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69화 (269/343)

26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손견의 딸, 손책 예전처럼 직접 검을 들고 직접 나설 일이 몇 안 됐다.

사령관이라는 직책 탓일까, 이제는 뒤에서 아군 병력의 움직임을 보며 전장을 조율해야만 했다. 누군가가 내 명령에 따라 싸우고 있는데 혼자 그것을 지켜보는 게 썩 좋은 감각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져야 하는 일.

“허, 이걸 벌써 대응하네.”

이쪽이 정보, 저쪽이 황개의 군이라고 하였던가. 전방의 군을 밀어내고 있을 즘 적도 아군의 움직임에 대응하며 이쪽으로 몰려드는 게 보였다.

나를 포함한 친위대의 목적은 정보의 군을 끝까지 물리는 것.

문제는 옆에서 같이 대열이 흐트러졌을 황개라는 장수가 이끄는 군이 대열이 무너진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반전하여 이쪽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판단이 빠르고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확실히 강군은 강군이었다. 어지간한 군이라면 대열이 무너진 시점에서 명령체계를 다잡기도 쉽지 않았을 것을, 그 흐트러진 부대에 하나의 목적을 쥐여줌으로써 통일된 움직임으로 균형을 다잡는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잘 모르겠네. 어찌 되었건 저들의 반응이 예상 이상으로 기민하다는 것은 사실. 게다가 정보의 군을 밀어내는 과정도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어 빠르게 이뤄지질 않았다.

늪에 발이 조금씩 빠져가는 감각.

분명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었지만, 애초 내가 생각했던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계속 아군의 방진을 두드리느라 지친 군을 상대로 하여 빠르게 치고 나가 다시 복귀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래서는 발이 묶인다.

저 멀리서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선봉에 선 것은 저번에 본 적 있는 손책. 그녀의 기마는 거침없는 속도로 아군의 전열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저곳을 밀어 나와 아군을 분리하려는 것이 목적일까.

군을 물릴까도 생각했으나, 그건 반대로 지금껏 밀어붙이던 적에게 빈틈을 보이는 행위. 게다가 잘못 물러섰다가는 자칫 저 기병대에게 정면으로 노출될 우려도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장.

“진격!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여기서 선택했다.

후방에는 총지휘로 조홍과 사마의를 두었다. 그녀들이라면 충분히 손책의 공격을 막아내기 부족함은 없을 터. 그렇다면 아군은 기존 작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측면을 치고 올 손책의 군과 전방에서 다시 공세에 들어설 적 보병에게 둘러싸여 죽음이다. 적의 기마가 움직였다면 아군도 여포와 장료를 움직였을 터이니 문제는 없겠지.

게다가 기병과는 별개로 보병끼리의 난전은 나쁘지 않았다.

전선이 혼란을 거듭할수록 대열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아군의 전투력이 빛을 발한다. 과거 손견 휘하의 강력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할지라도 아군 역시 전쟁에는 도가 튼 이들로만 구성.

밀릴 리 없는 전장을 하염없이 휘젓는 맹수가 되어라.

좌측 황개의 군이 점점 이쪽을 포위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열의 구분도 없이 달려들지만, 수습할 수 없는 혼전에서는 저것이 가장 이상적인 움직임이겠지.

그것 또한 밀어내겠다.

전진한다. 퇴각 없이 하염없이 군을 전진, 교전을 이어가는 와중에 나는 계속 전차에 올라 전선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그것이 유일한 답답함으로 남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아군이 죽어간다. 얼마나 강한 부대라 하여도 전장의 혼란, 그것을 혼잡이라 하여 거대한 파도로 규정하고 그것에 휩쓸린다면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누군가가 내 명령에 죽어 나가는데 홀로 높은 곳에서 관망한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 * *

“서황 장군을 불러들이세요. 조홍 장군에게는 별도로 군의 전진을. 이미 손책이 움직인 이상 좌측의 녹각을 방비할 필요는 없으니 그대로 대기.”

사마의는 전장 근처에서 계속 사태를 관망했다.

비대칭의 전선으로 굳어지겠지만, 지금은 조홍을 조금 앞으로 올려 손책의 기마병을 정면에서 막아줄 필요가 있었다. 녹각을 공략하던 것은 황개의 군이었는데, 이미 손책이 아군 우측을 공략하기 시작하였으니 병력을 돌리는 것이 나은바.

