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50화 (250/343)

25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참칭 양주의 유요까지 격파한 손책은 단양군에서 군을 정비하고 원술의 명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곧 전쟁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조조와의 결전.

그녀에게 있어서는 아비의 원수였으나, 그간 기회가 없어 강동 양주를 정벌하는 것으로 그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밖에 없었다.

“공근, 드디어 때가 왔어.”

주유의 자를 친근하게 부르며 손책이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주유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손책은 그간 양주를 정벌하면서 단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제 세력을 위해 옥새를 원술에게 바쳤음에도 아무런 미련도 가지지 않던 손책.

그녀는 아버지였던 손견이 죽은 뒤로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일을 처리했고, 그나마 격하게 감정을 표출했다면 태사자와의 전투였을까.

주유가 보기에 손책의 시간은 손견의 사후를 기점으로 멈추었었다. 그랬던 시간이 지금 확실하게 깨어난 것.

“잊었나? 우리는 세력을 모아 장차 원술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옥새를 바쳤다. 그런데 그 원술을 도와 조조와 적대하는 건 옳지 못해.”

“아니, 할 거야.”

그것을 위해 군을 필요로 했다.

옥새를 바친다면 분명 원술을 변화할 것. 언젠가는 조조와 적대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기에 미련 없이 아비가 남긴 옥새를 그 욕심쟁이에게 바쳤다.

“조조와 전호, 그리고 여포까지.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된 모든 이들을 죽일 거야. 공근은 이런 날 이해하지?”

“못한다. 멍청한 것.”

“멍청해도 좋아. 여기서 원술이 조조를 꺾는다면 기존 패권은 흔들릴 거고, 그러면 우리도 움직이기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주유는 그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가능이야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른 것. 원술이 옥새를 쥐고 조조와 전쟁할 이유가 무에 있을까. 이미 그가 황제 자리를 탐낸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반역이라는 것.

“원술이 패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기면 그만이고, 만약 실패한다고 하면 그때는 원술의 뒤를 치면 돼. 휘하까지 엮어 벌하기에는 조조 그 빌어먹을 년의 상황도 썩 좋지 못하잖아?”

“……넌 너무 편한 대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

어릴 적부터 알아왔지만, 그것이 바로 손책의 가장 큰 결점이었다.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지만, 그 자신감 탓에 의도대로 일이 풀리리라 맹신하고는 했다.

그건 자신감이지만 자만이기도 했다.

“백부, 지금이라도 원술과 척을 져. 불확실한 조조와의 결전보다는 원술을 함께 찢어발기고 남은 세력과 양주 전체를 거머쥔다면 차후 패권을 노릴 수 있다.”

“아니. 손가의 복수는 반드시 피로 이뤄져야 해.”

“손책, 너!!”

주유는 소리를 질렀지만, 반대로 손책은 씩 웃었다. 분명 막 아리땁게 꽃피운 여인의 미소였지만, 주유는 그것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여기가 분수령이야. 조조가 가장 약할 시기는 지금이고, 이 뒤에는 그년을 언제 노릴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안 돼.”

“……하아.”

주유는 결국 양손을 들었다.

“항복?”

“네 고집을 누가 말려. 하지만 분명 원술이 실패해도 성공해도 남는 것은 있다. 그걸 아니까 그 고집에 응하는 거야.”

절대 고집 하나에 꺾이지 않았다고 피력하는 주유를 바라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유는 항상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기에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고마워.”

“쯧, 이런 말괄량이가 뭐 좋다고.”

“의남매라는 게 이런 거 아니겠니, 남동생?”

그 말에는 주유가 발끈하고 나섰다.

“내가 오빠다.”

“응? 당연히 내가 누이지.”

그들을 그런 쓰잘머리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그와 반대로 손책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뜨겁게 타올랐다.

오래도 기다렸다.

복수의 과실이 곧 눈앞에서 피어날 터.

그녀는 아비의 장례식에서 목이 없는 시체로 장사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손견 휘하 장보가 목숨을 걸고 겨우 수습해온 것인데,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울었던가.

그 회한을 풀 때가 왔다.

원술은 성미가 급했으니 아마 1월 1일, 신년이 되자마자 바로 중나라의 건국을 선포할 거라고 예상되는바.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공근.”

“…너는 이럴 때만 친근하게 구냐.”

마지못해 그 손을 잡는 주유.

눈물로 젖은 시간은 이제 끝이었다. 되지도 않는 잔챙이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이름을 되뇌는 것도 여기서 끝.

진짜 원수와의 전장이 곧 벌어진다.

손책은 살짝 고개를 숙여 웃었다. 눈가에 진 음영 탓에 더욱 음침하게 느껴지는 표정. 주유는 그녀의 마음을 알았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조조와 손을 잡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적대할 수밖에 없다면 그 선에서 가능한 모든 걸 쟁취하는 게 책사의 역할이었고, 그의 의남매인 손책의 책사는 바로 자신이었다.

“내가 도와줄게.”

“믿고 있어, 동생.”

“내가 오빠다.”

그는 단언하면서도 눈을 감았다.

조조군은 분명 강하다. 그간 숱한 전쟁을 치렀기에 더욱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 잦은 전쟁이 바로 그들의 약점.

원술이 물량에서는 앞서는 전장이었다.

그 가운데 이제 오천 남짓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유격대의 역할이 고작.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강구한다.

주유는 눈을 감았고, 손책은 이를 갈았다.

전쟁의 전야.

