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59화 (259/343)

25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장강 이남 단양군에 오천 손책군이 대기했다.

주유가 예측하기에 서주에서 출발하는 조조군은 분명 서주 광릉군을 돌아 양주로 진입할 것이라고 보았고, 하여 그들은 그 장강 이남에서 대기하다가 조조군의 움직임을 보고 여차하면 그 뒤를 노릴 계획이었다.

손책은 장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저 드넓고 푸르른 장강.

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넓고 긴 장강의 흐름을 바라보자면 다소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손책은 개인적으로 장강의 이 풍경을 좋아했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서주에서 남하하는 군의 총사령관은 전호라고 들었다. 정보에 의하면 여포 역시 그 군에 끼어있을 것이고, 그 둘 다 아버지의 죽음과 깊게 연관된 인물들이었다.

아비를 부상시킨 전호.

아비를 죽인 여포.

전호라는 남자가 손견의 수급을 수습하여 조조에게 바쳤다고 하니, 그 원수 둘이 곧 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낼 터.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책, 또 여기냐.”

그런 그녀의 뒤에서 주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군무 회의를 내팽개치고 어디에 있나 했더니 또 이곳이었다. 물론 손책이 이끄는 군의 수장들은 예전부터 손견을 따른 이들이기에 괜찮았으나, 차후 군의 규모가 커진다면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가끔은 괜찮잖아?”

손책은 밝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이걸 봐. 이런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도 다소 진정되지 않아?”

그녀의 하늘색 긴 머리카락이 장강의 바람에 맞춰 흔들렸다. 갈색 눈동자는 또렷하게 장강 유역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밑으로는 오천 군세가 한창 분주하게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책.”

“진정하려고 이러는 거야. 알아?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서주까지 달려가서 그 두 연놈의 모가지를 치고 싶다고. 그럼 안 되는 거잖아?”

“하여간, 여자의 한은 무섭군.”

주유는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그 역시도 손견의 죽음을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손견에게는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손책과 주유.

그 둘에게 있어 손견은 우상이었다.

딸인 손책은 물론이요, 어릴 적부터 손가와 자주 접했던 주가의 자제 주유에게도 그건 마찬가지. 언제나 굳고 강대한 장군은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선 영웅과도 같은 무언가였다.

목 없는 시체를 수습하며 얼마나 울었던가.

손책은 그 시체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며 복수를 다짐했다. 몸만 겨우 돌아온 아버지의 위패에 올릴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거두겠노라고 천명했다.

“주유. 우리의 두뇌는 너야. 알지?”

“맡겨라. 네가 가는 길에 해 되는 것이 있다면 전부 물리치지. 놈들은 광릉에서 육지로 진격해올 것이 뻔한데, 그러면 대응하기도 쉬워. 문제는 원술 그 작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인데.”

“……쯧.”

손책은 원술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운명공동체. 그렇지만 자꾸 아버지, 뒤이어 자신까지 부하로 부려 먹으려 드는 그 남자의 행태에는 치가 떨렸다.

언젠가는 원술과도 손을 끊어야만 했다.

물론 그것이 지금인 것도 아니니.

“원술에게는 정보 아저씨를 보낼게. 원술이 대응한다면 우리도 장강을 넘어 위로, 상황만 만족한다면 매복 같은 건 불가능할까?”

“쉬이 넘어올 것 같지를 않다. 구태여 협소한 가도를 택할 이유가 없어. 힘으로 붙되, 아군의 기동력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겠지.”

“하긴. 너무 쉽게 잡으면 감흥도 없지.”

영웅 손견을 죽인 적이었다.

그런 이들이 쉽게 잡혀서야 죽은 아버지의 명예만 더럽히는 일. 하여 손책은 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장강 이남은 거의 우리에게 복속했잖아? 왕랑 그 작자가 문제인데, 아쉽게 됐네. 그것만 잡았으면 이 넓은 강남의 땅이 전부 우리 차지였는데.”

“오천으로는 불만인가?”

“분하지만 적의 규모가 크니까. 나도 멍청이는 아냐. 내가 이끄는 오천은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원술 그놈이 제대로 안 움직여준다면 나도 뭘 시도하기 힘들어.”

거기서 주유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사실 너에겐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었는데, 이 일만 처리할 수 있다면 적어도 군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그럴 여력이 있던가?”

“잘만 해결된다면.”

