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23화 (323/343)

32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이리들의 밤 달빛의 밝기에 의존하는 심야.

으슥하니 어둠이 내리깔린 허도 내에는 침묵만이 정적으로 화해 맴돌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둠에 숨은 쥐새끼들은 언제나 돌아다니기 마련.

평화? 휴식? 우스운 소리지.

“꼼지락 꼼지락, 어딜 그리 돌아다니시나?”

저 멀리 움직이는 이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물자도 물자인 데다가 내부적으로도 승전식 준비로 복잡한 지금이니만큼, 무언가 속셈 있는 놈들이 섞여 들어오기에는 최적의 환경이겠지.

“어떻게.”

“아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론 이 위치를 특정한 것은 사마의였지만, 그를 차치하더라도 분명 허도 내에서 복잡하게 움직일 첩자가 있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이 좀 쉬겠다는데 말이야. 알아? 나 전쟁하고 돌아온 직후라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자꾸 머리맡에서 꼼지락, 꼼지락.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어이가 없으면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던가.

그렇다면 이 경우가 딱 그에 합당한 경우겠지. 지금도 장정 여럿이 어둠 속에서 뭔가를 자꾸 옮기고 있는데, 딱 걸리니 바로 시선부터 달라지는 게 너무 뻔했다.

평화는 개뿔.

“어디 사람이냐.”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놈들은 살짝 이쪽 눈치를 보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근처에 모인 사람이 더 있나 살피는 듯한데,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달려온 건 나 하나라서 살펴도 의미가 없을 텐데.

“대답할 리도 없나.”

언제나 이런 놈들은 똑같지.

일단 전부 쳐 죽이고 저 물건을 살필까. 한 놈이라도 생포한다면 그대로 고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글쎄. 이런 놈들은 보통 말단이라 중요 정보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던데.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그중 한 놈이 살짝 손을 들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문제는 그에 맞춰 주변 놈들도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온다는 건데. 애당초 이 허도에서 군부 인사도 아니면서 허리에 칼부터 차고 있는 꼬락서니로 무슨 변명을 하겠다고 이러는 건지.

“오해?”

장단에 조금 놀아나 줄까.

“예입. 저희는 그 물자 조달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목 자재 운반에 필요한 것을 말입지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다 접근하고 있는데 저기 한 놈만 슬금슬금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는 게 보였다. 얼굴도 감춰 알아보고 힘들게 한 것이.

“거기. 자꾸 도망치려는 너 말이야. 멈춰라.”

“쯧!!”

어어, 어어어? 이걸 바로 도망가?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를 봤나.”

바로 허리에서 청강을 뽑았을 때, 이쪽으로 사람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던 놈이 검을 빼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 주변에 있던 놈들도 전부 하나같이 검을 빼 들고 이쪽을 겨누는 꼬락서니를 보아 저놈은 나름 중요한 놈이었을까.

“비켜라.”

“이놈만 죽이면 된다!”

숫자는 약 열 명 정도인가. 딱 칼 잡는 모양새로 보아 적당한 실력 정도는 있는 듯한데, 그래 봐야 일반인 정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보였다.

정식으로 훈련받은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전부 죽이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

“쯧, 어차피 죽을 것을.”

발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찬다. 쏘아지듯 앞으로 뛰쳐나가며 바로 가운데에 선 놈의 목을 베었는데, 그와 함께 양옆에서 휘둘러지는 검의 궤적을 슬쩍 피하고 반대편 놈의 가슴팍을 크게 그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교전.

아무리 숫자가 많더라도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질 걱정도 없었다. 문제라면 방금 저 멀리 도망간 놈인데.

일단은 이놈들부터 잡을까.

연거푸 휘둘러지는 칼을 막거나 쳐내면서 한 명씩 베어냈다. 그렇게 땅에 쓰러진 숫자가 다섯을 넘었을 때부터 놈들 사이에는 동요가 일었고, 마침내 한 명을 제외한 적 모두를 베어냈을 땐 남은 한 놈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미 하나 놓친 시점에서 하나 더 놓치기는 조금 그런데. 하여 슬쩍 바닥을 살폈는데 마침 딱 좋은 크기의 돌멩이가 하나.

