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18화 (318/343)

31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이리들의 밤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아저씨, 기분 나쁘거든요.”

사마의가 그 표정에 살짝 샐쭉하니 입술을 내밀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기분 좋은 건 좋은 거지. 무려 5년을 넘긴 사랑이었다. 아마 첫사랑이었을 것이 지금에 이르러 결실을 얻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진짜 기분 나빠.”

꼬맹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우리 집안 식구들은 아가씨와 성관계를 맺고 조금 지나 들어왔다. 아마 말하지 않아도 얼추 예상은 했겠지. 유일하게 말한 상대가 있다면 여포일 건데, 여포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잠시 슬픈 표정을, 그러나 이윽고 말해주어 고맙다고 했다.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속이려면 속일 수 있었고 관계를 끝내려고 했다면 끝낼 수 있지 않았냐면서. 운이에게도, 진궁 선생에게도 말해야겠지만, 우선은 이렇게 정리할까.

“푸흐, 푸흐흐흐…….”

“아,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요!”

“아니 시끄러우면 나가 있어.”

그러니 그건 또 싫은지 뚱한 표정으로 책에 고개를 파묻는다. 하여간, 기껏 행복함을 느끼려는데 왜 자꾸 옆에서 딴죽을 걸어.

소연 아씨는 떠나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또 귀엽고. 이런 사람이랑 그, 어젯밤까지 그걸 했다는 거잖아. 다시 생각하니까 머리에 열이 확 오르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사마의는 옆에서 소리를 빽 질렀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앞으로?”

반문하니 꼬맹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상서령은 지금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잖아요. 물론 조조가 복귀한다면 그 또한 해결될 일이겠지만, 이걸 덮어버리면 주홍글씨처럼 상서령에게 계속 따라다닐 거에요.”

“아, 그것도 있었지.”

생각해보면 그게 시작이었던가.

어찌 처리할까. 확실히 황족 중 어르신이라 불리는 유한이 직접 나서 황제에게 읍소한 것은 컸다. 우리 쪽 사람들마저 술렁거릴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제법 과격한 방식으로 일 처리를 진행했다고 보는 게 옳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적었다.

외정에 나갔던 내가 이제야 소연 아씨를 지지한다고 해도 그곳에 있던 당사자가 아니니까. 게다가 황족 나부랭이들은 당최 사람 말을 쳐 들어먹질 않아 곤란한 부류이기도 하고.

그러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이거, 곤란하겠지?”

“조조가 이대로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그녀의 지지를 받는 상서령이 위험할 일도 없겠죠.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치 구도에서 밀려난다면, 그때는 이번 일을 끝끝내 기억하는 이들이 물어뜯을 수도 있어요.”

“그렇단 말이지.”

나는 무관이었기에 내정에 참견할 수 있는 범위가 협소했다. 문관은 문관의 일을, 무관은 무관의 일을. 그렇기에 관직 서열이 높더라도 공공연하게 말참견을 하면 되레 기피당할 확률도 높았다.

그러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일단 문관은 안 되고, 또 조조에게 따르는 인사와 접촉하는 것도 소용없는 짓. 그렇다면 조조와 살짝 거리가 있으면서 무관인 이를 들쑤셔야겠는데.

“흠…….”

“상서령도 생각이 있을 테니까, 일단 이대로 지켜본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 일은 언젠가 고름처럼 점점 곪아갈 거에요.”

조조의 지지를 받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그 지지가 흔들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니면 조조 본인이 휘청이는 날에는 소연 아씨에게도 이번 일이 칼이 되어 목에 드리울 수 있다.

이해는 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연줄을 이어뒀으면 좋았을까. 무관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론에 따라 나도 정치와 거리를 두어 오는 사람을 쳐냈던 게 이런 부분에서 씁쓸하게 다가왔다.

“조조가 돌아오려면 아직 일주일 넘게 남았으니까.”

“내부에서도 순욱을 필두로 이번 일 처리가 조금 과했던 게 아니냐는 말이 있더라고요. 경과는 전부 이해하지만, 황족의 권위를 너무 짓밟은 게 아니냐고.”

“그 선생이?”

“이 일이 터지기 전에 상서령의 명으로 몇인가 되는 황족을 반역 모의로 엮어 관에 구금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그런 말도 나올 만하죠.”

골치 아프게 됐네.

