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31화 (331/343)

33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 염상 군부의 움직임은 언제나 주의해야만 한다던가.

적가는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경계심을 잔뜩 머금은 눈으로 이쪽을 살폈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신지요.”

“조사다.”

우리의 앞을 가로막은 하수인은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조사라니 그게 무슨….”

“말이 필요한가? 군부에서 최근 준동과 관련해 적가에 의혹을 걸었다. 하여 중랑장 직접 행차하여 수색하겠다는데 그게 뭐 잘못된 일인가.”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독단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중랑장이라는 관직의 권위는 대단했지만, 아무 언질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나선다는 건 충분히 의구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행동이기도 했다.

“우선 어르신을 모셔오겠습니다.”

“그러도록.”

어차피 이 장원 일대로 아군 병력으로 포위했다.

만약 여기가 백이라면 역으로 몰리겠지만, 그만큼 사죄하면 그만이었다. 관직을 연임하며 쌓은 재화는 쓸 곳도 없어 고스란히 창고에 쌓여있었는데, 그 이권을 내어주면 그만인 일 아닌가.

당장 생각나면서도 소연 아씨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곳.

그러면서도 은근히 하북이나 백파적과도 연관이 있을 법한 곳으로는 이곳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잠시 기다리니 적가의 가주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한 두어 번 정도는 본 기억이 났기에 보자마자 딱 알아챌 수 있었다. 그때는 제법 우호적인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쪽을 노려보듯이 하고 있었다.

뭐, 나라도 목에 칼 들이밀면 저런 표정이겠지.

“무슨 용무이신지요.”

“전해 듣지 못했나? 내부 조사다.”

어깨를 으쓱였더니 가주의 표정이 더 썩어들어갔다.

“허도 내에 이렇게 혼란이 심각한데, 이럴 여유는 있으신가 보군요.”

“그건 당신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

단순한 감이었지만, 이 반응은 점점 그것에 신빙성이라는 재료를 더하고 있었다. 아무리 군부의 방문이 달갑지 않더라도 시작부터 이리 까칠하게 나온다는 것은.

“이거 말하는 게 왜 이래?”

여포는 아예 이를 박박 갈고는 앞으로 나왔다.

“우리가 너희 잡아먹는대? 사태가 긴급하니까 몇 군데 조사하러 왔다는데, 그 반응은 뭐냐?”

“책임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책임이라.”

되묻는 내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가문과 상회가 조공에게, 더 나아가 황실에 바친 세금이 얼마인지는 아십니까? 이번 역적 토벌 과정에서 어음을 얼마나 내어드렸는지, 그 빚의 액수는 아시냐는 말입니다.”

확실히 사마의도 그 부분을 지적했다.

우리는 상인들에게 진 빚이 많다고.

그걸 생각하면 혹시 의구심이 들더라도 쉽사리 손댈 상대는 아니겠지. 말마따나 이들이 정말 아무 연관도 없었다고 하면 그 후폭풍은 꽤 위협적인 것이리라.

물론 그것은 문관의 얘기였다.

“그래서?”

“예?”

의아한 듯 이쪽을 바라보는 가주를 향해 픽 웃어주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정말 실수였다면 소연 아씨를 찾아가서 미안하니까 해결 좀 해달라고 빌지 뭐. 뭣하면 내가 지금까지 모은 재산 전부 털어주어도 무방했다.

어차피 그것들의 쓸 곳이라고는 병사들에게 좀 뿌려주는 용도밖에 없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쓰일 수 있다면 오히려 남는 금액이 아닌가.

“최근 이 북구에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아, 생각해보니 백파적 뿐이 아니라 심배 또한 이쪽 근처를 주둔지로 두고 행동했다지?”

“그건 그저 우연에 불과합니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조사한다.”

그는 이를 빠득 갈았다.

“후회하실 겁니다.”

“실수였다면 내 무릎이라도 꿇지. 머리까지는 내어주지 못하더라도 이 이마를 골백번 찧어서라도 사죄할 수 있다면 그리하겠어.”

“주인아? 아니 뭘 그렇게까지.”

여포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가로젓고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 그의 앞을 마주하고 섰다. 가주는 나보다 키가 살짝 작았는데, 내가 바로 앞까지 서니 그 얼굴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그러니까.”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비켜.”

“백성의 재산권을 이리 우롱하시면 다른 상회가 가만두고 지켜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폭거입니다. 중랑장이나 되시는 분께서 어찌 이런…….”

혀가 길구나.

“체포하라.”

“예!!”

“자, 장군!?”

자고로 혓바닥이 길면 그만큼 쫄리는 게 있다는 거겠지.

