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58화 (258/343)

25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일단 방삼이의 외모는 외모고, 슬슬 다시 움직여야 할 듯싶어 우선 사마의를 방삼이와 함께 보내고 내가 제갈량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번 건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유비측을 만나야 했는데, 겸사겸사 애 하나 데리고 가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사마의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따로 시킨 일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그래서 이 멍한 꼬맹이와 단둘이 되었다.

정말 멍해 보이는 인상. 물론 사마의와 말하는 걸 보아 무슨 교육 같은 걸 받은 듯싶었지만, 그걸 차치하고 생각하면 좀 신기한 계집애이긴 했다.

내가 이 또래에는 어땠더라.

적어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제갈량은 묵묵히 내 손을 붙잡고 있었고, 그런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는 나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보니 그저 긴 침묵이 이어질 뿐.

“꼬맹아. 글은 누구한테 배웠니?”

그 침묵이 조금 불편해서 먼저 운을 뗐다.

“언니랑 숙부.”

“그, 그렇구나.”

말이 이어지질 않는다.

솔직히 난 어린 꼬맹이들을 상대하는 게 어색했다. 불편하다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좀, 뭐라고 하면 좋을까. 불편한 것은 아닌데, 또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곤란했다.

내가 저 나이 때?

글쎄. 딱 사마의 나이 또래에 전쟁에 처음으로 나선 기억이 있는데. 그전까지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 시장에서 물건 팔기에 급급했던가.

그래서 애들이 생각하는 걸 잘 모르겠다.

“유비랑 다른 사람들은 친절하니?”

“유비, 친절. 언니는 고약. 숙부는 동생 돌보기 바쁨. 관우는 은근 무뚝뚝. 장비는 잘 대해줌. 손건은 말이 많음. 미축은 다과를 줌. 간옹, 술만 마심.”

“어, 어어….”

전부 어디서 들어는 본 이름이기 한데.

적당히 말만 틀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의 이름이 나와서 곤란했다. 그런 와중에 의외인 것은 관우가 무뚝뚝하고 장비가 잘 대해줬다는 걸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반대라고 생각되는데.

“장비가 잘 대해준다고?”

“장비, 겉보기와 다름. 아이에게 친절.”

그런가.

뭐, 확실히 그 양반이 보이는 것처럼 아예 거칠고 난폭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에게 친절하다는 건 꽤 의외였다.

그 뒤로 잠시 말이 끊겼다.

서로 손을 붙잡고 나란히 길을 걷자니 있지도 않은 애가 하나 생긴 기분이라고 할까. 사마의는 이런 꼬맹이다운 맛이 없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제법 신선한 느낌이기도 했다.

“앞으로.”

“응?”

소녀는 시선을 들어 이쪽을 바라봤다.

“원술 공략은 어떻게 나섬?”

음.

아니, 답하기 힘든 일은 아니었다.

이미 상정해둔 안건이 몇 있었고, 그걸 유비와도 따로 논의하고자 정리한 것도 있었으니까. 아군은 기본적으로 서주 방면에서 남하하여 최남단 광릉까지 진출하고 거기서부터 서쪽으로 진군하여 수춘의 측면을 틀어막을 계획이었다.

그러면 회수를 건널 본대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단지 이걸 어린아이한테 말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사마의와도 곧장 이런 논의를 하고 있었으니까.

흠.

“일단 광릉이라고, 어딘지 아니?”

“믓.”

거기서 소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나, 머리 나쁘지 않음. 광릉 부근이라면 우회? 하지만 시간 소요 많음. 허도의 움직임, 맞출 자신 있음?”

“어….”

글쎄다.

그 부분은 일단 움직이고 난다면 허도와의 조율이 어려우니, 일정 부분 아군이 이르게 도착한다 하더라도 우선 진군하는 게 옳다고 결론짓기는 했는데.

물론 그렇게 된다면 원술의 주력부대와 먼저 마주할 가능성이 컸지만, 그건 거리를 두고 움직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손가의 군은 현재 강남에 주둔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 아군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손책이 이끄는 손가의 군세가 아닐까.

“자칫 잘못하면 협공당할 우려, 존재.”

“손책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갈리겠지만, 그건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해볼 테니까. 우선 그 언니한테 같이 가자. 응?”

괜히 말을 꺼냈나.

