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43화 (243/343)

24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유비의 건 이래로 당분간 조정이 어수선하다 느꼈다. 외부의 인사, 그것도 서주목을 암살하려 한 사건이니 조용하게 끝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조조는 이 기회를 확실히 살리려는 듯, 그간 황족에게 베풀었던 혜택과 특권을 하나씩 쳐내고 있었는데, 거기에 따른 기존 황족의 반발로 인해 한창 조정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거기장군께서는 무슨 일이십니까?”

“중랑장. 내 꼭 일이 있어 찾아온 것처럼 말하니 과히 섭섭하오. 예전에는 같이 어깨를 맞대고 싸우지 않았는가.”

동승의 말에 웃음을 겨우 참았다.

함께 싸워? 어깨를 맞대?

우습기도 하지. 그 어가의 행렬에서 보였던 추태를 아직 잊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허도에서 자리를 잡자마자 황제의 곁에 붙어, 마치 자신이 최고의 충신이란 것처럼 재고 있는 상황.

그런 그를 순수하게 볼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난 그리 태평한 인간은 아니었다.

“최근 바쁘다고 들어 그 안부도 전할 차. …특히 서주목이 큰 변고를 당할 뻔했다지. 흉수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대의 공로가 참으로 크오.”

“아, 예. 뭐.”

흉수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황족이 관리하던 시종들이 벌인 일이었다. 게다가 벌어진 구역도 황족의 거주구역. 이미 몇 책임자를 붙잡았는데도 이렇게 말을 빙 돌리는 이유가 뭘까.

묻지 않아도 뻔하지.

그간 동승은 은근히 조조와 황제 사이에서 줄을 타는 듯했다. 기본적으로는 황제에게 붙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조조와 황제 사이에 다리를 놔줄 것처럼 굴더니, 그게 안 되니까 대놓고 황족에게 붙을 생각인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다.

“조공도 참. 아무리 사안이 사안이어도 그렇지. 그대도 중랑장이니 당연히 알겠지만, 최근 조공은 이 사태와 엮어 황족의 토지를 비롯하여 몇인가의 권리를 박탈하자고 황제 폐하께 상소를 올렸소.”

권리라.

그건 특권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는가.

몇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며 수많은 황족이 있었고, 그런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의 규모가 얼마던가. 황가 소유의 땅은 얼마고, 또 치외법권처럼 천하를 주무르던 것을 전부 권리라고 칭할 셈이던가?

황제도 아니면서, 단지 태생이 좋다는 이유로 그간 누려왔던 것을 조금 빼앗긴다고 권리를 운운할 수 있던가.

물론 황족 전부를 쳐낼 순 없었다.

만약 조조가 그럴 셈이라면 내가 반대할 터.

그러나 이것과는 또 결이 다른 얘기였다. 황족과 한이 버티길 바라는 건 오롯이 이 천하의 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아서였지, 그들에게 충성심이 있다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폐하께서도 이 일에 관해 걱정이 많으신데, 중랑장이 조공에게 잘 말해볼 수 있는 것 아니요. 게다가 이 일은 황실의 수호를 맡는 중랑장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으니….”

은근하게 황제와의 연결고리를 언급하는 동승의 모습이 영 노골적이었다. 조조를 대장군이라 호칭하지 않고 조공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제가 무슨 권한이 있겠습니까.”

“조공이 이번 사안을 너무 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요. 중랑장은 조공과도 꽤 오래 알고 지낸 데다가, 황실의 직속이지 않소.”

그렇게 따지면 대장군도 대장군부를 운영한다고는 해도 황실의 직속이었다. 솔직히 지방관을 제외하고 황실 직속이 아닌 관직이 어디에 있겠나.

물론 중랑장이 조금 더 밀접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동승이 이리 말을 걸어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우선 그건 서주목의 진술도 중요하지요.”

“중랑장이 직접 호위한 것이 아니요. 그 부분은 중랑장이 잘 말해준다면 잘 해결될 문제가 아니요.”

“…장군님.”

그건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

내가 직접 나서 무마하라고? 하면 유비의 발언은 어찌 되고, 더 나아가 기강이라는 것이 바로잡히겠는가.

“이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서주목께서도 실제로 피해를 보셨는데, 그걸 제 재량으로 넘길 문제는 아닌 듯싶습니다.”

“중랑장!”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승이 최근 황제 폐하와 가깝게 지내면서 점점 기고만장해졌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점점 제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거기장군?

