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28화 (328/343)

32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 염상 우선 다시 되돌아가 병력을 집결시켰다.

“이제부터 황궁 인근으로는 개미 한 마리도 접근시키지 마라. 내부에 일하고 있는 궁인과 환관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을 한 자리로 모아 일시적으로 구금한다.”

“하지만 장군.”

장료가 그 의견에 먼저 손을 들었다.

“이곳은 궁입니다. 지금은 비상시라 이리 모여있다지만 군부에서 내명부 일에 간섭하는 건 큰 문제 아닙니까?”

“궁궐 인근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적이 노리는 것이 어떤 것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짐이 보였다면 준비해야지. 여기까지 불이 번진다면 그것만으로 중대사다.”

“그건.”

그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손을 들었다.

“우선 바깥에 있을 여포와 사마의에게 사람을 보내 황궁 인근으로는 그 누구도 접근치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내부에서도 모든 궁인을 구금함과 동시에 전수조사로 발화의 근원지를 찾는다. 불만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폐하의 안위에 비하면 하찮다.”

관직 박탈?

할 거면 하라고 해라. 어차피 관직 하나에 연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우선은 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하는 게 옳지 않겠나. 그러려면 가장 우선시할 목표는 황궁 내 안정화였다.

아직 어디인지 판명되지 않았다.

분명 내외로 병력 이천을 동원하여 사수하고 있는 이곳에 어떻게 불을 지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기름의 냄새가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일말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친위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흑이고 백인지 모르는 이상 그 누가 대상이어도 예외는 없었다.

“…중랑장.”

“상시.”

그게 과거부터 황제 폐하를 따른 상시일지라도.

“내명부에 군부가 개입하는 게, 심지어 이리 강압적으로 포박하는 게 무슨 일인지 정녕 모르십니까. 이건 내란이요, 반란으로 규정될 수 있는 일입니다.”

“필요한 일입니다.”

“그게 무슨……!!”

원소의 손길은 생각보다 치밀하게 뻗어있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사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상, 그 대상이 누가 됐건 누구 하나 예외로 둘 수 없다.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당신 목 하나로는 우스울 수 있습니다. 내명부를 군부의 군화로 밟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를 알면….”

“되었다.”

순간 저 뒤편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갈색 머리에 곤룡포를 몸에 두른 황제 폐하가 이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우선 사안이 급해 보고 없이 바로 이행하였으나 이런 장면을 보인 것은 조금 골치 아팠다.

게다가 폐하가 홀로 움직였다는 것도 문제였다.

“폐하.”

“귀하여. 이것이 무슨 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하필 내명부의 사람들을 한 곳을 가두고, 만약 거부한다면 포박하고 있는 시점을 폐하에게 보인 건 뼈아팠다. 물론 설명하는 게 먼저이긴 했지만, 사안도 급박한 데다가 만약 폐하가 그걸 거절한다면 더 골치 아파지기에 행동부터 했던 게 실책일까.

“기름 냄새가 났습니다.”

“기름?”

“적은 화공으로 허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황궁에까지 그 겁화가 미친다면 그것은 나라의 큰 재앙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내명부를 겁박했다, 라.”

궁인 하나하나의 결백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대한 변수를 없애고 황제 폐하의 안위를 지켜야만 했다.

“귀하여. 이건 반역죄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인데.”

“상황이 급박하였습니다. 이 일이 모두 처리된 이후에는 어떤 벌이라도 받겠사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는 우선 안위를 살펴주시옵소서.”

“벌이라. 어떤 벌이라도 좋다, 이 소리인가?”

“예, 폐하.”

진짜 처형대에 오르면 조조가 막아주겠지?? ……막아주겠지. 그것만 아니라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을 수 있었다.

고작 내 관직 하나로 바꿀 수 있다면 이득이지. 바깥으로는 화마가 번지는 허도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겁화가 황궁에까지 미친다면 황제 폐하의 안위를 절대적으로 담보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보았고, 그렇기에 원천에 차단하고자 했다.

폐하는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와서는 손짓했다. 이에 바로 무릎부터 꿇었는데, 소녀는 그대로 고개를 내밀어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귀하도 참. 소녀가 설마 그런 것으로 벌할 것으로 생각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귀하에게 조금 실망할 것 같은데. 소녀도 그리 어리석지 않은 게다.”

하여 소녀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상시. 이 모든 것은 짐의 명령이다.”

“폐하.”

“이런 일로 성실하게 일하는 중랑장의 안위를 건드려서야 쓰나. 하지만 중랑장도 중랑장이다. 짐이 명령했다는 것을 미리 말했더라면 이런 반발도 없었을 것을.”

“송구하옵니다.”

황제 폐하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린 소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지만, 이건 내가 생각해도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이었다. 말마따나 폐하가 내 독단이 마음에 안 들었더라면 관직 박탈 정도는 각오해야 했을 일.

폐하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중랑장은 지금처럼 계속해다오. 이 황궁의 안위와 제국의 명운. 그리고 황제인 짐의 목숨까지 그대의 손에 달려있음을 명심하고 행동하라.”

“명, 받들겠사옵니다.”

그러면 내명부를 진압하는 즉시 혹여 모를 발화의 근원을 수색해야 했다. 옅게 났다지만 내가 맡은 기름 내음은 진짜였으니까. 이곳만 진정시킬 수 있다면 바깥의 소란도 얼추 잠잠해지지 않을까.

“아, 그래도 상시 정도는 내게 붙여다오. 그는 지금까지 짐을 위해 일한 사람이다.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른다면 그건 황제인 짐의 부덕이겠지.”

소녀는 한쪽 눈을 작게 깜빡였다.