마침 서주에서 양주로 넘어온 이들 중 연이 닿은 가문이 몇 있었다. 특히 노숙이라는 부호와는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의 자산을 덧붙이면 그간 시도할 수 없었던 방식도 가능했다.

“자금줄을 확보하지. 그러면 현재 아군이 포섭하지 못했던 이들, 그리고 교주 경계의 오월 이민족도 끌어들여 볼 만하다.”

“확실한 건 아닌가 봐?”

주유도 그것이 난점이었다.

노숙을 포섭할 수만 있다면야 지금 이상으로 아군의 제약이 풀린다. 그렇지만 현 손책은 원술의 후원을 받고서야 겨우 양주에서 두각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이해가 지배적인 상황.

아무리 좋은 관계였노라고 하지만 노숙이 쉬이 돈을 풀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었다. 시도해보아 나쁠 것은 없지만, 반대로 확신할 수도 없는 일.

“기대하지는 마라.”

“너라면 해낼 거라고 믿어. 내 남동생.”

“……남동생도 아닐뿐더러 그 말은 해내라고 강요하는 거다. 기대보다도 질이 나쁘다는 건 이해하고 있나?”

손책은 그 말에 배시시 웃었다.

앞으로 한 달.

그 뒤에 봄이 옴과 동시에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었다. 손책은 물론 주유 또한 앞으로 남은 기한을 딱 한 달 정도라고 가정하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면 난 여기서 실례한다. 너도 군의에는 꼬박꼬박 출석해. 군주라는 자가 방만해서는 일이….”

“알았어! 하여간, 또 잔소리야.”

손책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는 하늘색 머리를 나부끼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말괄량이.

그는 그 단어를 떠올렸다.

어릴 적 철없던 시절부터 같이 어울렸던 소녀. 이제는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지만, 그 특유의 천성이 어디 갈 리도 없었다. 주유가 기억하고 있는 손책이라는 소녀는 언제나 해맑은 말괄량이.

어쩌면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손책도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정작 전쟁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주유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면 손책은 푸른 장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아버지. 기다려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조금. 그 원수들의 목을 위령패에 바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을 터. 그녀는 이 전장에서 그들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거나. 그 둘 중 하나의 결말만을 바라고 있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손책은 묵묵히 칼을 갈았다. 복수를 위한 칼날. 손가의 복수는 오직 피로 이뤄질 수 있었고, 하여 그녀는 마음속에서 칼 하나를 계속 벼렸다.

* * *

허도의 상서성.

조조가 출병하였기에 현 허도와 조조의 세력권 모두는 소연이 관장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던 차에 전쟁까지 벌어지니 그 업무량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터.

“사, 상서령…. 나 죽어요, 죽는다고요….”

“참아.”

칭얼거리는 곽가를 뒤로하고 소연은 한 죽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허도로 복귀한 황족의 이름이 적힌 죽간. 그 외에도 아직 외부에 남은 황족의 소재 파악까지 완료된 보고서였는데, 그녀는 그걸 한참이나 바라보며 반대편에 적인 것과 대조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그게 뭔데 그렇게 계속 봐요? 지금 상서령 도장 저한테 넘기고 이러셔도 돼요? 저 진짜 아무거나 막 찍을 거에요!?”

“네 성격에 할 수 있다면.”

“쯧.”

곽가는 평소 헤픈 인상과는 다르게 업무에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하여 소연의 말에 혀를 차고는 다시 업무로 돌아가는 곽가.

반대로 소연은 계속 죽간과 눈싸움을 이어갔다.

“이제 슬슬 괜찮겠네.”

오래 고민했다.

그 이상으로 쭉 고뇌했다.

이게 옳은 결정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는 한 번 물갈이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도 있었다.

황족의 이름을 하나하나 머리에 새긴다.

지금 허도에 들어온 황족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만약 이거보다 조금 더 적은 숫자였노라면 외부에 남은 유씨들의 반발에 고심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일을 처리하는 게 최상이라고 결론지었다.

“곽가, 일어나.”

“네에?”

“황족의 처리. 시작할 때가 됐어.”

그 말에 곽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간 곽가와 소연은 황족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고, 그렇기에 언제나 정보를 수집하며 고심하고 있었다.

“너무 이르지 않나요?”

“명망 있는 황족 대부분은 허도로 들어왔어. 외부에서 반발한다고 하여도 그 목소리가 크지 않을 지금이 적기 아니겠니?”

