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53화 (253/343)

25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참칭 194년 2월.

드디어 전쟁의 막을 올렸다.

공식적으로 한의 황실을 원술을 역도로 취급하여 선포하였고, 먼저 준비되었던 관구사령관의 군을 필두로 하여 서주로 이동하여 서주목 유비와 연계하게 한다.

그와 동시에 허도에서는 따로 군을 차출하여 사령관을 대장군 조조로 두고 여남으로 움직인다.

하여 그 관구사령관으로 황제의 대리 장군이 된 내가 먼저 서주로 움직였다. 총 군세는 1만으로 하여 친위대의 대장인 조홍을 부관으로 삼은 대군.

서주까지 가는 길은 평이했다.

아군은 우선 서주 인근의 소패현, 거기서 더 나아가 팽성에 머물게 되었는데, 미리 나와 있던 유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셨어요?”

해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유비.

“예, 별고 없으셨는지요.”

“중랑자…, 이제는 사령관이지요. 사령관께서 이전 제 처소에선 말을 편히 하시더니 또 어조가 딱딱해지셨네요. 비는 조금 서글플 것 같아요.”

군의 일이니까.

솔직히 그때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었다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여자에게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저, 서주목?”

그런 그녀를 제지하는 게 조홍 누님.

“우선 아군이 머물 진을 마련해준 건 고마운데, 그쪽에서 준비한 병력은 어떻게 되시는지? 듣자 하니 일만 하고도 오천 정도라고 들었는데.”

“아, 네! 저희 군도 인근에 대기하고 있어요.”

살짝 불편했던 분위기를 끊어준 조홍에게 감사의 인사를. 물론 그걸 대놓고 표현할 수는 없으니 마음으로만 감사하자.

하여 유비에게 그 군을 이끌고 이쪽으로 합류해줄 것을 제의하고 아군에게는 따로 군장을 풀고 대기 상태로 있을 것을 명하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곳은 서주.

어떤 형태로건 방심할 수는 없었다.

“동생, 뭐야뭐야?”

“거, 능글맞게 그러지 좀 마쇼.”

“아니 저 절세가인이 막 달라붙고 그러잖아. 응? 이 누이한테만 말해봐. 혹시 허도에서 돌던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던가?”

그럴 리가 없지.

그 소문이라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중랑장과 서주목이 연정 관계를 맺었다던가.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였다. 단언컨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 헛소리 하실 거면 잡무로 돌려버릴 거요? 자꾸 누님이라고 부르라 하여 불러드리니까 계속 갈구려고 하시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뭘 또 다행이라고.

하여간 종잡을 수가 없는 여자라니까.

“만약 타 군주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면, 나로서는 언니한테 보고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런 미래가 벌어지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날 죽일 셈이었수?”

장담컨대 조조가 날 가만둘 턱이 없지.

안 그래도 은근히 독점욕 있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뭐? 적대관계가 될 게 뻔한 여자랑 놀아난 걸 알게 된다고?

장담컨대 허도 성문에 내 목이 걸리리라.

“아니면 됐지.”

“그런 농담 하나에 내 목이 날아간다니까는.”

“목? 그거까지는 안 날아갈걸. 그러네. 언니라면 아마 박제하는 걸 더 선호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쪽을 자른다거나.”

그게 그거잖아.

하여간 못하는 말이 없어. 장난기가 다분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심장에 해로운 농담이라면 자제하는 게 양자 서로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지 않은가.

“됐고. 일단 어때 보이쇼?”

“서주?”

고개를 끄덕이니 조홍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흠, 글쎄. 확실히 서주 전쟁 당시보다는 확실히 잘 방비했다는 느낌이네. 당장 이 팽성도 보면 전과 달리 성벽을 크게 높였고 말이야.”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그 전장에 나선 적이 없어 당시 서주를 몰랐다. 하여 지금까지 내가 서주에서 느낀 감상이라고 한다면 두꺼운 요새와도 같은 분위기였는데,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듣기로는 서주의 생산시설부터 철저하게 작살을 내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방비까지 완수했다는 소리잖아.”

“듣고 보니까 그러네?”

뭘 듣고 보니 그래.

