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89화 (289/343)

28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수춘 공방전 조인의 선봉대가 적의 선봉을 꺾고 돌아왔다. 패퇴하는 군을 보호하기 위해 원술군의 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조인 또한 무리하지 않고 퇴각해왔다.

하여 가한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겠지만, 적어도 전초전에서의 승기를 잡음으로써 사기는 확실히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수고했다.”

“충.”

조인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문제는 조인 또한 어깨에 상처를 입은 것. 큰 부상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전선에서 직접 창을 들고 활보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 방울을 단 여인이라고?”

“예. 아무래도 이전의 야습 또한 그 장수의 소행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부하 모두 날래고, 특히 그 적장은 그 거리에서 비도만으로 저를 노렸으니 사령관을 비롯하여 장교들의 신변을 지킬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좋다. 돌아가서 상처를 달래라.”

“알겠습니다.”

뻣뻣하게 인사하고 물러나는 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조인의 상처 또한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천하의 조인에게 상처를 입힌 적장.

“기분 좋은 승리만은 아니네요.”

“조인이 다친 것은 조금 뼈아프지.”

진궁의 말에 조조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인은 아군의 기병대장으로도 전선에 섰는데, 이번 부상으로 그를 지휘관의 역할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게다가 아군 지휘관을 습격할 역량을 가진 별동대의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도 전쟁 내내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그러한 인재가 왜 소규모의 별동대 역할로밖에 쓰이지 않는가였다.

확실히 말해 이해할 수 없는 인선.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 같은가?”

“모르겠네요. 조인 장군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면 어지간한 무장은 아닐 것인데, 혹은 통솔력이 별로…, 일 리도 없겠죠.”

진궁은 말을 하다가 스스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습에서 보였던 철두철미한 움직임을 보아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용병에 미흡하다면 할 수 없는 움직임인데, 그러한 장수를 고작 별동대로 운영하여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던가?

“아무튼, 장교에게 따로 호위를 붙여야겠군.”

그런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거슬렸다.

원술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런 소규모의 정예부대는 이런 대규모 전장에서도 일정 범위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곳곳으로 요인들을 암살당한다면 그것만큼 뼈저린 타격도 없을 터.

이번 선봉끼리의 전쟁에서는 조인의 판정승으로 끝났으니 앞으로 있을 대전을 준비하며 체계를 다잡아야 했다.

“조인에게는 중앙 보병의 장을 맡기고, 하후돈에게 기병대장의 역할을 맡긴다. 하후연에게는 순유를 붙여주어 좌군의 장으로 삼으면 좋을 듯한데 그대의 생각은?”

“우군은 서주군과 중랑장의 군이 지키고 있으니, 그 정도가 타당한 인선일 것 같네요. 중앙과 좌군을 두터이 하는 게 가장 좋겠죠.”

어차피 평야에서의 대규모 회전이었다.

중요한 것은 기발한 전략이 아닌 토대를 탄탄히 갖추는 것. 얼마나 군을 유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하며, 또 얼마나 군의 배치를 이치에 맞게 움직이는가. 이번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그런 기초적인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그 인선에 반박할 말은 없었다.

단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기병을 운용하실 때 중랑장의 기병은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듣기로 중랑장의 기병대장은 장료라는 인물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은 여포라고 하는데…….”

“흠.”

기병을 하나로 뭉쳐 대규모 기병 군단을 운영하는 것이 더 전술적으로 효과적이기는 했다. 단지 문제라면 기존 장료, 그리고 여포가 이끌던 기병은 아군과 동떨어져 사실상 중랑장 전속부대의 역할을 해왔던 것.

합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짧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포.

아직 공적으로 여포는 아무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었다. 중랑장은 그것을 편법으로 잘 써먹은 모양이었지만, 이런 큰 무대에서 얼굴을 비치기에는 아직 군부에서 반발이 있을 것도 당연한 노릇.

“아직 아군 장수들이 여포를 받아들일지가.”

“그 부대는 중랑장에게 맡기지.”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을 가장 잘 부린 것은 중랑장이다. 게다가 그렇게 따지자면 서주군의 기병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인데, 그게 어디 가능키나 한가. 그들의 기병은 우군에게 작전권을 내어주는 방향으로 가지.”

