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29화 (329/343)

32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 염상 슬슬 황궁에서도 연기가 올라올 때가 되었다.

순심은 잠시 저 멀리 황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허도 주변으로 불 난리가 나고 조금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바로 호응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직도 감감무소식.

“선생, 어떻게 할까요.”

“이야, 이건 글렀을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으로 시선을 잔뜩 끌어모으고, 그 과정에서 황궁 방위가 약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조금 기다려도 불길은 올라오지 않았고, 그녀를 포함하여 원소측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일단 계속 가보심이.”

“이 하룻밤. 오늘 안으로 모든 걸 끝내야 해.”

좋든 싫든 이 하룻밤이 고비였다.

이미 준비한 모든 소재는 썼다. 동승이라는 패도 처분했고, 수개월에 걸쳐 차근차근 준비했던 화공이라는 수단도 써버렸다.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으로 두던 것은 황궁이었지만, 그게 안 됐다면 다른 방책이라도 써야 했다.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오늘이 가장 최적의 조건이었으니까.

조조가 돌아온다면 그 이후에는 내부에서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이틀 간격으로 두어 설령 조조가 서두른다 할지라도 시간이 걸릴 이 시간대가 가장 적기라고 생각했다.

“황궁에서는 왜 실패했을까.”

“아직 확실한 것은.”

“설령 불이 피어오른다고 해도 약속했던 시간에서 벌써 1시간이 지났어. 그건 사실상 실패라고 보아 무방하잖아? 조금 입맛이 쓰긴 하지만.”

최대한 은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은 없었다고. 눈치챌 여지가 있던가? 황궁 내에 자기들 사람을 심는 데만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전부 발각당했을 리가 없는데.

하지만 실패는 실패였다.

분명 황궁을 관리하는 건 중랑장 전호.

최근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내부 관리와 같은 지적인 능력도 있었을까. 그녀가 조사한 바로 그에게서 뚜렷한 정치적인 재능은 없었다.

“쯧, 이러면.”

아직 쓸 수는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작전의 정점이자 가장 우선시했던 황궁으로의 타격이 실패한 이상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한 일. 그렇기에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나마 고민을 이어갔다.

시간은 조금씩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심배에 이어 허유까지 당한 이상, 얻어가는 게 없다면 곤란했다. 적어도 조조군 내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언가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수단을 고려한다.

생각한다.

시간은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냉정함을 잃어서는 필패. 그녀가 앞으로 상대해야 할 인물들은 전부 하나같이 만만찮은 인사들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가지고 있는 패와 적의 움직임을 고려해,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것을.

최선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까.

“으음.”

“순 선생님. 지금이라도 퇴각하는 것이.”

“그건 안 돼. 이미 심배의 얼굴이 밝혀졌고, 허유 또한 엮여있다는 게 알려지는 건 기정사실이야. 그걸로 조조는 원공을 압박할 건데, 이대로 잃기만 하고 물러나라고?”

시작은 원소의 조바심이었다.

공손찬의 역경을 무너뜨렸지만 되려 추격전에서 참패했다. 그걸로 한 번씩 주고받았노라고 끝낼 수 있었지만, 적의 핵심 거점을 무너뜨리고도 패했다는 현실을 그 오만함과 자존심 덩어리인 원소가 납득할 수 있을까?

게다가 경쟁자는 조조는 원술에게 완승을 거뒀다.

하여 그는 조조를 내부에서 뒤흔들기를 원했고, 몇 번의 회의 이후 조조가 회군하기 전에 사전준비를 마치겠노라며 고위급 관료까지 대거 파견된 작전을 이행했다.

순심 또한 그 과정에서 직접 자원했지만, 그것은 전임자들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성공확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했다.

조조에게 심은 모든 간자와 물자를 총동원한 작전이었다. 순심은 예전부터 조조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더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고, 분명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실패하고 말았다.

황제를 죽일 수 없다면, 그다음은.

“잠시만. 생각 좀 해보자고.”

