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41화 (241/343)

24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유비가 황족 무리에 던져지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은 계속 그 주위의 경계를 서면서도 동태를 살폈는데, 그 와중에 조조나 소연 아씨에게서는 어떠한 연락이나 부름도 없었다.

하면 계속 이렇게 움직이라는 말인가.

유비를 통해 무언가 작업을 하려 들었다면 여기서 내게 언질이라도 주는 게 맞았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게 무엇을 암시하는 건지 더 헷갈리는 상황.

“아저씨, 오늘도 가시게요?”

“그냥 둘러만 보게.”

그러니 사마의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너무 그 여자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거 아니에요? 집에도 좀 오고, 좀 같이…, 아무튼! 최근 들어 가정에 너무 소홀해요.”

가정?

아니, 뭐. 같이 사는 식구가 있으니 가정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막 지어지기 시작한 허도는 현시점이 가장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만약 여기서 사고라도 터져봐.

“알겠다, 알았어. 이번만 가고 별일 없겠다 싶으면 교대할 테니까, 너무 그렇게 삐지지 말고. 응? 맛있는 거 챙겨서 올 테니까.”

“누가 먹보인 줄 알아요?”

단 거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그렇지만 지금 중랑장의 역할 중 행정작업에 관한 대부분을 사마의가 처리해주고 있었다. 가끔 진궁 선생도 돕는다고 와주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 역시 상서성에 임명됐으니까.

“그럼 갔다 올게.”

“…조심히 다녀와요.”

삐져서도 인사는 꼬박꼬박 하네.

이번에 올 때는 좀 달달한 다과라도 챙길까. 기왕이면 그, 뭐였지? 계란을 풀어 쪘다는데. 그걸 사마의가 그리도 좋아했으니 한 번 알아볼까.

* * *

소녀는 떠나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유비.

“소연 아가씨도 꽤 대담하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전호가 중랑장으로 임명되고 난 직후에 유비를 황족 소굴에 던져넣어? 어이도 없었지만, 반대로 사마의 개인이 생각하기에도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드물었다.

“황족을 꼬드겨도 좋고, 조조와 반대되는 일파를 부추겨도 좋아. 아저씨가 유비를 지키고 있으니, 여차하면 아저씨에게도 손을 뻗어오겠지.”

전적으로 나쁠 게 없었다.

우선 조조를 적대하는 이들을 한 번 솎아낼 필요가 있었다. 새로 들어설 황실과 조정에 낀 불순물을 골라내기에 제격인 미끼가 들어온 셈.

단지 문제가 있다면 소연이 필요 이상으로 유비를 견제하고, 여차하면 이 허도에서 죽일 기세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는 것.

사마의 개인이 보기에도 너무 과했다.

유비를 허도에서 죽인다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해 부담이 큰 안건.

그런데도 판이 돌아가는 걸 살피자니 점점 유비의 목을 억조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원래 이렇게 집착이 심했던가?”

적어도 이리 맹목적이었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소녀는 그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미 조조와 유비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졌고, 당장 유비를 죽인다고 하여 서주가 반발하면 반발했지, 결코 고개를 숙일 일은 없었다.

그러니 유비를 죽이는 건 하책.

사마의는 소연을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소녀가 아는 진소연은 결코 그런 하책에 집착할 리가 없는 사람. 그렇지만 현 정세는 확실하게 유비의 목을 조여가고 있었다.

소녀의 아저씨는 중랑장이 되었다.

상서령이 저리 움직인다면 중랑장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 판도에서도 최대한 전호가 챙길 수 있는 이득, 그리고 더 나아가 황족과 조조군을 망라하여 그를 지원할 세력을 가꾸어야만 했다.

“유비… 는 힘들겠고.”

끌어들일 수 있다면 최상이겠으나, 이미 서주목인데다가 조조와 반목하는 그녀가 구태여 전호의 편에 가담할 것 같지도 않았다.

만일 진소연이 유비를 죽인다면.

그러면 그 뒤를 어떻게 할까. 그 과정에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게 아니더라도 황족을 비롯하여 한 번 솎아내기가 시작되었을 때 전호에게 안겨줄 수 있는 이득까지.

“한 번 움직여볼까?”

마침 소패로 갔던 사마 가문도 허도로 돌아왔다.

판은 이미 깔린 상황.

소녀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그렸다.

* * *

“중랑장께서 오늘도 오시네요.”

그녀에게 발령된 시종 중 하나가 픽 웃으며 유비를 바라보았다. 유비가 이 황도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하루가 멀다고 이 장원으로 찾아오는 그의 모습은 주변에서 염문이 돌게 하기 충분한 상황.

“얘도 참. 그런 거 아니란다.”

유비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속이 쓰렸다. 특히 조조가 눈독 들이고 있는 듯한 중랑장이 자신의 거처에 매번 방문하고 나서부터 조조의 행동이 이상했다.