“예, 조공.”

진궁 또한 그 의견에 동감했다.

말을 꺼낸 것은 단지 의사를 확인하고자 했을 뿐, 만약 조조가 여포를 포함하여 기병을 데려오겠노라 했으면 반대하고자 했다. 그걸 조조가 먼저 말해주니 그녀로서도 나쁘지 않은 일.

그러면 우군 전력에 누수는 없었다.

중앙의 일이 바빠 만나러 갈 수 없었지만, 그가 부상한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렸던가. 될 수 있다면 자신이 직접 가고 싶었지만, 지금 중앙을 비롯하여 이 원정군의 총괄 참모를 맡고 있었기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병력이라도 충분히 내어주고 싶은 마음.

“하여간, 그대도 걱정이 많군.”

진궁의 그런 속내를 모를 조조도 아니었다.

갑자기 여포를 살살 언급한 연유도 그 존재로 하여 아군에 융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걸 돌려 말한 사실을 어찌 모를까. 하여 조조는 픽 웃으며 손을 뻗어 진궁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하지 않아도 본인 또한 알고 있다. 중랑장에게는 본인 또한 최대한의 편의를 베푸는데, 그대는 그런 본인이 못 미더웠던가?”

“아, 아뇨. 그런 의도가….”

“무엇이 아닌가. 하여간, 그대도 잘 보니 귀엽군.”

조조는 살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군을 움직이지. 원술 그놈의 성격상 전초전에서 패했다면 분명 이른 시일 내로 군을 움직일 터. 그 준비에 착수하겠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전면전.

물경 10만이 넘는 대규모 회전만이 남아있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조조와 한 황실의 입지는 공고해지는 것이고, 패한다면 원술과 중나라는 주변에 도전할 세력 없이 한을 꺾었다는 명분을 얻으며 기세에 오르기 시작한다.

물러설 곳은 이미 없었다.

“가지.”

“예.”

조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내부적인 문제는 모두 처리했다.

이번 역모로 꿰어 넣었던 황족들은 전부 옥에 갇혀, 이제 처형식 전까지는 두 번 다시 바깥의 공기를 쐴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황제의 움직임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충분한 성과.

“그래서 상서령? ……상서령?”

순간 가슴이 싸늘하게 아려왔다.

울렁거리는 감각. 몸이 떨리는 듯한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는지 점점 그 떨림이 더해간다. 시야가 희뿌옇게 물드는 것도.

“어,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일단 조운 교위가 돌아왔거든요?”

“그래?”

애써 답하긴 했지만, 속에서 무언가 얹힌 듯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진다는 자각은 있었는데, 그게 바깥에서 표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단순히 병일까 싶기도 한데…….

모르겠네.

“요즘 어디 안 좋아요? 자꾸 사람이 정신을 놓고 다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좀 쉬라고 했잖아요. 당장 상서령 없다고 저희 안 망하거든요?”

원래라면 괜찮다고 말했겠지만.

“……이 일만 끝나면.”

“하여간, 오빠야가 가면서 당부했거든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표정을 딱딱히 굳혔다. 그리고는 말하는데 조금 이상한 목소리와 억양으로 진지한 척하며 말을 잇는다.

“아가씨가 무리하거든 뒷목을 쳐서라도 재워, 라고요.”

“그거 뭐야. 흉내니?”

“……안 닮았어요?”

전혀. 단언컨대 호세의 느낌을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용만큼은 얼추 그가 할법한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뒷목을 치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곽가의 힘으로는 지금 내 몸에 힘을 준다고 해도 기절시킬 정도로 세게 후려치는 건 불가능하잖아.

하여간.

“됐어. 어차피 이 일만 끝내고…….”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시야가 새하얘지는 현상. 요즘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데, 진짜 피로 때문일까. 진짜 쉬긴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할 일을 마치고 싶었는데.

아직 관료와의 만남도 있었고.

“상서령!?”

“괜찮아. 진짜 피곤하긴 한가 봐.”

진짜로 좀 쉬어야겠네.