군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지금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적 지휘부의 본대가 직접 움직여 손책의 진입로 뒤를 지키고 여포를 가로막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반대로 적 전열에 들어간 전호의 친위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사마의는 여기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미리 상정해두지 않았던 손책의 진격. 거기에 맞춰 전호가 군을 물리기라도 했더라면 대전제를 다시 깔아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되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역시 숱한 전장을 돌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남자.

그는 점점 더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과거와도 전혀 딴판.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소재. 사마의가 반해 마지않았던 모순의 덩어리.

“서황이 돌아오는 즉시 조홍 장군의 부관으로 다시 붙입니다. 그리고 이전 부장. 그 모든 일이 조율되는 즉시 아군 궁수를 전부 이끌고 녹각 후방에 대기하세요.”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전이 빠지면 사마의의 명령을 전달할 이가 사라진다. 아무리 사마의가 그 권위를 보장받고 있다고는 하나, 명령을 전달할 방법이 사라진다면 그마저도 유명무실한 일.

“어차피 이 이후로 총력전. 힘과 힘의 대결이니 더 조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보다 이전 부장은 바로 궁수를 데리고 방비가 허술해진 녹각으로 이동, 여차하시면 그쪽을 노려 군을 돌릴 우려도 있으니 견주고 있으세요.”

“전선이 바뀔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사마의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움직임은 기민하고 언제건 유동적으로 병력의 교대를 꾀했어요. 그렇다면 방비가 얕아진 틈을 타 성동격서의 예로 단번에 좌측을 파고들 수 있으니까.”

그마저도 손책의 기마를 물리칠 수 있다면야 뚫리더라도 큰 피해는 없겠지만, 전장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4중으로 쌓은 녹각을 뚫려 뒤까지 위협받는다면 적을 틀어막아 반대로 쫓아내기에도 영 아니꼬울 노릇. 그러니 모든 변수를 틀어막으며 군을 정비한다.

안정된 전장.

사마의는 이전까지 물리고 홀로 전장을 관망했다.

비명과 비탄. 혹은 절규일진가.

누군가의 죽음이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계속 정보가 되어 사마의에게 전해졌다. 대지는 이미 피를 머금다 못해 흐를 지경에 다다랐으나 여전히 전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속될 터.

자신의 의도대로 전장이 흘러간다. 짜 맞춰진다. 소녀는 이대로 더 전장을 혼란하게, 더욱 혼란하고 난잡하게 틀어버릴 생각이었다. 그게 더 확실하고 완벽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나쁘지 않아. ……정말로.”

바람에서는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누구의 피인지는 헤아릴 방법도 없는 야릇한 향기. 사마의는 그것을 느끼며 숨을 크게 들이켰고, 이내 날숨으로 변한 것을 천천히 내쉬며 눈을 빛낸다.

적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하지만 전장의 판도는 여전히 사마의가 읽은 그대로. 상대가 손책을 저리 빠르게 움직인 것에서는 다소 놀랐지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반드시 승리를.

얼마나 피를 흘리더라도 그것이 승리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없었다. 애당초 전쟁이란 것이 사람의 생명을 재물로 하여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일종의 의식이었으니까.

이 의식의 뿌리는 깊고 어두웠다.

아마 인류의 근원부터 이어져 내려왔을 의식. 전쟁을 치름에 있어 사마의는 인명의 덧없음을 비탄하지 않았다. 소녀는 그것을 이용하여 승리로 연결해야만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승리한다.

몇 희생도 개의치 않고 그저 앞으로.

“여기를 잡고, 원술만 잡아내면 끝이니까.”

그러면 이 중원에 조조를 막아낼 이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태양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터. 거기에서부터 그가 무슨 미래를 바라는지, 그리고 그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지.

사마의는 그것의 끝을 보고자 하였다.

이런 곳에서 발을 잡힐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아군도 전진합니다.”

사마의는 직접 투구를 쓰고 고개를 들었다.

손가의 군은 강했다. 여력을 남기고 제압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자신에게 부여된 오백여 명의 병력 또한 아군의 빈틈을 채우며 돌아다닐 지원부대로 삼는다.

앞으로 더 혼란해지고 숱한 시체를 쌓아갈 전장.

소녀는 그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당연한 희생과 필연적인 죽음. 전쟁사에 통틀어 너무나도 당연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으니까.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인명의 숭고함을 노래하여도 전부 부질없는 노릇이었다.

