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68화 (268/343)

26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손견의 딸, 손책 아군 전열이 길을 트고, 그 사이에서 전호가 이끄는 친위대가 전장을 돌출하여 달린다. 전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사마의의 한 수.

“전군, 돌겨어어어억!!”

그는 크게 소리치며 대장기를 흔들었다.

너희의 적은 여기에 있다.

한의 중랑장. 손견의 죽음을 초래한 원수 중 하나인 내가 이 전장에 발을 들였다. 그는 그렇게 적을 향해 선언하듯 크게 소리쳤고, 그러면서 아군을 이끌고 직접 공세에 지친 적을 역공하기 시작했다.

기존 황실 친위대는 그 규모가 작아, 결국 기존 전호가 병주에서부터 함께하였던 이들을 세부 부대장으로 하여 외정에서 활약할 수 있는 숙련병을 위주로 병력을 재편한 것이 이번 관구사령관의 친위대였다.

경력이 많은 이들 중에서도 선임을 선별한 부대.

그렇기에 전투에는 이골이 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방어선과의 고착된 전투로 지쳐 군을 물리려던 정보의 군을 제대로 습격한 이들은 이윽고 파죽지세로 그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물러나지 마라! 열을 맞추고, 어깨를 나란히 세워!!”

그는 직접 전차에서 올라 아군 병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열을 맞추며 질서를 유지하여 적을 격퇴한다. 고금동서에 나오는 병법의 기본이었지만, 숙련된 이들이 아니라면 그 기조를 지키기 쉽지 않은 것.

그렇기에 전투에 숙달된 친위대가 앞으로 나선다.

인간 백정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이들. 살면서 짐승을 죽인 숫자보다 같은 인간을 죽인 적이 더 많을 이들로 구성된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돌출하여 적을 습격하고 밀어낸다.

갑작스러운 역공에 정보의 군이 속절없이 밀려났다.

“쯧, 여기서….”

정보는 갑작스레 방진을 비집고 나와 역습을 감행하는 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안 그래도 후방 한당의 군과 다시 교대하려던 찰나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기습에 안 그래도 기진맥진하던 군이 속절없이 밀려난다.

강하기도 강한 것이지만, 저 정교한 대열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적을 베어내려는 와중에도 병사 하나하나가 개인적인 돌출이 없는 대열.

“깃발을 크게 올려라.”

이대로면 피해가 너무 커질 것을 안 정보는 부장에게 지원요청의 깃발을 세우게 하며 저 멀리 직접 대장기를 휘두르는 전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몰라볼 정도로 완숙해진 무장.

반동탁 연합에서 수차례. 그리고 손견이 전사하였던 연주 전투에서 보았던 그 남자가 맞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빠르게 바뀌었고, 몰라보게 강인한 풍모를 비추는 남자.

중랑장이라고 하였던가.

“쉽진 않겠군.”

정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병력에 퇴각을 지시했다.

반면 주유는 중군에 설치한 지휘대에서 그것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정보의 군이 속절없이 밀려나는 것도, 반대편에 있던 황개의 군 또한 그 움직임에 말려들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역공이라.”

조금만 더 두드리면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던 방어선이었는데. 주유는 그 사실에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었다.

힘과 힘의 대립으로 이어질 전장.

그렇지만 적이 내세운 부대는 적 수장인 중랑장 전호가 직접 이끄는 천 남짓한 규모의 병력. 각각이 강한 정예 중 정예로 보였지만, 반대로 저들을 고립시켜 잡아낸다면 이 전쟁을 빠르게 끝낼 수도 있었다.

손책을 보낼까.

그는 그것을 고려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방어선의 균열을 막기 위한 노림수라는 걸 알았지만, 반대로 여기서 손책을 잘못 내보내었다가 낭패라도 생기면 돌이킬 수 없었다.

어쩌면 저들은 제 총사령관을 직접 내보내면서 아군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전히 적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할 여포가 전장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으니까.

의심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보병을 거듭하여 적 중랑장을 수적 우위로 찍어누르는 것도 방법이었다. 구태여 손책의 기병대를 저 혼란으로 던지지 않고서라도 적의 억제는 충분히 가능. 그렇지만 그다음이 없었다.

아군의 비명이 그에게까지 들려왔다.

전장은 긴박하게 흐르고 있었는데, 뒤로 급작스레 병력을 물리는 정보의 군에 한당의 군이 엮여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 전부 앞으로 내보낸다 하여도 한 번 무너진 대열을 가다듬기에는 시간이 지체될 일.

적 병력의 전투력을 얕보고 있었다.

손견이 생전 이끌던 군은 분명 정예였지만, 이번에 새로이 차출한 이민족 병력과 섞이며 아직 합을 맞춰가는 와중이었기에 생긴 불협화음.

그것에 기진맥진하였던 것을 적이 잘 찔러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전황을 뒤바꾸었다. 고작 천 남짓의 숫자에 휘둘리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것이 정예 중에서도 정예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적기를 크게 올려라. 뿔나팔을 불어라.”

손책을 전진시킨다.

아직 적 전열의 녹각을 전부 배제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군을 물리게 될 처지가 되었다. 우선 손책의 기병대로 한 번 적의 역습을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단지 이러면 적에게 한 수 밀리게 된다.

적은 아직 여포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녀의 기병대는 어딘가에서 아군을 정조준하며 대기하고 있을 터. 자신이 먼저 기병대라는 패를 꺼냈다는 것에 입맛이 쓰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단지 지키며 아군의 허점을 엿볼 뿐인 적과 다르게 아군은 그 방비를 무너뜨리고 나서야 시작하는 공세의 입장이기에 감내해야 할 열세.

