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62화 (262/343)

26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광릉 전투 저 멀리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 차례 보았던 적이 있는 군기. 손견이 붉은 깃발을 내걸고 있었던가. 그렇다면 저것이 손견의 딸, 손책이 이끄는 손가의 병력이겠지.

뒤로는 조그마한 요새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달려들지는 않네.”

“그렇겠죠.”

내 말에 사마의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저들의 목적은 아마 아군을 양주 회남 땅으로 들이지 않고자 저지하는 거겠죠. 조조의 본대와 합류할 수 없게 저지한다면야 수춘의 전력은 아군 본대를 아득히 웃도니까요.”

“그럼 들이칠까?”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제법 잘 구축된 요새잖아요. 저런 곳을 들이치면 시간은 시간이거니와 병사의 손실도 커요. 차라리 전면전으로 붙으면 확실한데.”

전면전이라.

그렇지만 대놓고 수비하고자 하는 이들을 끌어낼 방법이 있던가. 차라리 우회하고자 해도, 그래서는 후방이 노출될뿐더러 보급선이 끊겼다.

“주인아, 그러면 저기 나선 놈들만 쓸어낼까?”

“아니. 기다려 봐.”

요새를 등지고 전선에 나온 병력을 갑자기 들이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특히 옆으로는 장강을 끼고 있다는 게 묘하게 거북스러웠다.

아군 시점에서 좌측은 장강, 우측으로는 산세가 험해 통로가 협소한 편이었다. 손책의 군은 요새에서 나와 딱 그 지점에 방진을 꾸리며 아군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

이래서는 요새를 공략하고자 해도 우선 저 앞에서 단단히 버틸 방진을 먼저 힘으로 무너뜨리고 진군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군을 둘로 나눌까.

저 위로 우회하면 군을 돌릴 수 있었다. 서주군이나 아군 중 한 부대를 이곳에 배치하고 우회하여 빠져나간 뒤에 요새를 협공하는 방식도 채택할 수 있지 않을까.

“사마의. 부대를 둘로 나누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 나쁘지는 않지만.”

소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저 전방을 가리켰다.

“저희 정보에 의하면 적 규모는 약 일만 언저리. 아군도 그와 얼추 비슷하고, 유비의 서주군도 약간 웃돈다는 느낌인지라 이곳에서 군을 덜어내는 순간 바로 적이 들이치지 말라는 보장도 없어요.”

합치면 적을 수적으로 짓누를 수 있지만, 쪼개어 본다면 각자가 손가의 군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물론 생각해보면 그도 맞는 말이었다.

“누님, 유비는 현재 어쩌고 있지?”

“아마 아군 우측에서 별도로 진을 꾸리는 상황일걸.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겠는데, 정말로 군을 양분할 생각이니? 그래서야 지휘부도 둘로 나뉠 건데?”

조홍이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물론 나도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서주군의 고삐를 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단지 앞으로의 일을 그들과 함께 상의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럴 뿐.

“그러진 않을 테니까 우선 사람을 보내줘. 유비를 포함하여 서주군의 지휘관 전부 이곳으로 오라고. 가도가 협소하니 수적으로 적을 찍어누르기는 힘든 전장이니까 상의는 해야지.”

“그런 거라면 뭐, 적당히 불러둘게.”

하여 조홍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리에 남은 이들을 돌아보았다. 여포와 장료. 사마의와 방삼. 그리고 서황. 면면으로 하여 절대 어디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기병으로 돌격이라.”

“형씨가 말만 하면 언제든 가능하지. 울 누이도 저리 기세등등하니까 한 번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은데.”

장료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했다.

정석적이라면 한 번 싸움을 걸어 상대를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으나, 내가 기억하는 손가의 병력은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공세에 나선다면 아군의 총력을 동원한다.

한 번에 전부 절멸시킬 여건이 안 된다면 섣부르게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가 요지를 틀어막고 요새로 나아갈 길을 틀어막았다는 것.

설사 그걸 뚫어낸다고 하여도 적은 남은 잔병을 퇴각시켜 요새에 틀어박힐 게 뻔했다. 그러니 최대한 이번 전장에서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은 게 속내였다.

“여차하면 그냥 다시 북상하셔서 회수를 끼더라도 돌아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합류할 수 있게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피해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맞상대하지 않고 우회한다.