* * *

주유는 본대를 이끌고 손책이 지나간 길의 뒤를 이으며 전진했다. 그러면서 지켜본 전장은 조조군이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난전.

갑작스러운 중랑장의 전진으로 벌어진 아군의 혼란을 틈타 물샐 틈 없이 빠르고 기민하게 아군의 진로를 틀어막기 시작했다. 이것이 중원 최강의 반열에 오른 조조군의 저력일까, 혹은 지휘관의 영민함일까.

중랑장은 전선에 나섰다.

그렇다면 적 본대를 지휘하는 자는 누구인가.

“여포의 흔적은?”

“아직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은 듯합니다.”

“방심하지 마라. 그 붉은 말은 힐끗 보이면 그걸로 끝. 삽시간에 아군을 조준하여 짓쳐들 것이니 언제든 방진으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전장에 여포가 등장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 탓에 한 수 밀리고 있는 상황. 주유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해야 할 일을 다할 뿐이라고 자신을 다잡는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여포의 존재는 분명 전장을 뒤집는 필살의 병기. 그렇지만 전쟁은 한 명의 무력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주유는 그 부분에서 빈틈없이 대응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여기서부터는 정말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적의 움직임은 기민. 그러나 과거 손견으로부터 이어져 지금은 손책이 지휘하는 군의 기민함과 전투 수행능력도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을 상기하며 군을 전진시키는 주유.

그때였다.

“부사령관님!!”

“보고 있다.”

저 멀리에서 뭉게구름과도 흡사한 흙먼지를 일으키는 기병의 출현. 그리고 그 선봉에 선 붉은 말에 탄 무장이 어렴풋이 보였다.

드디어 왔는가.

“전군, 속도를 높인다! 사령관의 뒤를 잡히게 두어선 안 된다. 여포가 그곳에 당도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여 진을 꾸린다!!”

천하무쌍.

여포가 이끄는 기병대의 강력함은 이미 증명된 것. 실제 손견의 죽음 역시 여포가 이끄는 기병대의 돌격으로 인한 것이었으니, 그 인간의 거죽을 쓴 괴물이 전장에 난입했다는 것은 전장의 가속과도 직면했다.

저 멀리에서 기마가 내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전장의 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또렷이 귀에 전해지는 소음. 적토마에 오른 여포라는 것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몸을 전율케 하는 기백이 있었다.

바로 여기가 승부의 갈림처였다.

주유 자신이 여포의 돌격을 얼마나 잘 틀어막는지. 덧붙여 손책이 적 방진을 얼마나 잘 공략하는가가 이 전장의 열쇠.

각 기병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느냐가 이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이니, 주유는 결코 천하무쌍을 상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제 의남매가 저리 분투하고 있으니까. 하여 주유는 이를 꽉 깨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곳에서 여포만 꺾을 수 있다면. 그게 너무 과욕이라면 적어도 발을 묶어둘 수만 있다면 아군의 승리.

하여 주유가 이끄는 본대가 여포와 정면에서 마주한다.

방진의 준비는 끝났다. 이리될 것을 알고 미리 조립하였던 녹각도 땅에 박아두었고, 아군은 빽빽한 밀집대형을 유지하며 여포와 견주는 상황.

“전군, 창을 쥐어라.”

그의 말에 전 병력이 창을 곧추 쥔다.

“전군, 이를 꽉 깨물어라.”

주유는 연거푸 아군에게 명하며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여포와 천 여기의 기마대를 노려봤다. 대지를 두드리는 말발굽의 진동이 그에게까지 느껴졌고, 사방으로 퍼진 흙먼지가 적의 규모를 헤아리기 어렵게 했다.

“어깨는 나란히, 호흡을 맞춰라. 숨을 가다듬어라. 적에게 빈틈을 보이지 마라. 다리를 땅에 묻고 이 지역을 사수하는 철의 방패가 되어라.”

하여 그는 고한다.

“여기서 여포를 쓰러뜨린다.”

여포를 상대하는 주유.

손책을 상대하는 조홍.

드디어 양군의 총력이 맞붙게 되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쭉 이어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애매하네요.

오늘 오후 중에라도 쓸 수 있다면 빨리 써보겠습니다 :)

유비 일러도 착착 준비되고 있으니, 그것도 많은 기대를.

유협도 조만간 일러 제작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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