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19화 (319/343)

31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이리들의 밤 그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아! 오해하지 마시오.”

동승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황실에 관해 떠들다가 대뜸 조조로 넘어가는 게 누가 봐도 속셈이 있는 것 같았다.

공공연하게 현 허도와 한 황실 최고 권위자는 조조라고 떠드는 것들이 있는 마당에 동승이 조조를 언급하는 건 어떻게 봐도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이상한 일이겠지.

“그냥 중랑장의 생각을 묻고 싶었을 따름이오.”

“대장군께서는 한 황실의 수호자이시지요. 무얼 당연한 것을. 그녀가 있었기에 한 황실을 받칠 수 있었고, 원술 토벌 또한 조공께서 직접 나서시지 않았다면 어찌 성공했겠습니까.”

“그러나 그 목을 친 것은 중랑장이지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아니, 얼추 예상은 갔다. 동승이 보기에는 조조가 달가울 리 없겠지. 그러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한 황실의 지존은 황제 폐하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지금도 지존은 폐하뿐이십니다.”

“사람들은 그리 말하지 않고 있소이다.”

그 불만이라면 나도 알고 있다. 확실히 어린 황제를 대신하여 권력을 집행하는 건 조조라는 걸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이 한 황실을 무너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솔직한 말로 나는 한 황실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권력이야 조조가 전부 가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곧 힘의 논리니까.

강한 자가 권력을 차지한다. 그것은 비단 이 난세에만 있는 일도 아니었다. 평화롭던 시대에도 황제가 신하에게 눌려 사는 경우는 많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런 난세에서 그녀의 집권은 이상한 일도 아니지.

요컨대 한 황실만 유지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한이라는 이름만 멀쩡하다면 이 난세를 이겨낼 수 있었다. 모든 걸 평정한 이후의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동승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으나, 나는 주인의 이름보다는 삶의 질이 더 중요했다.

“폐하께서는 중랑장을 몹시 아끼시네.”

“무궁한 영광이지요.”

“대장군도 지금에야 폐하를 잘 보필하고 있다지만, 한 명에게 권력이 너무 쏠리는 것은 좋지 않아. 이것은 대장군을 바라보는 그 누구나가 생각하고 있을 거요.”

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버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무리 그래도 군부의 거기장군이라는 자가 공공연하게 대장군을 비방하는 꼬락서니가 아닌가.

물론 말 자체는 한 황실을 위한다지만 이 양반이 그럴 위인이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황실보다는 제 곳간 늘리는 것에 더 집착하는 양반이 무슨 황실을 위하고 폐하를 위해.

그럴 양반이었으면 어가를 호위할 때 그러진 않았겠지.

동승은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대놓고 불편하다는 티를 내며 혀를 차도 그 웃음을 흩어지는 일이 없었는데, 그런 태도가 사람을 더 짜증 나게 한다는 걸 저 양반을 알려나 몰라.

일단 말 선택을 잘해야 했다.

“폐하가 장성하시면 분명 대장군도 군부의 일에 집중하실 겁니다.”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 않소.”

이렇게 얘기해서는 끝도 없었다.

이래서야 소연 아씨에 관한 얘기를 묻는 건 텄네. 애당초 조조에게 이리 반발하는 인물이 그 심복이라 불리는 아가씨를 지지할 리가 있나.

그러면 더 체면 차릴 필요도 없었다.

“대체 바라는 게 뭐요?”

“호오.”

동승은 내 태세전환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지 흥미롭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았는데, 그것에는 평소 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래. 중랑장은 예전부터 그런 면이 있었지. 어쩌면 이리 대화하고 처음으로 참된 모습을 본 것 같아 사뭇 기쁘구려.”

“논점을 흐트러뜨리지 마시지.”

어차피 말뿐인 거기장군. 중랑장과의 서열 차이는 제법 심했지만, 내가 이렇게 강하게 나간다고 하여 동승이 누구에게 하소연할 방법도 없었다.

“중랑장. 자네는 저 어린 폐하가 불쌍하지도 않나?”

“그건 당신이 정하는 게 아니지. 아직 폐하가 허도에 들어오시고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견제하고 이권을 챙기려는 행태가 더 불쌍해 보이는 걸 아나?”

“이익…! 크흠!! 자네는 내가 그리 보였나.”

순간 그 웃음에도 금이 갔다.

그래, 아무리 여유를 부리더라도 동승은 원래 이런 남자였다. 오히려 지금처럼 대인배인 척하고 있는 게 영 어색했는데, 점점 그 여유가 깨져가는 걸 보니 지금까지 나빴던 기분도 좀 풀어졌다.

