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유비에게 제공했던 장원은 허도 내에서도 제법 부유층에 속하는 거주 지역에 속해있었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쓰긴 했는데, 그 사람들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뭐야, 무슨 볼일로….”
사마의와 비슷한 보라색 머리카락.
키나 외모는 아직 풋풋한 소년처럼 보였지만, 저 남자가 전장에서 십 년 이상을 구른 맹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
“얘! …중랑장 오셨습니까?”
관우.
화웅과의 일전에서 처음 보았던 여인. 내가 보았던 여포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지 않을까 싶었던 여인. 그 흑발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던 모습에 열광했던 적도 있었다.
“말씀 편하게 하시지요. 다른 이의 눈도 없고, 무엇보다 지금은 그저 옛 전우를 만나러 온 것뿐입니다.”
전우라고 말하기도 우스웠지만, 그래도 약 한 달 가까이 같은 전장에서 동탁군을 상대로 동고동락하였던 적이 있었다.
“흥, 전우는 개뿔.”
장비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세상에 전우 같은 게 어디 있어. 떨어지면 남이요, 칼 맞대면 적… 아아!! 아! 누이, 구레나룻을 왜 잡아당겨!”
“얘도 참! …그러면, 호세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리 말하며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존 서주군이 곳곳에 배치된 장원. 비교적 담장이 높은 곳을 제공하기는 하였지만, 마음먹고 유비를 치려 했을 때는 불안한 면이 있었다. 그걸 호위군을 배치하여 미리 경비태세를 갖춘 것일까.
나쁘지 않았다.
어지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유비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 역모죄로 엮이는 것도 아닌 이상에야 그녀를 건드릴 수단도 없고, 건드려지게 놔두어서도 안 되는 상황.
“그럼 호세공도 전처럼 편히 말씀하시지요.”
“아, 그래도 되겠수?”
솔직히 좀 뻣뻣하긴 했거든.
“허, 하란다고….”
장비 이 양반은 내가 뭐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예전에 여포에게 패했을 때 이어 후속으로 도착한 내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을 거면서.
응? 좀 사이좋게 지내도 괜찮잖아.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이죠?”
“장원은 마음에 드시는지, 또 잘 지내고 계실지 확인차. 거기에 덧붙이자면, 경비는 얼마나 잘 갖추셨을지도.”
그 말에 관우와 장비 모두 움찔하였다.
“…그건 어떤 의도의 발언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내부의 사정이 어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유비는 무사하게 잡아두는 게 가장 좋았다.
물론 그 유비가 무언가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었다. 잠깐 보았지만, 그 여자가 큰 실수를 저지를 것 같지도 않았으니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될런가.
어찌 되었건 유비가 허도에서 목이 달아나는 일만큼은 피해야 했다.
“윗분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정작 나는 답답하다 이 말이요. 허도에서 갑자기 유공의 목이라도 날아가 봐. 사람들이….”
그 말과 동시에 장비가 제 극을 쳐들었다.
“누가? 누굴.”
“아니, 거참. 상황적인 예시 아니요.”
살짝 웃으면서 손을 뒤로 뻗었다.
운이도 장비의 움직임에 맞춰 바로 제 창을 쥐었는데,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었다. 저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무력충돌을 야기할 리도 없을 터.
“괜찮아.”
“……예.”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 뒤편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각이 지워지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제대로 싸울 생각인지, 시선을 힐끗 뒤로 돌려봐도 운이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하여간 과보호는.
아니지, 저 둘을 상대로 한다면 저게 당연할까.
관우는 물론이요, 잠시 보았던 장비의 실력 역시 인외의 것. 솔직한 말로 저 둘에 닿기에는 아직 멀고 까마득하다 느꼈다. 여포가 하늘 위에서 논다면, 저들은 딱 하늘이라는 느낌.
어느 쪽이건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은 아니다.
