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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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배가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남았을까. 소연은 잠시 자리에 앉아 고민했지만, 사방을 통제하기 시작한 이상 상대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몇 없었고, 그리 선택지의 폭을 좁힌 이상 추리하기도 간단했다.
“상서령?”
“우선 조운에게 언질을 전해줘. 황궁 인근 방위군에 힘을 보태라고. 나머지 순찰병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내부 황족을 포함한 경비 또한 강화해야겠어.”
“황족을요?”
조조와 황족은 분명 대치하고 있었다.
유협과 황족의 이해는 같지 않았다. 그러니 황제를 보필하고 있다 하여 황족과의 사이가 좋으라는 법도 없었고, 그렇기에 소연은 조조 공백인 사이 황족의 영향력을 대폭 깎아내려 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죽는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
“그들이 지금 흉수의 손에 죽으면 말이 어떻게 나오겠어. 그러니 그들은 반드시 살아줘야 해. 황제 폐하야 우리 목숨이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인이고. 네 생각은 어때?”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지켜야 할 이들이 너무 많지 않나요? 경비까지 유지하면서 요인경호까지 서려면 병력이 너무 많이 필요할 텐데.”
“황족을 하나로 모아두면 그만이지.”
그들이 허도 내에서의 혼란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실제로 원소 첩자와 만난 황족도 더러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것은 또 별개의 문제.
우선은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혼란에서 경호를 목표로 한다 하면 그들도 채 반발하지는 않겠지. 그걸로 모자라면 황명을 빙자하여 그들에게 명령할 뿐이었다.
유협 또한 소연에게 협조하겠다고 사람을 보냈으니까.
“……가능은 하겠네요. 조운 교위는 황궁 경호로 보내신다고 치고, 그러면 황족 경호에는 누구를 붙이길 생각이세요?”
“우금을 붙일 생각이야.”
“그 사람이죠? 그 딱딱한 군인. 황족들에게 휘둘리진 않겠네요. 모아둔다면야 많은 군사가 필요하지도 않겠고, 나쁘지는 않겠는데요?”
내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잔뜩 한정했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길 터. 포기하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었지만, 소연이 생각하기에 심배가 물러날 것 같지도 않았다.
여기까지 작업을 했다면 아까워서라도 더 덤비겠지.
하여 소연은 이제 심배가 노릴만한 것들을 사전에 지키며 굳히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적이 노릴 것을 원천에 차단하여 지킨다. 심배 자체를 잡아내기 곤란하다면 손해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적어도 이만한 물자와 인력을 투자하여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면 분명 실패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러니 소연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건 그런데, 상서령은 괜찮겠어요? 이번 일로 상서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좀 많아졌거든요. 조공이 돌아오면 단체로 상소를 올리겠노라고 벼르고 있을 텐데.”
“그 상소가 나를 통하는데?”
곽가는 그 말에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알고 있어.”
분명 이건 그녀의 독단이었다. 차후 문제시 삼는다면 그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일. 사상누각과도 같음인가. 그렇지만 조조의 신임을 받고 있으며, 이 일의 당위성 또한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조공께서 고작 이런 일로 날 쳐낼 거 같니?”
“그건 아니지만, 시선도 생각하셔야죠.”
“나라면 괜찮아.”
관직과 지위는 동의어가 아니었다.
특히 조조가 지배하는 현 허도에서 관직이 조금 높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중요한 것은 조조 휘하에서 얼마나 세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였고, 그 부분에서 소연은 일말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현 세력의 안정화.
원소가 예정 이상으로 일찍 공손찬의 역경루를 함락시켰다. 아직 공손찬이 멀쩡하니 하북 평정이 끝난 것도 아니겠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시기가 앞당겨진 느낌이었다.
“일단 내부 혼란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니까. 조공이 돌아오면 심배도 쉬이 움직일 수 없을 거야. 그 뒤에는 분명…….”
“저희도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어요.”
이제부터는 내정을 다스리며 힘을 길러야 했다. 그와 동시에 서주의 유비를 포섭, 혹은 제거해야 하겠으나 그 또한 지금 할 일은 아니었다.
“일단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니까. 그러기에는 다소 강압적이더라도 내부를 억눌러 다스릴 수밖에 없었어.”
“전 모르니까요? 이거 다 상서령 독단이니까요?”
“어머, 너무하네.”
소연은 장난스레 웃었지만, 곽가는 제법 진심으로 질색하고 있었다. 이 일로 내부에서 공격받을 걸 생각하면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원만하게 끝난다 하더라도 사방에서 귀찮게 할 게 뻔했다.
물론 조조가 진소연이라는 이를 굳게 신임하니 실각하는 사태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그 귀찮은 일을 구태여 같이 감당해줄 의리는 없었다.
“진짜 사서 고생하신다니까.”
곽가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솔직한 말로 소연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임하는지 몰랐다. 진소연의 희망은 무엇이고, 조조에게 무엇을 봐 제 몸 불살라가면서까지 달려나가는지 알 수 없던 것.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했다.
능력도 뛰어난 이였지만, 그 이상으로 강박적인 것을 느낄 정도로 매사에 진지했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과감함이라 포장할 수 있을런가. 하지만 그녀가 느끼기에 그것은 과감함이라기보다는 강박증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은 것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상서령은 이상해요.”
