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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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진짜 칼을 빼 들었네요.”
“사전에 말이라도 해주지.”
덕분에 내가 갑작스러운 명령을 서주에게 전한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 말에 유비는 물론이거니와 관우나 장비 또한 인상을 찌푸렸고, 그 제갈근이라는 사람은 아예 동맹은 부하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나도 몰랐다고.
이건 진짜 억울하다.
그나마 유비가 내 편을 들고 잘 말해주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당장 좌군이 움직이는 과정에서부터 벌써 삐걱거릴 뻔했다.
“뭐, 그 여자가 즉흥적인 건 어제오늘이 아니잖아요?”
그도 그랬지만, 그래도 난 연합군을 이끌고 있잖아. 사전에 말이라도 해줬으면 서주군이랑 별도로 합을 맞추건, 그게 안 되더라도 미리 통보라도 해줬지 않느냐는 말이지.
물론 그와 별개로 즉석에서 움직이는 것임에도 본대의 움직임은 환상적이었다. 하후돈 장군이 이끄는 기병의 기세는 역시 조조군 최정예답게 단번에 적진으로 돌격해 나아가기 시작. 그걸 받치는 조인의 움직임도 적절했다.
“대단한 사람들이야, 정말.”
이러면 우리도 밀릴 수는 없지.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 우리가 이끄는 기병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으니 이 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그러면 여포와 관우는 어떻게 움직일까.”
“당장 저희는 보병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사마의도 그 의견에 동의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이대로 계속 아군으로 편재하기에는 기병 특유의 기동력이 너무 아쉬웠다. 그렇다고 당장 앞으로 내세우기에는 포진 자체에 오류가 생긴다.
글쎄, 잘 모르겠네. 차라리 별도로 운영하면서 상대할 군의 대열을 무너뜨릴까? 하지만 이미 본대부터 시작해서 아군의 모든 역량은 적 정면을 향해 있었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 남는 여분과도 같은 느낌.
조금 생각해도 결론 나는 게 없네.
“아저씨, 차라리 후방으로 돌릴까요?”
“갑자기?”
아예 쓰지도 않는 건 논외이지 않나? 당장 조조의 본대까지 전부 투입된 전장인데, 그래도 기병 전력 2천 이상을 그냥 놀린다는 건 좀 그런데.
“적 후방 말이에요.”
“적?”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 전장에서 여포를 포함해서 아군 기병이 할 일은 많이 없어요. 그렇다면 아예 적 퇴로를 차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이 평야에서 그러기에는 좀.”
게다가 무슨 이점이 있나? 일단 아군은 정면을 뚫고 나아가는 거로 결론지었는데,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행동은 아니었다. 확실하게 이기려면 사실 우리 기병도 전부 본대 기병대에 합류하는 게 나아 보이는데.
“조조가 이렇게 대범하게 나선 건 장기전을 꺼린다는 소리예요. 그런데 적 잔병이 많이 남아 수춘성에 틀어박힌다면 그 또한 괴로운 일 아닐까요?”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이 전장을 빙 돌아 적 배후, 수춘성으로 향할 길목으로 이동시킨다. 그렇게 되면 여포와 관우를 비롯하여 아군 최정예가 순식간에 비어버린다.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느냐도 문제였지만, 이 전면전에서 패한다면 더 심각해지는데.
만약 조조가 적 방어를 뚫지 못하고 회군한다면 적 배후를 잡은 기병이 몰살당할 위험도 공존하는 게 아닌가?
“위험요소는 커.”
“조조라면 분명 성과를 거둘 거에요.”
아군 전략에는 확실히 부합하는 일. 그렇지만 편하게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당장 좌군 전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도 껄끄러웠지만, 그보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들의 목숨이 어찌 될까가 문제.
“실패는 생각하지 마세요.”