“나도 불안해서 그러지. 아직 허도는 불안정하고, 여전히 각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거나 반목하기를 반복하고 있수.”
“그게 언니와 무슨 관계죠?”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관계야 많지. 조조와도 대립한 적이 있으며, 또 조조가 직접 허도로 초청한 인물. 거기에 황제 폐하를 만났다고 하니 아마 본인이 주장하던 황족의 지위도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문제잖아.
“유공은 황족. 게다가 솔직히 말해 서주와 우리 관계가 썩 좋다고는 못하잖아? 그런 상황에서 조조가 직접 초대했는데 덜컥 변고라도 생겨봐.”
“…그래서 저희를 돌보겠다고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부러 담장이 높은 장원을 내어주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음먹고 치자면 못 칠 것도 없어 보였다. 그들 나름의 경비병도 배치하였지만, 허도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병력 보유도 불가능하기에 숫자도 적은 상황.
물론 관우와 장비가 있으니 어쭙잖은 숫자로 덮친다면 즉각 목이 달아나겠으나, 모든 일은 갖추어 부족함이 없을 터.
“황궁과 황실. 그 인근의 경비는 전부 내가 담당하거든. 중랑장이라는 호칭도 그것을 위해 단 것이고, 유공도 황족 아니시던가?”
“우리가 널 믿어야 할 이유는?”
그 말에 장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흉흉한 기세.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살짝 가늠해보려 했지만, 역시 이길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장비와 관우. 그 두 명의 용장을 거느리고 있기에 유비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믿어야지. 우리는 서주목이 죽으면 곤란하거든.”
적어도 여기서는.
전장에서 죽인다면 그럴 수 있다. 그거야 뭐, 어차피 적대하는 상황에서 서로 목을 내놓고 싸우는 거니까.
하지만 이 허도에서는 안 된다.
“여기서 유공이 죽으면 대장군의 정치적인 입지는 물론이요, 더 나아가 황제 폐하와 대장군의 사이도 틀어질 수 있으니까.”
“쯧.”
장비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유공이 실수하지만 않으면 돼. 어디서 이상한 놈들에게 놀아난다거나, 아니면. 뭐, 황궁 근처에서 목이 달아날 짓만 안 하면 아무 문제도 없지 않겠나?”
“당신들의 상황을 믿으라고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직도 왜 조조가 유비를 불러들였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회유할 생각인지, 아니면 압박할 생각인지. 그 연유까지야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업무는 이 허도 중심의 황궁과 황실을 비롯한 전 지역의 경비.
“난 내 역할에 충실하지. 그러니까 미리 앞으로 얼굴 자주 마주칠 사람들한테 인사차 왔다고 하면 받아주겠수?”
“중랑장 직접 경호라…. 호사라고 해야 하나요.”
어깨를 으쓱였다.
호사라고 하기에는 이 상황 자체가 유비에게도 불리한 것. 서주에서 벗어나 적진 예주에 묶여있는 꼬락서니는 어떠한가.
“뭐, 그렇게 봐주면 나야 고맙고.”
“……언니에게 따로 말해볼게요.”
관우의 말에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공적인 일은 끝났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도 영 섭섭한 것이, 하여 슬쩍 장원의 공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면, 여기 밥은 잘 드시고계시나 볼까?”
마침 시간도 딱 정오였다.
물론 돌아가도 문제는 없었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얼굴을 계속 마주칠 상대. 게다가 기왕이면 서주 식단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무슨 소리죠?”
“밥 좀 달라고.”
응? 뭘 그렇게 보나.
중랑장이 직접 경비에 손을 쓰겠다는데, 그게 공짜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적어도 밥 한 끼 정도는 적선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 * *
“오래간만이군.”
“대장군을 뵙습니다.”
유비의 인사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다. 그대와 나의 사이가 아닌가. 비록 최근에는 조금 틀어졌다지만, 한때 본인의 등을 그대에게 맡기었던 적도 있었다. 자리에 앉도록.”