물론 순욱 선생의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황족 거물들에게 반역죄로 엮었는데, 그 상황에서 황족을 강제로 집합시켜 감금에 가깝게 조치했으니 황실을 존중하는 순욱 선생에게는 고깝게 보일 법도 했다.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 소리인데.

“……아, 그 양반이 있었네.”

딱히 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내게 연줄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과거 황후의 조카로서 황실과 외척 관계에도 있는 남자.

인간적인 부분으로는 어떨까 싶지만, 마침 그는 거기장군에 임명되어 무관에 속했으며 낙양까지 황제 폐하를 보필하며 얼굴을 맞대었던 연줄도 있었다.

그 남자라면 한 번 만나볼 법하지 않나.

“나 잠깐 나간다.”

“네? 어디를요.”

“동승을 만나야겠어.”

그는 황족 못지않게 조정과 황실에 입김이 강한 남자였다. 전 황가 외척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황제 폐하를 보필할 당시 장안에서 현 황제 폐하를 빼내온 것이 이 남자의 공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 이 남자에게 말을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동승이요? 괜찮을까요.”

그런데 사마의는 영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저는 그 남자가 조조를 달가워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상서령은 현 조조 집권의 핵심인데 그 돼지가 순순히 응할까요?”

다짜고짜 돼지라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물론 그 양반이 살이 좀 뒤룩뒤룩 찌긴 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딱히 선호하는 인간상이 아니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좀 껄끄럽긴 해.

“어차피 말만 하는 거니까. 생각만 알아보는 건 공짜고, 거기서 이번 일에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동의를 구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저는 안 데려갈 거죠?”

“당연하지.”

내 개인적인 일이라면 모를까, 거기장군과의 회담에 약관도 되지 않고 관직도 없는 꼬맹이를 데려가면 무례하게 비칠 우려가 있었다.

“나이가 문제네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사마의는 종종 제 나이 문제가 되면 발끈하는 등 나이에 대해 열등감이 있는 것 같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직 어리니 천천히 봐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이건 생각하는 사람 나름이겠지.

“아무튼, 동승과 말할 때는 조심하세요. 몇 번 보았는데 혀에 독을 품은 인간처럼 보였으니까. 괜히 휘둘리지 마시고, 이상한 말을 하거든 바로 자리를 뜨세요.”

“그건 좀 무례하지 않나?”

그러니 사마의는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말뿐인 뒷방 늙은이 아닌가요? 영향력도 없는데 이상한 말로 현혹한다면 구태여 응할 필요도 없죠.”

“알겠다, 알겠어.”

어차피 나도 동승에 대해서는 큰 생각 없었다.

뭐 잘 풀리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잖아. 그냥 내가 당장 소연 아씨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게 동승을 만나 얘기해보는 것 정도니까.

그래도 그 양반이라면 내가 중랑장이 되어 황실 직속이 된 이후 자꾸 나와 접촉하려 했으니 모질게 쳐내지는 않겠지. 그러면 한 번 얘기해보고,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떠보면 그만이었다.

“집 잘 지키고 있어.”

“제가 무슨 어린이도 아니고.”

아직 어린 거 맞는데.

* * *

동승의 집은 제법 으리으리했다.

조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녀가 현재 허도 내에서 가진 입지와 권력을 생각하면 동승이 그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라는 건 어떨까 싶은데.

생각했던 대로 과시욕에 넘치는 사람이었다.

“어허, 중랑장이 아니오!”

동승은 내가 저택에 방문하자마자 잔뜩 웃으며 직접 마중 나왔다. 사마의가 돼지라고 불러서 그런가, 이렇게 보니 저 접힌 턱살이나 뱃살이 너무 확 두드러져 보였다.

그래도 예전 어가를 호위할 때는 저렇게까지 뚱뚱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허도에 들어서고 나서는 아예 검을 내려놓았는지 온몸에 군살이 잔뜩 끼었다.

“외정에 막 복귀하여 인사가 늦었습니다.”

티낼 수는 없어 웃으며 고개를 숙였는데, 동승은 되려 내 어깨를 붙잡고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일으켰다.

“한 황실의 반역자를 토벌하고 온 관구사령관께서 어찌 머리를 숙이시는가. 그대는 한 황실의 후예인 서주목과 함께 이 전쟁에서 큰 공적을 세우지 않았소.”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날 저택으로 안내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제법 많은 사병이 저택 곳곳에 배치된 게 보였다.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시종마저도 보이지 않아 조금 음침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내가 알기로 동승에게 사병을 거느릴 권리는 없던 거로 아는데. 뭐, 그것까지는 내가 모르는 사이 부여받았을 수도 있겠으나 그 숫자가 좀 많았다.

