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72화 (272/343)

27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수춘 포위 조조는 조인이 온 이래 묵묵히 제 옆을 지킨 진궁을 불렀다. 이번 조조군의 참군. 순유나 정욱을 참군으로 세울 수도 있었지만, 조조는 구태여 의혹이 있는 진궁을 참군으로 임명하였다.

진궁은 그 질문에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모든 진로는 열렸습니다. 그렇지만 수춘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하천이 있습니다. 물론 수위는 높지 않겠으나….”

“이번에 한 번 패했으니 그들은 그 하천으로 아군의 기동을 막으며 수세에 들겠지. 그건 곤란하다. 중랑장이 이끈 군도 아직 어디까지 왔는지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은 들이치는 것은 멈출까.”

“우선은 그 하천, 혹은 회수 건너에 멈추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어차피 원술을 수춘에 몰아넣을 수만 있다면 아군에게 선택지는 늘어날 거니까요.”

조조의 생각도 그와 같았다.

물론 조조군은 장기전을 수행하기에 물자가 부족하여도 한참 부족했지만, 적을 우선 수춘에 몰아넣고 살살 자극하는 것은 가능했다.

황제를 칭한 이상 주변 백성들이 죽는 것을 눈 뜨고 바라보지는 않을 터. 만약 그 도발에 넘어오지 않는다면 정석적인 공성전으로 임해야 했으나, 그녀가 아는 원술이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우선은 진군하지. 회수 건너에 진을 편다.”

“예, 대장군.”

진궁의 말에 조조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예전처럼 조공이라고 불러주지는 않는가?”

“……대장군께 너무 큰 무례가 아닐는지.”

진궁은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아직 자신이 의혹을 전부 벗어던진 것이 아니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원정에서 참군 역할을 맡은 건 예상 밖의 일.

조조는 한 번 의심하면 쉬이 거둘 위인이 아니었다.

그건 예전부터 조조를 보았던 진궁이 가장 잘 아는 일. 그런데도 조조는 쉬이 진궁에게 최고참 참모로 대우하며 이번 원정에 참군으로 호출하였다. 계급이라면 좌천당한 자신보다 높은 참모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처럼 편히는 대해주지 않는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저는 조공에게 한 번 쓴맛을 보인 죄인. 오히려 이런 역할을 맡겨주시며 만회의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 감읍할 따름이랍니다.”

조조는 쉬이 믿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 자신의 영민함도 영민함이었지만, 무엇보다 빠른 판단력과 눈치가 그녀의 가장 큰 무기였다. 조조라는 여자를 여기까지 이끈 여러 무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

비록 조조와 같이 있기는 하나, 그녀는 아직 서주의 건에 대해 전부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조조가 진정 제 혈육을 죽여가며 전쟁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단순히 야망이 있다고 말할 것이 아니었다.

전호가 아니었다면 살았더라도 조조의 곁을 떠났을 것을, 그는 이 조조의 세력을 내부에서 조금씩 바꿔가고자 하였기에 그녀도 이 자리에 남아있었다.

“우리 사이가 아니던가.”

조조는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진궁은 그 손짓에 어쩔 수 없이 한 발짝. 그런데도 손짓은 계속 이어져 쭉 다가가 이윽고 조조의 지척까지 도착했을 즘.

“그래, 중랑장과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조조는 무심하게 말하였지만, 그 내용에 진궁은 순간 시간이 멎는 줄로만 알았다. 당연하다는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조조는 그녀를 바라보며 픽 웃는다.

“본인이 모르리라 생각했는가? 그 남자는 본인의 면전에 대고 과욕을 꺾겠노라고 말하였다. 선을 넘는다면 제지할 것이고, 그것을 위해 모든 걸 하겠다고. 그런 그가 그대를 살려 곁에 두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조조는 손을 뻗어 진궁의 뺨에 접했다.

천천히 그 가느다란 턱선을 쓰다듬는다. 진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동안 그녀는 그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천천히 그녀의 턱을 쓸어올리고는 그 귀를 살며시 붙잡았다.

“본인은 아군을 위한 일이라면 용납할 수 있다. 그 남자도 대업을 그르치고자 하진 않을 것이니 그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잘 알겠지.”

“……대장군.”

“거역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대가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을 구태여 물을 생각도 없다. 단지 그 남자를 잘 보좌하도록.”

그녀는 손톱을 세워 진궁의 귓불을 살짝 찔렀다.

소름 끼치는 감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진궁은 그 손길에서 차마 벗어날 수도 없었고, 조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찢어질 정도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정작 눈은 웃지도 않으면서.

“사특한 것들이 그의 눈을 흐리지 않게 하여라. 단지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전하는 거로 충분하다. 본인은 그를 속일 생각이 없으니 그대도 그가 이상한 계집이나 여인에게 속지 않도록 잘 보살피도록.”

진궁은 그 말에 답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전호는 분명 조조와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조조가 황실에까지 야욕의 손길을 뻗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그것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녀는 남은 생애를 전부 그를 위해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 그에게 득이 될 말은 무엇인가. 그 붉은 시선이 자신을 주시할 때마다 몸이 굳는 것을 느끼며 진궁은 애써 웃었다.

“전호 중랑장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장군께서 명하신다면 그의 눈을 흐리는 모든 것을 견제하겠습니다.”

“그걸로 되었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본인과 잠시 나갈까?”

“예?”

반문하는 진궁을 향해 그녀는 턱짓으로 밖을 가리켰다.

“산책이다, 산책. 그대와 내 사이에도 말이 필요할 터. 본인은 아직 그대를 신임하고, 그대가 본인의 곁에서 할 일이 많다고 여긴다. 그러니 잠시 시간이 남은 틈을 본인에게 할애하지 않겠는가?”

