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30화 (330/343)

33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 염상 소연은 주변을 살피면서도 계속 고심하고 있었다.

만약 본인이라면 어디를 노렸을까. 황궁에서의 환란을 사전에 차단한 이상, 저들이 움직일 수 있는 범주라고 해봤자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방향성만 포착할 수 있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일단 이쪽은 꽝이네요.”

곽가는 어깨를 으쓱이며 애꿎은 벽을 발로 찼다.

소연이 살펴둔 세 곳 전부 원소군과 관련된 곳은 틀림없었지만, 정작 중요한 꼬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아직, 조금 더 살펴보자.”

“슬슬 끝물일 거 같은데요. 저라면 황궁에서의 공작이 실패한 시점에서 바로 도망쳤을걸요? 이 이상 허도에서 뭉그적거린대도 사태가 나아질 여지가 없잖아요.”

“그건 우리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살짝 숨을 들이켰다.

아직 살피지 못한 곳이 있을까? 황궁은 이미 진즉에 아군이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황족의 신변 보호를 맡겼으니 그쪽에서 환란이 일어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면 남은 곳은?

생각해야만 했다. 물론 이대로 사태를 수습하고 굳히기만 해도 괜찮았지만, 그래도 주동자의 목 정도는 가져가지 않으면 안정으로 이어가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아마 적은 도망가지 않았어.”

“왜 그렇게 단정하세요?”

“그야 여기서 심배와 허유가 죽었으니까. 게다가 허유는 우리가 죽인 게 아니라고 운이가 그랬잖아. 아직 할 일이 있는 거야. 그러지 않고서는 갑자기 불부터 지를 이유가 없으니까.”

그녀는 상태창으로 죽은 허유의 스테이터스를 열었다.

[ 허유 자원 ]

통솔력 - 47

무력 - 51

지력 - 87

정치력 - 66

매력 – 39

확실히 지력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간단히 버리기에는 다소 아쉬울 정도. 게다가 주군인 원소와는 어릴 적부터 벗으로 있던 남자였는데도 그들은 허유의 가슴팍에 화살을 박아넣었다.

너무나도 쉽게 죽여버렸다.

허도에서 불 난리가 인 것은 그 직후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황궁에서의 환란은 실패했잖아요.”

“이대로 돌아가면 원소는 공손찬에게 패한 것에 이어 정치적으로도 몰려. 애당초 이만한 물자와 인재를 파견한 거야. 그쪽에서도 상당 부분 도박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걸 이리 쉽게 물릴까?”

그녀는 절대 아니라고 보았다.

아직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적의 꼬리를 잡지 못한 이상, 언제 어디에서 적의 습격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의 중요 목표였을 황궁으로의 공작을 사전에 저지한 것.

그것은 분명 큰 활약이었지만, 그 이후 어느 방향으로 돌아설지를 알 수 없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그 방향성까지는 유추할 수 없었지만, 이만한 공작과 인력을 사용해놓고 실패했으니 물러난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과도 다를 바 없었다.

분명 여파는 온다.

“실마리를, 단서를 잡아야 해.”

“이만큼 뒤졌는데도 안 나오면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요? 당장 생각나는 건, 글쎄요. 어쩌면 심배처럼 상서령을 노릴 수도 있겠거니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요.”

소연은 그녀의 말에 픽 웃었다.

차라리 그렇게 이어졌다면 더 편했을 것을.

답답한 마음에 신발 끝자락으로 땅을 긁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허도 상공으로는 희뿌연 잿빛 연기가 무럭무럭 올라가는 상황.

이렇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곽가. 지금부터 네게 따로 병력 백을 줄게. 의심 가는 곳, 짐작 가는 곳. 어디라도 상관없어. 황궁을 제외한 전역의 조사권을 내게 줄게.”

“네? 아니 뭐, 저야 문제없지만, 상서령은요?”

“일단 상서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취합하려고.”

이대로 계속 수색하는 것은 인력 낭비였다.

물론 그만둘 수는 없으니 자신 다음으로 정보에 빠삭한 곽가를 붙인다. 그러는 동안 그녀 본인은 지금도 계속 정보를 접수하여 관제탑 역할을 하는 상서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러면 일단 그 부분은 맡길게.”

고개 끄덕이는 곽가를 뒤로하고 소연은 먼저 상서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어둡고 밤은 길어질 것만 같았다.

사방으로는 여전히 소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허도 염상.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 * *

“상서령은 현재 부재중이십니다.”

