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48화 (248/343)

24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참칭 조조의 사택은 꽤 웅장했다.

특히 허도에 들어서고 그녀가 대장군이 되어 새로이 증축하였는데, 솔직히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을 제외하고 그녀의 집보다 큰 거주지는 없을 것 같았다.

“왔는가.”

“예이. 어우, 뭔 마당부터 이리 넓어? 증축한다고는 들었는데, 솔직히 이렇게 큰 집이 필요는 있으신가?”

“본인도 필요치 않았으나 주변에서 하도 성화이니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위에 서는 자는 타인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 몸집을 부풀릴 필요도 있다.”

그러려나.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집이 커봐야 쓸데없는 방만 늘지. 나도 차곡차곡 쌓이는 재화가 있기야 한데, 그런 걸 쓸 곳도 마땅치 않아서 전부 사마의에게 일임했다.

한 번은 사마의가 넓은 저택으로 이사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기에 쓸데없다고 거절하였던 적도 있었고.

“그대도 중랑장이니 몸가짐에는 주의할 필요도 있다. 본인이 준 비단은 다 어디에 팔아먹고 싼 것만 입고 다니는가?”

“비단은 좀. 그 몸에 비벼지는 게 싫어. 그리고 한겨울에 비단은 무슨.”

얼어 죽을 일 있나.

그리 말하며 외투를 벗어 주변에 있는 시종에게 건넸다. 하여 물러나는 시종을 뒤로하고 조조의 손짓에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언젠가는 그대도 품격이라는 걸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야 이렇게 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그대도 곧 위에 설 남자가 아닌가.”

“위? 실감도 안 나니까 그런 말 말고.”

이런 품위를 갖추라는 얘기나 하려고 부른 게 아닐 텐데. 만약 그럴 것이었으면 따로 부르지 대장군부의 사람을 이용하여 날 호출하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대장군님은 뭐하러 부르셨을까.”

“내 임을 부르는 것에 이유가 필요한가?”

조조의 임이 된 적도 없지만, 무엇보다 대장군부의 인을 찍어가며 불러놓고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나도 바쁘다고. 유비 떠나고 그 뒷수습이랑 찾아오는 사람에, 또 황실 친위대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다고.”

특히 친위대가 내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이쪽은 황제의 직속과도 같은 느낌인데, 기본적으로 그 경비를 맡는 중랑장 휘하에서 재편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인재 편성부터 시작해서, 자꾸 주변에서 청탁이라던가 압박이 들어온다는 거지.

“그런 문제라면 소연이나 내게 말하지 그랬나. 말만 한다면 그런 이들, 몇이고 다 쳐내어 줄 수 있었을 것을.”

“아니, 쳐내면 안 되지.”

그럼 누굴 쓰라고.

우선 그 대장직으로는 조홍을 낙점하긴 했는데, 그 구성원이 문제였다. 일단 친위대이니만큼 근본도 없는 이를 쓸 수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각 지역의 호족과 명가의 자손들이 물밀 듯이 찾아오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놈들도 또 뭘 믿고 맡기나.

하여 기존 군에서의 선임들을 선별하여 맡기려고 하니, 그건 또 황족 놈들을 필두로 하여 관료들까지 뜯어말리는 지경이었다.

“후훗, 실컷 고민하라.”

“안 도와줄 거요?”

“그런 귀찮은 직무를 맡은 건 그대다. 그러게 폐하에게 사양하더라도 본인이 내리는 관직을 받았으면 그런 번거로운 일도 없지 않았는가?”

아니 또 어떻게 그러겠냐고.

하여간 벌써 몇 달 전 일인데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두나? 어차피 보려고 하면 항상 볼 수 있으면서 말이야.

“혹시 그걸로 아직도 삐졌수?”

“안 삐졌다. 그대는 가끔 본인을 너무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도 이미 성숙한 여인이다.”

그간 조조를 길게 보며 여러 버릇을 알았는데, 그중 하나가 괜스레 할 말이 없으면 저렇게 말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픽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누르며 쓰다듬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알긴 무엇을? 머리를 어루만지지 마라. 본인이 키가 작아서 그러는 것인가? 그래서 가끔 본인을 애처럼 다루는 것인가.”

아니 이건 그냥 습관적인 건데.

가끔 방삼이놈 머리도 벅벅 긁어줬다. 놈이야 지랄을 하는데, 뭐 어쩔 거야. 나보다 어린놈…… 인가?

생각해보면 놈도 그렇고 나도 그랬지만, 우리는 제 나이도 잘 몰랐다. 그냥 어렴풋이 놈을 동생으로 대하는데, 혹시 형이면 어떡하지?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그럴 수도 있었다.