제국 총괄 기병대장이 뭐라고. 그래서 실제 그에게 통솔권이 쥐어진 기병이 하나라도 있던가? 사실상 대장군 바로 밑이라고 해도 실권 없는 명예직에 불과한 자리였다.

고작 그런 자리였다.

그런데도 그는 마치 저 자신이 이 제국에서 이인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자칫 그가 일선을 넘기라도 할까 걱정되는 부분인데.

“중랑장, 이보시오 중랑장!!”

“장군.”

그의 손짓에 슬쩍 고개만 돌렸다.

“다른 말은 않겠습니다. 법도에 어긋난 일이라면 대장군의 말이라 하여도 거절할 것이고, 이건 거기장군에게도 마찬가지. 황실을 진정 존중하신다면 폐하께서 일임한 이들의 일 처리를 믿으십시오.”

잘했다, 나.

더 험한 말이 나갈 것 같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헛수작 부리지 말고 꺼지라고 하고 싶었는데, 진짜 그렇게 해버리면 뒤도 없이 척을 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조공이 시키던가?”

“예?”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날 노려봤다.

“이 일에 함구하라고 그러던가. 지금 황실의 힘이 깎인다면 세간에서 조공을 어찌 볼 줄 알고. 이건 다 조공을 위함이기도 한 것이거늘!”

그 부분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조조가 시켜? 우습기는.

그 여자가 일일이 그런 명령을 내릴 것 같은가. 아무래도 동승은 조조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고 있는 듯했다.

이미 이 판 자체가 조조가 짜놓은 그림이었다.

거기서 놀아나는 장기 말 주제에 누가 누굴 평가해. 그리고 당장 조조와 황실이 척을 진다면 황실이 위태로우리라는 걸 왜 모르나.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나?

어차피 제 권력을 위해서 조조를 밀어내고 싶으니?

“장군. 부디 대장군과 척을 지려 들지 마십시오.”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작금의 상황에서 대장군과 척을 져 좋을 것이 없으니, 부디 그녀와 협조하여 잘 통치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시라, 이 말입니다.”

그 뒤로 동승이 뭐라 말하는 듯했지만, 구태여 대꾸하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더 들었다가는 내 복장이 먼저 터질 것 같았거든.

“주인아, 벌써 끝났어?”

“응.”

쓰잘머리 없게 시간을 허비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포와 사마의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앞장서 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뭐라고 하던가요?”

“이 일을 묻어달라던데.”

“허, 어이가 없네요. 제가 뭐라고? 차라리 황가 어르신이라도 나섰으면 모를까, 뭔데 거기장군이라는 작자가 이런 정계의 일을 중재하려 들어요?”

솔직히 나라고 알겠나.

동승 딴에는 이 일을 무마하면서 황족과 연결고리를 잇고 싶은 듯했지만, 그런 일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에게 있는 거라곤 오롯이 황제 폐하를 장안에서 탈출시켰다는 공적 하나였다. 물론 그것도 무시할만한 일은 아니었고, 실제로 실권 없는 직함이라 하더라도 군부의 이인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러면 거기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동승? 그 쪼다가 주인이 괴롭혔어?”

“쪼다?”

되물으니 여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쪼다지. 동탁 밑에 있을 때는 잡일이나 하던 잡배였는데. 뭐 제 딴에는 관직이 있고 어쩌고 들먹였는데, 딱 그 수준인 머저리였거든.”

그래서 동승이 여포를 극히 꺼리는 것이었던가.

“자격 없는 이가 요직에 오르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죠. 아저씨한테까지 와서 저러는 걸 보니, 머지않아 사고 치겠네요.”

“그땐 때려눕혀서라도 막아야지.”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팠다.

앞으로 유비를 맡아야 했고, 이 뒷수습도 해야 했다. 아마 황궁에도 한 번 들러 폐하를 알현해야 했는데, 거기에 동승까지 겹치니까.

아.

진짜 짜증이 두뇌를 쫄깃쫄깃 주무르는 기분이야.

“일단 사태를 보셔야겠지만, 썩 달가운 일은 아니네요. 아저씨도 우선 몸 좀 사리셔야 할 거 같아요. 특히 황족들이 이번 사안에서 아저씨를 달갑게 볼 것 같지 않아요.”

사마의의 말에 여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지들이 수작 부린 건데?”

