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92화 (292/343)

29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수춘 공방전 밀어내는 조조군과 막아 세우는 원술군의 대립.

그것은 대칭이라고 해도 좋을까. 조조군이 일시적 우위를 챙겼지만,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원술군의 저항 역시 거셌다. 하후돈이 직접 전선에 서서 분투하는 동안에도 계속 조여오는 포위망.

“쯧, 다 물러나라!!”

하후돈이 크게 소리치며 창을 휘둘렀다.

그 역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무장. 한 번의 창 휘두르기만으로도 적 다수를 후려쳐 쓰러뜨렸지만, 그 자리를 다른 병사들이 채우니 끝도 없이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악진!!”

“여깁니다, 장군!!”

혼전이 이어지는 상황.

뒤에서 보병이 도착할 때까지 기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아가야 했다. 한 발짝이라도 좋으니 더 앞으로. 최대한 힘을 끌어내 있는 힘껏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하후돈과 기병에게 내려진 유일한 임무.

“자네가 우측을 밀어내줘야겠어.”

“장군께서는.”

“정면으로 뚫고 들어간다.”

하후돈은 창 한 자루를 들고 이를 꽉 깨물었다.

이곳이 분수령.

다소 무리하더라도 전진해야만 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하후돈은 직접 기마에 올라 창을 들었다. 조조는 이 한 번의 전쟁에 모든 걸 걸었고, 그 뜻을 알고 있었던 하후돈은 앞장서서 창을 내질렀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야만 했다.

“전군 따라라!!”

그는 크게 소리치며 깃발 달린 창을 빼 들고는 재차 휘두르기 시작했다. 몸은 무거웠고, 그 이상으로 말의 움직임도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지만, 그걸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후돈은 조조에게 미래를 맡겼다.

자신의 이상과 미래. 혹은 희망. 어느 것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은 조조라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따름. 그 미래가 불행하다면 다소 슬프겠지만, 그 또한 그녀의 선택에서 이어진 미래라면 응당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으로 그 미래가 꺾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전부, 길을 열어라!!!”

그녀가 걸어나갈 길을 가로막지 마라.

몸의 고통은 참을 수 있었다. 피로와 지침 같은 건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조라는 여인의 길이 이런 곳에서 끊긴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를 보고 자라왔다.

그에게 있어서 조조라는 이름은 가족 이상의 무언가였다. 설사 그녀가 잘못된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하후 가의 돈은 그저 따라갈 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건 그에게 굉장히 간단한 일이었으니.

그는 그저 창을 휘둘렀다. 이 모든 게 그녀의 뒤를 지키기 위해 길렀던 무예였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 창이 쉬이 꺾일 일은 없을 터. 그러니 하후돈은 재차 말을 몰고 창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돌격! 오직 돌격이다! 시선을 정면으로 유지하라!!”

그렇게 외치며 나아가던 찰나.

“자, 장군!!”

악진이 말을 몰고 그에게 달려오며 손짓했다.

그 손가락의 끝. 조조의 대장기가 걸려있어야 했을 곳에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었다. 그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던 대장기가 반쯤 잘려나간 것도 보였는데, 악진은 그것을 가리키며 하후돈에게 고했다.

“대장군에게 변고가 생긴 것이 아닙니까?”

“……악진 장군.”

“지금이라도 회군하시지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대장군께서 지금 쓰러진다면 설사 전쟁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하후돈은 창을 뻗어 그의 말을 끊었다.

“자리로 돌아가도록.”

“장군……?”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절대 멈추지 마라. 오직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다면 자신은 그 명에 따를 뿐. 그녀는 이 전쟁이야말로 앞으로의 대국을 정할 대전이라고 말했다. 적은 물자와 열세인 병력을 가지고도 임할 수밖에 없는 전장이라고.

확실하지 않은 변수에 자신이 군을 돌려버린다면 이 전쟁 자체가 실패로 끝날 우려가 있었다.

“명령을 지켜라. 지금 우리가 회군하면 전쟁 자체가 무너진다. 대장군께서는 이 전쟁에 목숨을 걸겠노라 하셨는데 우리가 그 대업을 망칠 생각인가.”