“예, 대장군.”
호사스러운 상차림이었다.
조조는 그 중앙에 앉아 유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할 때마다 그 내면까지 까발려지는 느낌. 그녀는 조조의 저런 분위기를 가장 경계했다.
“오늘은 그간 있던 갈등도 풀고, 서로의 회포도 함께 풀어낼까 하여 불렀다. 자리가 자리지만 부디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군.”
편하게?
유비는 그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서주에서의 격전 속, 자신들을 죽일 기세로 몰아치던 여인이 할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어떠한가. 황제 폐하의 권위를 이용하여 착실하게 종묘사직을 틀어쥐기 시작한 여인이 아닌가.
그런 여인 앞에서 편하게.
“예, 조공. 말씀 감사히 받들겠나이다.”
유비는 웃었다.
이런 곳에서 빈틈을 보일 수는 없었다. 조조는 언제건 제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맹수. 그런 상대를 두고 방심하거나 할 수는 없었고, 반대로 속내를 드러낼 수도 없었다.
괜찮아.
유비는 자기 자신을 다독였다.
속내를 감추고 웃음으로 가리는 건 언제나 해오던 것이었다. 슬퍼도, 아파도, 분해도. 그저 웃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행복한 줄 알았다.
“그대는 참 자주 웃는군.”
“그런가요? 헤헤, 주변에서도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웃음이 헤프다고도 하던데, 사람이 웃어 나쁠 일이 어디 있겠어요?”
환하게 웃어라.
그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을 모른다. 그러니 웃는다. 아직 주저앉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으니까.
“…뭐, 나쁘지는 않다. 그러면, 좀 들지.”
“예! 사실 전 이런 음식은 처음 봐요!”
유비는 환하게 웃으며 음식을 한 점, 또 한 점 집으며 옆에 따라진 술을 마셨다. 확실히 그간 살면서 맛보지 못한 진미가 이 자리에 가득 놓여있었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그녀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또 얼마일까.
“정말, 이 호사에 어찌 감사드려야 할지!”
배알도 없는 사람처럼 음식에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조조가 살짝 가느다랗게 눈을 떴지만, 유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허겁지겁 식사하기에 바빴다.
잠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유비는 그저 먹고 마시기 바빴고, 정작 자리에 부른 조조가 그런 그녀를 관찰하는 시간. 조조는 유비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속내를 모를 여자.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이렇게 직접 적대적인 입장에 서도 마찬가지. 조조는 자신의 감과 시선으로도 차마 이 여자의 속내와 밑천까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용인가.
혹은 지렁이인가.
“서주목.”
“으무, 음? 에, 에!?”
“입에 든 건 다 먹고 말하라.”
그러니 유비가 허겁지겁 입에 문 것을 꿀꺽 삼켰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러니 이 여자가 그간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 여전히 조조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이 여자의 행동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헤픈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번뜩인다.
서주에서의 일전이 특히 그러했다. 공손찬 휘하의 태수로 있던 이가 서주에서 그리 분전할 이유가 무엇이며, 또 그 직후 서주목의 자리를 승계받은 계기는 무엇인가.
애당초 그걸 노리고 들어간 수완인지, 단지 운 때가 맞은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 당시 서주는 함락 직전의 상황.
아마 연주 내부의 반란과 여포의 침공만 없었더라도 확실하게 함락당했을 것. 그런 그곳에서 분전하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가로막았던 게 유비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한 번 떠볼까.
조조는 픽 웃으며 젓가락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서주목은 천하에 영웅이 몇 있다고 생각하는가?”
속내를 까발려라.
그 웃는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을 비쳐라.
언제나 헤실헤실 웃는 자의 뒷모습, 그 내면마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조조가 그간 살면서 본 인간 중에서 그런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하여 한 번 휘두른다.
“예에? 영웅이요?”
유비는 실없이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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