아직 전장의 판도가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중군도 전진하지. 중군은 이대로 아군 전열을 우회하여 아군 기병의 뒤를 지킨다. 사령관의 기병대가 움직이면 바로 달려들 것이니 미리 준비하도록.”

여포가 기병을 움직인다면 아마 손책을 노릴 것으로 판단했고, 하여 주유는 중군을 돌려 손책의 기병대의 진로 뒤를 가로막으며 후발로 달려들 여포의 기병대를 막고자 하였다.

그렇게 점차 전장이 가열하기 시작했다.

손책은 중군의 사령부에서 올려진 적기와 뿔나팔 소리를 들으며 거칠게 웃었다. 하늘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타고 천천히 나부끼는 감각을 느꼈고, 말이 투레질하며 거친 숨을 내뿜는 소리를 천천히 감상했다.

아군 기병대는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적 대장의 사령기가 전선에 나왔을 때도 줄곧. 몸이 달아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기다렸던 것이 드디어.

“자, 이제 시작이야.”

아버지, 저를 지켜봐 주세요.

당신의 딸이 지금 일생일대의 전투를 치릅니다.

“전군, 전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짓밟고 부숴라! 저항하는 적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짓밟고, 아군의 원수를 결코 살려두지 마라!!”

말에 박차를 가한다.

점차 가속도가 붙는 말 위에서 하염없이 소리쳤다. 내달리는 말 위에서 바라보는 전장의 모습은 점점 아군이 밀려 나가는 모습. 말의 거친 투레질과 내달리는 진동이 몸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전장을 향해 쏘아지듯 달려간다.

지금 이때를 빌어, 드디어 손책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적 중랑장이 먼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그 적수인 자신도 응당 받아주는 것이 순리.

“들이쳐, 다 죽여어어어!!”

손책은 그렇게 쏘아진 효시처럼 전장을 향해 달려간다.

반면 사마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손책의 기병이 아군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적 기병대의 기세가 너무 좋았다. 아직 전호는 적 전열과 교전을 이어가는 와중. 그 틈에 아군 전열이 적 기병대의 돌격을 받아낸다면 그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여포 장군에게 진격 신호를 주세요.”

이제부터는 아낄 것 없는 총력전이었다.

적의 본대는 이미 전장을 우회하며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손책의 뒤를 지킬 심산으로 파악한 사마의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쥔 부채로 제 얼굴을 가렸다.

“고작 그걸로 여포의 돌격을 막겠다고.”

우습지.

그녀가 아는 바로 여포 이상의 돌파력을 자랑하는 기병은 천하 어디에도 없었다. 북방의 공손찬이 이끈다던 백마의종이라 하여도 감히 여포에 비할까.

이민족 기병대로 이뤄진 여포의 기병은 가히 군계일학.

고착된 전장에서 총력전으로 돌입하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그 천하무쌍을 자랑하는 무력과 기병의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군도 전진합니다. 전열과 합류하여 그때부터의 지휘권은 조홍 장군에게 일임. 아군은 전열을 뒤에서 받치며 무너지는 걸 막아야 해요.”

“예, 준비하겠습니다.”

사마의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임관하지 않아 군에서 실질적인 계급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사마의를 전호의 부장 겸 참모라고 인식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관직이 없음에도 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사령관의 부장이었던 이전은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군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총력전을 겸한 전면전.

사마의는 아랫입술을 쓰다듬으며 전선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저 멀리에서는 사람이 죽으며 내지르는 비명과 적을 향한 고성이 전장을 잠식하고 있었고, 그런 시체에서 흘러내린 핏물은 대지에 스며들다 못해 흐르기까지 하는 참혹한 전장이었다.

바로 이곳이 국면.

많은 이들의 피를 흘리면서도 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승리하여 살아남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전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이 국면에서 적을 밀어내야만 했다.

사마의는 그들의 죽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이입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들이 죽어 나가면서 생길 전력의 공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사고에는 넣는다.

손책은 분명 전열의 측면부터 부수고 들어올 터.

거기에서 완전히 밀린다면 앞으로 돌출하였던 전호와 친위대가 고립된다. 여기서 그의 안전, 더 나아가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서는 아군 본대가 무리해서라도 손책과 정면으로 맞서야만 했다.

군을 움직인다.

여포가 적 중군을 파쇄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적의 중앙을 헤집을 수 있었다. 유비가 제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설령 서주군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완승할 수 있는 전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양군 아끼는 것 없이 총력전으로 이어지는 양상.

사마의가 바라던 것이 바로 이런 전장이었다. 혼란과 혼돈이 잠식되어 피아 구분 없이 모두가 비명을 내지르며 살육에 미친 현장.

이런 전장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하는 자가 승리한다.

“궁수는 좌익 측면으로 돌리세요. 아마 그쪽에서라면 잠시 대기하는 것만으로 적 몸통의 서점이 드러날 터. 그때까지 대기하게 해주시고요.”

“예!”

이전은 크게 답하고는 분주히 움직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사마의는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만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적과 아군이 뒤섞인 전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대열과 전투력, 그리고 지휘관 개개인의 역량이 그 무엇보다 잘 드러나게 된다.

이런 전장이라면 아군이 질 수가 없다.

사마의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옮겼다.

이제부터는 전열로 합류할 중군의 본대. 그 전장에서도 물러나지 않으며 계속 전장을 관찰해야 했기에 소녀는 제 몸에 맞춘 방어구를 걸치기 시작했다.

여전히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전장.

손책은 오로지 적을 정조준하며 쏜살같이 기마병을 이끌고 나아가고, 반면 전호는 계속하여 적을 몰아내며 아군 전열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상황.

그렇게 각 군의 사령관이 서로의 가까이서 전투를 이어가게 되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마지막 퇴고에서 늦었읍니다...ㅠㅠ

그래도 2편 업로드 끝! 이건 기쁘네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