“온 천하의 영웅호걸이 날뛰는 자리야. 어중간한 이는 이를 악물고 노력하지 않고서 그들의 발끝에도 닿을 수 없는 거잖니?”
“어중간이요?”
곽가는 의문을 표했지만, 적어도 소연은 저 자신을 그리 생각했다.
현대에서 넘어와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보았다. 능력치라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능력치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얻은 자신조차 생각할 수 없던 발상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 난세를 위해 태어난 이들이었고, 그 천하를 누비며 제 능력으로 세력을 일군 인물들이자 영웅이라 불러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반면 자신은?
현대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이 세계에 넘어와서는 모든 능력치를 최대로 찍은 사기적인 신체 능력을 손에 넣었지만, 그 발상과 용기, 그 이상까지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더 이를 악물고 발버둥을 쳤다.
미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게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지금의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런데도 그것을 옳다 믿으며 노력했다.
하여 그녀 자신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이 할 수 있었을까.
진소연은 호세와 어깨를 맞댈 수 있었을까.
“……원소는 아직 건재해. 공손찬의 인생 사업이었던 역경루마저 파괴했으니 그 앞길을 가로막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언젠가 하북은 원소의 손에 들어간다.
단지 그 기한 동안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가 승부처. 원소만 제압할 수 있으면 이 천하에 조조의 적수는 없다시피 한 것이었다. 소연은 그 뒤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으니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걸 누구에게 털어놓을 것도 아니었다.
“몇 년은 걸릴 텐데요?”
“원소는 그만큼 위협적인 상대니까.”
역사가 비틀렸다.
지금은 194년. 원소가 죽기까지 아직 8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 전에 하북을 평정하고 덤벼온다면 수년 내내 관도대전과 같은 대전이 연이어 벌어질 확률도 높았다.
원소가 죽어 전쟁이 끝날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소연은 더 빠르게 내부 안정화와 조조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모든 게 끝난 미래에는 분명 그와 자신이 바랐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테니까.
조조는 재물욕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권력욕은 차고 넘치지만, 그것이 백성을 탄압하고 핍박하는 미래로 이어지지 않을 거로 믿었다. 그러니 호세와 자신은 누구보다 승자에 가까울 조조를 고른 것이었다.
“……우선 우금을 호출해줄래? 그리고 너는 그 길로 조운과 함께 황궁 관리를 맡아줘. 외부적인 부분은 전부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예이, 예이.”
곽가는 대충 답하는 척하며 소연의 안색을 살폈다.
전처럼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 곽가는 항상 소연의 건강을 살폈는데, 이 상황에서 소연까지 쓰러지면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조의 공백은 허도 최고 권력자의 공백.
조조군의 이인자는 누가 뭐라 해도 진소연이었는데, 만약 그녀까지 쓰러진다면 황족과 호족, 황실에 이르러 허도 전체를 통괄할 사령관을 잃어버리는 셈이었다.
“그럼 전 가볼게요. 상서령도 조금은 쉬세요.”
“누가 들으면 내가 일벌레인 줄 알겠어.”
맞지 않느냐고 답하려던 것을 겨우 참았다.
곽가가 보기에 진소연은 일에 미친 사람이었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딱 이 사람일까. 그나마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는 건 중랑장과 마주할 때뿐이었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언제나 일 얘기밖에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걱정할 수밖에.
지금 허도에서 진소연마저 쓰러져 공백이 된다면 그보다 더한 참사는 없을 터. 곽가 본인도 어느 정도 그녀를 대행할 수는 있었지만, 그녀만큼의 권한이 없어 부족함이 있었다.
“다른 사람도 좋지만, 상서령도 현 허도 최고위의 관료임을 기억하세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제발 몸 좀 조심해서 쓰라는 소리예요. 아시겠어요?”
“잔소리는.”
“진지하니까 좀 들어요.”
곽가는 따지듯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진짜 걱정돼서 그런다고요.”
소연은 그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쓰러질 생각도 없을뿐더러, 이 상황에서 쓰러질 수 없다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황실과 황족, 호족에게도 경비 겸 감시를 붙였으니 더 걱정할 것도 없었다.
우선 남은 잔업을 처리하고는 잠시 눈을 붙일까.
“알겠으니까.”
하여 그녀는 곽가를 밀어내 황실 방면으로 보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남은 일 처리만 마치고 퇴청할 생각으로 죽간을 쥔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동승에 관한 보고서.
역시 동승은 원소의 첩자와 결탁했을까.
접촉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그게 확실한 흑으로 결정짓는 단서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직 상세한 것까지 파악하지 못해 동승까지 엮어버리기 곤란한 감도 있는 상황.
“일단은 이 정도겠네.”
그녀는 동승 보고서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등을 기댔다.
이대로면 원소 측의 공작원을 상대로 아무 문제 없이 처리될 것만 같았다. 이대로 조조가 회군할 때까지 내부 단속에 철저히 신경 쓴다면 아군의 승리인 상황.
모든 것은 소연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작품 설정에 소연 아씨의 신 일러스트가 나왔습니다!
현대복 복장의 소연 아씨를 개미인간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작품 외 별도의 얘기를 하자면, 최근 신규 플랫폼인 노벨피아와 신규 작품의 채결과 준비로 인해 업로드가 조금 불규칙하게 변한 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대로 마치어 다시 정상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는 다시 2편 목표로...
그러면 내일 다시 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