 애써 지키는 누군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신을 호위하던 병사들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사방이 잔해로 뒤덮여 알아볼 수 없었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까.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런 곳에서, 간단한 실수로?

“내가, 크흡, 고작…….”

이제 겨우 맺어진 인연이 있었다.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남자.

자신을 벌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단언컨대 그를 꼽을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정도를 벗어난다면, 그래서 그가 자신을 벌하겠다면.

그때는 기쁘게 가슴을 열 수 있었다.

제 심장에 칼을 박아넣을 수 있게.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바깥으로는 이미 병사를 포진시켜두었다.

적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지 않게 골목별로 군을 배치했으니 순심 또한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서로의 계산과 책략이 꼬이고 꼬여 서로에게 악수로 다가왔지만, 소연은 이곳에서 살아만 나가도 승리였다.

조조군의 이인자를 잡겠다.

순심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대단하네, 나도 참.”

철봉으로 막을 걸 막는다고 힘을 썼지만, 그 커다란 창고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신의 머리 위로 단번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을 전부 막아내진 못했다.

다리. 특히 오른쪽 발목이 제것 같질 않았다.

왼쪽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탈골일까, 아니면 부러진 걸까. 몸 상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만 빠져나가면 끝이었다.

순심은 본인 나름대로 잘난 척하며 다 이겼다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정작 이 바깥으로 자신의 탈출구는 단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걸 보기 전까지는, 그게 아니더라도 죽을 수 없었다.

이제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겨우 마음이 통한, 서로를 확인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그 옆으로는 무너져가는 창고의 잔해가 추락했다.

* * *

여포를 장원으로 보내고 창고부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순심의 향방이나 아가씨의 안전 유무.

그것을 전부 파악할 수 없어 답답했다. 곁에서 안정을 주던 여포가 떠나서 더 그럴까. 부디 여포가 장원에서 잘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길을 걷고 있던 차였다.

저 멀리서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미 허도 상공을 메우고 있는 게 희뿌연 연기였지만, 그 연기는 우리가 진행하는 바로 근처. 이 근방에서 화재가 있었다고 들은 적이 없었다.

혹시나.

“길을 서두른다.”

짧게 읊조리듯 던지고는 우선 땅을 박찼다.

뒤따라올 병사들이 다소 뒤처질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나름의 최선이었다. 그저 정신없이 발을 움직였다.

숨이 턱 막혔다.

허도 내에 가득 찬 연기와 그 쓰고 탁한, 매운 듯한 냄새가 입을 타고 속을 자극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걸 신경 쓸 시간에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에는 아군 병사가 몇 보였다.

길목을 막고 있는 걸까.

그런데 그 아래로는 몇 제압당한 무리가 보였다. 그중에는 분명 연한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 또한 존재했다.

어디선가 본듯한 인상이었는데, 그게 순욱이나 순유 등 순씨와 비슷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무렵에는 이미 내 몸이 그쪽을 향해 힘껏 내달리고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그녀는 목에 칼이 겨눠진 상태에서도 씩 웃었다.

“……네가 순심이냐.”

“나는 당신을 잘 아는데, 그쪽은 날 잘 모르나 봐?”

순심이란 인물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다.

원소군 휘하에 잠깐 머물렀던 적에도 이름만 얼핏 들었을 뿐. 제대로 그 존재와 이름을 각인하게 된 것은 불과 조금 전 일이었다.

그런데 그 갈색 머리칼에는 조금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순씨 참모들과 비슷해서? 그것만이 아닌 것 같은.

“조금 전에도 만났잖아? 그때.”

그녀는 정말 태평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군의 투구를 가리켰다. 투구와 갈색 머리카락. 그것을 연관 지어 생각하니 생각보다 답은 뚜렷해졌다.

상서부 바로 앞에서 지나친 병사 무리.

그 사이서 저런 머리칼이 살짝 삐져나온 여인을 보았다.

얼굴은 음영에 가려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을 조합해 생각해보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때.”

“기억났어? 이야, 진짜 놀랐다고. 하마터면 들킬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물론 너와 난 직접 만난 적이 없으니까 안 들킬 거로 확신은 했지만.”

“닥쳐.”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이 여자다.

바로 이 인물이 소연 아씨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미 아군 병력에게 목이 겨누어져 생사여탈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웃는 꼬락서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들어? 어쩌면 분노일 수도 있겠지.

그런 걸 생각할 틈도 없이, 정말 정신을 차리니 바로 앞에서 주저앉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과 몸이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조급했던가.

나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었다.

“아가씨는 어디냐.”