그와는 무슨 관계냐부터 시작하여, 가슴은 대체 뭘 먹어야 그리 커지냐는 질문. 한 번은 혹여라도 남녀 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까지 한 상황.

“오늘도 왔수.”

이제는 나름 편하게 말하게 된 사내.

그를 바라보며 유비는 편히 웃었지만, 반대로 속은 영 좋지 못했다. 저번에 엄포를 둔 상황에서 또 이리 자주 찾아오니, 조만간 조조가 다시 자신을 호출할 거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오셨어요?”

밝게 웃는다.

주변 시종들은 저마다 키득거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족을 모시는 사람들이니 혹여라도 불미스러운 말이 돌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저런 반응이 영 떨떠름했다.

“오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좀 물렸수. 뭐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날마다 정문 앞에 모여서는. 그래도 저리 모이는데 한 번 만나라도 보는 게 낫지 않나?”

그 말에 유비가 픽 웃었다.

저들은 전부 유비를 이용하여 조조와 견주려는 작자들이었다. 까마귀가 전장에 날아드는 것과도 다를 게 없는데, 저런 이들을 받아들여 모임을 한다? 이 허도에서 죽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전호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슬쩍 떠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뇨, 아뇨. 제가 그럴 신분이나 되겠어요? 그냥 죄송스럽지만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에요. 가끔은 중랑장과의 일화를 묻기도 하더라니까요.”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이건 유비의 특기. 전호도 그걸 알기에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는 유비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 미안하게 됐어.”

“뭘요?”

“떠본 거.”

이런 점도 싫었다.

떠보는 척하다가도 금세 사과한다. 그녀는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그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냥 매몰차게 대하면 좋을 것을.

“떠보다니요?”

그리고 이렇게 모른 척하는 자신 또한.

“뭐, 그럼 됐고.”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이랬다. 그냥 적당한 잡담, 혹은 그걸 빙자한 떠보기. 그 뒤에는 그저 서로 침묵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정적이 흘렀다.

“오늘은 언제까지 있다 가시게요?”

“저녁 다 드셨을 시간에 온 게 뭐겠나. 자정 전에는 돌아갈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와서 무슨 일인가 하였는데, 생각보다 늦게 돌아갈 것이라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렇게나 오래 있다 가시게요?”

“최근 이 주변 동향이 심상치 않아. 움직임도 그렇고, 분위기가. 특히 이 구린내가 진동하는 게, 분명 무언가 일이… 악!”

그 말에 유비는 저도 모르게 그의 옆구리를 때렸다.

정권으로, 제법 세게.

“아니, 아프다고! 갑자기 왜 때리고 그러나?”

“구린내라니요.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아녀자가 기거하는 곳에 대고 구린내가 난다는 말을 하면 안 돼요. 아시겠나요, 중랑장?”

“…그런 의미가 아니고…….”

“아시겠나요?”

하여 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그냥 비유였다면서 구시렁거리는 그를 무시하며 시종이 타주었던 찻잔에 손을 뻗었다. 확실히 이곳은 황족이 기거하는 곳이라 그런지 그간 맛본 적도 없는 고급스러운 것들로 가득했다.

이 찻잔 또한 마찬가지.

“중랑장도 조금 드시겠어요?”

“나쁘지 않지.”

그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제 찻잔에도 차를 따랐다. 이곳으로 이주하고 약 일주일 이상이 지났을까. 그동안 이런 자리를 많이 가졌기에 그녀의 행동이 퍽 자연스러웠다.

그걸 바라보던 전호가 먼저 찻잔에 입을 댔다.

“아무튼, 가끔 중랑장께서는 여자 마음이라는 걸 너무 모르신다니까요? 구리다니. 그런 말은……, 중랑장?”

“카악, 퉤!!”

그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뱉어냈다.

“무슨, 꺄악!!”

그리고 유비가 그것을 의아해하기도 전에 발을 뻗어 그녀가 들이키려던 찻잔을 발로 걷어찬다.

“그럼 그렇지. 뭔가 수작이 있을 줄은 알았거든.”

전호는 거기까지 말하고 허리춤에 찬 호리병을 꺼내 물을 머금고는 한 번 입을 헹궈 다시 뱉어낸다.

“중랑장님.”

“독이요. 그거 마시지 말고.”

그는 유비에게 말하며 청강을 뽑았다.

그간 조용하던 것이 사실 이상한 일이었다. 문제는 상황인데, 하필 그가 도착하고 해가 저물 즘에 독을 탄 차를 올렸다는 게 무엇을 암시하는가.

“다 들켰으니까 얌전히 나와라.”

유비와 전호, 둘 모두를 제거하려 들었다.