사마의가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전차 위에 탄 우리. 점차 전진하고 있었기에 선택하려면 지금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번 전략이 안 통한다면 저희는 패배해요. 그건 곧 조조의 몰락과도 다를 바 없는 얘기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장이니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판단하세요.”
그건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닐까.
그렇지만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설사 이 공세가 통한다고 해도 적 잔존병력 다수가 수춘으로 퇴각한다면 결국 저 거성을 상대로 공성전을 치러야 한다.
내가 보기에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고.
“……여포를 불러.”
“아저씨.”
“지금부터 아군 기병은 전장을 우회해서 수춘의 길목으로 전진하게 한다. 대신 조금이라도 상황이 안 좋아 보일 경우엔 자체적인 판단으로 퇴각할 권한을 줄 건데, 그건 문제없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마의.
그럼 이걸로 됐다. 어차피 주요 전장은 양 측면인 우리가 아니라 중앙의 하후돈과 조인, 그리고 본대를 이끌고 직접 전 본진을 두드릴 조조가 있는 전장이었다.
하면 우리 쪽 전력 누수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 * *
하후돈을 필두로 한 기병이 적 중앙을 습격한다. 대처하고 있는 병력도 있었지만, 오천 가량의 기병을 선두로 한 돌격에 전부 대처할 수도 없는 일.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었고, 그 균열을 조인이 이끄는 보병으로 하여 재차 타격을 가하며 적 중단을 무너뜨리고자 움직이고 있는 상황.
그리고 조조는 그것을 바라보며 깃발을 들었다.
“좌측 3번 천인대는 군을 물리도록. 병사들이 지쳐 보이니 그 뒤를 받친 7번 천인대와 교대다. 우측은 그대로 전진. 선행하는 조인의 병력의 뒤를 계속 밀어주도록.”
각 천인대에 일일이 명령을 내리며 전장을 조율한다.
조조가 전쟁에 앞서 항상 중요시하던 게 빠른 명령체계의 이행이었는데, 덕분에 군에는 수백이 넘는 명령 전달을 위한 전문부대까지 꾸리고 있었다.
크게는 천인대.
적게는 백인대 규모에까지 직접 명령을 내리고, 자신의 말이 차례로 전해지며 행동으로 이어질 전략의 수립.
그 노력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조는 일부러 일반 전차와 비교해도 높게 쌓아 올린 것에 올라 전장을 바라보고 즉각 그 조율에 임했다. 사방에서 그 위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모양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적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일.
지금도 몇 발의 화살이 조조가 있는 지점을 향해 날아들었다.
“주군, 조금 몸을 낮추십시오.”
“됐다. 그보다는 지휘다. 하후돈이 이끄는 기병의 기세가 점점 꺾이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저 자리에서 포위당할 것인데, 그 전에 보병대로 적을 밀어내야 한다.”
담담한 답변에 그녀의 호위 무장인 전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위험하게 움직이면 그 호위를 맡은 자신의 부담도 커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조조는 연신 앞선에서 소리를 지르며 병력을 조율하고 있었다.
“본대도 전진한다!”
여기서 힘을 내야 할 때라고 판단한 조조가 직접 허리춤에 맨 의천검을 빼 들고는 전방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이곳이 고비! 여기서 승리한다면 아군의 승리!! 그대들의 곁에는 본인이 있다. 뒤를 걱정하지 말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라!!”
그 와중에 전위는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극으로 쳐냈다. 그녀는 그런 전위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적도 바보가 아니다.
중앙을 집중 공략당한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대범하게도 아군 전체를 포위하고자 늘어선 군을 전진시키고 있었다. 여기서 기세를 잃으면 반대로 아군 전체가 적에게 포위당할 수도 있는 일.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르게 몰아치는 것.
“뒤를 신경 쓰지 마라. 나팔수는 계속 나팔을 불어라, 북을 두드리는 걸 멈추지 마라. 대장기를 높게 내걸고 계속 흔들어라. 본인이 장병들의 바로 곁에 있음을 알려라.”
