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310화 (310/343)

31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혼란의 끝 그 뒤로는 양주에서 있던 일을 설명했다.

유비와 연합한 내가 광릉 일대에서 손책과 마주한 것도, 그 뒤에 재전을 벌인 것도. 그 과정에서 손책과 정면에서 맞붙었노라고 말했을 때 아가씨는 대뜸 내게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아니, 이겼다니까는.”

“손책이 어떤 인간인데. 그럼 뭐야, 손책한테 다친 거야? 내가 몸 사리라고 했잖아. 그러다가 진짜 제명대로 못 살면 어쩌려고 그리 무대책이야?”

그때는 아마 그게 제일이었노라고 생각한다.

아마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나는 손책을 맞상대했을 것이고, 그 선택에 어떠한 후회도 없었다. 태사자가 쏜 활도 날 죽일 생각으로 쏜 화살이 아니었으니 결국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내가 이겼다니까.”

“……그래서. 팔은 괜찮고?”

말했다시피 그 부분은 이미 아물기 시작했다. 힘을 확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생활에는 지장 없을 정도로는 나았지. 안 그랬으면 괜히 걱정 끼치게 이 자리에 독대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진짜, 물가에 보낸 것처럼 걱정돼 미칠 것 같다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뒤에는 이후로 있던 일을 설명했다. 여포나 장료, 관우 등으로 하여 후방을 돌아치게 해 우연히도 원술을 잡았노라고 했을 때는 아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발상과 제안은 사마의가 행했고 원술의 목을 벤 것은 여포였으니 내 지분이 뭐 있겠느냐 싶었지만, 이번 일로 무언가 포상이 돌아올 거라던가. 둘 모두가 아직 정식으로 관직에 오른 게 아니라 모호한 부분도 있었다.

이후에는 별거 없지.

원술을 잡고 수춘을 함락시켰지만, 그 땅을 아군이 완전히 지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결과 정부 관료를 배치하는 수순으로 아군은 회군한다는 정도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고생했네.”

그녀도 내 말이 끝나고는 살짝 웃어주었다.

“물론 어디 또 다쳐온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그건 좀 봐주쇼.”

어찌 전쟁에 나서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나. 그래도 어디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괜찮은 게 아닌지. 생각해보면 어디 전쟁 하나 돌았다 하면 크게 다치던 게 일상다반사였던지라 이 정도 부상은 감흥이 없던 것도 있었다.

그래도 기다리던 사람은 그게 아니었을까.

“어디 다치지 말라고.”

“예입.”

장난스레 답했더니 소연 아씨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순간 저걸 붙잡고 놀리면 어떻게 될까 싶었을 정도로 귀여웠지만, 진짜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지.

아씨, 이래 보여도 나보다 힘이 셌으니까.

“진심이야. 어디 크게 다쳐오는 경우만 생겨봐. 그때는 진짜 창고지기로 낙방시켜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알겠어?”

“예이, 예이.”

그놈의 창고지기는.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종종 아씨가 날 창고지기로 써버린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분명 병주에 있을 때였지. 그랬던 우리가 이리 승진했으니 그 또한 웃긴 일이었다.

“아무튼, 내 얘기는 여기까지고.”

물론 이대로 계속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알다시피 곧 황궁에 입궐해야 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 또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도 부족할 일.

“허도에는 무슨 일이 있던 거요.”

광장에 걸려있던 목을 상기하며 시선을 돌렸다.

양봉에 양정까지 연루된 것을 보아 백파적 무리는 전부 엮였노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겠지. 그러면 내 진영에서 일하고 있던 서황도 면죄부를 얻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원소의 내부 공작이 조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러나 백성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보면 고작 그 정도의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일단은 아군 소속이었을 백파적 출신 우두머리들이 전부 모가지 잘려 광장에 걸린 일이라면 보통 큰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내란이었수?”

“백파적 출신이던 이들이 원소 측에 넘어갔어.”

그러면 이해할 수는 있다마는, 문제는 서황이었다. 얘 같은 경우에는 그 뒤로 별도로 나와 함께 움직였으니 이번 일과는 무관했지만, 혹여나 연좌로 엮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긴 했다.

“그러면 서황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일반적이라면 같은 군 출신이었으니 잘 봐줘도 관직을 박탈하거나, 아니면 양봉과 마찬가지로 처형식을 거행하겠지.”