몸을 숙여 순심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그녀는 숨이 막힌 듯 몇 번인가 켁켁 기침을 잇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살짝 날 올려다보았다. 그 눈과 입은 고통스러운 듯 보이면서도 분명 웃고 있었다.

배시시, 하고.

뭘 웃어.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이는 걸까.

내가 검을 빼 들지 않아서, 그래서 죽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건가. 이 상황이 자기 주도하에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건가.

“이야, 진소연? 만만히 볼 수 없네. 그 상황에서 미리 군을 퍼뜨렸다고?”

그녀는 내 손아귀에 붙잡혀있으면서도 입을 나불거렸다.

“내가 여기 있을 확신도 없었을 텐데. 사방으로 뿌린 가짜 정보들과 예비 기지. 간헐적으로 뿌려둔 가짜 정보까지 있었는데도 정말 놀랍지 않아?”

그녀는 정말 정확하게 자신을 찾았다고.

순심은 기쁜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허위와 허실. 기만과 거짓이 판을 치는 이 불타는 허도를 배경으로 진소연만이 상상을 초월하여 정확히 자신을 잡아냈다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붙잡혔으면 나도 끝이지. 아아, 좋았는데. 문약 그 아이는 날 보면 뭐라고 할까. 언니가 붙잡혔다고 울까? 아니면….”

“닥치라고 했어.”

그 가느다란 목을 꽉 부여잡았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부러질 것만 같이 연약한 목이었다. 이대로 부러뜨린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아직 아가씨의 행방과 상황을 모르니 그럴 수는 없었다.

“아가씨는.”

“케흑, 흐그극…!!”

손을 휘둘러 그녀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철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흙먼지 잔뜩 뒤집어쓰고는 몇 번인가 기침을 이어갔다. 더 지켜볼 수도 없어 허리춤에서 청강을 뽑았을 무렵.

“키히, 키히힛.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장난하는 거 아니다.”

“나도 농담이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도 잘도.

순간 턱관절과 어금니가 시리도록 아팠다.

입에서는 빠득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입가에서는 무언가가 자꾸 흐르는 것만 같았다.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아 피였을까.

그녀는 이쪽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네 주인이잖니, 똥개야.”

“닥치고, 무슨 일이 있었냐.”

“주인 건사는 잘했어야지, 멍청한 개새끼야.”

거기서 순간 시야가 흐려졌다.

새까맣게 물든 세계.

그것이 겨우 회복되었을 때, 주저앉았던 그녀는 어깨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옆으로 보이는 건 잔뜩 뿜어지는 핏줄기와 바닥을 나뒹구는 여인의 오른팔.

그런가. 내가 베었나.

“캬흐흑! 이, 멍청한 것. …제 주인이 어디 있는지, 그게, 정말 추리가, 안 돼? 웃겨. 네 주인이 불타 죽어가는 광경을 평생 그 자리에서 구경이나 하렴.”

연기.

불.

창고.

“이 여자, 반드시 살려라.”

“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가는.”

살아도 산 몸이 아니게 해주겠다고.

인간의 도리? 윤리? 도덕?

그런 게 없는 진짜 지옥이 뭔지 단단히 보여줄 거다. 내 모든 걸 걸고 이 여자가 제발 죽여달라고 울며 빌 때까지. 빌어도 결코 쉬이 죽여줄 생각이 없었다.

“나머지 병사들은 전부 창고로! 물을, 소화 작업을 준비해라!!”

저 창고부지에서부터 번진 화재는 점차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석재도 가공하였다지만 기본적으로 목재를 이용해 뼈대를 가공한 것도 있고, 그 주변으로 쌓은 것도 곡식류를 포함하여 불타기 쉬운 것만 있어서 그런가.

우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시선을 내렸다.

“넌 부디 아가씨가 살아있길 바라야 할 거다.”

“멍, 청하긴….”

“제발 살아있으라고 빌어.”

그러지 않으면 다음에는 제발 죽여달라고 빌게 될 테니까.

그 말만을 마치고 창고부지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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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관련해서는 연재처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처음 보시는 분들께도 부담이 없도록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마지막이라는 대단원을 어떻게 마감해야 좋을지.

여러분이 보시기에, 그리고 이 둘의 첫 결말을 어떻게 가꾸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우선 어제 연재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계속 수정하고 덧붙이고 몇 번의 과정을 반복했지만, 만족스럽게 글이 나오지 않아 계속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1부에서의 끝을 완벽하게. 그렇지 않더라도 남아서 봐주시는 여러분이 보기에 만족스럽게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기가 길어졌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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