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70화 (270/343)

27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손견의 딸, 손책 무언가가 부딪치는 충돌음이 들렸다.

그저 착각일까. 그렇지만 조홍이 느끼기에는 그것은 분명 거대한 충격과도 흡사하다 느꼈으니, 손책이 이끄는 기병대는 방진을 상대로도 거리낌 없이 몸을 던지며 방진을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큿, 이래서야…!!”

조홍은 계속 병력을 투입하며 손책 휘하 기병대의 돌격을 저지하고자 하였으나 상대의 기세가 너무 좋았다. 특히 선두에서 거침없이 창과 검을 휘두르는 저 용장의 모습은 무엇인가.

하늘색의 긴 생머리를 나부끼며 양손에 쥔 무기로 달려드는 아군을 사정없이 베어낸다. 머리에 두른 빨간 두건이 생전 손견을 연상케 하였다.

직접 나서야 할까.

조홍은 허리춤에 찬 검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손책이 계속 날뛰게 둔다면 아군은 점점 물러나게 될 뿐.

그때 서황이 군을 이끌고 조홍에게 도착했다.

“장군, 중앙의 명 받고 왔습니다.”

“잘 왔어!!”

안 그래도 사람의 손이 부족하던 차.

조홍은 서황의 등장을 누구보다 반길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손책이 이끄는 기마대의 돌격의 매서움이 점차 밀려 나가던 상황. 서황의 무력이라면 충분히 손책을 억제하는 패로 내밀 수 있었다.

“제가 맡아야 할 임무는?”

“이대로 군을 이끌고 손책을 향해 붙어줘. 그것만 막아주면 상대 돌격도 어느 정도는 힘이 빠질 테니까, 나도 그때….”

거기까지 말을 잇던 조홍이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여기서 물린다고?”

손책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전선에서 말에 올라 아군 방진과 겨루던 이들도 말머리를 돌리며 난전에서 빠져나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홍에게는 그 움직임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그럴 것이라면 대체 왜.

채 생각이 끝나기도 전.

“……전군 돌격! 반드시 저지해!!”

손책은 그저 군을 물리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동. 말머리의 방향은 단지 방진에서 고개를 트는 것이 아닌, 저 앞으로 나섰던 전호의 군을 제대로 정조준하여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고착되었던 말머리를 갑자기 트는 것이니 기병에도 꽤나 큰 피해가 있을 것인데, 게다가 그쪽 역시 혼전이라 쉬이 기병으로 진입할 수 없는 전장. 하여 조홍은 설마 아군과의 교전 도중 저렇게 무식한 판단을 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서황!!”

“예, 장군.”

그녀는 자신의 대부를 들고 말에 올랐다.

무식하다. 적을 등지고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도 모르는 머저리인가. 그렇지만 그 방향에 아군 총사령관이 있다면 그것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서황이 먼저 말에 올랐고, 조홍은 군을 통솔한다.

한편 손책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방진은 아무리 두드려도 쉽게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거기서부터 주유와 얘기했던 전제가 반쯤 무너지기 시작한 것. 물론 계속 병력을 투입한다는 방법도 있겠지만, 손책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일.

저 멀리 보병끼리의 전투를 볼 수 있었다.

중랑장의 깃발.

여기서 그녀는 판단을 바꾸어 끈질기게 버티는 방진을 공략하기보다는 적의 수장을 잡는 쪽으로 방향성을 틀었다. 배후의 위협은 있었지만, 반대로 아군 전열을 사정없이 휘젓고 다니는 적을 일소한다면 교환비는 나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적의 수장을 잡아낸다면?

그 적이 손견의 원수 중 하나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전군, 돌격!!”

이미 발이 묶인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전환. 그나마 아군 기병대가 숙련된 병력이기에 잘 따라오기는 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갑작스러운 반전인지라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걸 잡아낼 수만 있다면.

손책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면 이 또한 변명일 수 있었다. 적의 우두머리를 잡아낼 수 있다면 분명 최상이겠지만, 그런 멋들어진 명분이 아닌 그저 그녀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여기서 하등 관계없는 적과 드잡이를 할 바에는 시원하게 원수와 다투고, 그 끝에 그 목을 쳐내고 싶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남자의 목을 그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머리에 맨 붉은 두건은 손견의 것을 따라한 것.

그녀는 그 두건을 매었을 때 그의 유지를 잇고 원수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했다. 그것이 바로 목전에 있는데 구태여 피할 이유도 없었으니.

