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15화 (315/343)

31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실타래 우리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으며, 울었다.

나는 그 얼굴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울지 말라고. 나는 괜찮다고. 그러한 말이 이미 아무 의미도 없게 되고서 상당히 오래되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마 쭉.

우리의 관계는 이미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엉켜서 풀 방법도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우리는 그렇게 점차 어디선가 실수를 했고, 그 실수를 걷잡고자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말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니 이 과정은 필연적이었다.

그녀는 아련하게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랑해.”

그녀는 작게 말하며 내 옷자락을 꼭 쥐었다.

“죽을 만큼 사랑해.”

소연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며 처음에는 내 뺨을 더듬었고, 이어 눈두덩이와 콧잔등을 거쳐 내 입술을 매만졌다. 그녀의 손가락에 입술이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어쩌면 그녀는 그걸 바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네가 없으면 미칠 거 같아. 어느 순간부터인가 너의 뒷모습만 쫓았고, 네가 바라는 게 뭘까를 생각하게 됐어. 나는 어쩌면 이미 미쳐있던 걸지도 몰라.”

그녀의 손은 잔뜩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방랑자로 떨어졌어. 차갑게 눈 내리는 계절에 홀로 남겨져 그 차가움에 떨었어. 왜, 어째서. 그런 의문은 잔뜩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지독하니 쓸쓸하고 고독했거든.”

필사적으로 날 붙잡으려는 것처럼, 이제는 아예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이마와 이마를 맞대었다. 이제는 서로의 숨결마저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너를 만났어.”

그것을 빛이었노라고.

“처음에는 이용할 생각이었어. 널 이용해 이 세계에서 살아남겠다고. 그런 생각으로 네게 다가갔고, 너를 이용해서 살아남으려고도 했어.”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눈가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씩. 그것은 점차 흐르기 시작해, 이제는 아예 줄줄 흐르듯 뺨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치맛자락을 적시기 시작했다.

“비겁하지?”

“난 아가씨 덕에 희망을 찾았어. 목표도 찾았어. 날 이용하더라도, 아가씨가 바라는 세상으로 이끌어준다면 개의치 않겠다고 말한 건 나였어. 내가 당신의 검이 되겠노라고 했으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아직 먹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이제 슬슬 장마가 온 걸까. 습한 기후에 찝찝함이 느껴질 법도 했지만, 그런데도 그녀와 가까이 붙은 지금 이 상황에 어떠한 불만도 없었다. 그걸 느낄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았으니까.

내 심장은 아까부터 고장 나버렸다.

어쩌면 예전부터.

사실은 아가씨를 만났을 때부터 고장 났을지도 몰랐다. 아마 그때부터 내 심장은 이상하게 그녀 근처에만 가면 그 박동을 가쁘게 하였으니까.

“난 비겁했어. 살고 싶었고, 돌아가고 싶었어.”

주어도 붙이지 않아 어디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아까부터 어딘가 텅 빈 것처럼도 들렸는데, 그 주어가 없는 관계로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단 하나.

“그러니까 나는.”

지금 그녀가 굉장히 슬퍼 보인다는 것뿐.

“아가씨.”

“그날 그 자리에서 널 만났던 것이 내 시작이었어.”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정제조차 되지도 못한 채 마구 샘솟았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내 머리는 복잡했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난 이제 미쳐버렸어. 어느 순간부터 너만 생각하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너를 위해서라는 명목이 아니면 움직일 수도 없게 됐어. 밤마다 너 없는 날을 상상하며 벌벌 떠는 꼴사나운 여자애로 전락했어.”

목이 턱 메었다.

언어라는 것이 이만큼 부질없던가. 할 말은 죽을 만큼 많은데, 정작 그것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만이 오직 내 심장을 에워싸고 목적지를 잃은 채 그저 방황할 뿐.

지금의 내겐 듣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돌아가야만 했던 곳도 이제는 그저 공포로 전락했어. 너라는 사람은 내 전부가 되었고, 그렇게 내 모든 걸 송두리째 앗아갔어.”

“그, 소연 아씨.”

“나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 전부 너에게 빼앗겼으니까. 이제 나는 너 없이는 제대로 설 수도 없는 연약한 여자아이가 됐어. 이게 몰락이고, 이게 전락일까.”

그녀는 허망하다는 듯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딘가 망가진 것처럼, 소연 아가씨는 계속 웃으면서도 울었다.

그 눈물에 젖어가는 것은 단지 그녀의 치맛자락뿐일까.

내 마음마저 힘을 잃고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그 눈물은 나를 적시었고, 그렇게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게 했다. 그녀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저 울음을 멈출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도 사랑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내 모든 걸 너에게 줄게.”

그녀는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떨리는 손은 마치 방금 깨어난 아기와도 같이 불안함을 느꼈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그 손길에는 힘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켜쥐는 힘.

“몇 번을 고민했고, 그 배로 갈등했어. 너라는 사람에 대해 꾸준히 생각했어. 나는 왜 너에게 자꾸 시선이 끌릴까. 이게 진짜 사랑이라고 불리는 걸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랑이야.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기도 해.”