폭풍 전 고요함과도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 * *

옥새란 무엇인가.

과거 첫 통일제국 진부터 내려져 온 지고의 보물. 황제의 권위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것 자체가 황제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기물이기도 했다.

그것이 원술에 손에 쥐어진 것.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답더냐.”

천것들에게 있던 기물이 드디어 있어야 할 본래 주인에게 왔다. 이것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운명이 정해준 결실과도 같다 여겼다.

원술은 그것을 바라보며 황홀함을 느꼈다.

“아무렴. 이런 기물을 어찌 천것들이 가지고 있겠느냐. 그 종년의 아들놈에게는 아깝고, 백정의 딸년에게는 더욱이 감당할 수 없는 기물이지.”

그에 비해 자신은 유서 깊은 원가의 정통.

그런 자신에게 옥새가 들어왔다는 것은 바로 황제에 올라 이 천하를 평정하는 말과도 같지 않은가.

원술은 미리 준비하였던 곤룡포를 걸치고 옥새를 쥐었다. 아직 중나라의 선포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암암리에 원술이 황제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달.

앞으로 한 달만 지나면 황제에 오른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였다.

물론 그에 맞는 준비도 끝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열등하다 느끼는 조조와 자격도 안 되는 어린 황제는 분명 반발할 것이고, 군사행동을 일으킬 터.

그러나 원술의 휘하에는 강맹한 6만의 대군이 버티고 있었다. 설령 연주와 예주의 군을 모두 합치더라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첩보를 확보했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다.

황제가 되어 어가에 오른다.

그리고 자신을 거역하는 환관의 딸년을 짓밟고 올라가, 원가의 원수이자 수치인 원소의 목을 친다.

옥새를 쥐었을 때부터 운명은 정해졌다.

“후하하, 하하하하하!! 보아라! 이것이 황제의 위엄이다! 그 천것들이 제 기세에 못 이겨 날뛴다고 해도 결국 천지신명은 짐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한나라는 불의 뜻을 담았다.

그러나 원가의 이름으로 이뤄진 중나라는 땅의 의지. 불이 대지의 굳건함을 이기는 일도 없었으니, 옥새의 정통성과 음양의 뜻에서도 모두 원술 자신의 손을 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아 옥새여, 너는 어찌 이리 영롱한가.”

원술은 정신병에 걸린 광인마냥 웃다가도 황홀하게 옥새를 쓰다듬었고, 그러다가도 원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웃다가도 분노하고, 그러다가도 행복함에 젖는다.

그는 한참을 옥새를 쥐고 서성였다.

곧 중나라의 개막이었다. 이미 불타버린 원가는 원술 본인이 재건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 영광과 부흥을 제 손을 이끌 생각이었다.

옥새가 쥐어졌을 때부터.

그것은 그에게 있어 필연적이라 느꼈다.

* * *

194년 1월 1일.

원술은 구강군 수춘의 거성에 사람을 모았다.

황제의 제식과 관례를 다하며 사방의 사람을 불러들인다. 하여 그는 한 손에는 옥새를,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하늘에 겨누며 천명한다.

“천하가 혼란에 빠져 백성들이 통탄을 금치 못한다. 한은 이미 그 수명을 다하여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고 황제로는 정통성도 없는 어린아이가 권신에게 휘둘리는 상황일지니!!”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원술은 그것을 원했다. 만천하가 그를 주목하며 그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광경. 이 얼마나 꿈과 같은 풍경인가. 그는 언제나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하여 옥새는 새로운 주인을 선택했고, 이미 사그라진 불의 기운을 대신하여 굳건한 땅의 의지를 받든 원가의 중나라가 응당 그 유지를 받들어야 옮음이 아닌가!”

그는 검으로 제 손목을 그어 접시에 핏물을 받았다.

“하여 여기에서 선포한다. 만물은 짐의 말을 경청하고 그 의지를 받들라. 오늘 이 시간을 기점으로 이 땅에 태어날 새로운 나라에 전율하라.”

중(仲)

흐트러진 천하를 다잡을 새로운 이름이었다.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응할 새 국가를 받들라. 이 불민한 원술이 하늘의 명을 받들어 혼란하기 그지없는 천하와 고통받는 백성을 품겠다.”

그는 그 자격이라고 말하듯 옥새를 치켜들었다.

“전국옥새는 짐과 함께하니, 위천자와 권신 조조를 타도할 것을 선포한다. 그러니 짐의 신민은 응당 짐의 명을 받들어 새로운 국가의 첫 발걸음에 힘을 보태어라.”

그것은 신년과 함께 돌연 찾아온 선고였다.

이 천하의 아슬아슬했던 균형을 깨는 신국가의 설립. 그것은 여강을 중심으로 점점 퍼져나갔고, 이윽고 조조가 있는 허도에까지 소식이 도착하였다.

“……미친놈이 벌써 들고 일어서는가.”

조조는 그 소식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겨울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그렇기에 이리 급하게 선포하는 원술의 행동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장군, 이건….”

그 소식을 알린 진궁도 머뭇거렸다.

“알고 있다. 우선 소연 상서령을 부르도록. 중랑장도 불러 빠르게 준비하지. 적어도 한 달 내로는 그 빌어먹을 머저리를 치러 출병한다.”

“예, 대장군.”

효시는 쏘아졌고, 이제는 원술이나 조조. 그 둘 중 하나가 죽어야지만 끝날 전쟁이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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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50편이네요!

독자 여러분이 봐주신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감사하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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