그저 앞만을 바라보고 쭉 내달린다.

이미 혼잡하게 뒤섞여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곳에서 최대한 조조군의 병력이 몰린 곳을 기점으로 대번에 뚫어버린다. 그녀는 한 손에는 검, 다른 한 손에는 창을 들어 허벅지의 힘만으로 말에 올라 좌우의 적을 베어내며 계속 나아갔다.

“중랑자아아아아앙!!”

그녀는 그를 불렀다.

너의 대적자가 여기에 있노라고.

그러니 응당 맞대응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는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그 자격으로 당신에게 도전할 터이니, 도전자의 손을 거절하지 마라. 그녀는 연신 중랑장을 부르며 무방비하던 친위대 후방을 계속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눈에는 핏발이.

그러나 충실함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여기서 그 남자만 나온다면….

“전장이 혼잡하니 역귀가 들었구나.”

전장의 혼잡함, 그 소란에 묻혀 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으나 어찌 그 목소리를 잊을까. 손책은 바로 고개를 들었고, 거기에는 전처럼 권태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전호의 모습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향해 말한다.

“눈에 핏발이 서린 것 하며, 머리도 산발이니 마치 귀신과 같음이다. 우습지. 지휘관이라는 자가 전장의 열기에 집어삼켜 졌느냐?”

그녀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에 열이 뜨겁게 올라 그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것. 구태여 이해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와 이렇게 마주하며 그 목소리를 들으니 이 전장에 그와 자신밖에 없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하는 상황.

꿈에서도 바라 마지않던 광경이었다.

운명처럼 느껴졌다. 이 순간이 그저 필연적인 풍경이라고. 언젠가 이 풍경을 보았던 것만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오래 바라왔던 탓일까. 손책은 그와 마주한 지금이 어딘가 익숙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당신은 내게 도전할 자격이 있노라고 했지!”

그녀는 크게 소리치며 검을 겨누었다.

전호와 손책 사이의 거리는 아직 멀었다.

“나는 여기에 왔어. 당신이 말한 자격을 가지고, 이제 그 실력을 증명하겠어. 손견의 딸 손책이 당신에게 도전한다!! 그러니 그 엿 같은 자리에서 내려와!”

전호는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받아주어도 좋다.

그렇지만 자신은 군의 총사령관. 지위를 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전쟁에서 총사령관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으니, 사마의는 그에게 절대 안전을 당부하였다.

저 붉은 두건이 자꾸 눈에서 아른거렸다.

“천치가.”

그는 이를 꽉 깨물고 억지로 그 감각을 일소하였다.

“전군, 저 천지 분간 못 하는 애송이를 포위해라.”

“…중랑자아아아아앙!!”

“미안하다마는, 나는 너 하나에 얽매일 시간이 없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운명이었을지 몰라도, 그에게 있어서 손견을 비롯하여 손가의 인물은 그저 지나가는 이들 중 하나였다. 전장에서 흔히 있을 안타까운 사례, 혹은 비극.

그것에 발목을 붙잡힐 시간은 없었다.

손책의 기병대는 연전에 연전을 거듭. 게다가 방진과 이쪽의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추진력을 받지 못한 돌격은 금세 저지당하였고, 이제는 각자가 말 위에서 보병과 백병전을 치르고 있었다.

전방으로는 정보와 황개, 후방으로는 손책.

둘러싸인 전장이기도 했으나, 반대로 전진을 멈추고 버티고자 한다면 버티지 못할 것도 없었다. 본진에서 여포를 움직이지 않았을 리도 없으니 조만간 이 포위도 풀릴 터.

그러니 전호는 손책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아주어도 좋았다. 손견이라는 강대한 무장의 최후, 그리고 그 남자가 남긴 유지를 받은 손책. 그것에 방점을 찍어주는 것도 가능하였다. 저 원망과 복수를 몸으로 받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분명 예전의 전호였다면 검을 빼 들고 나아갔을 터.

그러나 지금의 그는 중랑장.

중랑장 이전에 일만의 군을 통솔하는 사령관이었다.

“더 배워와라. 천치.”

“거기 서! 서라고!!”

마지막까지 악에 받쳐 외치는 손책을 뒤로하고 전호는 등을 돌렸다. 후방의 기병에는 과연 놀랐으나, 사실 압박의 강도를 생각하자면 그보다 더한 적은 정보와 황개가 이끄는 보병대의 공세였다.

“군을 하나로 뭉친다. 방진의 형세를 취하며 버티겠다.”