액면가는 솔직히 놈이 훨씬 형이라고 해도 무방한 얼굴이잖아. 방삼이가 나보다 나이 많은 형? 어우, 대우해줄 생각도 없지만 좀 싫긴 하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요?”

“그대는 꼭 이런 부분에서는 말을 돌리는군. 나쁘다고 책망할 생각은 없으나, 그런 버릇은 좋지 않다.”

“알았으니까.”

대장군만큼 바쁘겠느냐마는 나도 밀린 일이 있었다. 물론 절반 이상이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 진절머리 나서 일부러 미룬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 처리해야 할 일이니까.

“흠, 그렇군. 어디서부터 설명할까.”

그녀는 제 은발을 배배 꼬았다.

“곧 전쟁이 있을 예정이다.”

“또?”

아니 올해만 전쟁을 몇 번 했는데.

“이번에는 좀 사안이 중대하다.”

조금 전까지 지었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조는 그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를 바라보았는데, 거기서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술을 기억하는가?”

“알지. 그 원소 형 아냐. 하는 짓은 동생 같아도 일단 형이라며. 그 양반이 왜? 양주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공격할 생각인가?

아군도 물론 그것에 우려하여 여남에 조인 장군과 2만의 정병을 배치하긴 했다. 그래도 원술이 공격해온다고 하면 전력으로 받아쳐야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남자가 옥새를 손에 넣었다.”

“응? 뭐?”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에 살짝 당황했다.

전쟁이라며, 뭐 쳐들어온다는 내용 아니었던가? 갑자기 옥새가 왜 나와. 옥새라면 그거 아냐? 그 황제 폐하들이 들고 다닌다는 뭐시기.

“옥새는 대대로 황제의 상징이었지. 그 무지렁이가 그것을 손에 넣은 것까지야 좋다 치겠으나, 놈은 그 기물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옥새가 도장 아냐? 그걸로 무슨….”

여기서 그녀는 옥새를 황제의 상징이라 하였다.

다른 생각.

그 순간 살짝 무언가가 떠올랐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적이 쳐들어오지도 않는데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부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혹시… 황제가 되겠다던가?”

“오. 그대는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군.”

“농담하지 말고.”

그러니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도 웃을 수 있는 것을 농담이라고 했다.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연전으로 이미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우리가 전쟁을 선택한 것도 이해는 갔다.

“언제?”

“아직은 아니다. 허나 그 남자가 황제 참칭을 준비한다는 것도 사실인 듯하고, 그러하면 우리도 마땅히 준비할 수밖에 없겠지.”

당연히 준비해야지.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우리는 병신 집단이 되어버린다. 황제를 모시고도 그런 역도를 처리하지 못하여 끙끙거리면 세간에서 조조군을 대체 어떤 시선으로 보겠는가.

“그건, 좀 심각하긴 하네.”

“하여 그대를 불렀다.”

전쟁이라면 무관인 나를 불렀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직책은 황실을 지키는 것이 임무 아닌가. 이건 아마 외정이 될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중랑장의 역할은 황실의 안위를 돌보는 장군. 그 권위를 짓밟는 이는 황제 폐하의 권한으로 외정에 나설 수 있고, 그럴 때는 부절을 받아 관구사령관이 되고는 한다.”

“그거 황제 폐하의 대리 장군이라는 거요?”

조조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즉, 중랑장으로서 황제의 부절을 받들어 사령관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또 조만간 전장에 나서게 된다는 소리였다.

“폐하께는 이미 말씀을 올렸다. 차후 따로 그대를 부르시겠으나, 기본적으로는 군권에 대해서 본인과 상담하는 게 빠르지 않겠나?”

“그야 그렇지만, 또 전쟁이라니.”

대체 몇 번째야.

무슨 전쟁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나. 특히 올해 조조군이 수행한 전장의 횟수만 몇 번인지 이젠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이건 황건적의 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나 벌어질 전쟁의 횟수 아닌지?

사람들이 난세라고 입을 모아 말하더니 진짜, 어떻게 황건적의 난 당시보다 더 복잡하고 전쟁도 많이 벌어질 수가 있지?

게다가 이 각지에 군웅이 난립한 사태가 끝날 조짐도 보이지 않으니, 이거 자칫 잘못하면 황건적의 난은 우습게 볼 정도로 전쟁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우선 원술이 참칭하는 시기에 맞춰 곧바로 양주로 진격할 터. 그 전에 서주목 유비에게도 따로 사절을 보내었으니 그대는 때가 오면 서주로 가라.”