나는 가식을 던졌다.

그러니 당신도 원래 모습으로 대하라고.

내가 군승이었을 당시 동승은 내 이름도 외우지 못했다. 오로지 조조의 개입을 껄끄럽게 여기며 이쪽과 거리를 두었고,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우리를 무시하던 게 이 남자의 본성.

무슨 이유로 그리 대인배인 척하고 있냐.

“당연히 그리 보이지.”

“중랑장. 나는 이 한 황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요.”

황제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려던 놈이 말은 잘한다. 처음 예주로 들어오고 나서도 한동안 황제 폐하를 구출한 건 자신이라며 조조의 공보다 제 공이 크다고 뻐기던 모습을 잊었을 거로 생각하나?

웃기지도 않지.

조조도 그 일만 아니었으면 동승에게 어느 정도 대우해줄 마음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동승 본인이었는데, 자꾸 뻗대며 그녀의 권위를 무시하니 거기장군이면서도 실권 하나 없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는 거지.

그 장면에서 이자의 밑천은 다 드러난 게 아닌가.

게다가 문제는 또 하나.

“그리고 말만 한다고 무엇이 바뀝니까? 조공은 명실상부 이 군부의 수장이 되었는데, 거기장군께서 우려하신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게 있습니까?”

거기장군은 한의 기병을 관장하는 관직.

그렇지만 그에게 주어진 기병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동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당장 조조는 정예 수만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가 내부로도 강한 지지를 받는 사람인데.

그러니 지금 이 자리가 이상한 거다.

조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건 좋다, 이거야. 사실 나도 아예 조조의 권력 독점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날 붙잡고 말해서 뭐? 달라지는 게 하나라도 있던가?

“거기장군께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허허, 중랑장은 그리 생각하는가.”

그런데 이놈이 왜 웃어.

사람 기분 나쁘게 웃네. 실실 웃는 면상을 강판에 갈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꿍꿍이 있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게 좀 많이 기분 더러워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

“나는 힘들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중랑장에게는 일만의 정예가 있지 않나?”

“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이 허도를 장악하라는 소리 맞지? 내가 머리가 나빠 혹시라도 오해한 게 아닌가 고민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미쳤나?”

“허허, 중랑장. 모든 건 가정일세. 대장군은 여전히 한 황실을 잘 보필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에 만약을 가정한 단순한 가설일세.”

구체적으로 말까지 꺼내놓고 웃어넘기시겠다?

동승은 거기서 말을 더 이어나갔다.

“그러나 사람들의 우려도 일리는 있지. 실제로 최근 황족을 향한 억압도 심해졌네. 감옥에 갇힌 황족 어르신들은 처형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고, 바깥으로는 황족으로의 억압이 강해지고 있지.”

“상서령 말인가.”

그는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네. 이미 예전부터 황족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관직에 올리지 않는 대장군의 행동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으니까.”

그야 황족이라는 것들은 황제 폐하를 구출할 당시에는 숨죽이고 있더니 일 다 끝나니까 찾아와서는 꺼드럭거리니까 그런 거잖아.

“그러니 모든 건 가정일세. 진정 대장군이 한 황실에 불경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자네가 한 황실의 구세주가 될 수 있네. 폐하를 보필하며 그 명예와 권력을 손에 틀어쥘 기회가 찾아온 것이야.”

동승은 내 손을 붙잡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은 절박함일까. 내게는 탐욕스러운 무언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는 그 기름진 손을 잘도 놓치지 않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대장군, 아니지. 조조가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소요되네. 자네는 행실이 거칠어도 진심으로 황실을 위하는 인물이지 않나. 이 제국을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자네뿐이네.”

“지금 나보고 반란을 벌이라고.”

“이보게. 전부 대장군이 역심을 품었을 때의 가정이라니까는.”

놈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게다가 황제 폐하를 위한 일이 어찌 반란인가? 조조가 일개 군부의 수장이라면 황제 폐하는 이 제국의 수장일세. 응당 충성을 바칠 상대가 보이지 않는가?”

허튼소리를.

애당초 전력 차이가 너무 심했다. 장악까지야 어떻게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조조의 정예군과 규모 차이가 이리 큰데 무슨 자신감을 품었기에 당당한 거지?

“그래, 댁의 그 가정이라는 것에 어울려준다 치더라도 대장군의 병력은 어림잡아도 3만이 넘는다. 예주와 연주에서 추가로 병력을 징집한다면 그 군세는 5만을 넘길 수 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날 끌어들이지?”