하여 그녀는 말한다.

“너는 운명이었어.”

시작이었고, 사랑이었으며, 운명이었다.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나를 끌어안았다. 가슴팍에 닿는 그 몽글한 가슴의 감촉과 뜨거운 체온,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까지 전부 내게 전해졌다.

그러니 그녀 또한 내 심장의 소리 또한 들렸겠지.

“그날 너를 밀어내고 이런 말 하는 거, 우습다는 거 알아. 늦었다는 것도 알고. 그렇지만 내 마음은 이렇다는 거. 그것만 전해져도 나는….”

“아가씨.”

나는 잠시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가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는데, 나는 멍청하여 그 눈물을 그치게 할 방법을 몰랐다. 단지 아는 거라면, 지금 내가 이 여자가 우는 게 싫다는 것 정도.

그러니까 나는 말한다.

“나도 사랑했어.”

그 뒤로는 강제로 입을 맞췄다.

소연 아가씨는 순간 당황하여 몸을 크게 떨었다. 눈동자는 크게 떠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 또한 그녀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입맞춤을 이어갔다.

과거 온현에서는 풋풋하고 따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뜨겁고 격렬했다. 아예 입도 뻥끗 못 하게 하려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벌렸고, 그 사이로 내 혀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잠시 몸을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팔을 올려 내 목에 두르고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혀와 혀가 얽히는 소리가 잠시 이어졌다.

물기 어린 소리. 이걸로 그녀의 슬픔은, 하여 눈물까지 멈출 수 있었을까. 눈을 감아 잘 모르겠다. 그저 내 몸과 밀착한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한동안 쭉 입을 맞췄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숨이 차 더는 입 맞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입을 떼고 거리를 벌렸다.

“……이러면 안 울겠거니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건 글렀네.

“아까보다 더 울면 어쩌자는 거요.”

어이도 없지.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가를 훑었다. 이미 눈매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몇 번을 닦아도 계속 새로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상황.

“그치, 만…….”

“울지 말라니까는.”

살짝 웃었다.

“그냥, 나는 웃었으면 좋겠어. 아가씨가 누구보다 밝게 웃으면 나도 웃을 수 있고, 표정 구기는 일 없이 언제나 행복했으면 해.”

그러면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그녀는 본인의 마음을 고백했다. 손, 더 나아가 몸을 떨면서도 천천히 또박또박. 설령 의미 전체가 전달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젠 내 차례였다.

“나는 길거리에서 떠도는 한량이었고, 가진 재주라고는 사람 도축하는 인간 백정이었어.”

길거리의 들개처럼 살았노라.

“모든 건 아가씨였어. 내 모든 건 당신이 변하게 했어. 목적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줬어.”

그것을 사람으로 만든 건 당신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말할게.”

모든 시작은 당신이었다고.

“아가씨는 내 운명이었어.”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 믿었다. 앞으로도 계속 당신과 함께 걷고 싶노라고. 그러니 이 말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고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당신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어.”

사랑한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감정과 요동치는 단어가 너무 많았으니까. 그것은 아직도 거친 풍랑처럼 휘몰아치며 격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할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진 않겠다.

“지금까지 함께 있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그 곁을 지킬 자격을 줘.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차게 가로저으며 눈가에 맺혔던 눈물 한 방울이 내 뺨에 튀었는데, 그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웠다.

“싫어. 그걸로는 안 돼.”

“아가씨……?”

“나는 너와 있으면서 지금 이상의 관계가 되고 싶어. 네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 건 알고 있어. 그건 내가 한 번 밀어냈던 거니까. 하지만 네가 그 이상을 바란다면, 나도….”

그녀의 옷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살갗에 비벼지며 들리는 소리가. 하여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까지 전부 선정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웃옷을 전부 벗었고, 뽀얀 살갗이 바깥으로 드러난 이후가 되어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어.”

“그, 내가….”

소연 아가씨는 그대로 손가락을 올려 내 입술을 꾹 눌렀다.

“제발, 그냥 아무 말 없이 받아줘.”

그녀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복부를 꾹 눌렀다.

“내게 상처를 줘.”

아프게 해 달라고. 그게 자신에게 내릴 벌이자 행복이 될 거라며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상의를 전부 벗어 던졌기에 내가 입은 옷 한 장 사이로 그녀의 체온이 내게 전해졌다.

두근, 두근.

이건 누구의 심장박동일까.

조금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알아낼 방도는 없었다. 아마 그녀도 그럴 것이며 나도 그럴 것인 게, 우리의 심장은 전례 없을 정도로 거칠게 뛰고 있을 테니까.

우리는 다시 재차 입을 맞췄다.

진하게 입을 맞추며 서로를 갈구했다. 그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아무리 머리에 열이 올랐어도 이런 개방된 자리에서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대로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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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편부터 바로 소연 아씨와의 맺어지는 부분을 쓰고 싶었는데, 서로의 얘기와 속내를 털어내며 고백하는 장면이 다소 길어졌습니다!!

최대한 더 써서 오늘 중으로 올릴 수 있다면 바로 올리겠습니닷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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