사마의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게 못내 어색했다. 그나마 사마의는 이제 오래 보기도 했고, 나름 익숙해진 것도 있으니 거부감도 없었지만, 이 소녀는 이제 초면이었다.

아니, 대체 사마 가문이라는 곳도 그렇고 제갈 가문이라는 곳도 그런 게, 대체 어려서부터 애들을 어떻게 교육하는 거냐.

응?

애들은 그냥 뛰노는 게 최고 아니었냐고.

“유비는 아저씨를 높게 평가.”

“응? 누구?”

그러니 소녀가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다.

아니아니, 이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확한 나이는 나도 잘 모른다지만, 예상컨대 이제 스물 중반을 살짝 넘긴 나이에 불과했다.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아닌데.

“오빠라고 하지 않으련?”

“보라색은 아저씨라고 했음.”

보라색… 이라면 사마의를 말하는 거겠지. 그건 그 계집애가 특이한 거고. 아무리 오빠라고 부르라 해도 말을 안 듣는 경우였고, 기본적으로 난 언제나 아저씨라는 호칭을 거절하고 있었다.

“자자, 따라 해보련. 오빠.”

“아저씨.”

“오빠.”

“아저씨.”

세상에.

아니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나도 거울이라는 걸 보고 사는 사람인데,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닌데? 이거 진짜 억울하다.

“아무튼, 유공이 날 높게 평가했다고?”

물론 한 번 정도 지켜준 것은 있지만, 그건 그들이 모자란 것이었다. 물론 무력으로 어디서 모자란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겠지.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비는 고작 무력 하나로 누군가를 고평가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언가 다른 걸 보는 느낌이었다.

감상적인 부분이라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지금껏 이해했던 유비는 인간의 단면적인 것을 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여 소녀의 말은 다소 의외였다.

“유비, 말했음. 사람을 중하게 대하며 품을 줄 안다고. 중랑장의 평판은 그냥 잘 싸우는 무장. 그래서 보러 왔음.”

“나를?”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판과 상이. 결론 유추, 요소 부족.”

아니 그런데 얘는 말을 원래 이렇게밖에 못하는 걸까. 한 번 듣고도 다시 생각해야 겨우 이해할 정도로 말을 구성하는 요소가 부족한데.

물론 남 집 아이를 이렇다저렇다 할 생각도 없어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에 내 평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둘 다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부합한다는 느낌도 없었다.

사람을 중히 써?

그냥 인간답게 대하는 것뿐이었다.

“그래, 그럼 지금까지는 어떠니?”

“모름. 이제 막 만났음.”

그도 그런가.

하여 웃으며 소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딱 사마의를 처음 보았을 때가 이 정도로 작은 키였는데. 정작 그 꼬맹이는 최근 성장기가 왔는지 무럭무럭 자라서 이렇게 아담한 느낌은 제법 없어졌다.

좀 아쉽기도 했다.

예전에는 말 안장 앞에 태우고 다니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애가 좀 커서 움직이기 불편하더라고.

“그래. 그럼 종종 놀러 오면 시간이 날 때 놀아줄게. 사마의도 저렇게 굴어도 또래에 친한 애가 한 명도 없는데, 같이 놀아주면 좋겠네.”

“보라색, 싫음.”

“너무 그러지 말고. 애가 근본은 착한… 애야.”

여기서 말을 머뭇거린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사마의는 우리와 함께하고 나서 항상 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었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이렇게라도 좀 아는 아이를 늘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솔직히 사마의 그것이 너무 어른인 척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내 개인적으로도 좀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착함?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 것 맞음?”

“진짜라니까. 애가 좀, 가끔 돌발적으로 까칠할 때가 있어서 그렇지. 그래도 나름 싹싹한 면도 있으니까. 너도 주변에 애들이 없어서 심심하지 않니?”

“안 심심함.”

제갈량은 자유로운 손을 내게 내밀며 펼쳤는데, 그 손에는 반질반질한 조약돌 몇 개가 놓여있었다.

“혼자서도 잘 놈.”

“……어, 아니. 아….”

제갈 가문은 대체 여식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사마의도 이렇게 혼자 조약돌로 논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걘 명가의 여식답게 독서나 바둑으로 여가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이 소녀는 정말 말 그대로 혼자 조약돌로 논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가끔은 놀러 와라.”

