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12화 (312/343)

31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실타래 아가씨가 잠들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까지 내 이름을. 예전 이름이자 지금은 자로 돌렸던 호세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잘 기억나진 않는다. 아가씨가 그만큼 정신적으로 몰려있다는 감상은 있는데, 거기서 난 뭘 느꼈을까.

집에 돌아오고서는 대충 드러누워 잤다.

원래라면 병영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 부분이라면 사마의와 방삼이가 알아서 잘 해줬겠지. 그게 아니라면 장료도 있었고 사실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 일보다는.

그렇게 잠들고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제는 무슨 일이에요.”

“그냥, 좀 얘기하기 그래.”

“상서령이 거세게 비난당했다면서요.”

사마의와 여포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장료는 정식으로 관직을 받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마 내가 직접 얘기하지 않았으니 장료를 통해서 들었을까.

“제가 내부적으로 조금 알아봤어요.”

꼬맹이가 손에서 종이 한 장을 펼쳤다.

“황족의 구금과 백성들을 향한 집합금지 명령. 거기에 고위급 인사들은 전부 보안과 신변 보호를 이유로 한 자리에 전부 모아 며칠간 관리했다고 들었어요.”

“그래.”

그건 꽤 큰일이었겠네.

“효과적이지만 확실히 강수네요. 물론 괜히 일이 커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딱 그 사람다운 방식이겠지만, 이래서는 반발이 큰 것도 어쩔 수 없죠.”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였고, 나 또한 그 부분에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원래 높으신 분들은 제 주변에 강압적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경멸하는 족속이었다. 그걸 강제로 압박했다면 그 반발도 더하겠지.

게다가 황족 구금?

아가씨가 행한 일이니 그만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아니, 아니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떠넘겼으니까 소연 아씨는 내게 아무 말 없이 혼자 그렇게 몰려있던 거겠지.

나는 그녀를 너무 믿었다.

그녀는 내게 너무 말하지 않았다.

그런 둘의 성향이 겹치고 겹쳐, 결국에는 그녀가 혼자 끙끙 앓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노라고. 그러니까 이제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지워주기보다는 함께 걷겠노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우스웠다.

분명 처음에는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에게 의지하고 대부분의 것을 믿는다는 이유로 떠넘긴 내가 있었다.

조금 자괴감이 들었다.

“아저씨, 듣고 있어요?”

“잠깐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자.

그러나 내 머리로는 전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전후 사정을 제대로 들은 것도 아니니까. 황족을 구금? 분명 우리가 떠나기 전까지도 좋은 관계는 아니었어도 그렇게 구금까지 할 정도로 최악의 관계는 아니었다.

“아가씨는 왜 황족을 구금했을까.”

“듣자 하니 내란선동죄에 엮였더라고요. 곧 처형식도 거행한다는데, 아마 조조가 없는 사이에 한 번 제대로 턴 거겠죠. 확실히 좋은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서는 이 꼬맹이가 듬직했다.

나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을 집어주니까. 그렇게 황족을 처형하고자 구금, 그런 상황에서 원소의 공작까지 막기 위해 그런 강행수단을 썼다고 이해하면 좋을까.

“일단 나 좀 나간다.”

“이 아침에요?”

“만날 사람이 있어서.”

아가씨는 어제 많이 힘들어 보였으니 당장 찾아가기 어려웠지만, 반대로 운이라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운이는 아가씨와 줄곧 함께 있었다. 그러면 나 없는 사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식사는요? 여포 그 여자가 막 준비하던데.”

“……그건 먹고 갈게.”

그거 안 먹으면 애 삐진다.

* * *

그녀의 집은 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애당초 내 쪽과 자주 왕래할 수 있게 일부러 그 근처로 잡았으니까.

여포와 사마의는 일부러 집에 두고 나왔다. 아마 이 앞으로 있을 일은 소연 아씨의 사생활을 포함한 얘기를 다룰 건데, 그런 자리에까지 데리고 다니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겠나. 사적인 일이기도 하고.

“오라버니? 이 아침에 무슨 일이세요?”

막 도착하니 씻고 나온 듯, 운이는 어깨에 수건 한 장을 걸치고 제법 가벼운 복장으로 나왔다. 그 남청색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 말리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렇게 보면 예쁘장한 애였다.