“그런가. 그러면 혹여 이곳에 방문하시거든 중랑장이 찾았다고 말 좀 전하도록. 이대로 중앙으로 향할 테니 필요하면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시면 된다고도.”

“예, 장군.”

꽝인가.

사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이 바쁜 상황에서 상서부에 있을 리 없기도 했다. 목적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니 이대로 우왕좌왕해도 시간 낭비일 뿐.

“이대로 진화에 합류하시게요?”

“일손이 부족할 테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사마의와 여포를 데리고 진화 작업에만 매진하는 것도 웃기긴 했다.

물론 나 자신을 그리 높게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 같아?”

“지금 상황이라면, 적의 입장에서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마의가 잠시 고심하기 시작했다.

“글쎄요. 이대로 물러나? 그건 논외죠.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이리 거창하게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냥 황궁 쪽으로 한 번 화재를 유도해 시선을 끌고, 그 과정에서 황제 암살에만 성공하면 그만이니까.”

“허도 전역에 불을 놓은 건 다른 의도도 있다고?”

사마의는 그 부분에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모르죠. 확실한 건, 제가 그런 짓을 했다면 여기서 무언가라도 건져가려고 했을 거라는 거? 이대로 돌아가면 아무리 원소라도 잃는 게 너무 많잖아요.”

그것도 일리가 있었다.

이미 심배의 얼굴은 만천하에 공개된 지 오래.

그녀가 원소의 모사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었고, 그 과정에서 진실공방이 몇 있을지언정 이 또한 원소에게 딸려갈 업으로 남을 건 분명했다.

“아마 저라면 황족을. 하지만 그쪽은 동승의 움직임 이래로 방비가 강해졌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차라리 요인을 암살하겠어요.”

“요인을?”

소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혹시나 하여 살짝 고개를 들어 상서부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이 주변으로는 여전히 순회하는 병력이 많았고, 당장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주변에서 달려올 병력도 산재해있는 상황이었다.

하면 혹시 허도 내 유지들을?

“기존 예주의 유지들은 어떠냐?”

“글쎄요. 일부 처리할 수 있다면 조조를 향한 압박은 분명하겠지만, 이만한 일의 대가로 고작 그것을 얻어가는 건 어떨까 싶은데요.”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겠어?”

사마의는 그 말에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기존 예주 토박이들의 발언권은 아군과 연관된 정욱 선생이나 순욱 선생 등, 기존 관료들과 합작하기에 나오는 발언이에요. 아무리 그분들이 예주 사람이라고 해도 조조에게 필요 이상의 압박을 두고 보진 않을 거고요.”

“쯧, 난 하나도 모르겠네.”

여포는 이 대화에서 아예 혀를 내두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정치적으로 압박이라던가, 그 과정에서 있을 영향력과 파생될 정계의 구도라던가.

그런 건 천생 칼잡이인 내겐 어렵고 복잡한 일이니까.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는 거네.”

“그렇죠. 애당초 이제 사건이 벌어지고 세 시간 조금밖에 안 지났으니까요. 게다가 아직 동승의 처분과 관련해서도 전부 진행된 게 없는데, 당장 적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을 리가 없겠죠.”

그도 그랬다.

허유가 죽었다는 말은 들었다. 솔직히 그게 누구인지도 모르겠지만, 원소군의 참모로 동승과 붙어먹은 놈이라는 정보만은 들어 알고 있었다.

이미 죽은 심배와 덧붙여 두 명.

원소군의 참모 둘이 이 허도의 땅에 몸을 뉘었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복잡하네, 복잡해.”

내가 현재 이끄는 병력은 칠백에서 팔백여 명.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이 드넓은 허도 전역에 병력을 뿌려 감시의 눈을 밝힐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병사가 화재현장에 투입된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하여 확실하게 정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예요?”

잠시 눈을 감았다.

무언가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동승의 사병을 비롯하여 전 병력은 이미 체포당한 지 오래. 게다가 소연 아씨에게서 온 전령에 따르면 기존 원소와 합작하던 인사들 또한 전원 구속당한 상황이라고.

그러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지?

생각해라. 이 빈곤한 머리라도 꾸준히 생각하면 분명 정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아둔하여 생각을 이어가려고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는 했다.

예열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까.

하면 꾸준히 생각하여 결론을 내놓으면 그만.

“……허도 유지라.”

