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33화 (333/343)

33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마지막 밤 우선은 움직였다.

상서부에는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중에 적당한 사람을 찾으려고 해도 그럴듯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잘만 보이던 곽가를 비롯해 내가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어 일단은 정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다가가 소연 아씨의 목적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역시 아는 것은 없었고, 우선 안으로 들어갔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주인아,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진소연 그 양반이 어디 보통 인간이야? 나랑도 손을 좀 섞을 수 있는데, 그 신체 능력은 나랑 맞먹을 정도잖아.”

괜찮을 거라며 여포가 내 손을 붙잡았다.

솔직히 계속 불안한 무언가가 가슴 한편을 근질거리게 하고 있었지만, 그런 걸 바깥으로 표출해도 득이 되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계속 조바심이 나는 걸 어떡할까.

“진소연이라면. 주인이의 주인이라면 괜찮을 거야.”

“그거 어감 좀 이상하지 않냐?”

“그런가?”

주인의 주인이라. 그러면 큰 주인인가.

그것과 별개로 다소 마음에 놓이기는 했다.

전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계속 발발 동동 구르던 것보다는 다소 나아진 느낌도 들었다. 소연 아씨가 어떤 사람인데. 누가 덤비건 쉬이 당할 사람이던가.

그러니 괜찮을 거다.

그렇게 잠시 상서부 내부를 돌며 소연 아씨의 행방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른 이들도 딱히 아는 게 없다는 점.

여기서 소연 아씨의 문제점이 하나 드러나는 게, 이 아씨는 당최 뭘 하면서 누군가에게 전언을 남긴다거나 하는 일이 드물었다.

능력을 신뢰하는 건 좋다마는….

“오라버니? 여긴 왜….”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운이가 내 어깨로 손을 뻗고 있었다.

혹시 운이라면 알지 않을까.

“잘됐다. 혹시 소연 아씨 어디로 갔는지 모르냐?”

“네? 아씨라면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그, 분명 도시 남부 쪽을 돌아본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아씨는 왜….”

“일이 꼬인 것 같다.”

그 뒤로 적가에서 있던 일을 간략하게 운이에게 전했다.

순심이라는 인물의 개입과 소연 아씨를 노린다는 정보. 운이는 그 말을 듣고 소연 아씨가 향했을 법한 장소로 몇 군데 집어주었다.

“죄송해요, 저도 같이 가고 싶은데.”

“아가씨가 시킨 일이라며.”

운이는 이 길로 특정된 원소 관련된 시설을 제압하러 움직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씨는 나한테 맡겨.”

“애송아, 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셔.”

“……실력만이라면 뭐…, 못 믿을 건 아니지만요.”

“이게?”

그녀들의 대화에 작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운이와 헤어지고는 군을 대동하여 움직였다.

운이가 집은 곳은 두 곳.

남부에서도 제법 큰 물류창고였던 곳과 그 창고를 관리하는 상회. 아무래도 돈이 움직이는 일인 만큼 상인들의 변절을 가장 먼저 의심했을까.

생각해보면 적가의 가주 또한 큰 상회를 운영하는 인간이었다.

이래서 돈에 움직이는 이들은 돈과의 계약으로만 믿을 수 있고, 신의라던가 신뢰 같은 부분에서는 영 결격사유가 있었다.

“여포. 네가 상회로 가라.”

“내가?”

아마 소연 아씨라면 직접 수색하기 위해 상회로 가지 않았을까.

확신할 수 없는 이유로는 어떤 가능성도 놓칠 수 없다는 것과 시간이 급박하여 양쪽을 동시에 수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능성 큰 곳에 여포를 보내는 이유 또한.

“조금 분하지만 네가 나보다 강하다. 아마 소연 아씨는 거기에 있을 거로 예상되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부 베어내고 소연 아씨를 구해줘.”

“무조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럴게.”

무슨 일까지 벌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소연 아씨도 중요하지만, 여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또한.

말로 잘 설명할 수가 없어 그냥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다치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그런 말이 천하무쌍 여포에게 어울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추쳤다.

“조심해.”

“이 상황에서 조심까지 하라는 건 너무 힘든 부탁 아냐?”

“그래도 꼭 다치지 마라. ……너도 중요하니까.”

차마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 이상으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반대편으로 움직이려는데, 뒤에서 여포가 작게 고맙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고마운 것은 오히려 내가 할 말인데.

이제 병력을 반으로 나눠 여포와 내가 찢어져 움직였다.

남부에서도 서쪽에 큰 규모로 지어진 물류창고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내가 가본 적은 없지만, 내부에서도 제법 길을 헤맬 정도로 넓다던가.

혹시 모르니 한 손은 청강 손잡이에 얹었다.

이쪽 또한 소연 아씨가 찍었던 곳이니 경계하기는 해야 했다.

원소가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반대 세력을 모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에는 더더욱. 섣불리 움직일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을 제일 싫어했다.

* * *

순심은 고개를 살짝 들어 소연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 자진해서 나타난 건 무슨 뜻일까.”

“그냥? 죽이기 전에 한 번 대화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곧 없어질 사람인데 흥미는 가니까, 마지막 가는 길에 그 뜻이라도 들어보려는 느낌?”

소연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누구를?

순심이 지력으로는 과연 대단한 부분이 있었지만, 무력으로는 자신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예전에 잠깐 전장에 선 것으로는 조사가 부족했을까.

