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27화 (327/343)

32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 염상 불이라는 수단은 고려하지 못했다.

의문은 의문이고 일단은 움직여야 한다.

이제 자정을 막 넘기기 시작한 시간이라 갑작스레 대처하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은 미리 준비된 병력인 친위대라도 대거 동원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하지만 복잡해진 머리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화공이라는 건 유서 깊은 공략이기는 했지만, 이게 정치적으로 어떤 이점을 가질지 알 수 없다는 게 더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장?”

“놈들은 왜 불이라는 수단을 선택했을까.”

“뭐요? 그야 당연히 우리 손해 보라고 그러는 거 아니요?”

방삼이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을 해봐. 이만큼 불을 지르려면 얼마나 많은 사전준비가.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정작 불 조금 지른다고 정치적으로는 타격이 없다고.”

그게 영 수상했다.

물론 전쟁통에서 화공은 성공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효과를 자랑했다. 불길로 적병의 혼란을 노리고 흐트러진 틈을 찌르는 책략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치 전쟁이 아니었던가.

불 조금 난다고 조조의 입지가 깎여나갈 리도 없었다. 혼란은 있겠지만, 그게 누군가의 실각이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일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관료와 황족 중심으로 경호를 늘리며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침을 정했다. 소연 아씨도 당연히 그렇게 찔러올 것이라 예상했고, 나나 사마의 또한 그것에 긍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을 지른다고.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난 대장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모르겠수.”

“나도 잘 몰라. 시발, 이럴 때 소연 아씨나 사마의라도 있었으면 의견이라도 물어볼 텐데. 확실한 건 지금 상황이 절대 정상은 아니라는 거다.”

소모하는 자원에 비해 이득이 적은 행동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구태여 내부 혼란을 위해서 허도 곳곳에 불을 지른 거다. 아군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와중에 그런 짓을 벌이려면 얼마나 많은 인력이 물밑에서 움직여야 하며, 총 여섯 곳에 그 큰불을 놓으려면 불씨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대량의 기름이라던가…….

그 순간 한 가지 머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광경.

분명 저번 순찰 당시 놈들에게 압수했던 짐에는 다량의 무기와 비단, 그리고 기름이 잔뜩 있던 것을 떠올렸다. 나름 정순한 기름이어서 그것 또한 재물로써 이용할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만약 전부 이것을 위해서였다면?

그래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말이 안 되잖아.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혼란만 잠재우면 이 이후 허도 내에서도 대거 단속이 들어갈 건데. 그러면 이 일에 동원된 이들을 전부 일회용으로만 쓰겠다고……?”

“대장?”

“그러면…….”

내겐 여기까지였다.

안 그래도 딱딱한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 있는 건 이번 공작이 이상하다는 것뿐.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니다. 방삼아, 방금 명령은 취소다. 넌 그냥 이 길로 우선 돌아가서 소화 작업에만 집중해라. 내부 친위대를 돌리는 건 상황을 보고 정한다.”

“갑자기? 지금 손이 부족하긴 한데.”

“이상하니까 그런다. 지금 황궁에서 병력을 빼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아서 그래. 아군이 가장 사수해야 할 곳은 결국에는 이 황궁과 황제 폐하다. 우선순위를 지키고, 전후 사정을 밝힐 때까지는 섣부른 움직임은 멈춘다.”

어차피 이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제 폐하의 안위였다. 원소가 아군에게 섣부른 행동을 삼가는 요인. 그러면서 조조라는 사람이 대국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원인은 전부 황제 폐하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원소는 가능하다면.

설령 가능하지 않아도 황제 폐하를 없애고 싶겠지. 조조에게는 그것만으로 치명타를 가할 수 있고, 부쩍 자신을 따라오는 조조의 세력을 떨쳐낼 수 있을 테니까.

누가 죽더라도 폐하만은 안 된다.

“일단 가라. 나도 정리되는 대로 황궁 내에서 사람을 보낼게. 우선은 넌 이 길로 바로 소연 아씨를 찾아가서 사정을 듣고 진화 작업에만 집중해.”

“알겠수다.”

놈의 등을 보고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 한편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 * *

허도가 혼란에 먹혀간다.

그런 와중에도 병력의 통솔권만은 바로 확보하여 소화 작업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었다. 소연은 내부에서 계속 병력을 돌리고 상황을 살피면서도 머리를 부여잡았다.

“여기도 아니고, 여기도 아냐.”

그녀는 지도에 X자로 몇 군데를 지웠다.

갑작스러운 화재. 예상치도 못한 공작이었지만, 그것 자체는 일차적인 피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분명 적은 무언가를 노리고 있을 테고, 그러면 그건 분명 주요 인사의 암살로 이어질 거로 생각했다.

과거 심배가 그러했고 허유가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는 뚜렷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단순히 불만 지르고 끝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분명 후속 조치가 있을 텐데.

그게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상서령!! 외부 병력도 귀환하고 있어요!!”

관아에 뛰어들어오는 곽가를 바라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생각하고 판단해야 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현 화재의 진압이었다.

“그들을 북부와 남부로 돌려. 서부 방면은 순욱 선생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이 동부 쪽을 담당하면 돼.”

“황궁은 괜찮을까요?”

“일단 사람은 보내두었어. 게다가 중랑장이라면 잘 대처하겠지. 그쪽에는 친위대 병력만 이천 이상이 집결해있으니까.”

아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지였기에 대 병력을 상시 전시태세로 운영하고 있었다. 아마 황궁 쪽은 문제가 없을 것이고, 우선은 내부 혼란을 억제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상대가 노리는 걸 알 수 없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을 처리하며 중요한 것들 위주로 지켜나가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만 정리된다면 하북에 정식으로 항의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와 전면전을 벌일 수 없으니 그 또한 명분을 잡고 깎아내리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원소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일만 잘 처리한다면.