딱 보아도 견적이 나오잖아. 모르긴 몰라도 조조가 직접 행했다면 철두철미하게 치러졌을 것인데, 그걸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이만큼의 전쟁 준비를 마쳤다는 게 무얼 의미하겠는가.

물론 저들의 유능함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전쟁을 각오하고 있다는 뜻. 특히 요새와 성체를 비롯하여 방어시설에도 이만큼 투자했다는 건, 외침을 대비함에 특히 힘을 실었다는 뜻.

서주로 진격할 수 있는 군이 몇이나 있을까.

“전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꽤 빡빡하게 대비했네. 딱 보아도 우리랑 싸울 걸 대비한 거 같은데.”

“그야 그렇겠지.”

조홍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어쩌면 조조와 함께할 것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행한 대응이 아닐까. 물론 사람의 앞날이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조와 유비가 나란히 걷는 풍경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같은 아군인데 그런 것부터 꼬투리를 잡으면 한도 끝도 없다? 동생 요즘에 좀 과민해졌어. 알아?”

“알긴 알지.”

나 자신의 재능을 알기에 이런 정치적, 혹은 전략적인 행동처럼 머리 쓰는 일만 시작하면 모든 걸 의심하여 고심하는 버릇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건 나중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유비와 합을 맞추어 양주로 넘어가야 했고, 그곳에서도 같이 전술적인 행동을 병행해야만 했다.

지금은 아군이었다.

그러나 이 뒷목이 따끔거리는 감각은 무엇인가.

“하아…. 그래, 내가 너무 먼 걸 생각하고 있었네. 그럼 누님, 먼저 장료나 여포에게 군장을 푸는 즉시 내게 오도록 말 좀 전해줄래?”

“뭐, 문제는 없는데. 어디 가게?”

“유비한테.”

일단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소속이 다른 군을 그나마 한 군처럼 움직이려면 적어도 수개월 정도는 합동 훈련을 병행해야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그러면 남은 대안이라고 한다면 각자의 통솔권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그녀와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군 전체의 통솔권은 이쪽이 가져가되, 각 군의 행동과 지령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각 사령부의 지휘에 일임한다.

“일단 내가 서주군의 작전권 전부를 이양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쪽과 상의해봐야지. 어떻게 되었건 간에 시간이 너무 부족해.”

“엥? 그냥 다 가져오면 되는 거 아냐?”

“통괄적인 지침만 내리는 선에서 움직이려고. 억지로 그들의 작전권 전부를 빼앗아봐야 반발밖에 초래할 것이 없잖어.”

구태여 곧 아군이 될 이들과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물론 황제의 대리 장군으로서 그들에게 압박을 넣는 것은 간단했고, 유비에게 직접 명령을 내릴 대리 사령관을 보내기도 어렵지야 않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능률이 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알겠어. 나도 부사령관 나름대로 아군과 한 번 검토는 해볼 테니까, 너무 확답은 주지 말고. 그쪽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듯하면….”

“알지. 그때는 강제할 수밖에.”

유비와 서주 입장에서야 이번 전투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사실 말마따나 유비 입장에서는 아군과 원술이 공멸해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말일 터.

“그건 일단 내가 먼저 의논해보고 올게. 누님은 먼저 아군 점검부터 좀 부탁하오. 장료랑 여포는 일 끝나면 내 막사로 부르고.”

“알겠어, 알겠어.”

대충 손을 휘적거리고야 있지만, 조홍은 맡은 소임을 확실히 하는 여자. 믿을 수 있었기에 시선을 돌려 저 멀리 유비군을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는 것과 협상을 해야 한다, 라.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착각일까.

* * *

원소는 제 전용 상석에 앉아 손가락을 세워 팔받침을 톡톡 두드렸다. 이번 원술의 참칭은 비단 중원과 황실을 넘어 이 하북에까지 파란을 몰고 왔으니.

“멍청한 동생 놈이 황제라.”

그러면 자신은 황제의 형인가.

우습지도 않았다.

그는 원술을 잘 알고 있었다. 명가의 인간으로서 자부심은 있으나 능력이 부족하다. 개인의 지도력은 있으나 그들을 이끌 매력과 힘이 부족한 인간.

원술의 말에는 힘이 깃들지를 못했다.