잠깐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혀를 찼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저 정도의 지력 스테이터스를 지닌 순심이 모를 리가 없었다. 분명 사령관으로 길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그 행적 자체는 제법 굵직했다.

심배 정도라면 모를까, 순심이 그걸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요! 알고 있죠. 조인과 더불어 잠깐이지만 군부에서 쌍두마차로 불리던 사람인데. 문무겸비의 맹장이자 문관으로는 당신 이상의 사람을 저는 몰라요? 대단한 거라고요.”

“용건이 뭐야.”

소연은 손에 쥔 철봉을 살짝 고쳐 잡았다.

여차하면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는 마쳤다. 비록 순심과의 거리가 제법 멀긴 했지만, 무력 100의 스테이터스는 진심으로 달리면 저 정도 거리는 10초 안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순심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그냥요. 신기해서요.”

“뭐가.”

순심은 까칠한 그녀의 반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전에 몇 번인가 저희 마주한 적이 있었죠? 조조와 함께 움직일 때. 저는 그때 당신을 재능 있는 별로만 보았거든요.”

“그래서?”

“손에 피 묻힐 줄 모르는 이상론자. 가진 뜻은 크고 재능도 있지만, 정작 그것을 실행할 용기 없는 인간. 제가 본 당신은 딱 그랬어요.”

아마 틀리지 않을 거라며 순심이 이죽거렸다.

소연도 그것에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 당시 그녀는 여전히 손에 피 한 방을 묻히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걸 전호가 대행했고, 그는 실제로 그녀를 지키며 검을 휘두르고 자진하여 핏물을 뒤집어썼다.

“그랬던 당, 신, 이.”

순심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손가락을 톡톡 튕겼다.

“지금은 조조가 기르는 독사가 되었잖아요? 그 변모는 너무 빠르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조금 흥미가 생겼거든요.”

“독사라고?”

“시치미 떼기는. 제가 모를 것 같아요? 이 허도에 사람을 풀어 감시하던 건 전풍과 저의 역할이었어요. 특히 정치적인 움직임은 제가 전담했다고요?”

소연은 순심의 말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내부 반대 세력 척살은 잘 봤어요. 정말 대단하던데요? 순식간에 과실을 잡고 책을 잡아 굵직한 호족을 격살. 특히 변양을 치는 과정은 정말 매끄럽던 걸요.”

“……생각보다 조금 더 끈이 길었나 보네.”

그건 조조군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변양이 죽은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죽었는지까지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저희가 잠입하기 조금 더 쉬워졌으니, 그 부분은 감사할까요.”

“별거 아냐. 우리한테도 필요한 잡초 고르기였으니까.”

“우와. 사람 목숨을 잡초 취급이에요? 정말 예전이랑은 딴판으로 변했네요. 황족을 처리할 때도 저희의 이름을 팔아서 작업하셨더라고요? 그래서 그 대가라도 받을까 해서 이렇게 찾아왔죠.”

“덕분에 일이 쉬워진 건 감사하게 생각해.”

소연은 꾸준히 말을 섞으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아직 특기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병력은 이 건물 바깥에도 소수 포진된 것 같았지만, 저 정도라면 그녀 혼자서도 몰살할 수 있는 병력이었다.

고작 이 숫자의 매복을 믿고 덤볐나.

그녀는 잠시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특이한 걸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면 슬슬 이 잡담을 끝내고 잔당을 처리할까.

하여 그녀가 한 발짝 내디디려던 차.

“정말 인간답지 않아졌네요.”

“……이 난세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거니까.”

그만큼 소중한 것이었지만, 소연은 끝내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지 못했다. 그건 그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전호가 대신해주고 있다는 것도.

우습게도 현대에서 넘어온 자신이 가장 빠르게 마모되었고, 반대로 평생을 전장에서 굴렀다던 전호야말로 가장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지키고 있었다.

“죄에는 벌을. 법으로 다스리며 그 행동이 악독한 자에게는 그에 따른 형벌을. 하여 민중을 다스리고 통치하라.”

“법가라도 읊는 거니?”

순심을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죠. 이런 건 어느 고서에나 다 나오는 거라고요? 요컨대 그게 가장 인간다운 거니까. 죄를 지은 자에게는 합당한 벌을 지우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러면 나한테 벌이라도 내릴 생각인가?”

“저도 누군가를 벌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은 확실히 조금 과했으니까. 나보다 조금 더 나쁜 사람 같으니까 제가 벌해도 괜찮지 않나 해서요.”

이제 기다리는 것도 끝이었다.

병력의 차이가 없다면 망설일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바깥에서 사람 인기척이 조금씩 느껴졌지만, 그 또한 대수롭지 않은 것.

하여 소연이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려던 차.

“그런 나쁜 여자한테는 말이죠.”

순심이 살짝 뒤로 물러서며 키득거렸다.

“화형이 딱 좋겠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건물 지붕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위해 이 장소를 골랐다.

진소연이라면 분명 자신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고 여겼고, 혹시 몰라 흔적도 살살 남겨두었다.

본인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파편과 그 이후 덮칠 화마도 견딜 수 있을까?

순심은 언제나 이기는 전략만을 고수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

“부디 불 속에서 뉘우치라고요.”

빙긋 웃은 순심을 뒤로하고 건물 전체는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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