최선이 흐트러진 지금, 차선은 무엇일까.

* * *

황궁 외부에서 이어지는 통로. 그리고 벽면과 창고까지. 꽤 많은 곳에서 화재 유발을 위한 사전준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하나는 벽면 전체에 기름을 먹여두었는데, 내가 맡은 건 이 냄새가 아니었을까. 그 근방에 숨어있던 궁인 하나도 추포하는데 성공했으니 황궁 일대에서의 작업은 정리했다고 보아 무방했다.

“형씨. 그년, 허도에 황궁 들어서고 곧장 들어선 고참이라고 하더이다. 빌어먹을, 대체 얼마나 오래 준비한 건지.”

“대단하지.”

“응? 꽤 담백하네.”

담백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우리도 원소군에 심은 간자만 몇인데. 물론 그들에 비해 우리가 허도에 들어선 기간이 훨씬 짧았고, 허도는 사실 아직도 계속 확장해나가는 단계였기에 더 허술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우선 정리되었고, 상대가 준비했을 모든 구역에는 별도의 병사 배치도 끝났다. 이 이상으로 더 움직임도 없을 것 같으니 이제 황궁 인근으로 이천이나 되는 병력을 주둔시킬 이유도 없게 되었다.

“장료.”

“엉?”

“이제부터 황궁 인근으로의 수비는 네가 맡아라.”

“뭐, 괜찮은데. 그러면 형씨는?”

턱으로 슬쩍 바깥을 가리켰다.

이제 바깥으로 혹시 있을 여파를 대비하는 게 옳겠지. 적이 황궁을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와 그 수단까지 전부 제압한 이상, 이제 나는 바깥으로 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뭐, 그쪽도 문제긴 하지.”

장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그럼 이쪽은 걱정하지 말라고. 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황제 폐하의 안위 하나는 든든하게 지킬 테니까. 그것보다는 누님이나 좀 도와줘. 또 보나 마나 사마의 그 계집애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을 테니까.”

“그럼 이쪽은 맡긴다.”

장료에게 휘하 칠백의 병력을 맡기고 나머지 삼백과 함께 황궁을 빠져나왔다. 물론 황궁 일대를 포위하듯 지키고 있을 사마의와 여포의 군을 많이 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내부 수습으로 돌릴 수 있을 터.

소연 아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운이는, 그리고 곽가 그 계집애는. 방삼이도 소연 아씨에게 돌렸으니 이제 내가 여포나 사마의와 함께 내부에서 움직이면 되는 걸까.

궁궐을 빠져나오니 사방으로 포진한 아군 친위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에 맞춰 진짜 이 황궁 일대를 둘러싸고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움직였다.

사마의와 여포는 궁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아저씨!”

“그래. 별문제는 없었고?”

“이쪽은요.”

여포도 슬쩍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내부에서 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황궁 내부에서도 화재가 일어날 뻔했던 것과 저지한 것. 그 과정에서 내명부와 마찰을 빚고, 황제 폐하에게 도움받았던 것도 전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심각하네요.”

“무슨 사람 관리를 이따위로 해?”

여포는 대뜸 혀를 찼지만, 솔직히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는 면도 있었다. 원래 황실을 대대로 받치고 있을 내명부의 인사들은 동탁과의 마찰로 전부 죽었고, 장안에서의 인력은 사실상 그 연장선에 불과했으니까.

하여 현 황실은 사실상 이 허도에서부터 다시 시작한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작정하고 섞여들어 오면 막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황제 폐하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이들 중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조금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안 그래도 황제 폐하 주변으로는 언제나 병력을 배치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 버린 거니까. 이건 조조가 돌아오더라도 책임 문제로 이어질 여지가 있었다.

“복잡한 문제는 뭐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황궁 내는 전부 장악한 거죠? 어디 놓친 곳이 없다면 저희도 슬슬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나도 그래서 나왔지. 내부에는 장료를 남겼어.”

“놈이라면 믿을만하지.”