“서주? 유비 그 양반이 돕겠대?”

“서주목도 황족 나부랭이. 원술이 황제라 참칭한다면 응당 돕지 않고 어쩔 터인가. 정치적인 요건으로 보아도 서주목은 원술과 손을 잡아 좋을 것이 없다.”

뭐, 내부적으로 잘 처리된다면 내가 더 할 말도 없었다. 순순히 유비를 서주로 보내기에 왜 그러는가 싶었더니, 안으로는 이런 문제가 있었던가.

“우선 알아만 두라고 불렀다. 거기에 최근 그대와 단둘이 된 것도 오랜만이지 않는가?”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슬쩍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검지를 뻗어 살살 내 가슴팍을 어루만지는데, 그게 무얼 뜻하는지는 듣지 않아도 뻔했다.

“……이래서 시종들 다 물린 거요?”

“이 얘기가 극비인 이유도 있다.”

그러면 그 은은한 미소부터 거두고 말씀하시지?

* * *

서주로 막 돌아온 유비는 바로 제갈근을 찾았다.

“허도에서의 일, 노고 많으셨습니다.”

“아뇨, 선생님이야말로 힘드셨잖아요? 저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빈틈없이 처리해주셔서 감사하죠.”

특히 이번에 자신이 서주를 비우면서 내부적으로 굉장히 잡음이 심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유비에게는 이렇게 내실을 도맡아주는 제갈근의 존재가 그저 고마울 따름.

하여 둘은 자리에 앉아 얘기를 풀었다.

서주 내에서 여전히 유비에게 반발하는 호족에 관한 이야기. 허도에서 보았던 것과 황제, 그리고 조조에 관한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실히. 유공이 말씀하시는 대로 조조는 지금이 가장 약할 시기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따로 조치할 힘도 부족하네요.”

“우선 저희는 현상유지만 해야 할까요.”

“일단 원술에게는 사람을 보내두었습니다. 여차하면 그와 연계하여 조조에게 대항하는 방법도 있겠는데, 조조와의 대화는 어떠셨는지요?”

제갈근의 질문에 유비는 살짝 멈칫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조조는 황실을 존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 힘의 상관관계는 조조가 우위였고, 현 황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조조와 진소연이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것도 사실.

“일단 절 포섭하려 하더라고요. 그밖에는… 글쎄요. 우선 아직은 서주를 목표로 둔 것 같지 않다는 것 정도네요.”

“그러면 일단 다행입니다마는, 그래도 원술과의 연계도 꼭 염두에 두며 조조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셔야 합니다.”

제갈근은 그 둘과의 관계를 조율하고자 했다.

조조와도 원술과도 두루두루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혹여라도 있을 서주 침공에 대비한다. 만약 서주를 침공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건 높은 확률로 조조가 될 터였고, 그러니 원술과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원술이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요?”

유비는 그게 의문이었다.

그녀가 보았던 원술은 허영심이 형태를 지닌 것. 물론 당장 서주를 지키기 위해 원술과의 연계는 필수였지만, 완전히 믿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원술이 조조를 선제공격한다면 그때는 각 군벌도 움직일 테니, 그때 저희는 전황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주와 조조는 나란히 걸을 수 없었다.

설령 유비가 조조와 손을 잡고 싶어도 서주 자체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서주 사람들은 서주 침공 당시의 참사를 기억했다.

그리고 유비 또한 조조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 언젠가는 부딪힐 것이었고, 그걸 위해서라도 강호인 원술과의 교류는 필요한 부분이었다.

“원술도 자신을 지지할 세력을 필요로 할 테니 저희와는 이해가 맞습니다. 단지 유공께서 잠시 몸을 낮추셔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 정도는 괜찮아요.”

고개를 숙이는 건 익숙했다.

원술은 자존심이 강하여 주변 사람들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동맹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아랫사람처럼 대할 것은 필연.

그렇지만 유비는 방긋 웃었다.

“고작 제 자존심 하나로 국면을 타파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감사할 정도죠.”

그런 단순한 이라면 더더욱 좋았다.

밑지는 역할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언젠가 위로 올라가기 위한 여정에서 잠시 수그리는 것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굴복하지 않았으니까.

마음 없는 굴욕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저 웃어넘기면 그만인 일인데.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일 진행하세요.”

원술과의 우호가 서주의 돌파구였다.

그렇기에 유비는 웃으며 말했고, 제갈근은 그런 그녀에게 고개 숙여 답하고는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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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연참!

내일도 2연참으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해보겟읍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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