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46화 (246/343)

24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식사는 제법 깔끔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정말 싼 음식점이었는데, 왜 이런 곳을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맛 자체는 훌륭했다.

나름 허도에서 몇 달을 있었던 나도 몰랐던 집을 그녀가 어떻게 알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만족하였기에 배를 두드릴 수 있었다.

“어때요, 괜찮았죠?”

“예. 나쁘지 않았습니다.”

고작 돼지 뼈를 우리고 향신료를 친 정도로 어떻게 저런 국물맛이 나오지. 다음에 다른 사람도 데려올까. 아, 그 꼬맹이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거 싫어하려나.

그렇게 음식점을 나서 잠시 길가를 걸었다.

“낙양이랑 느낌은 달라도, 허도도 대단하네요.”

“낙양은 어땠습니까.”

“보신 적 없으세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낙양이라고는 화마의 재가 된 폐허. 동탁의 손에 무자비한 약탈과 학살, 방화가 저질러진 이후의 잔재뿐이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한의 수도.

분명 찬란했노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지만, 그걸 내 두 눈으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화려했어요.”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낙양에는 모든 게 있었죠. 아마 낙양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부유했고, 또 찬란했어요.”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허도 내부로 흐르는 하천. 그 주변을 따라 걷자니 하천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차게 느껴졌다.

“빛나는 도시가 있다면 아마 그곳이었겠죠. 지방의 모든 것은 결국 낙양으로 향하니까, 그러니 꿀과 기름이 흐른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내가 보았던 잿더미 낙양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병사 신분으로 있었을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죽기 전에 낙양은 꼭 가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던가. 돈을 모아 낙양으로 이주할 거라고 공언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의 모든 백성에게 낙양은 궁극적인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수도이며 모든 재화가 모인다는 소문이 돌던 게 낙양이었으니까.

하여 그 잿더미를 보고 내심 어이도 없었다.

통치자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수도가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니 허망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사실 저도 시골 촌뜨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낙양이 굉장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저도 한 번 보아두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니 유비는 픽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보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살짝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인파를 바라보던 유비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허도 주민들과 달리 낙양엔 이런 활기가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너무 고였기 때문이었을까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유비에게 낙양은 썩 좋은 기억이 아닐까. 쓰게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낙양이란 좋은 느낌으로 남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시는 통치자에 따라 분위기를 바꿔요. 현 허도를 준비하신 건 조공이실 텐데, 확실히 허도를 보면 조공의 색채가 묻어나오는 것 같네요.”

그녀가 바라보는 조조는 어떤 느낌일까.

분명 조조는 유비를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 휘하 관우와 장비는 분명 이름난 명장에, 유비 본인도 세운 전공으로 따지면 어디서 꿀릴 인간이 아니니까.

거기에 서주까지.

유비가 서주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조조가 시간이 쫓겨 쓴맛을 보았다는 걸 고려하자면 왜 조조가 구태여 그녀를 포섭하려 하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편으로 들인다면 서주에 명장들이 딸려온다.

그렇지만 정작 유비는 조조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주목께서는….”

거기까지 말하고 헛웃음을 쳤다.

“예?”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비의 웃음은 비단 순수한 의미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제 속내를 쉬이 밝힐 이유가 없지. 게다가 나는 조조군의 사람.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조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여 솔직하게 터놓을 리도 없었다.

“에이, 궁금하게 왜 말을 끊으세요?”

그녀는 웃는 낯으로 내 팔을 잡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미녀. 그 초록색 눈동자로 빤히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괜스레 부담스러웠다. 분명 상당히 아름다운 미인이기는 한데, 무언가 묘하게 껄끄럽다고 해야 할까.

“아뇨, 별거 아닙니다.”

조조에 관한 내용을 떠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면 다른 얘기를 해볼까.

“그냥 전란이 빨리 끝났으면 싶어서요.”

말을 꺼내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어차피 유비가 조조에게 가담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겉을 드러내지 않는 여인이 쉬이 제 손에 쥔 무언가를 놓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빨리 끝나길 바라야죠.”

“천하에 강하다고 울부짖는 짐승들을 전부 하나로 모으면 그만입니다. 기존 불안정했던 황실이 다시 바로잡혔으니 곧 가능하겠죠.”

내가 말하고도 웃음이 비집고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말처럼 쉬웠으면 진즉에 재차 하나로 규합했겠지.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미친 제후가 다시 한에게 충성을 맹세할까? 당장 북방의 원소, 남쪽의 유표와 원술, 서쪽으로는 이각과 곽사, 유언까지.

누구나가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 동쪽의 유비 또한 마찬가지겠지.

알고서도 살짝 찔러보았다.

“그래야지요.”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비는 황족임을 자처했다. 그리고 지금, 황실이 다시 세워졌으니 충분히 한에 가담하여 조조와 황제를 도울 수 있을 터.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 방금 발언을 그녀는 어찌 받아들였을까. 내 나름대로 어째서 황실에 귀의하지 않느냐고 살짝 비꼰 것인데.