“원래 그런 이들이 더한 법이니까.”

알고는 있었다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황족은 앞으로도 제 기득권을 위해 움직일 것이고, 조조는 그것을 억누르려 들겠지. 그러는 와중에 어린 황제만 사이에 치여 신음하지 않을까.

그 소녀의 입지는 꽤 애매했으니까.

황족 중에서도 동탁이 세운 황제라고 업신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대외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 원소 그놈이 하도 위천자랍시고 떠벌리고 다닌 통에 소녀 황제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었다.

“의야. 이 오빠 머리가 아프다.”

“어쩔 수 없죠. 아저씨가 선택한 거잖아요?”

근데 이 꼬맹이는 자꾸 아저씨, 아저씨. 가끔 오빠라고 단어를 선택해도 그걸 구태여 아저씨라고 못을 박아버리네. 진짜 좀 화나려고 해.

“주인이, 어깨 기댈래?”

“그 정도는 아니거든.”

아직 할 일이 많았다. 게다가 사람 보는 눈이 많은데, 이런 자리에서 중랑장이라는 사람이 여자 어깨에 기대고 다니면 뭐라고 하겠어.

어쩌면 바로 혼사 관련된 염문이 돌 것 같은데.

……혹시?

“노렸냐?”

“뭘?”

…그럴 리 없지.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여포가 그러겠나. 어떤 의미로 이런 부분에서는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 중 하나가 여포였다.

그녀는 이런 머리까지는 못쓸 거라 믿는다.

“쯧, 자꾸 꽁냥거리지 마요.”

“응? 꼬맹이는 또 뭔 소리야?”

“……이런 뇌근.”

사마의가 한숨 쉬는 걸 보며 픽 웃었다.

그래, 적어도 이런 시간이 있어야 버틸 수 있지. 안 그래도 최근 눈치 볼 일이라던가, 처리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았다. 솔직히 이 정도면 나 과로라고 해도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냐?

아직도 위가 쓰리다고.

문제는 아직 황제 폐하와의 알현이 남았다는 걸까. 염병. 이럴 땐 진짜 다 내려놓고 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럴 수도 없겠지마는.

“일단 돌아가죠. 좀 가서 쉬어요. 아저씨, 지금 표정 썩어있는 거 알아요? 여포도 자꾸 눈치만 보고 있잖아요.”

“그랬냐?”

하여 고개를 돌리니 여포가 살짝 시선을 피했다.

괜히 신경 쓰게 해버렸나.

황제 폐하와 알현하는 건 어차피 내일이었다. 원래 오늘 하루는 푹 쉬려던 것이 동승의 호출로 깨져버렸는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좀 쉴까.

“진궁 아줌마도 이번에 연락을 보내었는데, 당분간 조조도 그 부분에서 움직일 일은 없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당장 처리해야 할 사안도 없을 거예요.”

“응? 대체 언제?”

나는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데.

“오늘 아침에 사람을 보냈더라고요. 일단 제가 대리로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었죠. 정보는 생명이라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니까요.”

그러기엔 내가 너무 꼬맹이한테 의존하는 것 같은데.

게다가 아줌마라니. 물론 호칭이 좀 애매한 감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궁 선생께 아줌마는 아니지 않냐.

하기야 나도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뭔들 못하랴.

“그래도 다음부터는 나한테도 말해. 너 똑똑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냐?”

“힘들면 말할게요.”

안 말할 것 같은데.

그래도 말이라도 해둬야지. 이러다 저 어린 나이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는 무슨 낯짝으로 고개를 들까.

“하여간 주인이도 그렇고 요 계집애도 그렇고, 다들 너무 일에 집착하는 거 아냐?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당신은 너무 노는 거라고 생각 안 해요?”

사마의가 톡 쏘아보는데도 여포는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나? 난 몸종인데 뭘. 것보다 요 계집애야. 내가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어, 안 했어. 응? 기어코 이걸 안 불러?”

“꺄악! 놔요, 놔! 놓으라고요!”

그녀가 꼬맹이의 관자놀이를 꾹 누르니 꼬맹이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저건 뭐, 솔직히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픽 웃어주었다.

“살살해라, 애 죽을라.”

“그건 당연하지! 날 뭐로 보고.”

아귀힘으로 이불 찢어먹는 여자?=============================※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신년부터 날이 추워요.

독자 여러분도 언제나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닷!!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