“그건 안 돼.”

순간 당황하여 바로 말을 끊었다.

서황은 연관 없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서황 본인이 유능한 점도 있었다. 내 군문 아래에서 그간 노력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녀를 지킬 이유도 충분했다.

그런 내 반응에 아씨가 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 유능한 인재를 죽일 리 없잖니? 적당히 상황만 정리하여 말하고, 그 뒤에도 아군을 따를 용의가 있는지 알아볼 거야. 물론 당분간은 운신에 제약이 걸리겠지만, 그거까지는 어쩔 수 없잖니?”

“뭐, 그거라면 걔도 이해하겠지.”

서황은 백파적 일당에 가담했던 것치고 하는 짓이라던가 성격이 천상 군인에 가까웠다. 아마 군부에서 판결이 났다면 자결하라고 해도 따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나저나 양봉과 양정이라.

전부 내가 복속시킨 이들이었다. 도적의 율법에 따랐다지만, 죽을 때도 도적답게 갔는가. 그야 도적이란 것들은 본디 더 강한 놈에게 붙는 것들이었으니까.

“하아. 좀 착잡하네.”

그래도 한때는 놈들과 함께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같이 술잔을 기울인 적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놈들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과한 감정이입까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다소 착잡한 감도 없진 않았다.

알던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언제나 그런 법이니까.

“그럼 놈들이 뭔 짓을 한 거요?”

“원소 측 문사인 심배와 손을 잡고 상서부를 습격했어.”

“……뭐?”

상서부라면.

아씨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황실과 주요 인사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상서부에 빈틈을 보여 놈들을 끌어들였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요컨대 본인을 미끼로 쓴 게 아닌가.

“그러면 놈들은.”

“매복하고 있던 병사들로 일소했고, 남아서 북문 경비를 맡았던 양봉 또한 그 길로 엮어 처형했어. 아무리 그래도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 순 없으니까.”

그렇게 갔는가.

놈들은 마지막으로 떠날 때까지 도적으로 남아버렸는가. 내게 붙었을 당시에도 본인들은 도적이노라고 운운했고, 실제로 욕심이 있었기에 내 손을 잡았던 이들이었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도적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나도 한때 도적이었기에 다소 착잡해졌다. 만약 소연 아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 또한 그리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나저나 양정 모가지는 왜 그렇게 됐대?”

그래서 말을 살짝 돌렸다. 스스로 도적 운운하던 것들이니 그리 죽어도 불평하지는 못하겠지. 그게 제 인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

한편 소연 아씨는 내 질문에 입꼬리를 올렸다.

“양정? 아. 그건 내가 힘 조절에 실패했어.”

“어?”

“철봉으로 첫 타에 제압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힘을 너무 준 모양이야. 일단 걸어야 하니 목을 벴지만 알아보긴 좀 힘들겠더라.”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살짝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이상한 게 아니겠지. 나는 그녀가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길 바랐으니까. 언제나 예전 모습 그대로 있어 줬으면 하는 건 내 이기적인 욕심에 불과했던 걸까.

그래도 한마디만 하고 싶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쇼.”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느 순간부터 점점 마모되는 부분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죽음에 대수롭지 않게 변한다거나, 죽여야 할 순간에 망설이게 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을 인간성의 상실로 보았다.

게다가 직접 그 자리에서 양정을 맞상대했다는 건데, 그 양반이 척 보기에 실력은 별로 같았어도 한 지역의 우두머리였던 적도 있는 남자였다. 도적이니 비열한 수에도 능했을 테고 자칫 잘못해서 상처라도 입으면 어쩌려고.

“그런 자리에 아가씨가 왜 껴.”

“걱정하는 거니?”

“당연하지.”

난 애당초 아씨가 그 빌어먹을 철봉 잡고 싸우러 다니는 것도 싫었다.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는 사람 죽이는 장면도 잘 안 보이려고 했는데.

“……이건 좀 웃기네.”

“사람 걱정이 웃기쇼?”

어이가 없어 성질이라도 낼까 했더니 그녀는 대뜸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라 너는 날 걱정하고, 나는 널 걱정하니까. 서로가 걱정하면서도 제 몸은 괜찮다고 하는 게 조금 웃기지 않니?”