그녀는 당장 허도 내에서 가장 화제에 오른 인물. 그리고 전호는 황제가 직접 중랑장에 임명하며 조조군과 황제, 양 사이에 걸치듯이 입지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 둘이 죽는다면 일이 어떻게 번질까.

그는 자신에게도 독을 내민 시점에서 조조 계파의 행동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하면 이 둘이 죽을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모임은 어디인가.

그리고 황족에게 시종을 내어주는 곳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유공, 잠시 얌전히 계셔. 곧 끝낼 테니까.”

유비도 거기에서는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장한다면 싸울 수는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평소 무장을 전부 해제하고 있던 상황.

저 멀리에서 시종들이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호는 머리를 굴렸다.

당장 바깥으로 경계하는 파수병을 부를 수는 있었지만, 반대로 그래서는 사안이 너무 커진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기에 외부에서의 증원은 없을 터.

적은 장원에 시종으로 한정할 수 있었다.

열 이상에 스물 미만.

“누구의 사주냐.”

당연하지만 시종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품에서 창이나 검을 빼 들고는 전호를 노려볼 뿐. 그도 당연히 돌아오지 않을 질문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하여간, 이런 놈들은 항상 이게 문제야.”

한 명은 남기겠다.

그는 픽 웃으며 손에 쥔 청강을 좌우로 휘둘렀다.

“딱 한 놈. 나머지는 필요 없다.”

그러니 그 외는 전부 죽인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찰나. 살짝 어둑해진 저녁과 밤의 경계를 사이로 검이 부딪치고 사람이 죽어 나갔다. 새빨간 피는 장원 마당을 적셨고, 차례차례 쓰러지는 시체는 그 쌀쌀한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런 격전의 와중에 비명 하나 새어나가지 않으니.

전호는 그들의 목 위주로 베어내며 비명을 최소화하였고,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적의 공격을 피해 한 명씩 차례로 베어냈다.

꽤 실력 있는 무장이라고 생각했다.

유비는 처음 그를 보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반동탁 연합군에서 진소연의 뒤를 지키던 미공자. 산적 출신이라는 걸 알고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나름 실력은 있어 보였던 인물.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에게는 진짜 실력자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분위기와 기세를 느낄 수 없었다. 유비는 제 사람 보는 눈을 믿었고, 그렇기에 허도에서 확연히 달라진 그의 분위기에 감탄도 하였다.

그게 지금 이 장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 보았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무.

“마지막으로 한 놈, 잡았고.”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이의 발목을 걷어차고 그 목을 짓밟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달빛에 비치는 그 모습은 관우와 장비에게는 모자란다 하여도 어지간한 무장과는 비견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뺨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검에 맺힌 핏방울을 털어낸다. 그것이 은빛으로 찬란히 대지를 밝히는 빛에 반사되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어때, 나도 좀 쓸만한가?”

쓸만하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사람이 변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는가. 과거 여포와 다투었다고 해도 그 모두가 특수한 상황. 실제로 그가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을 딱 한 번 볼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엔 이리 압도적인 느낌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상했다.

사람의 발전 속도가 저리 빠를 수 있던가.

나이가 차면서 사람은 어느 정도 제 능력이 한정적으로 변한다. 물론 나중에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운다면 늘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고작 삼 년 남짓한 시간만에 이리 판이하게 바뀐다?

유비는 그런 전례를 본 기억이 없었다.

“대단…, 하네요.”

“응? 댁네 관우 씨랑 장비 양반이 더 대단하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그.

하지만 유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동탁 연합군에서 보았을 적보다도 무서울 정도로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대단하지 않으면 어떤 게 대단하다 할 수 있을까.

“일단 슬슬 사람을 부를 테니까, 같이 갑시다.”

“저도요?”

“그럼? 암수가 이리 대놓고 설쳤는데, 이 장원에 남아있게? 시체도 많고, 정서에 딱히 안 좋아. 귀빈을 이런 곳에 내버려둘 수는 없지.”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 손을 뻗어 유비의 손을 맞잡았다. 그 손에 남아있는 핏물의 감촉이 느껴졌지만, 이내 자신을 끌어당기는 그의 손길에 그 감촉을 잊을 수 있었다.

“갑시다.”

반면 전호는 머리를 한창 굴리고 있었다.

이 일을 들춰야 하는가, 아니면 덮어야 하는가. 어차피 판단은 조조와 소연 아씨가 내릴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공공연하게 밝히지 않았으면 싶었다.

계기였다.

이 사건을 조명한다면 분명 그 배후와 내막을 캐내야만 했는데, 그러면 필시 황족과 연계되어 일이 커질 터. 그러면 그들도 가만히 오라를 받진 않을 것이니까.

“에휴, 복잡하네.”

전호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앞으로 척척 걸어나갔다.

유비와 맞잡은 손은 놓지 않았고, 하여 당분간 두 남녀는 달밤 아래에 손을 맞잡고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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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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