그 방법도 머리에 숙지하고는 있었다. 단지 그렇게 한다면 소요되는 시일과 다시 조정해야 하는 보급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적 원술의 반응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군이 구태여 서주에서 침공한 이유는 군 진군 경로를 두 갈래로 정한 것은 결국 원술의 반응을 끌어내어 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

그걸 위해서라면 어차피 손책을 무찔러야만 했는데, 회군하여 돌아가도 손책이 살살 시간만 벌고자 하면 그 기본 전제가 흐트러질 수 있었다.

“기왕이면 손책의 위치가 특정된 지금 무찌르고 싶은데.”

“우선은 적의 동태를 살피죠. 시간을 두고, 그런데도 적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저희는 회군하거나 힘으로 무너뜨릴 대안을 찾아야 해요.”

사마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은 저희의 편이 아니에요. 아군은 물자도 부족하여 오래 전쟁을 끌어낼 능력이 없다는 걸 잊어선 안 돼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적이 가도를 중심으로 뭉쳤다. 아군의 전력은 약 2만5천. 그렇지만 그 전력을 전부 활용할 수 있는 전장이 아니었으니, 차라리 조금 우회하던가 힘으로 밀고 나아가는 게 합리적인 수순.

한 번 힘으로 붙어볼까.

전력은 충분했다.

서주군에서는 관우와 장비. 아군에는 여포와 장료, 서황이나 조홍. 그리고 여차하면 나까지 전선에 나설 수 있으니 지휘관의 면면에서 부족함은 없었다.

“…한 번 붙어보자.”

병력을 추려 저 가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선에서 서주와 본대에서 군을 나눈다. 하여 그들을 후발대로 하여 본진으로 두고 선행한 병력으로 먼저 진을 꾸린 손책의 군을 친다.

잘 떨어지지 않겠다 싶으면 그때 방법을 강구하여도 그만이었다. 좌로는 장강, 우로는 빽빽한 산맥이 자리 잡았으니 매복의 걱정도 없겠지.

“괜찮으시겠어요?”

“붙어보고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상대의 전력을 가늠할 수 없는데, 그 상대가 아군을 가로막고 있다면 병력의 우위를 살려 차륜의 형세로 공략해본다.

그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그때 우회하여도 문제는 없었다.

그만큼 아군의 병력은 적과 큰 차이를 보였고, 아군 지휘부의 면면도 결코 뒤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불안한 점이 있나?”

“확실하게 이거라고 답하긴 그런데, 조금 불안해요.”

솔직하기는.

그렇지만 사마의의 이런 태도가 내게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멈춰서 적과 노려본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군을 추리지. 유비가 이곳으로 도착하면 한 번 얘기를 나누면서 아군과 서주군의 비율, 그리고 전장에 나설 대열을 가다듬을 테니까 준비하고.”

우선 움직인다.

최근 세간에서 말 많던 손견의 딸이 얼마나 뛰어난지 가늠할 수 있는 장인가. 손가의 병사와 장수가 얼마나 훌륭할지라도 아군 역시 그에 뒤떨어질 전력은 결코 아니었다.

“장료, 여포. 선봉은 너희다.”

“당연한 거 아냐?”

여포가 으스대는 사이로 장료가 픽 웃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서주에서는 장비나 관우, 그 둘 중 하나겠지만, 그중 누가 선봉에 합류하더라도 실력만이라면 믿을 수 있는 이들.

하여 전쟁을 개시한다.

손견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날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손가의 망령. 그들의 전력을 얕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렇기에 이를 꽉 깨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놓친 것은 없을까.

자신할 수는 없지만 거의 만전에 가깝노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사마의의 표정이 유독 불편해 보여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는 노릇.

이제부터는 전장에 임한다.

* * *

저 멀리서 검은 군기와 녹색 군기가 움직인다. 조조군과 유비군. 예주와 서주로 대표할 수 있는 양군의 움직임에 손책은 픽 웃으며 옆을 돌아봤다.

“네 예상대로네.”

“그럴 수밖에. 저들은 뭘 하던 저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를 피해 돌거나, 아니면 정면에서 무너뜨릴 선택을 할 거라고는 예상했지.”

손책은 전열에 방패로만 무장한 병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전부 자신들이 노린 계획의 선상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선봉에 선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말.

저것이 여포.

“원수의 목, 칠 수 있을까.”

“확답은 할 수 없다. 이번 전략은 어디까지나 적을 물리기 위한 것이지 궤멸에 몰아갈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는 없으니까.”

“칠 수 있으면 좋겠네.”