“또 제 부담을 늘리십니까.”
이 부분에서는 전위가 한숨을.
그렇지만 조조는 그런 전위를 힐끗 바라보고는 픽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언제나 그녀의 안위를 가장 옆에서 지키는 든든한 호위였다.
“불만인가?”
“불만이라면 있습니다. 불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주군을 잃고 혼자 남은 저입니다. 모든 게 저 자신의 두려움일 뿐. 그러니 주군께서는 부디 원하는 대로.”
그녀는 화극을 들고 조조의 곁에 섰다.
“주군의 안위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러니 주군께서는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시지요. 그게 제가 아는 조 맹덕이요, 제 주군입니다.”
“……본인은 그대를 천상 무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그 의견을 수정하게 되는군. 아첨꾼으로 일하여도 잘하겠어.”
조조는 슬쩍 웃어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미 효시는 쏘아졌다. 아군이 밀어내는 힘도 제법이었지만, 반대로 적도 순순히 길을 터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빠르게 대열을 갖추며 공세에 막아서고 있는 상황.
“대장기를 더 높게 내걸어라.”
“주군, 그건 좀 자제하시면.”
“사령관이 직접 곁을 지키는 것만큼 병사들에게 믿음직한 것도 없지. 적어도 자신들이 사지로 온 건 아니라고 믿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말에 전위는 재차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 * *
“이거 좆된 거 같아.”
“누님, 우리도 눈깔이 있으니까 아오.”
부하의 대답에 감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놈들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저 조조군의 공세에 원술군이 버틸 수 있는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 어림잡아 셈을 해보아도 극히 낮아 보였다.
평소 수적 질을 포함하여 각 전쟁터를 전전했던 그녀의 육감에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야 팽팽하게 맞서는 거로 보이겠지만, 당장 조조군이 전력을 전부 투자한 것에 비해 원술군은 그들을 포위하고자 병력을 분산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군 전체가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그렇게 되면 대열을 유지하지 못한 아군의 패배로 이어질 것은 자명. 지금까지야 중앙의 군이 제법 잘 버티고 있다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것 또한 일시적인 것으로 보였다.
괜히 원술군에 합류했나.
“하아, 시발. 그냥 얌전히 장강에 있을걸.”
“제대로 살아보자고 한 건 누님 아니요. 게다가 뭐, 우리 쪽수가 더 많으니 해볼 만한 전쟁 아니었나?”
“이 무식한 새끼야. 저 기세를… 말을 말자.”
이대로 도망칠까?
그렇지만 그녀의 군은 중앙군과 꽤 가까운 지점에 있었다. 안 그래도 아군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었는데, 여기서 도망친다면 조조군 이전에 탈영병이라고 같은 아군에게 공격당해 죽어버릴 지경.
그러면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건?
그냥 몸을 사리고 있을까.
그녀는 복잡하게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조조군의 기병은 저 멀리서 기세를 살려 아군 본대를 무참히 짓밟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며 전쟁의 양상을 살피던 그녀.
그런 그녀의 눈에 적 대장기가 들어왔다.
“뭐야, 저건.”
뭐 저리 가까이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특출나게 눈이 좋았고, 그렇기에 저 멀리에 있는 사람의 인형을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저 은발을 휘날리며 일선에 선 것이 바로.
“미친년이네.”
그녀는 손에 쥔 두 자루의 곡도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라고는 해도 한 번 움직인다면 손이 닿을 거리에 적 총대장이 있었다. 감녕은 살짝 고개를 돌려 제 주변에 모인 부하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대로 있으면 전쟁의 향방은 모호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움직이는 게 옳은 선택일까.
“……얘들아.”
그리고 그녀는 잠시 고민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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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유비의 일러스트에 들어가면 오류가 뜨는 건 저도 확인했는데, 파일의 용량을 줄여보아도, 그렇다고 키워보아도 똑같네요...?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