“하필 대장군이 없을 때. 물론 상서령이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감수해야 할 게 너무 크지 않나요?”

곽가는 이것을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대장군 조조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황족에게 제재를 건다. 분명 황족들도 조조가 없는 지금이기에 빈틈을 드러낼 터였고, 그렇기에 소연의 생각도 이해했지만, 곽가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대장군이 있을 때 작업해도 되지 않나요?”

“아니, 지금이 적기야. 구태여 황족을 건드리는 사안에 조조라는 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고, 이번에는 미리 정했던 이들 몇 잡아서 구금하는 정도라면 반란까지 번질 일도 없어.”

명분도 충분했다.

조조가 자리를 비웠기에 그중 황제의 자리, 그리고 조조의 집권에 반발한 황족이 반란을 모의했다고 밀어붙인다면 세간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뭐, 상서령이 이러는 건 대장군도 합의한 내용이겠죠. 하지만 그 증거는 있나요? 증거 없이 다짜고짜 들이닥치면 곤란하지 않나요.”

소연은 곽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는 있어. 이제부터 이 세 장원을 압수하여 수색할 테니까 병사들에게는 미리 말해두렴.”

“있다고요?”

곽가는 그 단언에 의문을 품었다.

황족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보고서는 한 번 곽가의 손을 거쳤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알기로 그런 내부적인 정황이 드러난 적은 없었는데, 정작 상서령인 소연이 단언할 수 있던가.

“한때 원소가 폐하를 가리켰던 말, 기억하니?”

“천자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했죠. 그 미친 작자가 정면에서 한나라 황실의 뿌리를 부정했던 사건이잖아요. 덕분에 지금도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그 문구가 적인 패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당연히 역모죠.”

그것도 황족이 보유하고 있다면 사안이 커졌다.

현 황제의 정통성 부족은 언제나 언급되는 사안이었다. 그렇기에 은연중에 유협과 황족의 사이가 멀어진 것도 사실이었고, 황족 중 새로운 황제를 올려야 한다는 소리도 종종 들리고 있었다.

동탁이 세운 황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

그런 상황에서 황족이 현 황제를 부정한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사안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황권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황족이 현 황제를 부정한다면 즉결처형도 가능할 것.

하지만 곽가는 그런 정보를 입수한 적이 없었다.

“……설마 상서령.”

“이 정도 규모의 사안이라면 황족도 공공연하게 입을 놀릴 수 없겠지. 조공이 돌아오기까지 황족을 억누르고 제압해두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눈웃음을 짓는 소연의 모습에 곽가는 헛바람을 삼키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상서령.”

“왜?”

“상서령은 정말 못된 사람이네요.”

위증.

소연이 생각하는 걸 곽가도 눈치챘다.

물론 억울하다는 반발도 있겠으나, 반대로 조조가 자리를 비운 시국이기에 명분도 충분했다. 대장군이 자리를 비운 틈에 역천을 꾀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지고도 과연 구금당한 이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해야 했던 일이지만….”

“대장군의 손에 황족의 피를 묻히는 건 아직 피해야 해. 우선 이런 안건으로 그들의 기를 죽이면서 몇 강성 황족을 제압하는 거지.”

조조에게 돌아갈 비난의 화살을 피한다.

그러면서 조조의 공백에 맞물려 몇 강성 황족이 황제를 끌어내리고자 했다는 증거를 제출한다면 그때도 황족들이 저리 기세 좋게 나설 수 있겠는가.

소연은 이 기회에 가장 시끄러웠던 황족을 구금, 황제의 이름을 빌려 처형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 이상의 일은 불가능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북이 움직이기 전에 내부를 굳혀야 하는 상황.

“…하아. 알겠어요.”

곽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조의 공백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한다. 소연은 여기에서 박차를 가해, 후에 있을 황족들과 조조의 대립을 초장에 차단하고자 했다.

시대는 움직인다.

이미 역사는 틀어진 지 오래.

그렇다면 더 서둘러 이 위치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준비는 모두 끝났고, 여기서 조조가 원술까지 잡는다면 한동안 중원에서 조조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몇 없게 된다.

“하여간, 진짜 상서령도 지독하다니깐요.”

소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본인이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에 있던 당시에는 이리 누군가를 쉬이 죽인다는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알고 있어.”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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