얼핏 보이는 것만으로도 백은 족히 넘는 숫자.

“자자, 이리 들어오시오.”

그는 안쪽 별실로 안내했는데 그 주변으로 쫙 깔린 병사들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 순간 이 양반이 날 죽이려는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뭔가 철통과 같은 보안을 지키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안 그러고서야 이리 으슥한 안쪽 건물을 별실로 꾸릴 이유가 없지. 특히 그 주변으로 빽빽한 병사의 숫자나 배치까지.

“내 중랑장이 방문한다고 듣고 힘 좀 써봤소. 이 술 보이시오? 황실에만 들어가는 술인데 폐하의 자비로 특별히 하사받은 몇 안 되는 특품이오.”

“감사합니다.”

확실히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긴 하네.

고작 우리 둘인데도 그 넓은 탁자에 수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고기 요리였는데, 요즘 특히 전쟁통에 고기를 비롯한 식자재 값이 오른 걸 생각하면 얼마나 돈을 많이 쓴 건지 모르겠다.

“일단 한 잔 드시지요. 오늘은 내 전쟁의 영웅에게 한 잔 바치는 영광을 누리고 싶소만, 허락해주시겠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양반이 근데 아까부터 왜 이래?

우리가 사예주부터 시작해 함께 군을 이끌었던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도 황제 폐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사이였잖아. 이렇게까지 친밀했던 사이는 절대 아닌데.

“흥을 돋우려면 여인이 따르는 술만 한 것이 없다지만 오늘은 대장부 중 대장부인 중랑장과 단둘이 독대하고 싶어 물렸소.”

그는 껄껄 웃으며 내 잔을 가득 채웠다.

“이해합니다. 오히려 후학인 제게 거기장군께서 이리 후하게 대접해주시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말하고도 구역질이 났다.

이런 아부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몸으로 익혔다지만, 여전히 나는 편하게 대하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쯧, 이 양반이랑 엮이고 싶진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술잔도 계속 오갔다. 내가 알기로 아마 저 양반도 날 진심으로 대우하는 게 아닐 테니, 결국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거짓말만 계속 주고받고 있었다.

거짓과 기만이 오가는 자리.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지만, 정작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건 서로 알고 있겠지. 그러면서도 이리 대하는 건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기 따름일까.

나는 소연 아씨를 지지할 것을 바랐다.

그럼 동승은 대체 내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그런 식으로 단둘뿐인 연회가 이어졌다. 동승은 내 얼굴에 사정없이 금칠을 이어갔고, 나는 그 말을 받으며 그를 존경한다는 식으로 운을 뗐다.

그리고 서로 술이 들어가 알딸딸해졌을 때.

“중랑장께서는 황제 폐하를 어찌 생각하시오?”

그는 뜬금없이 황제 폐하로 말을 돌렸다.

원래는 소연 아씨와 이번 일에 대해 운을 떠보려던 것이 동승의 너무 제 말만 하니 당최 말 꺼낼 상황이 모호하던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는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와중.

“폐하는 이 대륙, 천하의 주인이시지요.”

“그렇지요. 폐하의 권위가 올바로 서야 이 대륙이 평화로워지는 일. 우리 신하들은 폐하를 보필하여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게 역할 아니겠소?”

아니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리 말을 배배 꼬아.

“중랑장께서는 한과 황실의 수호자이시오. 역적 원술의 목을 거둔 것도 중랑장이고, 당장 황제 폐하를 성심껏 보필하여 역도 무리의 손아귀에서 지킨 것도 중랑장 아니겠소?”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까부터 자꾸 날 띄워주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사병까지 이리 잔뜩 꾸린 것부터 시작해서 뭔가 구린내가 솔솔 나는데, 그 냄새의 근원을 당최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 말이오, 중랑장.”

대장군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여전히 웃는 낯짝으로 그리 말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이 작품이 얼마 안 가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을 큰 틀에서 1부로 하여 완결을 내고, 그 뒤에는 네이버나 E북으로 출간이 될 것 같고, 향후 스토리는 2부로 하여 연재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옆쪽 N사이트와 동시연재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쪽이 이용권이 더 저렴하다고 하고, 몇몇 독자분들의 쪽지로 쭉 고심했는데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

최근 출판 관련으로 내용 개정에 들어가 연재가 좀 늦었습니다... 이 점 송구하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