“글쎄. 그쯤이 되면 북쪽에서 원공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원공이라.

이제야 이놈이 자신감을 품은 근원을 찾은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최근 허도 내에 원소 측 공작원이 한창 들쑤시고 다녔다던가. 그러면 이놈 또한 원소에게 회유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미친놈이지. 황제 폐하를 위한다면서 현 황제 폐하를 모멸하고 능멸한 원소에게 손을 뻗어? 그리고 그걸 당당하게 내게 말해?

“이봐, 동승.”

내 손을 붙잡았던 동승의 손목을 휘어잡았다.

“크윽! 주, 중랑장……!!”

“와나, 이런 시발놈을 봤나.”

그 손을 탁자에 콱 내리찍고는 허리춤에 숨겼던 단검을 꺼냈다. 설마 그것까지는 예상치 못했는지 동승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을 때.

콱!!

동승의 손을 아슬아슬 비켜 탁자를 찍었다.

“가정? 전부 네놈의 가설에 불과하다고.”

“내, 내가 대장군을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건 전부 사람들의 우려를 바탕으로 만든 가정에 불과하네! 게다가 자네도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알긴 뭘 알아, 이 개새끼야.”

탁자에 깊게 박힌 단검을 뽑아들어 놈의 손목에 가져갔다. 그러니 손목을 벌벌 떨면서도 입만은 살아 필사적으로 내게 항변하기 시작했다

“진심이 아니네!! 내가 진짜 대장군께 반란을 저지르고자 했다면 이리 대놓고 말했겠는가? 조금 진정하시게! 이건 그냥 있을 수 있는 이야기에 불과하단 말이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문제의 경과를 모르네.

요컨대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하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면 실행했을 수 있다는 소리 아니냐. 그게 역심이 아니면 뭔데. 게다가 원소? 저 더러운 입으로 원소까지 꺼낸 시점에서 이미 흑백이 구분된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즉결처형할까.

아니, 그건 아니었다.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증인도 없을뿐더러 바깥에는 사병이 쫙 깔린 상황. 가령 동승을 죽이고 빠져나간다고 해도 증거 없이 거기장군이자 황가의 외척을 죽인 사실은 나를 비롯하여 소연 아씨와 조조를 압박한다.

“네놈이 진짜 황실을 위한다면 입 닥치고 있어라.”

여기서 더 파란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었다.

이런 놈이라도 조조 반대파의 수장 격인 인물이었다. 황실의 외척이면서 황족의 신임을 얻고 있었고, 바깥으로는 조조의 독재를 막는 요소로 비칠 수 있는 남자였으니까.

그런 동승이 역모로 사로잡혀 처형당하면?

그때는 정말 저 어린 황제 폐하는 수족이 전부 잘려 문무백관 전부가 조조를 지지하는 이들로 채워질 상황으로 번질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 욕심 때문에 움직이려 한다면 더 숨죽이고 있어라. 지금 사는 것만으로도 제법 호화롭지 않나? 욕심은 좋지만, 과욕은 화를 부른다.”

나는 단검을 들어 그의 목을 툭툭 건드렸다.

날을 세우지 않아 살짝 베이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안색은 파리하게 질려 몸까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 정도 깡도 없으면서 이딴 소리나 지껄이고 있었다는 게 농담으로도 악질적인데.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그 목, 떨어지기 싫으면 입 닫고 살아.”

그 길로 단검을 탁자에 세게 박아버렸다.

“…주, 중랑장. 나는 이 한을 생각하여……!!”

“지랄하지 말고. 그냥 제 주제에 맞게 살아라.”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은 이게 다였다. 여기서 일선을 넘는다면 난 당장 군부의 군을 이끌고 동승 처형을 위해 달려올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동승이 내게 은은히 역모를 제의한 것도 사실. 당장은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잡아들이기 곤란했지만, 곧 조조가 돌아온다. 그러면 저놈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조조를 잡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일단 아가씨에게 오늘 일을 말해두긴 할까.

안 그래도 복잡할 아가씨에게 짐을 얹는 것 같았지만, 놈이 보인 행동은 사실상 역심을 품은 자의 행태였다. 저놈을 따로 처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보고하고 같이 의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이미 그치고 여름 햇볕이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지면을 뜨겁게 달구는 햇살에 잠시 눈을 가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쯧, 체하겠네.”

속이 더부룩했다.

이래서 밥은 좋은 사람들이랑만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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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pia 쪽입니다. 아마 하더라도 동시 연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완결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그동안 쭉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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