하여간, 무력 100이라고 하기에는 좀 너무 연약한 거 아닌가. 물론 요 한 달 들어 잠을 제대로 못 잤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약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

「 진소연 」

통솔력 – 100

무력 - 100

지력 - 100

정치력 - 100

매력 – 100

여전히 상태창에 변동은 없었다.

그러니 내 몸이 약해진 게 아니라면 그냥 피로가 누적됐다는 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까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지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이건 좀, 내가 미련하게 움직인 탓일까.

“하여간, 진짜. 진짜 꼭 쉬어야 해요. 알겠어요? 지금 상서령 쓰러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죠? 대장군의 공백을 억누르고 있는 게 상서령의 존재라고요.”

“알고 있어.”

군부의 톱인 조조의 공백에 이어 문관의 톱인 나까지 자리를 비운다면 황족이 재차 들고일어나겠지. 딱 여기까지만 하고 쉴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 몸은 쉽게 쓰러질 몸도 아니니까.

어차피 내부에서 해결할 일도 대부분은 해결했다. 나머지가 아쉽긴 하지만, 그거야 차차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그것보다 걱정인 것은 양주에서 벌어질 대전.

그쪽에서 패배한다면 이런 공작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양주에서 반드시 승리해줘야 하는데, 원술 또한 만만한 세력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조라면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호세가 마음에 걸렸다.

「 전호 호세 」

통솔력 – 86

무력 - 89

지력 - 80

정치력 - 72

매력 – 89

오랜만에 연 그의 상태창.

아니, 그런데 이건. 아무리 근래 확인한 적이 없다지만.

“상서령?”

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테이터스가 상승했다.

원래도 말도 안 되게 가파르게 상승하던 능력치였지만, 능력치가 이렇게 빨리 상승할 수 있던가? 아무리 이것이 게임과는 조금 다른 세계라고 해도 상태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이런 성장세를 보이는 건 특수 이벤트가 있는 무장들에 한해서만 존재했다. 전호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 스테이터스는 대체.

물론 이 세계가 게임과는 다른 별개의 세계라고 인식하고는 있었다. 게임은 어차피 몇 등장인물의 설정이 전부. 그렇기에 이런 이름나지 않은 이들의 등장 또한 긍정하겠다고 생각은 했다지만.

그걸 고려해도 너무 빠른 성장이 아닌가?

“저기요, 상서령?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아, 미안.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니 곽가가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무슨 허공만 보고 있었으면서 확인을 해요?”

상태창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이어 만약을 위해 다른 이들의 상태창 하나를 열어보았다.

「 방삼 」

통솔력 – 71

무력 - 74

지력 - 59

정치력 - 27

매력 – 51

「 사마의 」

통솔력 – 82

무력 - 47

지력 - 93

정치력 - 86

매력 – 90

사마의는 원래 스테이터스의 고점 자체가 워낙 높은 데다가 성장기였기에 상당히 큰 폭으로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방삼은 5년을 있으면서 상승도 있었지만, 그게 전호와 비슷할 정도의 성장세는 아니었다.

그냥 개개인의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까.

순간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세가 그만큼 성장해준다면 나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비록 내 도움 없이도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만 홀로 남겨지는 것 같은 기분은 끔찍했지만, 그는 이 세계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만난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가장 인간적인 남자였다.

현대에서 우리가 만났다면 어땠을까.

쓸모없는 가정을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서령. 진짜 어디 아프긴 한가 보네요. 갑자기 멍하니 있다가도 웃고. 그거 병이에요, 병. 알아요? 안 되겠다.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얼른 가서 좀 자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곽가의 호의를 지금만은 순순히 받아들일까.

“그럼 뒷일은 부탁할게.”

“예, 예. 또 괜히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가서 푹 쉬어요.”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달래듯 말하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그 마음만은 고마웠다. 지금도 가슴이 욱신거리는 감각이 느껴져서 좀 쉬긴 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어찌 됐건 허도에서의 일은 전부 끝냈다.

남은 건 수춘에서의 일전.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두었고, 이제 앞장서서 싸울 이들의 승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부디 건강하게 어디 안 다쳐서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어디 하나라도 다친다면.

그러네. 좀 가슴 아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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