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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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은 자리에 앉아 계속 고민했다. 소문의 확산과 혼란, 그리고 목소리가 예상 이상으로 너무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이지 않은 속도. 일반 백성들마저도 자리에 모이면 정치와 원소에 관한 얘기를 떠들며 불안해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빠르다.
“상서령. 우선 모임의 규제를 걸긴 했는데 이걸로 괜찮을까요. 괜한 반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괜한 말이 돌면서 치안에까지 영향을 미칠 바에는 아예 모이지도 못 하게 하는 게 나아. 문제는 현 백성들의 소란이 아니라 그게 확산하는 원인이겠지.”
“뭐, 타당하게 생각하면 원소의 앞잡이 아니겠어요?”
곽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소연 또한 그 부분에서 동의하고 있었다. 너무 빠른 소문의 확산과 혼란. 원소가 이번 제 승리를 기회로 삼아 허도 내를 흔들어보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허도는 최근 수도로 자리 잡기 시작해 사방에서 이주민들이 몰려오는 상황이었고, 그것에 섞여 들어왔다면 아군에서 그걸 구별해낼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골치 아프게 됐네요. 하필 조공이 안 계실 때 역경루가 함락됐다는 게 특히 커요. 아직 조공이 돌아오려면 보름 정도는 남았을 듯한데.”
“원소 입장에선 조조 부재일 때가 가장 흔들기 쉽겠지.”
소연은 자리에 앉아 천천히 고민했다.
최근 회동에 응하지 않은 관료와 호족들도 더러 있었다. 이미 원소의 승전은 아군 전체를 흔들기 시작했고, 그걸 수습하는 건 현 문무백관 부동의 일인자이며 황제 다음가는 권력을 쥔 조조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
진소연이라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이건 이 세력의 정점인 조조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
실제로 소연은 이 사건 이후 허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을 총동원하여 허도 내부단속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제국 수도로 건설되어가는 복잡한 현장에서 누군가를 잡아내는 건 쉬운 일도 아니었다.
“우선 외부에서의 움직임은 조운 교위가 분전해주고 있겠지만, 정작 내부를 다스릴 사람이 없어요. 이번 원술 토벌전에 총력을 들인 건 좋은데, 그 덕분에 허도 자체에 공백이 생겨버렸네요.”
“그걸 어떻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니까.”
소집에 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벌써 병사를 붙였다. 문제라면 그 내부적인 군사를 총괄할 장군의 부재인데, 그건 소연 스스로 계속 병사의 움직임을 교정해주며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안 돼요. 안 그래도 업무량이 터지는데, 거기다가 병사들의 움직임까지 맡으시려고요? 그러다가 진짜 말라죽어도 몰라요.”
“지금 내부에서 통괄할 무장이 없어. 그만한 직급이나 경력을 가진 이들은 전부 수춘으로 떠났으니까. 그나마 있다면 우금이나 조운 정도인데, 그들 모두 경력과 관직이 낮아서 누군가를 따르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명확한 적이 판명되지 않아 기본적으로는 경계병을 늘리는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그것 또한 적을 판명할 수 없었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선 내가 맡은 업무에서 행정적인 부분은 너에게 다소 넘길 거야. 나는 이제부터 내부 단속과 외정, 군부의 일을 담당할 건데 괜찮겠니?”
“문제없죠. 절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
“곽가지. 곽 봉효.”
그녀의 능력은 믿을 수 있었다.
「 곽가 봉효 」
통솔력 - 80
무력 - 17
지력 - 96
정치력 - 84
매력 – 81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능력치.
적어도 이런 사무에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곽가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포함하더라도 내부의 일손이 모자랄 한계에 봉착할 것을 우려하고는 있었다.
“당장 이용할 군이…….”
많지는 않았다.
조운에게 병력을 보냈으니, 기껏해야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본적인 방위군과 과거 황제를 낙양까지 호위할 때 조조군에 가담한 양봉과 양정의 백파적 정도일까.
그나마도 제 사병으로 백파적을 거느리고 있어 함부로 쓰기에는 다소 위험한 이들이었다. 제대로 훈련받은 병력도 아니어서 통제하기 곤란한 감도 있었고, 그렇기에 이번 수춘 원정에서도 그들을 배제한 것.
“우선 백파적에게는 성문 파수에 힘을 보태게 할까. 나머지는 예정대로 하고, 곽가 너는 황궁까지 맡아야 할 거니까 궁정 관료들의 관리도 맡아. 그쪽으로 붙였던 사람들과의 연결책으로는 만총이 있으니 그와 상의하고.”
“……이야, 말 떨어지자마자 본격적으로 또 부려 먹으시네요. 잠깐만요. 나 술 한 모금만 할게요. 술이라도 안 들어가면 도저히 부담감을 떨칠 겨를이 없네.”
“넌 언제나 술 마시잖아.”
소연은 그런 곽가를 잠시 한심하게 바라보았지만, 애당초 이런 인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곽가라면 말은 저렇게 해도 맡은 임무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터.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내부였는데.
“조금 이르지만 운이를 복귀시키는 것도 방법이겠네. 우선 전령을 보내봐. 얼추 정리됐다 싶으면 회군시키고. 지금 파수꾼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네.”
“그러면 되려 백성들이 불안에 떨지 않을까요?”
자기 주변에 많은 병사가 서성이는 걸 달길 백성은 없었다. 안 그래도 이미 유언비어를 포함해 다양한 목소리로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병사들이 자꾸 도심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을 감시하는 건 되려 악수가 아닐까.
그런 곽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길어야 보름이야. 소집 금지 명령도 그 부근으로 해제할 거고, 무엇보다 조공만 돌아오면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규율을 잡을 필요도 없지.”