“예, 사령관님.”

그는 지휘봉을 쥐고 전장을 바라보았다.

아군은 포위당한 것치고 상당히 잘 버텨주고 있었다. 기존 공세에서 바로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도 빨랐고, 무엇보다 방진 훈련에 가장 열과 성을 다하여 쉬이 뚫리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버틸 수만 있다면 오늘의 전장은 넘길 수 있었다.

정오부터 벌어진 전장에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만간 오늘 하루 동안 벌어진 격전의 끝이 찾아오는 걸 느끼고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 * *

“장군, 퇴각하셔야 합니다!!”

“어딜 가. 적을 눈앞에 두고 어디로 가냐고!!”

손책은 이를 빠득 갈며 연신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을 베어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연신 참아왔던 감정의 둑이 터져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뜨거운 열기를 전부 쏟아내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었다.

“주유 참군의 퇴각 명입니다!”

“……앞으로 조금이었어.”

“여포의 기마가 달려들고 있사옵니다. 게다가 날도 저물기 시작하니, 여기서 더 전쟁을 벌이면 그 향방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다.

이미 저 앞에서 싸우고 있는 정보와 황개의 군도 퇴각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도. 그들이 그런데도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오롯이 자신이 아직 전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지금 더 싸운다면 어둠으로 인해 전장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여포의 기마가 건재하여 자신에게 달려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었다.

전호의 군도 수세에만 굳히고 있으니,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군을 물리려면 지금밖에 없었다. 그녀도 전쟁을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떨어지지 않는 발이 그녀에게 전투를 강요하고 있었다.

아버지.

“전군. ……퇴각한다.”

“전군 퇴가아아악!! 장군께서도 어서 말에 오르시지요! 지금이라면 적도 추격해오지 않을 것입니다. 적의 수급은 도망가지 않으니, 오늘은 빨리 몸을 물리시지요.”

“이건 패전이 아니야.”

“적과는 호각. 아군의 피해도 크다 할 수 없으니 분명 내일 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 어서 말에 오르시지요.”

패전이 아니었고 내일이 있다.

그런데도 저 바로 지척에 보이는 중랑장의 깃발이 그녀의 발걸음을 무겁게만 하였다. 당장에라도 군을 몰고 들이치면 그 목을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곳은 여전히 멀었다.

“내일, 말이지.”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내일은 없다고. 여기서 물러서면 이 전장은 이걸로 끝날 것만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로 말에 올라 전장에서 퇴각하기 시작했고, 전호는 그런 그녀와 기병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전장에서 제법 물러선 손책군의 막사.

“퇴각을 진언하지.”

주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유.”

“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금밖에 없다. 적의 방비와 용병이 아군의 예상을 아득히 웃돈다. 유비군에 보내었던 이가 답장을 들고 오지 못했으니, 서주군의 움직임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틀…. 이틀까진 가능하다며.”

맥없이 읊조리는 손책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전쟁으로 아군과 적의 피해는 제법 크다. 물론 이대로 싸운다면 패배를 장담하진 않겠으나,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상황이 바뀌었어. 이대로 싸운다면 설령 적을 물리친다 하더라도 아군의 피해가 너무 크다.”

“…주유. 아니, 공근. 정말 이대로 물러나자고?”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이렇게 쉬이 물러나자고 이 전장에 발을 들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내가 말했지. 이 전장에서 남는 것이 있으니까 네 의견에 찬동했다고. 그러나 여기서 아군 병력의 태반을 잃는다면 설령 원술이 승리한다고 해도 아군에게 남는 것이 없다. 넌 영원히 원술 그늘에 머물겠지.”

“……조금만.”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떼었다.

“조금만 시간을 줘.”

“이대로 수춘으로 가, 원술의 군과 합류한다면 재전도 가능하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기회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라.”

“물러가.”

그녀의 말에 주유는 살며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잠시 눈을 감는다. 이성적인 판단은 주유의 말에 옳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감정이 그것을 거부하여, 그녀는 홀로 막사에 남아 고개를 떨구고 고민했다.

해가 떨어져 어둠만이 내리깔린 막사.

그녀는 그곳에서 그저 멍하니 눈을 감았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요즘 갑자기 일이 여럿 겹쳐 1편씩밖에 못 올리고 있네요...ㅠㅠ

이번에 유협 일러스트도 제작 부탁드렸습니다...

분량 관련해서는 지금 복잡한 일이 얼추 해결되어 다시 스퍼트를 내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