조조는 과거 조숭 살해의 의혹을 제기하는 진궁에게 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진궁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그녀들의 관계는 한 번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지금 관계 또한 마찬가지.

전호라는 남자가 이음 다리로 하여 겨우 봉합하였을 뿐. 사실 조조가 마음만 먹으면 진궁을 얼마든 내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밀어 지는 손길.

“예, 대장군.”

“조공이라 부르도록. 예전에는 작위와 관계없이 편히 대했으면서 이제 그러기인가? 본인은 아직 그대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동탁 살해미수의 사건.

그 당시 조조를 빼돌려 목숨을 붙여준 것이 진궁이었다. 그걸 언급하며 손을 내미니 진궁도 차마 마다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예, 조공.”

“가지.”

그녀들은 그렇게 막사 밖으로 나섰다.

바깥은 여전히 진군 준비로 분주하였고, 조조와 진궁은 잠시 바깥을 거닐면서 말을 주고받았다. 공허한 말. 의미도 없는 말들이 계속 오갔다.

고작 이런 말로 봉합될 정도의 어긋남이 아니었다.

조조와 진궁은 추구하는 가치관이 전혀 다른 것.

그저 겉으로나마 봉합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말이었다. 서로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곁에 서로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잘 짜놓은 각본 읊듯이 주고받는다.

조조는 아직 진궁이 필요했다. 아직 조정의 기반이 닦이지 않은 상황에서 진궁과 같은 인사를 계속 놀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주변에 많은 명사가 있다고는 해도 그녀만 한 능력자는 드문 것.

진궁 역시 전호의 곁에 있으려면 조조와 함께할 필요가 있었고, 하여 서로가 필요했기에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 * *

손책군은 야간과 새벽, 그리고 이른 동을 틈타 빠르게 군을 물렸다. 기존 함선에 노숙의 지원으로 추가된 어선을 비롯한 각종 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모든 물자와 병력을 싣고, 나머지 군은 빠르게 퇴각하여 요새를 향해 달린다.

주유는 살짝 곁눈질로 손책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저 무표정으로 퇴각하는 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잠시 죄책감을 느꼈지만, 손가의 성공과 영광을 위해서라면 그런 죄책감 따위는 짓이겨 밟고 나아갈 수 있었다.

점점 진군하는 군.

그때 저 멀리 한 무리의 군이 보였다.

처음에는 흐릿하게. 그러나 이윽고 선명하게 보이는 군은 분명 녹색 깃발을 내걸고 있었다. 그것이 서주의 유비를 상징하는 깃발임을 모를 이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니.

“하마터면 전멸할 뻔했다.”

이미 새벽녘을 틈타 움직이고 있었기에 전장에서 멀찍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분명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경로를 하루 반나절 만에 돌파한 서주군을 보며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사흘은 걸린다고 하지 않았어?”

“기병이다. 제 군에 있는 모든 기병을 털어 빠르게 진군시켰나 본데. 유비 그녀는 이 전장에서 조조의 손을 들기로 마음을 굳혔나 보군.”

그건 앞으로 있을 전장에서도 악재였다.

서주군이 무기력할 것을 예상했던 것과는 별개. 잘만 이간질한다면 서주군을 상대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것이 완전히 빗나갔다.

“결과적으로는 살았네.”

이 부분에서는 손책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기병이라고 하더라도 무리의 숫자가 제법 많아 보였다. 그런 이들이 만약 조조군과 대치하고 있을 아군 후방을 위협한다면 그 가도에 그대로 갇힐 수도 있었던 것.

“일단 수춘으로 달리지.”

주유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아버지에게 맹세했던 복수가 무색하게도 그들을 두고 퇴각해야 한다는 것이 쓰린 상처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아직 내일이 있었다.

수춘에서 원술과 합류한다면 분명 재차 조조군과 격돌할 수 있을 터. 손책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말에 박차를 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광릉의 전투는 이렇게 양군에 피해를 주고 끝을 맞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춘.

조조군의 본대와 전호가 이끄는 연합군이 진격하고, 원술의 본대와 손책의 군이 합류하여 그들과 대치할 전장. 동원되는 병력의 총합만 하여도 물경 12만을 넘길 대전쟁을 향해 손책은 발걸음을 옮긴다.

반면 유비는 빠져나가는 손책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 정말 이걸로 괜찮으신가요?”

“왜 그러니?”

“제갈 선생의 말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뒤따라오는 관우의 말에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는 스스로 일어날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런 이상 언젠가 반드시 조조와 격돌하게 된다. 그러니 지금 미리 힘을 아끼며 조조군을 사지로 내몰자는 제갈근의 의견은 분명 타당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전장 하나를 좌우한다고 하여 조조가 무너질 것 같지도 않았어. 그러면 차후에 있을 위협을 방지하며 우호적인 입장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거기서 말을 살짝 끌었다.

사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였다. 진짜 이유는 그녀 자신도 잘 몰랐고, 그저 조조군을 뒤로 하려니 드는 찝찝한 감각을 느껴 움직였을 뿐.

“그러네. 그냥 직감이라고 해둘까?”

“언니.”

“운장아 언니 무서워. 그리 노려보지 마.”

정말로 그저 직감이었다. 불길한 듯 묘하게 찝찝한 감각. 그녀는 자신의 직감을 제법 신뢰하는 편이었고, 차후의 일은 차후에 생각하고 지금은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아직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저 멀리 빠져나가는 손책의 군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군을 지휘하여 공백이 되었을 요새를 향해 군을 전진시켰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모두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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