“곽가.”

“예?”

“상대가 노리는 건 뭐라고 생각해?”

그 말에는 곽가도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혼란을 유도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후 병력을 돌렸던 황족의 주거단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고위 관료들의 신변 또한 마찬가지.

정말 불이 난 이후로는 행적이 뚝 끊겨버렸다.

“여기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요. 그냥 막힌 길에 제멋대로 들어간 것 같은데, 고작 그것을 위해 이런 멍청한 짓을 벌인 건 아닐 거잖아요?”

“나도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모르겠네요. 노림을 특정할 수는 있는데, 정작 그걸 향한 공작은 없어요. 불길이 치솟은 곳도 승전식 관련해서 복잡한 시가지 일대뿐이에요.”

실제로 고위층에는 어떠한 피해도 집계되지 않았다.

그게 소연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차라리 명백한 노림수라도 드러났더라면 그 방면으로 대처할 수 있겠는데, 이래서는 진짜 자연발화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우선은 계속 살펴. 빈틈을 보이지 마. 정 상황이 모호해지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만 지키고 나머지는 전부 내줘도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알고 있어요.”

조조가 정치적으로 몰릴 가능성은 황족 관련한 사안밖에 없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에는 나머지를 전부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지킨다.

곽가를 물려 보낸 소연은 의자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숨 가쁘게 달렸고, 드디어 평화를 맞이했다고 여겼더니 또 이런 일이 터져버렸다.

“아니, 아직이지.”

그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화는 이 대륙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찾아오지 않는다. 호세와 최근 맺어져 마음이 풀어졌을까.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상대가 노릴 곳을 어차피 몇 군데 없었다.

“그러면 나는.”

그녀는 벽에 걸려있던 철봉을 손에 쥐었다.

* * *

황제 폐하에게 전언을 전하고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제 이 이후에는 장료를 비롯하여 가장 믿을 수 있는 놈들로 하여 그곳을 지키게 될 터. 나 또한 황궁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군을 통솔해서 이 근방 순찰에 직접 개입할 수는 있었다.

“후우…….”

사안은 복잡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이럴 때마다 묘한 탈력감이 몸을 지배하고는 했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무력감일까. 그것을 느낄 때마다 가슴 한편에서 쓰라린 패배감마저 느껴졌다.

분명 이번 일도 소연 아씨가 해결하겠지.

그녀는 나보다 훨씬 똑똑했고, 그 이상으로 아는 것도 많았으니까. 단지 그 일에 내가 보탬이 되길 바라는 건 너무 앞서나간 생각일까.

“형씨.”

“어, 고생한다.”

다가온 장료에게 살짝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어떡할 생각이야. 일단 얘기는 들어서 나머지 애들도 전부 황궁 인근으로 집합은 시켜뒀는데, 바깥에서 일어나는 게 조금 심상치가 않아.”

“나도 눈이 있다.”

저 멀리 거뭇한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밝은 불빛도. 이 오밤중에도 주변을 밝힐 정도로 거센 불길이 곳곳에서 퍼진 것이겠지. 우선 아군은 별도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원래 명령이었던 황제 폐하 수호에 전력을 다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여길 지킨다. 황제 폐하의 안위가 최우선이다. 장료, 너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그야 황제 폐하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우리 세력도 끝장이니까. 알고는 있는데, 일부는 돌려도 되지 않겠어? 솔직히 이천은 좀 과하지 않나 싶은데.”

“그건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보고 판단하려고.”

장료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황궁에만 주둔하고 있었기에 특히 정보에 어두웠다. 사마의에게는 여포와 황궁 바깥을 담당할 병력의 조율을 맡겼고, 나와 장료가 황궁 내에 주둔하며 황제 폐하를 직접 경호하는 포진이었기에 더더욱.

사마의가 곧 사람을 보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나라도 한 번 외곽 쪽으로 나서봐야 할까.

“장료, 그럼 잠시 이쪽 경호를 부탁한다. 네가 황제 폐하에게 가는 길을 맡고 지켜라. 앞으로는 시종과 환관, 황족이든 누구든 관계없다. 허가 없이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제지하고, 만약 불응할 시에는…….”

“베면 된다 이거지? 그거야 쉽지.”

장료라면 분명 잘해줄 거다.

일단 그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는 바깥으로 향했다. 여포와 사마의에게 맡겼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모를 사안을 대비해서 최종 결정자인 내가 함께하는 게 조금 더 낫겠지.

통솔권이라는 건 중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나 자신도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이 갈증도 해소될 것만 같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저 멀리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게 보였다.

“어으, 탄내.”

여기까지 번지는 냄새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복잡하게 일이 번지는 꼬락서니가 마치 저 크게 번지기 시작한 불과도 같음이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자꾸 진동하는 게…….

“……음?”

순간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이 매캐한 냄새와는 다른 무언가가. 사방으로 번진 탄내에 섞여 무언가 이질적인 냄새가 코에 전해졌다. 섞이되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묘한 냄새가 분명 나고 있는데.

어디서 맡은 냄새더라.

이건 분명.

“……기름 냄새?”

눈이 번쩍 뜨였다.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이건 분명 기름 냄새와 흡사했다. 거리는…, 모르겠네. 아무래도 탄내와 섞여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냄새라 이 근방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근처라고 생각됐다.

흐릿하게 느껴지는 냄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기름 냄새였고, 이걸 느낀 것만으로도 제법 가까운 위치.

적어도 이 황궁 근처로 하여 무언가 기름이. 그것도 대량으로 뿌려진 게 아니라면 이렇게 냄새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면 이 황궁에도? 하지만 주둔한 병력만 무려 이천에 달하는데 무슨 수로.

일단 생각을 잠시 멈추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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