평소라면 조금 더 개인적인 얘기를 했을 테지만.

“물어볼 게 좀 있어서.”

“일단 들어오세요. 식사는요?”

“집에서 먹고 왔어.”

그러니 또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다. 어쩔 수 있나. 그렇다고 안 먹고 왔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대부분은 식사를 마쳤을 시간이잖아?

우선 그녀의 안내를 따라 조그마한 별실로 이동했다.

“할 말이라고 하셨죠?”

“아가씨에 대한 거야.”

그러니 운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처음에는 내란을 진압하는 일이었어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황족들 사이에서 현 황제 폐하를 부정하는 공판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사병들이 밀려오는 것을 제압하는 업무를 맡았고요.”

그 뒤로도 운이의 말은 이어졌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면서도,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긴 했다고. 조금 불안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운이의 판단이었다.

불안해 보인다고.

나는 그녀가 너무 과로한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정작 불안해 보인다는 느낌은 전혀 받았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내 앞에서는 듬직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녀는 모르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난 예전에 그녀가 예언가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

“그래, 그렇단 말이지.”

“무슨 일 있었어요?”

운이의 질문에 살짝 말문이 막혔다.

이걸 진짜 말해도 되는 걸까. 내 품에 안겨서 소리 없이 울었다는 걸. 그리고 그 곁을 지켰다는 걸 말해도 될까? 관계는 아직 모호한 채였지만, 그래도 운이와 나는 서로 정을 통했고 몸을 섞었던 사이였다.

아무리 우리가 아가씨를 따르던 사람이라고 해도 운이에게 감정이라는 게. 비록 제대로 사귀자고 했던 것도, 연인이 된 것도 아니었지만.

게다가 생각해보니 그동안 바빴던 것과 잠시 떨어져 지냈던 탓에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게 많았다. 조조라던가 여포, 진궁 선생까지. 여자관계로 매우 복잡해졌다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저, 운아.”

“네?”

“그 전에 잠깐.”

이젠 말해야겠지.

오히려 말해야 할 때가 지나버렸다. 여포와 맺어지게 된 것도, 조조와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진궁 선생까지 받아들인 것. 그건 비록 사귀지 않더라도 내게 마음을 준 그녀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우였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고 말하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어쩌면 이것도 변명. 그냥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눈을 돌렸을 수도 있었다.

“너는 나한테 다른 여자들이 있다면 어쩔 거야?”

“……좋아하는 분이 있다는 건 알, 잠깐만요.”

운이는 살짝 고개를 떨구려다가도 재차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대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여자들이요? 여자가 아니고?”

“미안. 너한테 진짜 미안하고, 설명이 늦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이 부분에선 정말 변명의 여지도 없고, 내가 실수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내 어깨를 붙잡은 그녀의 악력이 점차 강해졌다.

“그게 아니잖아요!!”

마지막에는 비명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눈에는 점차 절박함이, 그 눈가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있었는데,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비록 정식 연인이 된 적이 없다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먼저 말했어야 했다.

조조의 경우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여포의 건이라던가 진궁 선생의 건도. 너무 그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관계를 맺었고, 그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 그 직후에라도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니었을까.

“미안. 너한테는…….”

“내가 아니잖아요!!”

그녀는 내 어깨를 쥔 채로 달려들듯 몸을 내밀었다. 코가 부딪치기 직전이 되어야 멈춘 그녀의 얼굴. 우리는 숨결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아니잖아요…….”

점차 무너진다.

그녀는 손만 겨우 버틴 채 고개를 떨궜다.

“저 말고, 그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운이가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 부분에서는 전적으로 내 잘못이 맞았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이 일로 그녀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언젠가 정리해야 했을 문제를 너무 미룬 잘못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건.

“……누군데요.”

그녀가 다시 말하게 된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고개를 살짝 치켜든 그녀의 눈에는 살짝이나마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그 표정을 보면 가슴 한편이 쓰렸다.