이건 여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장료는 제법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머리도 나름 잘 굴러가면서 실력은 나보다 윗줄이었으니까. 유사시에 황제 폐하를 보필하기에 그만한 인재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내부는 안 뒤진 곳 없이 전부 샅샅이 뒤졌고, 만약을 대비해 내명부의 궁인과 환관 등은 여전히 구금했으니까.

“바깥 상황은?”

“일단 화재가 더 번지는 건 막아 세우고 있어요. 단지 근래 들어서 너무 건조했던 탓에 불길 자체를 소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린다는 건데.”

“그 부분은 아군 친위대도 손을 거들지. 혹시 반대의견은?”

“적의 의도를 막았으니까요. 아저씨가 설마 진짜로 그리 과감하게 움직일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황궁 내에도 겁화가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어요.”

그냥 우연이었다.

원래 오감 자체가 나름 발달한 편도 있겠지만, 그때 때마침 바람이 내 쪽을 향해 불어왔고, 거기에 어렴풋이 섞인 기름의 향기를 맡아버린 것은 전부 우연에 불과했다.

내명부를 압박한 것?

그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황제 폐하가 내게 베푸는 호의가 있었으니 가능했다. 거기에 덧붙여 조조 또한 내가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하면 말려줄 거라는. 아니면 소연 아씨라도 분명 도와줄 거라는 불확실한 믿음뿐이었다.

“그런 입발린 말은 됐고. 그래서, 얼마까지 뺄 수 있겠냐. 일단 황궁 내부에서는 삼백 정도를 차출했고, 나머지 칠백은 그대로 남겨두었어.”

“그러면, 제가 생각하기에 이 근방으로는 오백을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외부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건 여포,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여포는 사마의의 질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가늠하기 힘든데. 당장 이쪽으로 공격이 온다면야 오백으로도 버텨주면서 내부에서도 호응받을 수 있겠지만, 출입자 하나 남기지 않으려면 그 병력으로는 무리일 것 같아.”

한 명도 출입시키지 않는 건 힘들다고.

어차피 적의 장치는 전부 제압했다. 이제 내부에서 불을 지른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겠지. 황제 폐하를 향한 흉수 또한 내부에 칠백의 병력과 장료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전부를 물리치려면 일부로는 어름도 없을 것인데, 하물며 소수로 암살한다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거라면 괜찮아. 적이 준비한 건 전부 폐기했고, 장료를 비롯한 친위대가 굳건히 버티고 있으니까. 혹시 모를 외침에만 대비해 정문 인근만 굳게 사수하면 된다.”

“그럼 문제없겠지.”

그러면 정해졌나.

하면 우리는 소연 아씨와 합류하는 게 우선일까. 아마 중앙 군부를 통해 계속 병력을 조율하고 있을 것 같으니까 그쪽으로 이동해서 그녀의 명령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소연 아씨한테 간다. 우리가 황궁 수호에 전념하는 동안에도 일선에서 움직인 건 아씨니까 그 부분은 우리보다 더 잘 알겠지.”

“……뭐, 그거 자체는 타당하지만요.”

사마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역시 눈치챘나.

여포에게는 말해두었지만, 사마의 또한 나와 소연 아씨가 맺어진 이후 그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저렇게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하여간, 아직 어린애라니까.

“어이구? 또 뭐가 불만이셔?”

그런 사마의의 머리를 툭 건드리며 여포가 픽 웃었다. 그런 여포를 살짝 올려다본 사마의는 혀를 차고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하여간 진짜 자존심도 없나….”

“뭐? 꼬맹아, 너 진짜 나한테 죽어볼래?”

저저, 또 금세 으르렁거리는 꼬락서니 봐라. 그런 대화도 긴장을 풀기에는 썩 나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시급함을 요하는 상황이었다.

“자자, 일단 가자.”

“누구 때문인데…….”

뒤에서 들리는 말은 안 들린 척 미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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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심에 관한 질문도 있으셨는데,

그 부분은 조만간 상태창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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