권력이라는 것은 응당 그릇되는 이가 차지할 수 있는 것. 원술의 그릇이 황제를 감당할 정도로 넓지 못하니 파멸할 것은 당연했다.

“전풍 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조가 움직였으니 금방 정리될 것입니다.”

전풍은 제 미간의 주름을 살짝 찌푸리면서도 덤덤히 말했다. 그가 보기에 원술은 결국 조조를 이길 수 없었다.

단지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지는가가 관건.

“불민한 동생이 실력은 부족하나 세력은 크다. 조조라고 하여도 쉬이 꺾기는 어려울 터. 그러니 중원의 성장세를 조금이나마 억제해주면 좋겠는데.”

현 원소군은 움직일 수 없었다.

공손찬이 최근 기주에서 밀려났다고 하지만 그 전투력은 여전히 건재했고, 그 특유의 이민족 기병대를 운영하여 여전히 각지에서 소규모 전투가 이어지는 추세였다.

“차라리 조조가 발이 묶인 틈에 공손찬을 밀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별가는 뭔가 좋은 안건이라도 없는가?”

전풍은 그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공손찬과의 전투는 잔재주 없이 오롯이 힘으로 겨룰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국에는 힘과 힘의 대결인데, 그런 전장에 신묘한 계책이 나올 리도 없었다.

“지금으로써는 내실을 갖추고 더욱 공고히 힘을 모아 단번에 공손찬을 타도해야 한다는 말밖에는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런가.”

원소는 전풍의 이런 점을 좋아했다.

그는 가능한 것은 가능하다고 했고, 불가능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대쪽같은 감성은 기존 원소를 따르던 참모진에게는 없는 유형.

물론 가끔은 그것이 거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재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또한 차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모아 그 의견을 경청하여 나쁠 것이 없었다.

“조조는 급격하게 세력을 불리고 있지. 역시 내 죽마고우. 그러나 결국에는 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장군 조조.

원소가 여전히 기주목인 것과 비교해 조조의 권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이는 하북에 아무도 없었으니.

“조조가 중원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면 아군이 힘에서 밀린다. 우리도 최대한 빠르게 공손찬을 제압하지 않으면 장차 그녀를 잡을 방법이 없어져.”

전풍은 한 가지 미래를 그렸다.

원소와 조조의 격돌.

그 사이에 제 아들인 전호는 황실의 중랑장으로 올랐다고 들었다. 분명 환영해 마땅한 일이었지만, 장차 원소와 조조가 격돌하게 될 상황에서 자신과 그는 어떻게 마주하게 될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가문의 모든 기반은 기주에 있었다. 게다가 이미 원소군의 중진으로 올라선 자신을 원소가 놓아줄 리도 만무.

미래는 정해져 버린 것인가.

“힘이 부족하다.”

반면 원소는 문득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공손찬을 잡아내야 했다. 조조가 이미 2개의 주를 점거한 이상, 다소의 체면과 위신을 깎더라도 공손찬을 빨리 잡아내야 그녀를 찍어누를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

“전풍. 내가 한 가지 생각한 것이 있다.”

“경청하겠습니다.”

그 말에 원소는 픽 웃었다.

“아군은 힘이 부족하다. 유주자사를 공손찬이 처형한 이래 이민족을 포함하여 아군의 세는 많이 불어났지만, 그래도 모자라지. 동의하는가?”

“완벽하게 잡아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요.”

“힘을 더해야 한다면 아군 주변에도 꽤 괜찮은 전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천박하기 그지없으나, 반대로 그렇기에 어디에도 붙을 수 있는 박쥐 같은 놈들이 하나.”

전풍은 그의 말에 살짝 어깨를 떨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총명한 이였고, 그렇기에 원소가 누굴 가리키는지 대번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원소의 말은 전풍도 한 번 검토했으나 득보다 실이 크다 여겨 구태여 진언하지 않았던 것.

“흑산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바로 그렇지.”

“안 됩니다.”

전풍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간 원소가 걸어왔던 길은 왕도. 청렴과 예를 중시하는 청류파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올라서며 지지받기까지 행했던 모든 것이 물 건너갈 수도 있는 일.

하여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