조조와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땐 강압적이었다고. 여포와의 관계는 차마 그녀를 버릴 수 없어서. 진궁 선생의 경우에는 그녀를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각자가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그때마다 우리 중 가장 처음 관계했던 운이에게 전후 사정을 제대로 설명해야 했다. 그게 설사 연인이 되지 못했더라도 날 사랑해준 여자에게 해야 하는 책임이었다.

해서 그런 것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처음 조조의 이름이 나왔을 때 운이는 경악했다. 뭐 그런 년이 다 있느냐며, 이런 여자를 왜. 그런 식으로 말했고, 여포의 경우에는 이를 꽉 깨물었다. 진궁 선생이 나왔을 때는 다소 배신감을 느꼈고, 그렇게 끝났다.

“……이게 끝이에요?”

“응.”

“왜요?”

순간 의문이 들었다.

왜냐니, 이 이상 있길 바란다는 말투인데. 운이는 거기서 눈을 바짝 치켜뜨고는 살짝 다가왔다. 지금까지 이름을 들었을 때는 분노한 듯했는데, 그 또한 지금만 못한 감이 있었다.

“왜 그거밖에 없어요.”

“미안.”

할 말이 없으면 사죄가 나오는구나.

이건 반사적인 대답이었다. 정작 그녀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그래도 할 말이 없는 것을 겨우 쥐어짜 나온 대답이 고작 미안이라는 두 글자라는 것에서 다소 자괴감이 들었다.

“전 괜찮아요. 어차피 빈틈을 파고든 거고, 그냥 오라버니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이 오라버니와 맺어진다는 건 조금 슬프지만, 저 자체가 도둑고양이였으니까.”

그녀의 분노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덧씌워졌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수도 있었다. 그 목소리에 점차 물기가 어렸고, 먹먹한 심정을 억지로 토해내듯 말을 힘들게 이어가는 모습이었으니까.

“그치만, 그중에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운이는 정말 슬픈 듯이 나를 바라봤다.

“오라버니와 그 사람이 안 이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조금씩 손을 뻗어 내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그녀에게도 느껴질까. 운이는 그 자세 그래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펑펑 흐르고 있었고, 몸은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차에, 그녀는 가슴팍에 올렸던 손을 살짝 움켜쥐어 내 옷자락을 꾹 쥐고는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가, 아가씨를 놓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여기서 소연 아씨의 이름이 나올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분명 내가 아가씨에게 거절당했던 일을 전부 설명했고, 그렇기에 나는 적어도 아가씨에게 내 감정을 주체못해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걸 이해시켰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슨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었는지.

이건 분명 운이도 알고 있을 거라고.

“아가씨가 오라버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는 단지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도둑고양이잖아요. 그러니 오라버니가 저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는, 건… 데…….”

그녀의 말은 점차 뭉개졌고, 마지막에 가서는 언어조차 되지 못한 무언가로 변했다. 문제는 나 또한 그 말에 대꾸조차 못 할 상태라는 걸까.

누가 나를 좋아해.

소연 아씨가?

아니, 그럴 리 없다. 아가씨는 그 당시 당황한 기색이, 그리고 살짝 괴로운 기색으로 내게서 도망쳤다. 그 표정은 분명 슬프게도 보일 표정이었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마음을.

하여 우리는.

“……전 괜찮아요. 알고 있으니까. 이 자리가 원래 누구 것이었는지, 제가 어떤 과정으로 얻었는지 아니까.”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오라버니.”

살짝 손을 뻗어 내 뺨을 쓸어내렸다. 정말 슬프게도 그 손을 벌벌 떨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저는 아가씨와 오라버니가 행복하길 원해요.”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날 돌려보냈다.

처음에는 소연 아씨의 일을 듣고자 찾아왔던 것인데, 더욱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늘을 올려보니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었는데, 그 어둠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내게도 한창 먹구름이 끼었으니까.

궁지에 몰린 소연 아씨의 모습과 운이의 말. 그 모두는 내 안에서 전부 소화되지 않아 계속 뭉치고 흩어져, 이윽고 얽혀버리는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지독하게 복잡한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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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씩 사람들 사이에 얽혀있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 같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이들은 그 얽혀있던 실타래를 볼 생각도 안하고, 저마다 난세라는 이유로 모든 과정을 생략했죠.

그 실타래를 조금씩 푸는 과정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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