“설마 호족을 의심하시는 거예요?”

중랑장에 부임한 직후 나는 수많은 호족과 만났다.

연을 닿은 이들도 있는가 하면 얼굴만 보고 말았던 적도 있었다.

원래라면 그 전원 상대하기도 싫었던 것을, 사마의가 차후 황실과 허도 내를 조율할 때 필요해질 수도 있을 거라고 하여 제법 호족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던 시기도 분명 존재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분명히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 예주는 조조의 본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지. 그밖에도 수많은 명사와 명가를 배출한 땅이라고 하지만, 정작 조조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었어. 그 이유는 뭘까.”

“사세삼공 원가의 본가 또한 예주였으니까요. 아저씨는 지금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상서령이 그걸 놓쳤을 리가 없는데요.”

“그랬겠지.”

아가씨라면 분명 그들을 놓쳤을 리가 없었다.

언제나 주의를 들여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기존 원가와 우호적인 가문에 대해서는 언제나 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있었겠지.

나도 확신은 없었다.

“그들은 고리로 이어졌다고 했다.”

선임 관료가 후발을 추천하여 관직에 올리는 행위.

그렇게 묶인 이들은 부모 자식의 연을 맺어 그 은혜를 갚는다고 하여 고리라고 불렀고, 특히 사세삼공이라는 긴 세월 동안 최고위 관직에 올라있던 원가라면 그 넓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아가씨라면 분명 그들 위주로 조사했겠지.

“예전에 흘러가면서 들은 적이 있는데, 원가와 관련된 정보라서 기억해둔 게 있다. 기본적으로 원가와 큰 연은 없는 적씨 가문이라고 있는데, 그들은 은근히 하북으로 상행을 자주 보낸다고 하던가.”

“네? 고작 그걸로요?”

고작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소연 아씨라면 분명 원가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색출했겠지. 그러고도 그 실마리를 잡지 못해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예 범위를 넓힌다면 어떨까.

“병사들을 전부 집결시켜. 지금부터 북문으로 향한다.”

“생사람 잡는 거라면 일이 좀 복잡해져요.”

“생각하는 바는 있다.”

과거 북문 경비를 맡았던 백파적이 원가에 귀순한 것.

북쪽에서 제법 위세를 떨친 가문이라고 하면 적가를 꼽을 수 있었는데, 양정과 양봉 등이 전부 처형당한 지금 소수의 백파적은 그곳에서 달아나 허도 어딘가로 흩어졌다고 들었다.

그 모든 게 허도 북쪽 지구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철저하게 전부 털었을 아가씨조차 실마리를 못 잡았다면 이런 사소한 의혹 하나라도 물고 뜯어보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저희가 상회에 진 빚이 얼마인지 아세요?”

적가는 허도 내 대표적인 3개의 상회 중 하나로 손꼽았다.

분명 조조를 비롯하여 아군 세력도 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겠지. 하여 만약 실수로라도 그들에게 혐의가 없다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무관이라 그런 거 모른다.”

“……일단 아저씨가 말하는 건 이해하겠지만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마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좋았다.

그들은 주로 중원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회라고 들었는데, 그 당시 호족 사이의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한 달 주기로 하북으로도 큰 상행을 보낸다고 했지.

그것만으로 원소와 연결짓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럼 가자.”

그녀들을 이끌고 병력을 주둔시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서 순찰 중인 아군 병력이 보여 살짝 손을 들어주었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음?”

“왜요?”

“……어, 아무것도 아냐.”

달짝지근한 민들레의 향이 느껴졌다.

투구 옆으로 살짝 보이는 연갈색의 머리카락도.

병사 신분으로 향까지 바를 여지가 있던가.

일단 아군 병사인 것은 확실했고 숫자도 고작 다섯 정도가 모여 순찰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아니 뭐, 일단 여자니까 향이라든가 챙길 수도 있겠지.

“가자.”

상서부에 볼일은 이미 끝났다.

우선 병사 하나를 시켜 아가씨가 돌아오는 대로 그녀에게 우리가 적가를 압수 수색하겠다는 말을 전하라고 남겨두었다.

불타는 허도를 배경으로 우리는 길을 걷는다.

옳은가, 그른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으면서.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른 채 우선은 행동으로 그것을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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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 조금 더 가독성이 좋을 것 같아 수정했습니다만, 독자분들이 별로 원하지 않으시면 다음 편부터는 예전 방식 그대로 진행하려 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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