“하오나 장군!!”

“자리를 지켜라.”

악진은 더 말을 이으려 했지만, 그의 손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창을 쥔 손은 이미 벌벌 떨리고 있었는데, 조조군 내에서도 가장 조조와 오래 지냈던 것이 하후돈이었다. 그런 그가 조조의 안위에 어찌 담담하게 대할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다.

이를 꽉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후방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그걸 고려할 정도로 사정이 썩 좋지 못했다. 자신은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사자인 조조의 말에 묶였으니까.

“소란을 일으키지 마라. 병사들이 이 일을 알면 사기만 떨어질 터. 악진 장군. 우리는 전장에 선 이상 대장군의 명을 따르는 무기다.”

“예, 장군.”

무기는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을 품지 않는다.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 * *

감녕은 숨을 몰아쉬며 앞을 노려봤다.

“무뢰배가.”

전위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극을 겨누었다. 주변에는 감녕의 부하와 조조의 호위대가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감녕 또한 전위를 향해 곡도를 치켜들고는 빙긋 웃었다.

“무뢰배라니 조금 섭섭하네.”

“대장군의 목을 노리느냐.”

전위는 극을 치켜들고 그녀를 가로막은 상황.

조조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순식간에 날아든 수 자루의 비도. 몇 개는 전위가 쳐냈지만, 미처 막아내지 못한 것이 그녀의 어깨를 스쳐 지나간 것.

순식간이었다.

물론 그녀의 본대가 전선 가까이에 있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아군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뚫을 수 있을 리 없는 것을, 무슨 수를 썼는지 오백 가량의 병력이 순식간에 들이쳐 조조의 호위대에게 당도한 것.

“감히 조공을 건드리고 무사할 성 싶은가.”

“전장에서 감히고 나발이고 그런 게 어딨나? 대장군의 목은 무슨 황금이야? 어차피 다 죽으면 고깃덩어리인 것을.”

“천박한 것.”

전위는 이를 갈았지만, 반대로 감녕을 낄낄 웃으며 양손에 든 곡도를 좌우로 휘두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죽고 나면 모두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

그것은 설령 황제여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감히라는 말도 우습지. 그녀는 그 말을 한껏 비웃으며 재차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도망치기에도 그른 전장.

그렇다면 저 목이라도 딴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주변 병사들을 규합하여 한 번에 조조에게의 기습을 노렸고, 이제 그 목까지 남은 거리는 눈으로도 헤아릴 수 있었다.

“뒤지기 싫으면 꺼져.”

“조공에게 닿고 싶다면 먼저 나를 꺾어라.”

전위 또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또한, 네년에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그녀는 거대한 벽이 되고자 했다.

조조라는 인간에게 당도할 모든 위협을 물리칠 벽. 그녀를 알아보고 중히 쓴 것은 조조였고, 그녀의 신임을 받았기에 이 무식하게 강한 힘도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이를 지키기 위한 벽이자 방패가 되는 것.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거기 대장군 나으리?”

한편 감녕은 곡도를 치켜들고는 조조를 향해 말을 걸었다. 어깨를 손으로 감싼 조조가 그 말에 살짝 고개를 들었고,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금방 기다려. 이거 치우고 그 목 접수하러 간다.”

“할 수 있으면 해보도록.”

조조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할 수 있으면 해보아라. 본인이라고 어찌 위험하다는 걸 모르겠는가. 그걸 알고도 이리 대범하게 전선에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위의 존재였는데, 감녕이 얼마나 강하더라도 전위 또한 그것에 뒤떨어질 리가 없었다.

“전위, 본인의 방패가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라.”

“충.”

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감녕을 향해 달려들었고, 감녕 또한 양손에 든 곡도를 들고 그런 전위를 맞상대하니 순식간에 큰 소리를 일으키며 그녀들의 무기가 맞붙었다.

먼저 밀려난 것은 감녕.

“크읏, 이, 무, 무슨 괴력이……!!”

“힘만이 장점이었으니까.”