당당한 이들은 보통 이렇게까지 나서지 않는다. 물론 허도에서 불 난리가 났으니 그 틈을 타고 재산을 약탈하려는 무리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랑장의 이름을 달고 그런 의혹까지 받겠나.

무언가 켕기는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 이상하네요.”

“조금?”

“……솔직히 많이 수상해요.”

“그렇지?”

사마의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전군, 하나도 빼먹지 말고 다 조사해라. 지금부터 이 장원에 있는 이들은 일시적으로 구금한다. 어느 정도의 반항은 용인하나, 만약 칼까지 들고 덤벼들면 주저 없이 사살하라.”

“예, 장군!!”

“이러지 마시오!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뒤로 들려오는 가주의 말은 일부러 무시했다.

그것은 앞으로 이 장원에서 나오는 증거가 말하겠지. 무언가 찔리는 게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중랑장, 내 말을 들어주시오!!”

“아, 진짜 시끄럽네.”

살짝 고개를 돌려 바닥에 무릎 꿇려진 가주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지금 허도가 무슨 상황인지 아나? 당장 그 하북에 잘나신 원소께서 뒷공작으로 이 도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생각이라고. 황궁에서도 그 공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게 대체, 혹시 저희가 하북으로 상행을 가는 것 때문이요?”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되도록 여기가 정답이어서 한 번에 끝나길 바라고 있었다. 적가 가주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상인이고 어쩌고는 나랑 아무 관련도 없는 얘기니까.

사태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는 그 사태 자체를 수습하는 것도 있겠지만, 간단하게 생각해 그것을 주도하는 흑막을 잡아 사살하는 게 가장 깔끔하고 뒷맛도 좋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크흑.”

그는 고개를 떨궜고, 이내 아군 병력이 줄지어 장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란이. 그것까지는 당연히 예상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안쪽에서 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장군! 안쪽에 적입니다!”

“복장은?”

“아군 정규 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북문에서 흩어진 백파적.

마찬가지로 북구에 자리한 적가의 장원.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아군 정규 복을 입은 병력의 등장이라.

“숫자는?”

“얼추 수십은 되어 보입니다.”

“저항하는 이들은 사살하되 최대한 포로로 잡아라.”

그렇게 명령하고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가주는 아예 고개를 떨군 채 이쪽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친히 그 머릿채를 끄집어당겨 고개를 들게 해주었다.

“자, 이제 어떻지?”

“실수한 적은 없었을 텐데.”

그도 그랬다.

이 남자는 아무 실수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하북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과 최근 북문 인근에서 흩어져 사라진 백파적과의 연관 고리를 잇지 못했더라면 이곳을 짐작할 수도 없었을 터.

게다가 사실 여기가 아니라면 바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릴 생각이었다. 한 번에 정답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

그런데 어떡하나.

여기가 정답이었네.

“이제 다시 한 번 물을까?”

빙긋 웃으며 왼손으로 그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누구냐.”

“크흐, 이리된 이상 내가 살기는 글렀겠지.”

놈은 허탈하게.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였기에 더욱 우습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뺨을 세게 올려붙이니 그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웃음을 흘렸다.

“이 개같은 새끼가.”

“이미 다 끝났다. 황궁이 실패해? 그런다고 순공께서 실패하실 것 같으냐. 그것이 안 되면 다른 거물을 노리면 그만인 것을.”

“순공? 그게 누군데, 이 시발 새끼야.”

“가서 네 주인이나 잘 돌봐라, 진가의 개새끼야.”

이를 빠득 갈고는 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입에서 피가 터지며 바닥에 쓰러진 놈의 머리채를 붙잡고 고개를 들게 했는데, 이제는 아예 실성이라도 한 듯이 낄낄거리며 웃기를 반복했다.

“순공이 누구냐고 묻잖아.”

“아저씨. 원가의 순씨라면 한 명 짐작 가는 상대가 있어요.”

다시 주먹을 날리려는 차에 뒤에서 사마의의 목소리가 들려 놈의 가슴팍을 후려 차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누군데.”

“순욱의 언니였을 거에요. 이름은 순심. 원래 순욱도 원소 휘하에 있던 적이 있는데, 그보다 먼저 원소의 참모로 들어서 지금은 기존 원소를 따르던 참모 중에서도 심복이라고 평가받는 인물이에요.”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난 몰랐는데.”

나나 소연 아씨는 조조와 함께 원소를 따르던 적이 있었다.

전풍도 거기서 만났지만, 정작 순심이라는 사람은 그동안 본 적은 없었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주요 인사를 만난 적도 없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

“그녀는 기본적으로 원소가 처리하지 못할 일들을 처리하니까요. 평가받는 것치고 바깥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이곳에 있다면….”

“케헥.”

그때 뒤에 나동그라졌던 적가 가주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늦었다. 진가의 개새끼야.”