손책은 제 검을 빼들고는 씩 웃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군을 가다듬고 태세를 정비할 것을 명했다. 현 중원 최강의 군이라는 조조군과 서주의 연합군.

상대로 하여 부족함은 없었다.

“그러면 아군도 진군을 명하겠다.”

“맡길게.”

손책은 주유에게 전권을 일임하고는 검을 쥐었다.

반면 조조군은 우측으로 서주군과 나란히 하여 총원 5천의 병력으로 편재하여 저 멀리 방비를 가다듬던 손가의 군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선봉은 여포와 장료, 거기에 서주측에서 나선 관우까지.

면면에 부족함은 없었다.

상대가 방어 일변도로 구축하겠다면 그것마저도 전부 뚫어버리겠다는 식의 편재. 그 뒤 중군을 각 군의 수뇌부가 지키고 있었으니, 되도록 그들은 이 전장에서 손책의 군을 끝장낼 생각으로 움직였다.

“잘할 수 있겠나?”

“그쪽은?”

여포의 질문에 관우는 무뚝뚝하게 답하며 언월도를 치켜들었다. 적이 손책이건 누구건 간에 제 언니의 길을 가로막는 적이라면 문답 무용으로 베어낼 생각이었으니.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지 말라고 못 배웠냐?”

반면 여포는 그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의 고삐를 잡았다. 어찌 된 것이 서주쪽 인간들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다며 그녀는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장료! 준비해라.”

“엉? 뭐야, 벌써 달리게?”

“이쯤 왔으면 충분하지. 그쪽은?”

관우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 언월도를 갈무리했다.

여포와 장료, 관우로 구성된 돌격대는 그렇게 말에 박차를 가하며 돌격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뒤에서 받치는 중군까지 진격하며 손책의 군과 충돌하였다.

사전에 녹각을 세우고 방패병 위주로 방진을 구축한 적군에게 돌격하는 기병대. 선행하던 부대가 녹각 앞에서 분투하는 사이 여포는 장료를 포함하여 자신의 군을 이끌고 그 녹각을 우회하는 기마술로 적 측면으로 돌파했다.

전황은 삽시간에 혼전으로 돌입했다.

연합군의 선봉대와 방진의 선두가 맞닥뜨려 비명과 고함,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음이 전장을 지배했고, 뒤이어 중군 역시 그것을 뒤따라 뒤를 받치는 형국.

“자자, 다음은 누구냐!!”

여포는 가장 선두에 서서 소리를 지르며 달라붙는 적병을 모조리 방천화극으로 베어냈다. 장료가 그런 그녀의 보좌로 붙으니 그 누구도 감히 여포를 막아세울 방법이 없어보였다.

“참아라.”

그것을 군 중심부에서 지켜보던 주유가 고개를 돌렸다.

손책의 눈에는 이미 핏발이 잔뜩 섰다. 흥분한 듯 팔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당장에라도 앞으로 박차 달려나가고자 움찔거리던 그녀는 그 말에 애써 고개를 돌렸다.

“알고 있어. 있는데, 좀 화나잖아.”

“참아. 곧 시작이니까.”

전황이 점점 고착된다.

아무리 여포나 관우, 장료가 이끄는 병력이라고 하더라도 빽빽하게 밀집한 방진을 금세 뚫어낼 재간은 없었다. 전쟁은 장수의 무력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점점 늘어지려던 즘.

저 장강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점점 장강에서부터 전장을 향해 다가오는 그것을 하나둘씩 눈치채기 시작. 특히 본진에서 전장 전역을 바라보고 있던 연합군의 수뇌부에서는 대번에 파악했다.

“…배?”

수척의 군선.

전호가 그것에 살짝 의문을, 그리고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천천히 다가오던 그것은 장강에서 바로 전장을 마주하며 닻을 내린다.

“……북을 쳐!! 퇴각 신호를 울려라!”

자연의 방해물이라고 생각했던 장강.

조조군과 유비군을 포함하여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북방과 중원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니만큼 육상에서의 전투에 익숙했고, 하여 당연히 장강과 산세를 그저 자연적인 장해물로만 생각했다.

손책의 노림수가 장강과 산세 사이로 협소한 가도를 전장으로 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패착.

배를 통하여 장강을 타고 전장 유역까지 내려온 적은 그곳에 자리하고 무차별적인 화살 세례를 퍼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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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코멘트가 1만 가까이 갔다는 게 감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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