“어딜 도망가.”

그것을 쥐고는 놈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무언가 터지는 흉흉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인영.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 살짝 다가가 확인하니 다행히도 숨은 붙어있었다.

일단 사람 하나는 확보.

하지만 정작 꽤 중요해 보였던 인물이 도망친 건 다소 아쉬웠다. 일단 야간 순찰 겸 슬쩍 의심스러운 곳을 돌아보고 있던지라 구태여 병력을 끌고 오지 않은 게 실수였을까.

아니지. 애당초 병력을 이끌고 소란스럽게 움직였다면 이놈들도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을 테니까 어차피 같은 결말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여포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후우….”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이 심야에도 이리 고생스럽게 돌아다니니 절로 존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기왕이면 그 노력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는데. 이쪽은 잔치 벌이려고 준비하는데, 그걸 노려서 작당 모의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진짜 생각하니까 화나네.

밤을 틈타 돌아다니는 인간 치고 멀쩡한 인간은 드물었다. 어둠이라는 것은 그 날 일어난 모든 것을 가려주기에 그것에 빌붙어 움직인다면 분명 뒤 구린 놈들이 대부분이겠지.

일단 이쪽은 정리했다.

하지만 고작 이놈들이 전부라고도 생각하진 않았다. 오늘 밤에는 친위대를 포함해 아군 병력까지 전부 경비병으로 돌렸으니까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잡히면 좋으련만.

“어으, 삭신이야.”

슬슬 피곤했다. 이제 정오를 넘겨 새벽이라고 불러 어울릴 시간이 되었다. 조금만 더 돌아다니다가 자러 들어갈까.

아, 그나저나 놈들이 옮기던 건 뭘까.

슬쩍 천막을 걷어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그곳에는 장병기를 포함한 무기류가 잔뜩 실려있었고 그 외에는 기름이나 비단류가 옆자리에 실린 게 보였다.

무기야 뭐 자기들 무장할 용도라고 치고, 기름이랑 비단? 이건 뭐 또 뇌물 형식으로 돌리려고 준비한 걸까. 잠깐 고민해봤지만, 어차피 생각해도 나올만한 것은 없었다.

몇 군데만 더 돌아보고 집에 들어갈까?

하여간 오밤중에 이게 뭔 개고생이야.

* * *

빌어먹을.

허유는 겨우 그 자리를 벗어나서는 대뜸 한숨부터 내쉬었다. 병력의 움직임은 미리 파악했기에 방심하고 있었는데 설마 중랑장이 직접 행차하리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던 것.

“시발, 시발!!”

애꿎은 바닥을 자꾸만 걷어찬다.

중랑장 전호.

먼발치에서 보았지만, 그의 기백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한 명은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의 눈을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특히 허유는 청년일 적부터 조정이나 군부 쪽에서도 일했기에 더더욱 절실히 느꼈다. 중랑장은 분명 강자 반열에 속했고, 그 자리에 있는 인원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진짜배기였다.

“아니, 아직 괜찮다. 화내지 말자.”

전제가 틀어진 건 아니었다.

어차피 버리고 온 이들은 전부 하수인. 자신의 정체나 작전의 개요, 위치 등은 하나도 모르는 잡부에 불과했다. 그 물건들은 이미 허도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었기에 하나둘 정도 잃는다고 큰 타격까지는 아니었다.

아직은 괜찮다.

그렇게 허유가 호흡을 가다듬을 즘.

“또 실컷 당했어요?”

“……순심.”

“하여간,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그녀는 픽 웃으며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왜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나왔지만, 생각해보면 그가 도망쳐온 곳은 심배를 비롯하여 원소측 공작원들이 모이는 본거지였다. 단지 의문이 하나 있다면.

“왜 네가 여기에 있지?”

“제가 여기에 있으면 곤란한 거라도?”

순심은 부드럽게 웃었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던 허유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직 자신은 실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 웃음에는 어딘가 비웃음과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내 일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개입한 적 없거든요? 뭔가요. 혹시 개입해서 도와주기라도 바랐어요? 그런 자기과시? 만약 그렇다면 몰라줘서 미안하네요.”