조조와 함께 떠난 병력은 5만.
이 허도의 주인과 함께 그만한 병력이 입성한다면 이 소란도 분명 가라앉는다. 그리니 딱 그때까지 이 이상의 혼란을 잠재울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일단은 조금 과격하더라도 이대로 가자.”
“예입. 알겠습니다요.”
역경루를 함락시켰다고.
하지만 아직 공손찬은 죽지 않았다. 역사에서 공손찬은 역경루의 단단함을 믿고 그 자리에서 안주했다. 분명 원소가 역경루를 파괴한 건 아군으로서도 쓰라린 일이었지만, 덕분에 공손찬은 믿을 구석을 잃은 것과도 같았다.
아직 공손찬의 빠른 패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러니 지금은 내실을 탄탄히 다지고 미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곽가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 이상으로 반론하지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소연도 그런 곽가를 잠시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우선 허도를 쥐고 흔드는 원소의 세작을 잡는다. 쉬운 일은 아니기에 만약 불가능하다면 조조 귀환까지 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유지한다.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하아…….”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 * *
허도 내부에 모임을 제한하는 조서가 내려졌다.
이걸로 일반 백성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은 다섯 이상 모일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농업과 상업, 제조업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에 공통되어 내려진 명령이었다.
“행동이 빠르네.”
심배는 부하의 보고를 들으며 턱을 괬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보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과거 행적이 아예 전무했기에 더더욱.
“진소연은 확실히 만만하지 않네.”
그 단기간에 상서령의 자리를 꿰찬 이유는 있다는 걸까.
강압적인 데다가 폭력적인 수단이지만 효과 자체는 발군인 방식이었다. 심배가 가장 우려했단 방향으로 흘러갔기에 더욱 골치 아팠다.
특히 5인 이상의 모임을 차단한 건 적이지만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유언비어를 쉬이 퍼뜨리기도 힘들었고, 조조에게 찬동하지 않는 이들과 은밀하게 회동하려 해도 경비가 너무 많아 어떻게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이대로면 철수해야 할까요.”
“아니? 아직은 아니지.”
이미 호족 일부와 관료, 거기에 둘 정도의 황족도 포섭했다. 이대로 정치전으로 밀고 나갔으면 편했겠지만, 적이 저렇게 강압적으로 탄압해온다면 다른 방법이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여기서 작업한 게 너무 아쉽지 않겠니? 조금 불안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수는 있으니까. 그러니 너희도 우선 준비해두렴.”
“이 이상 뭐가 가능할까요?”
부하의 질문에 심배는 픽 웃었다.
보통이라면 손을 들었겠지. 실제로 그녀 또한 지금 생각하는 게 딱 들어맞게 움직일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잘 되어도 혼란을 불러오는 정도겠고, 실패한다면 기껏 만든 독충 몇이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대로 공적 없이 돌아가기엔 그녀의 입지가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전풍과 저수를 포함한 기존 하북 인사부터 그녀와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곽도의 출세까지.
하여 그녀는 여기서 모종의 성과를 거둘 생각이었다.
“한정적이라고 해도 움직일 패는 있어. 조조가 생각보다 적이 훨씬 많았네. 내부에 들어오고 나서야 확실히 알겠어.”
“조조라는 년이 그만큼 무능하다는 거겠지요?”
심배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이라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하여 그녀는 그 말에 동조하는 대신 살짝 입술을 씰룩이면서도 못내 입을 열었다.
“아니, 조조는 유능해. 내부에 이만큼의 적이 있으면서도 외부에는 단 하나의 결점도 노출하지 않았잖아. 우리는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그냥 막연하게 조조에게 반발하는 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잖아?”
하지만 내부에 들어와 공작을 시작하니 순식간에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건 조조가 집권하게 된 방식과도 연관된 문제였는데, 이만한 문제를 끌어안고 원술의 토벌까지 성공한 조조의 유능함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썩어 문드러지는 살을 부여안고 그 상처를 노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외정은 언제나 성공으로 이끄니 이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더더욱 조조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원소의 지원을 받아 겨우 동군 하나를 점거했었다. 그때까지 조조와 원소의 위상 차이는 어떠했지? 달빛과 반딧불이의 차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조는 연주와 예주를 실효지배하고 양주까지 토벌했어. 서주는 이제 조조의 적수가 되지 못하니, 아직 공손찬의 숨통을 끊지 못한 원공이 한 수 밀리고 있어.”
“그러면 저희는…….”
“여기서 완전히 그녀를 실각시키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조금, 아니지. 꽤 많이 곤란하게 하는 정도라면 지금으로도 충분할 거 같거든? 그러니 너희가 조금 더 힘을 내줘야겠어.”
“명하신다면 목숨까지도.”
그의 대답에 심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의 유능함과는 별개로 현 허도는 불안정하기 그지없었다. 조조가 돌아오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했고, 진소연에게 막히기 전까지 그녀가 포섭한 주요 인사는 양 손가락으로 헤아려도 부족할 정도.
이 정도 재료에 진소연은 허도 내부의 상황 탓에 그녀의 존재를 특정할 수 없었다. 상황은 여전히 심배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상황에서 흠집도 내지 못한다면 난 나가 죽어야지.”
그러면 어디서부터 요리해줄까.
진소연이 유능하다는 것은 이번 공작으로 절실히 깨달았지만, 상황 자체는 심배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철저하게 유린하고 뒤흔들어줄 생각이었다.
“우선 너희는 동승에게 가렴.”
“예!!”
심배는 부하들을 내보낸 뒤 자리에 앉아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이리 물밑에서 뒤흔들고 깎아내리는 건 언제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놀아볼까.
그녀는 작게 웃으며 촛농의 불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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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에서도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저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