“그런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진가의 개새끼? 소연 아씨를 말하는 거냐? 너 같은 새끼 입으로 자꾸 아까부터 아씨 이름을 연거푸 언급하는 거, 죽고 싶다고 안달하는 거 맞지?”

“그래. 네 주인이 죽고 나서도 그리 말하나 보자.”

그는 마지막까지 낄낄 웃었다.

내 주인이 죽는다고.

소연 아씨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만약 이놈의 말이 진짜라면 그보다 위험한 일도 없었다. 상서부에도 없어 만나지도 못했는데, 정말 아씨의 신변에 무슨 위협이라도 생긴다면.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엿이나 먹어라.”

놈은 그 뒤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대로 고문하여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아가씨가 노린다고 해서 쉬이 당할 인물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은 언제나 빼먹을 수 없었다.

“……여포!!”

내 외침에 근처를 지키고 있던 여포가 바로 달려왔다.

“이곳에는 병력 이백만 남긴다. 나머지는 다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머지는 다시 어디로?

상서부에 소연 아씨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녀가 당장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디를 향해 나아가면 좋지? 아씨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대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주인아.”

“이런 시발.”

머리가 복잡했다.

우선은 상서부로 갈까.

하지만 만약 상서부가 아니라면?

물론 소연 아씨가 쉬이 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머리는 내 백 배로 똑똑하고, 힘도 나보다 좋다. 과거 아씨는 비록 모자랐지만, 여포와도 합을 겨룬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외견과 달리 무력 또한 일출했다.

그러니 쉬이 당하진 않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법이었다.

소연 아씨가 죽는다고?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그런걸.”

내가 용납할 것 같으냐.

* * *

소연은 자신을 마주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갈색의 머리카락.

그것은 아군인 순욱과 쏙 빼닮은 화사한 색이었다.

“설마 당신일 줄은 몰랐는데.”

“저도 설마 그쪽이 상서령까지 갈 줄은 몰랐으니까 같은 꼴 아닌가요? 게다가 이렇게 잘 성공리에 수비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순심은 소연을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 순심 우약 ]

통솔력 – 61

무력 – 42

지력 – 93

정치력 – 86

매력 – 68

과거 만났던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기왕이면 조조군으로 포섭하고 싶었던 인물. 그렇지만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그 당시 조조에게는 원소라는 거물을 버려가며 따를 메리트도 없었기에 포섭을 포기했던 인물이었다.

정치력 또한 일품이지만 지력은 가히 원소군에서도 수위를 달리는 인물.

게임에서 기록된 도감에서는 패왕의 어깨에 앉는 독수라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도 큰 기록을 남긴 적 없는 인물이었던 탓에 스테이터스에 비해 자기주장이 약하고 항상 내부적인 업무만 하여 게임 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는 캐릭터였다.

설마 그런 인물이 전면에 나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건 다 끝났다는 소리인가?”

“흠, 확실히 황궁을 말려들게 하지 못한 건 실책이지만요. 대신 무언가 하나 큼지막한 상처를 남겨드리고 싶었는데, 생각나는 게 잘 없더라고요.”

순심은 픽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이건 칭찬이에요. 당신이 하도 잘 막아서 당최 찌를 곳이 안 보이더라고요. 정치적으로 몰릴만한 구석을 전부 틀어막으니 저라고 별수 있겠어요?”

“그래서?”

“조조군의 이인자 정도면 큰 상처이지 않겠어요?”

조조군의 이인자라는 말에 소연이 빙긋 웃었다.

“지금 나를 치겠다는 소리지?”

“현 조조군의 이인자이면서 연주에 자리잡기 전부터 조조를 따른 권신. 조조군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하는 진소연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테니까요.”

“우습게 보였나 보네.”

과거 심배도 그러했지만, 이들은 다소 자신을 얕보는 게 아닌가 하여 소연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무력 100이라는 스테이터스를 공개할 수도 없었기에 더더욱.

물론 예전에는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혔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라면 약하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해봐.”

그녀 주변으로도 십수 명의 호위가 붙어있었다.

저 멀리 자신을 마주한 순심의 근처에는? 물론 그녀도 병사 몇을 데리고 있었지만, 이쪽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병력도 별 차이가 없는데 자신을 잡겠다고.

“오히려 이건 내가 기뻐해야 할까.”

드디어 흑막이 제 발로 나와줬으니까.

소연은 손에 쥔 철봉을 치켜들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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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에서는 몇 번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여서 더더욱 고민이 깊었네요.

평가로는 분명 높은 평가를 하는 것치고 정작 사서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그 부분을 소설 내에서 조금 녹여내긴 했습니다만, 그 또한 부족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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