명백한 비아냥거리는 어조였다.

분명 중랑장이 허도에 복귀한 이래 허도 경비가 한층 삼엄해져 밤을 틈타 움직이는 것은 곤란했다. 하지만 낮부터 이미 행렬에 섞여 허도 내에 필요한 물자는 전부 챙겨두었다. 자신의 사람들 역시 중요 위치에 포진한 지 오래.

저들이 얼마나 저항하건 어차피 준비는 끝났다.

“네년의 도움 따위 필요하지 않다.”

“그래요? 흐응. 뭐, 나쁘지 않네요.”

순심은 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보기에 허유의 계획은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성공한다고 해도 완벽한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아 무방할 정도.

허유 자신은 성공할 거라며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그의 실패를 전제로 하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허도에는 순욱과 진소연 같은 진짜들이 버티고 있었고, 덧붙여 중랑장의 군도 복귀했는데도 허유는 그들을 경시하고 있었다.

“충고 하나 하자면 남을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은 제법 능력은 있는데 사람 성격이 오만한 건지 자꾸 남을 무시하더라고요?”

“큿….”

허유는 이와 비슷한 대화를 알고 있었다.

애당초 그 자신이 동승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것을 순심의 입을 빌려 자기 자신을 향한 비아냥으로 돌려받으니 더 어이도 없고 화도 날 따름.

하지만 그녀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제 동생도 동생이지만 진소연도 무시하지 마세요. 그 여자가 출신이 빈약하다고 해도 이 짧은 시간에 조정 최고위까지 오른 인사에요. 그게 어디 평범하겠어요? 당신은 언제 한 번이라도 상서령 같은 자리에 올라본 적이 있나요?”

“조조 그년이 세운 가짜 조정을 인정하겠다는 거냐?”

“가짜건 진짜건, 당신이 그런 자리에 올라본 적이 있냐는 거죠. 제발. 네? 조금 사태를 파악하고 생각하자고요.”

순심이 보기에 진소연은 만만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동안 그녀는 줄곧 허도와 조정 인근을 관찰하며 그녀가 행한 일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급진적이기 그지없지만, 효율 하나만큼은 완벽한 일 처리. 거기에 제 동생인 순욱 또한 자신과 비교해도 부족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순심의 말에 허유는 빠득 이를 갈았다.

“닥쳐어어어어!! 내게 명령하지 마라!!”

“아니, 밤인데 근처에 민폐잖아요.”

“시끄럽다! 내가 원공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너 같은 것에게 명령받을 도리는 없다. 능력은 인정하겠다만 네년에게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지. 그런 년이 남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꼬락서니가 좋게 보이겠느냐?”

그의 고성에 순심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누군 존중할 줄 몰라서 존중 안 하나. 솔직히 말해 허유의 일 처리나 저 오만한 성질은 분명 화를 부를 터였다. 존중받고자 하면 먼저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지, 저렇게 오만하게만 굴면 어쩌자는 말인지.

지금 허도에서 벌이는 일도 그랬다.

그는 당연히 자신의 계획이라면 성공하리라는 영문 모를 확신을 품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십중팔구 실패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다 좋은데, 당신이 부리는 사람도 곧 원공의 사람임을 잊지 마세요. 당신이 호가호위하며 누리는 것들은 다 원소라는 이름 아래 베풀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반드시 성공할 터이니 닥쳐라.”

하여간 성질머리는.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떠나갔고, 남겨진 허유는 홀로 분에 겨워 씩씩거리고는 이내 바닥을 한 번 세게 걷어차고는 이를 갈았다.

“두고 봐라. 반드시 성공해서….”

네년의 그 잘난 얼굴을 잔뜩 뭉개버리겠다.

그는 달빛 아래서 흉신악살과 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숨을 골랐다. 그러는 동안에도 허도에서는 착착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조조가 돌아오기까지는 5일.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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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에는 반반무 행사가 진행될 듯합니다. 이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저도 처음 겪어 잘 모르겠지만, 이게 조금이라도 유입에 도움 됐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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