“…긍정.”

이 뒤로는 여타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서주군의 막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와중에 본 병사들의 시선이 조금 따가웠지만, 어차피 군의 총사령관이 나인데 어쩌겠냐고.

하여 군중으로 다가가는 와중에 저 멀리 회색 머리칼을 길게 기른 여인이 보였다. 분명 저것이 제갈근이라는 서주군의 참모였을 텐데.

“진짜, 이번에 잡히면….”

그녀는 저 멀리서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손에서 떨림을 느꼈다. 소녀와 맞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것인데, 살짝 시선을 내려보니 제갈량이 몸까지 떨며 점점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이.

“어, 언니 화났음…!!”

“응?”

채 말하기도 전에 저 멀리에 있던 제갈근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분명 나와 손을 맞잡고 있을 제갈량과도.

“사, 사령관님!!”

와, 빨라.

뭐지? 아니 진짜, 뭐지?

정신을 차리니 그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올리고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내 앞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이 처자가 내가 듣기로 서주군 참군이면서 문관이라고 들었는데.

정보가 틀렸나?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아니, 그. 고생이 많습니다?”

당황스러움에 떨떠름히 답했는데, 정작 제갈량은 제 언니가 다가온 것을 보고는 아예 손까지 뿌리칠 기세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뭔지 모르니까 일단 붙잡고 있을까.

“놓음! 도망가야….”

“…저희 아이가 이번에 결례를 범했다면 부디 용서해주세요. 아직 어린 나이여서 사리분간이 잘 안 되는 아이입니다.”

“나름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데리고 다니는 아이가 비슷한 나이라, 나중에라도 같이 만나게 해줬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시선을 홱 돌려 소녀에게 시선을 건넸다. 그와 동시에 제갈량은 아예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포기한 듯한 느낌이.

“너, 사령관님 앞에서도 그런 말투 쓴 거 아니지?”

“나, 나는 모름. 모르는 일임.”

“이게 진짜!”

……여기서부터는 가족 간의 일인 듯하여 놔주었고, 제갈근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제갈량을 붙잡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주의 주겠습니다.”

“뭐, 애가 군중에 돌아다니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가끔 저희 애와 만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꼭! 마침 저희 아이도 주변에 또래가 없었으니까요. 자, 량아. 너도 사령관님께 인사 안 올리고 뭐 하니?”

“……유비, 틀렸음. 나빠.”

그 뒤로는 제갈근이 한 번 더 발끈하여 제갈량을 허리춤에 끼고 내게 인사한 뒤 물러났다. 아니 뭐, 어떤 의미로는 재미있는 아이였으니까 괜찮다고 했는데.

자매가 들어간 막사를 한 번 돌아보았다.

“너 진짜!! 언니가 몇 번 말하니!?”

“항복! 항복, 아, 아아!! 제발, 언니! 아파, 아프다니까!!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엉덩이, 꺄윽!?”

그 독특한 말이 전부 흉내나 뭐 그런 거였다는 건 신기하긴 하네. 물론 소녀의 비명을 계속 듣는 악취미도 없었기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눈을 감고 명복이라도 빌어줄까.

“…어머? 사령관님. 여기서 뭐 하세요?”

“아니, 잠시 볼일이 있어서.”

그러고 보니 유비와도 잠시 얘기를 나눠야 했던가. 여포와 장비가 벌인 일에 대해서는 불문으로 부친다고 하였으니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행군하는 군의 경로와 편재에 대해 미리 통보할 필요는 있었다.

“볼일이요?”

“그, 제갈량이라는 아이가 잠시 군중에 있어 데려다주는 김에 당신을 만나려고 왔지. 지금 시간은 좀 있나?”

“아, 이거 혹시 구애인가요?”

틀리다, 틀려. 전혀 다르다.

“농담이에요, 농담. 사령관님도 참. 그래도 량이를 데려다주신 건 정말 감사해요.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 종종 사라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참군도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그거 지금 저기서 푸닥거리하고 있을걸?”

하며 손가락으로 막사를 가리켰다.

마침 비명이 들리네. 애처로운 소녀의 비명에 유비는 살짝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구슬프게 우는 소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그 근처에서 벗어났다.

암.

가족 일에는 끼어드는 거 아니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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