“중랑장님.”

우리는 어느새 발길을 멈췄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유비.

“중랑장께서는 근래까지 무명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런 분이 세상에 나와 이런 전장에 나선다는 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별거 아니긴 합니다만.”

“혹시 그걸 제게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갑자기 나는 왜.

하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왠지 모르게 소름 끼쳤다. 마치 내 밑바닥을 전부 훑어보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잠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냥 평화롭기를 바랐을 따름입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것만으로도 앞으로 평화로이 유유자적 살기에는 충분하지 않나요? 아니면 그 이상을 바라보고 계신 걸까요?”

그렇게 말하니 또 돌려줄 말이 없었다.

나 하나만이라면 조조 휘하에서 일하며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당장 연주 부근에 받은 땅이 얼마고, 또 비단은 몇 필인데.

하지만 그런 것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니었다.

“평화에는 꼭 제 평화만 있을 필요가 없지요.”

문득 뺨에 차가운 물방울을 느꼈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눈송이가 하늘에서 나풀거리며 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떨어지는 그것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면요?”

“제가 어려서 고생을 꽤 했습니다. 철 들기도 전에 검을 쥐는 법을 배웠고, 글보다도 사람 죽이는 걸 먼저 깨우쳐버렸지요.”

그래서는 안 됐다.

한창 황건적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나는 밥 먹여주고 돈도 준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 전장에 나섰다. 거기서 깨달은 것이라고는 인간이란 생명이 얼마나 덧없고, 그 가치가 얼마나 싸구려인가뿐.

그걸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

하여 인간은 왜 태어나 필사적으로 사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무언가 내 인생에 남길 것은 없느냐고 고심했다.

그러던 차에 만났던 것이 소연 아씨.

그녀의 말은 지극히 유치했고, 어쩌면 폭력적이었다. 단순한 말로 치환하기에는 너무 가벼우면서도 현실성 없이 묵직한 논리가 포함되었던 그 말.

인간의 생애가 이리 초라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무언가를 남긴다면, 그리고 차후 나 같은 인간이 없기를 바라며 전쟁이라는 개념이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없어진 세상은 어떤 것인가를 보고 싶었다.

“어려서 칼부림을 하니 자연스레 깨닫지 뭡니까. 인간은 이리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 그리하여 제 개인의 충족보다도 더 큰 걸 바라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뭔가 부끄러웠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확실히 이런 건 누군가에게 말할 내용은 아니네. 그런데도 그녀의 단호한 시선에 마지못해 말을 꺼내버렸다.

“이해해요.”

그녀는 손을 뻗었다.

새하얀 눈송이가 그녀의 손바닥에 떨어진다. 그것은 그 열기에 녹아 이윽고 물방울이 되겠지. 펑펑 내린다고는 못하겠지만, 분명 새하얗게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 눈을 바라보고자 고개를 들었다.

“저도 그런 이유니까요.”

“네?”

내 반문에 유비가 픽 웃었다.

“아까 중랑장께서 하신 말의 대답이에요.”

그녀는 그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무슨 의도로 그리 말했는지는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까의 비꼼에 대한 대답일까.

그걸 내 말로 받아쳐?

당했네.

어차피 유비가 조조에게 항복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조조를 어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는데, 얼추 대답이 된 것 같아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다시 하천가를 거닐었다. 전과는 달리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걸로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군이 될 일은 없을 인물.

그러면 이 조금의 시간을 빌려 유비라는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면 그만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마는.

여전히 그녀는 생긋거리며 웃고 있었다.

“서주목은 참 잘 웃으시네요.”

“그런가요? 다른 사람들도 그리 말하던데.”

항상 웃는 사람이 정말 매사가 행복하여 웃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연 웃는 얼굴의 뒤편에는 어떤 심경을 감추고, 어떤 목적을 숨기고 있을지.

유비의 겉모습은 분명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에게 썩 익숙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가끔은 왜 웃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가요?”

정작 그런 말을 듣고도 웃는다. 정말 웃는 얼굴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린 사람처럼.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항상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람이 저게 가능한가?

유비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웃으면 복이 오잖아요? 중랑장도 웃어보세요. 슬퍼도, 힘들어도 그냥 웃으면서 털어버리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니까요?”

해맑게 웃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기만일까.

유비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사람을 부드럽게 휘어잡는 힘. 그러면서 항상 웃고 다니니 주변을 유하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분위기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괴리감 탓에 오히려 거북스러웠다.

누군가를 속이려면 자기 자신마저 속이라고 하였던가. 그런 속설에 따르면 그녀는 그 웃음으로 자신까지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할 일이 많으니 웃어서 힘을 내야죠.”

유비는 빙긋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야 항상 웃으며 다니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가까운 듯 먼 사람.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가장 꺼린다고 하던가. 그녀는 분명 그 풍성하게 자란 긴 갈색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가 빛나는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감각으로 이해하는 거라서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웃었다.

헤어지는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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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다음 편도 빨리 써서 올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와 설문조사는 사마의가 1등을 유지하고 있네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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