한 번 크게 화극을 휘두른 것만으로 감녕의 몸이 붕 떠올랐다. 금세 자리에 착지할 수는 있었지만, 이 교전으로 힘으로는 전위를 감당할 수 없겠다는 것을 대번 눈치챌 수 있었다.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다.”

“쯧.”

감녕은 혀를 차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애당초 적장의 목만을 노린 특공이었다. 제 부하들 말고도 원술의 병력을 취합했다지만 그 숫자는 오백 언저리에 불과했고, 시간을 끈다면 주위 병력까지 이곳으로 달려들 것이니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힘은 인정.”

그녀는 재차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저 무장의 힘은 깨달았다. 그렇다면 속도는?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방울이 짤랑거리며 소리를 울린다. 그렇지만 그 소리도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에 비견될 것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말 그대로 속도로 몰아치듯이 연이어 쌍수의 검을 휘두르며 전위를 압박했다.

역시.

큰 화극을 쥐고 있었는데, 직접 속도로 공략해보니 확연히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둔했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느리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속도에 일가견이 있던 감녕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연달아 검이 사선을 그으며 휘둘러진다.

전위는 몇 번인가 창대와 극으로 그것을 막았지만, 그럴 때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잇달아 들어오는 참격을 전부 소화해낼 방법이 없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흡!!”

검에만 집중했기에 배를 걷어차는 발길질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위는 제대로 걷어차이고도 몇 발자국 밀려나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재차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니 시발.”

진짜 괴물이냐고.

감녕도 그 모습에는 무심코 불평을 읊을 뻔했다.

어떻게 정면에서 발로 걷어차였는데 멀쩡한가. 치명상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적어도 쓰러져 나가떨어진다면 그사이에 목을 취할 생각이었다.

걷어찰 때부터 마치 나무를 찬 감각이었다.

든든하게 땅에 뿌리내린 나무와도 같았는데, 전위는 정말 그 자리에 뿌리내린 것처럼 쓰러지지 않고 재차 화극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조공에게는 못 보낸다.”

“……아니 시발, 진짜 저게 뭐라고.”

시간이 촉박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 바에는 퇴각하는 게 나을 정도. 그렇지만 전위라는 장수는 당최 쓰러질 생각을 안 했고, 반대로 아군은 점점 조조 병력에게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감녕은 여기서 다시 달려들어 교전을 벌였다.

속도라면 분명 승산이 있었다. 전위가 얼마나 괴력을 지닌 장사여도 목을 베인다면 살아남을 수 없겠지. 그렇다면 그 찰나의 틈을 노리면 그만이었다.

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녕은 양손에 든 곡도로 연이어 공세를 퍼부었고, 전위는 그것을 일일이 받아치며 가끔 보이는 빈틈을 노리고 화극을 크게 휘두르며 감녕을 떨쳐냈다.

창과 방패의 싸움.

감녕의 움직일 때마다 방울이 짤랑거리며 울렸다. 전위는 그 소리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옆구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곡도를 창대로 받아쳤다.

그렇게 두 무장이 연이어 병기를 맞부딪쳤다.

둘 모두가 감히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무장이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전위의 몸에는 잔상처가 여럿 새겨지기 시작했다.

상성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힘을 근간으로 하여 묵직한 무기를 휘둘러 적을 제압하는 전위와 빠른 속도와 몸놀림으로 적의 빈틈을 찾아 몰아치는 감녕.

정면에서 맞부딪치기보다는 속도로 전위를 농락하며 빈틈만을 노리는 그 움직임은 전위에겐 껄끄럽기 그지없는 방식이었다.

껄끄럽다.

전위는 몇 번인가 화극으로 그것을 쳐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그와 반대로 감녕은 점차 이길 수 있다는 감각을 온몸에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감녕이 점차 승기를 잡아갈 때.

“오호, 원술에게도 그대와 같은 무장이 있었는가?”

눈치채지 못했다.

감녕이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기도 전.

“그러나 본인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감녕은 번쩍이는 빛을 보았다.

그것은 검에 햇빛이 비친 반사광이었을까, 아니면 시야가 잠시 흐려졌던 것일까.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야 끝자락에 은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감녕은 그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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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 일러스트 오류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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