내가 손짓으로 상시를 풀어준 이후, 폐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군 친위대의 분투를 기원하고는 자리에서 떠났다. 상시는 그 뒤를 따르며 살짝 이쪽을 바라봤는데, 생각보다 적대적은 표정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럼 이걸로 모든 문제는 끝난 건가.

“병력을 나눈다. 장료!!”

“예, 장군.”

“너는 지금부터 황궁 인근을 샅샅이 수색해라. 황제 폐하의 거처를 제외한 그 어느 곳이라도 좋다. 화재의 근원지로 판명될 곳을 반드시 찾아내라.”

장료는 고개를 숙이고 제 휘하 병력과 함께 떠났다. 여포와 사마의가 있을 바깥에도 말을 전했으니 이제 황궁 인근으로 접촉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겠지.

혹시나 친위대 중에 변절자가 있을 수 있어 행동은 언제나 5인 1조로 하여 움직이도록 했다. 이러면 개인의 단독 행동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까.

우선 한숨을 한 번.

우연히 맡은 기름 내음 덕분에 내부에서 있을 준동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대로 황궁 내 안위를 챙길 수 있다면, 이제 외부의 문제는 소연 아씨에게 일임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한다.

이제 남은 건 바깥의 정리일까.

가장 중요한 황궁 안위를 정리할 수 있다면, 바깥에서 소연 아씨가 실수한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녀라면 분명 빠르게 혼란을 정리할 수 있겠지.

언제나 나만 잘하면 됐으니까.

그러니 분명 이걸로 괜찮을 터.

그렇게 믿고 싶었다.

* * *

소연은 전호가 보낸 파발을 돌려보내고는 눈을 감았다.

황궁 내에서 인화물질의 흔적을 발견하였고, 내명부를 제압하면서 혹시 있을 내부 공작을 차단하고자 움직인다고. 그 과정에서 황제 폐하의 승인까지 받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물론 앞으로 중랑장 전호에게 내명부를 건드렸다는 꼬리표가 달리겠지만, 그것만이라면 자신과 조조 선에서 어떻게 정리해줄 수 있는 일.

“역시 황궁이었을까.”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황궁 전체를 전소시킬 생각으로 움직인다. 나쁘지는 않은 계책이었다. 허도 자체에 불길이 번진 것도 골치였지만, 그게 황궁에서까지 벌어진다면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거기서 황제까지 죽는다면?

원소에게도 이 행동은 도박이었을 터.

내부에 첩자를 파견했을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대거 동원한 데다가 원소 휘하 참모진까지 보내어 벌인 대규모 공작이었다.

아마 역경이라는 공손찬 제일의 거점을 떨구고도 되려 격파당한 탓이겠지. 거기서 공손찬을 끝장내지 못한 이상, 치고 올라오는 조조를 억제하려면 그 또한 도박수를 걸긴 해야 했을 터.

그러니 이번만 막으면 더는 원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어쩌시겠어요?”

“황궁은 중랑장에게 맡길 거야. 우리는 하던 대로 요인경호를 강화하면서 화재를 제압해. 나머지 일은 그 뒤에 생각하는 게 맞겠지.”

“불길이 크긴 하지만, 생각보다 큰 피해 없이 끝날 거 같아요. 이대로만 끝난다는 가정이 붙겠지만요.”

“황궁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제압하고 있어.”

조조군에게 있어 황제 이상의 약점은 없었다.

황제는 조조에게 명분을 주었지만, 그렇기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특히 현 황실을 부정했다는 주홍글씨가 남은 원소이기에 더더욱 현 황제가 살아있는 게 달갑지 않겠지.

하지만 그것도 이걸로 끝이다.

이번 공작의 책임을 전부 물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소에게 역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것만으로 이번 일을 되갚아주기엔 충분했다.

아직 모든 게 끝나진 않았다.

“이제 굳히러 가자. 조운 교위에게도 말을 전해서 내게 오도록 해. 이대로 병력을 산개시켜 내부 진압을 진행할 거야.”

“문제없죠.”

“성문은?”

“이미 굳게 걸어 잠갔죠. 개미 한 마리도 통하지 못할걸요? 이번 사안이 사안이니까 병사들도 눈에 불이 나게 버티고 있을 거고.”

그녀에게는 상태창이 있었다.

이 사태의 주동자가 허도에 존재하는 한, 신원불명이거나 수상한 기색을 보이는 이를 하나하나 포박하여 상태창을 띄운다면 금방 그 존재를 판명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삼국지의 무장과 문관들은 기본적으로 생긴 게 독특했다. 일반인과 비교해 미색이 뛰어났으니 찾고자 한다면 못 찾을 리가 없었다.

“잡으면 백 배, 천 배로 갚아줘야지.”

“나쁘지 않지만, 조운 교위는 왜 부르시는 거예요?”

“짐작 가는 곳이 하나 있어서.”

그녀는 동승에게 사람을 붙여 조사하면서도 그 집에 드나드는 인물 전부에 사람을 붙였다. 하여 그들의 동선을 감시하면서도 겹치는 곳을 한 곳 한 곳 집어두었고, 그 결과 주요 목적지를 세 곳으로 간추릴 수 있었다.

하나는 대형 상회의 건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호족의 장원. 나머지로 허도에서도 빈곤하기로 손꼽히는 주거단지의 뒷골목까지.

정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수색하여 나쁠 것은 없었다.

이대로 꼬리를 잡을 수 있다면 단번에 허도 염상을 갈무리할 수 있었다. 소연은 이제 자신의 병기가 된 철봉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곽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화재가 더 번지는 것은 막았다.

“이런 방식으로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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