“…나야 무관이니까.”

“그런 건 이유가 아니잖아.”

하여간 말로 싸우면 이길 수가 없었다. 기왕 문관이 되었으니 붓이나 잡고 이런 일은 좀 그만두지. 하지만 이리 말하면 아씨에게 또 시원하게 반박당하겠지.

생각해보니 우습기도 했다.

서로가 몸을 걱정하며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상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평행선을 달린다는 게 아닐까? 하여간 나도 나지만, 아씨도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는.

“아무튼, 허도의 문제는 얼추 정리가 끝났어.”

“그럼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야.”

사실 조금 걱정되긴 했다.

돌아오자마자 또 정치적인 문제랍시고 엮이고 싶지 않았고, 그 이전에 소연 아씨에게도 무리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걱정까지.

그게 다 해결됐다면 걱정할 문제도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아무 문제도 없을 거란 아씨의 말을 믿었다.

* * *

“상서령 진소연은 황족의 구금과 겁박을 통해 황실의 권위를 우롱하였습니다. 그 어떤 신하가 감히 황족을 상대로 이리 무례하게 굴겠습니까. 혼란? 황제 폐하가 계신 허도에 그 어떤 간자가 감히 설칠 수 있겠사옵니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을 거라며.

황궁에 입궐한 이후, 황제 폐하에게 치하받을 때까지는 좋았다. 소녀는 웃으면서 나를 맞이했고, 역적 토벌에 대한 기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그래, 딱 거기까지였다.

저 황족이 나서기 전까지는.

“상서령은 제 권한을 넘은 만행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황권은 땅에 밟혔으며 사사로이는 백성들을 억압하는 명령을 냈사옵니다. 그것이 어찌 이 나라를 위한 것이요, 백성을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 폐하를 위한 것이겠사옵니까!!”

아씨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저 앞에서 소리치는 황족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동안 주변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아, 실제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장내에 맴돌고 있었다.

“……이런 건 상소를 올려야 함이 아닌가.”

“하오나 폐하, 지금 그 상소를 총괄하는 것이 상서령 진소연입니다. 그녀는 사사로운 권력의 남용을 하였는데 어찌 그녀를 믿고 폐하에게 상소를 올리겠사옵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그러니 유한이라는 노쇠한 황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상서령의 관직을 박탈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그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혹자는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며 통촉하여 달라고 땅에 고개를 조아렸고, 누군가는 진소연이 이번 일은 확실히 선을 넘었노라고 떠들었다. 저마다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서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

소연 아씨는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깐 시선을 돌려 나와 눈이 맞았는데,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괜찮을 거라며.

눈으로 시위하듯 찡그려 보았으나, 아씨는 딱히 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살짝 웃으면서도 자리를 지킬 따름.

“그만! 어전에서 이 무슨 소란이느냐!”

그 소란은 황제 폐하의 목소리와 함께 겨우 멎었다. 그러나 늙은 황족은 그 상황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는지, 되려 고개를 조아리며 황제를 향해 소리쳤다.

“부디 통촉을!! 황족의 권위를 살려야 하옵니다!”

“……하아. 여봐라, 우선 그를 바깥으로 끌어내라. 이런 얘기는 적어도 승전을 알리고 온 아군을 치하하는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지.”

“폐하, 폐하아아!!”

그가 그리 끌려나가고 나서야 소란은 진정됐다.

하지만 그게 진짜 진정이겠나. 실제로 주변 관료들은 서로 번갈아 바라보다가도 그 끝에는 소연 아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피부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감각.

모든 주의가 소연 아씨를 향해 쏠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의라고까지 부를 수는 없겠으나, 이런 분위기는 분명 소연 아씨에게 말을 꺼내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은 것이 있었다.

황제 폐하는 그런 상황에서 아씨를 향해 입을 열었다.

“……상서령. 할 말은 있느냐?”

“모든 것은 한 황실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무언가 조금씩 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폐하는 아씨를 지긋이 바라보았고, 소연 아씨는 그런 시선에도 덤덤하게 자리를 지킬 뿐.

물론 그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재차 어전회의를 시작했지만, 이런 찝찝한 분위기는 결국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남아 찝찝한 뒷맛만이 입안에 맴돌았고, 아씨는 마지막까지 변명하지 않았다.

다소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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