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37화 (237/343)

23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유비는 황궁에서 막 퇴실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비와 관우는 미리 준비되었던 장원에 대기. 그리하여 홀로 만났던 황제는 아직 앳된 소녀였다. 아마 서주에 있을 제갈량과 비슷한 나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아이가 조조를 상대해야 한다.

조조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 지금의 황제로는 중과부적. 정치에서, 혹은 전쟁. 아니면 단지 인간으로서의 영향력이라도 칭해도 좋았다.

그 모든 면에서 조조는 궤를 달리했다.

어린 소녀가 상대하기엔 너무 부담되는 상대. 그런 조조에게 황제가 붙들린 순간, 어쩌면 조정과 황실의 미래는 정해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다. 이번에 황제를 만나 황실의 인원이라고 인정받은 것. 이제 유비의 불확실한 출신을 의심하고 책잡는 이들은 없을 것이니, 그녀는 이제 진정한 황실의 일원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아직 이 장소로 부른 조조와 대면하진 못했다.

“폐하와의 알현은 즐거우셨나요?”

지나가는 길에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소연.

유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를 인물. 평소 몇 번 만나면 그 사람의 윤곽이 보이던 그녀에게 있어 유일하게 그 사람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여자였다.

“소연 상서령 아니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밝게 웃었다.

“예, 폐하를 처음 알현하게 되어 무궁한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장군 각하와 상서령께 감사를.”

“폐하께서도 한번 보고 싶다며 이르셨으니 예는 필요치 않아요. 단지, 그러네요. 그래도 이리 허도에 같이 모였는데 앞으로 친목을 도모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소연은 살짝 눈을 치켜떴다.

유비는 이후 동승과 조조 암살에 서명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지워진 역사. 여포는 이미 아군의 일원이 되었고, 무엇보다 이제 막 황제를 옹립하였기에 기간도 차이 났다.

유비 또한 서주라는 큰 땅덩어리의 주인이었고.

그렇지만 만약 여기서 암살에 연루시킬 수 있다면.

하면 죽일 수 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기존 허도의 황족과 동승 같은 이들은 새로 황족이라 인정받으며 조조에게 초청된 유비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 어느 쪽도 이용할 수 있었다.

“대장군께서도 오랜만에 서주목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만약 이 뒤로 시간이 괜찮으시면 저와 함께 가지 않으실지요?”

“조공이 보자는데 어찌 거절할까요.”

호랑이의 아가리였다.

조조 회심의 서주 공략을 저지한 게 누구였던가. 아버지의 죽음, 그 피의 대가를 받아내겠노라고 천명했을 때 그것을 막아낸 사람이 누구였는가.

유비 본인이었다.

아무리 황건적의 난부터 이어져 동탁 토벌전까지 몇 번인가 함께하였다고 하여 쉬이 고운 시선을 보낼 수는 없을 터.

황제까지 틀어쥔 조조.

그녀는 소연과 조조를 최대한 경계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차마 넘볼 수 없는 거물인 조조와 차마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인 소연.

“서주목.”

“예?”

소연은 살짝 시선만을 유비에게 돌렸다.

“천하가 혼란스러워요. 아직도 제힘을 과신하여 궐기한 세력이 각지에 퍼져있고, 황제 폐하의 천금보다 무거울 말은 각지까지 퍼지지 못한 상황이죠.”

무슨 말을 하려고.

현 조조의 세력에서 조조 다음가는 실권자가 하후돈과 진소연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이 허도 내에 아무도 없었다.

상서령이라는 자리도 그렇다.

가문도 없고, 그렇다고 오랜 기간 황궁에서 일한 것도 아닌 신출내기가 올라도 될 자리가 아니었다. 어지간한 명사들도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조정 내무의 핵심과 같은 지위.

대장군은 무관의 정점이었다.

그렇다면 상서령은 아직 삼공을 임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조정 문무백관을 통틀어 실질적인 문관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자리.

“서주목…, 아니지요. 유공. 저는 당신이 황제 폐하와 반목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구나가 천하에서 망나니처럼 뛰논다고 해도. 이윽고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하나로 뭉쳐진다면 다시금 치세가 오지 않을까요?”

“……물론이지요.”

유비는 그 말에 살짝 이마를 씰룩였다.

모든 것은 하나로.

그 하나가 과연 황제 폐하에게 향함을 뜻하는가, 아니면 조조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무릎 꿇는 것을 의미하는가.

조조가 조정의 충신으로 남겠노라 한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아 유비는 도무지 그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과거 혼란기의 충신이었던 조조.

그건 지금의 조조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 * *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걸 이번에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아니. 전혀.”

미치는 줄 알았다.

아침부터 미친 듯이 황족이나 조정 관료라는 이들이 몰려왔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조조와 반목할 수밖에 없는, 혹은 아직 연계되지 않은 인사들이었다.

말을 살살 돌려서 하는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그래놓고 나중에 한다는 소리가 하나같이 잘 부탁한다는 소리. 황실의 안위 어쩌고 하면서 결국 내면을 들여다보면 제 편의를 봐달라는 말과 직결됐다.

그것뿐이면 모를까.

은연중에 살살 조조와의 사이를 묻는 건 뭐하자는 경우인가. 정말 트집 잡힐 일 없이 웃는 얼굴로 살살 관계성과 신뢰를 묻는데, 의도는 둘째치고 단어의 선택이 절묘해서 차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게 정치판에서 오래 구른 관록인가.

말에 있어 문제 되지 않을 것들로만 살살 골라 이쪽의 의중을 떠본다. 가끔은 이쪽의 말실수를 유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양상.

마치 뱀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일단 좀 쉬세요.”

“아니. 이제부터 유비가 머문 장원으로 갈 거다. 너도 흥미 있거든 따라오고. 사마의는, 안 되겠네. 맡긴 일이 너무 많으니까.”

“유비요?”

운이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주변으로는 이미 사람을 깔아두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 못하다고. 제대로 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도 분명 있었다.

게다가 지금 허도는 폭풍전야.

무언가 계기 하나만 생긴다면 그때는 바람이 불 거다. 허도의 모든 이들이 연루될 수밖에 없을 피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터.

그러니 그 촉매가 될 이들을 돌봐야 했다.

설령 그들이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 유비를 필두로 한 이들은 점점 균형을 찾아가는 허도의 세력 판에 등장한 제3세력이니까.

“조조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한 번 조조를 좌절시킨 유비란 참 매력적인 도구겠지.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고, 서주라는 넓은 땅도 가지고 있는 황족이니까.”

황족이 조조를 한 번이라도 꺾었다.

그 사실은 기존 조조에게 짓눌리기 시작한 황실과 황족에게 있어서는 꽤 달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정치적인 도구이리라.

“오라버니는 그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잘은 몰라.”

유비가 조조를 꺾었다는 것도 여포의 침입과 반란이 겹친 탓이었다. 그대로 시간만 주어졌더라면 조조와 소연 아씨가 서주를 점령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유비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항상 웃고 다닌다. 주변으로는 여포를 제외하고 가장 강해 보이던 두 남매를 대동하고 있다는 것. 전쟁에서의 수완이 나름 괜찮다는 것.

별거 없었다.

“하지만 눈을 둘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래요?”

운이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유비 자신이 보여준 건 많지 않잖아요? 뭐, 황건적의 난 당시에 활약했다고는 들었는데….”

그것도 제대로 공치사가 된 적이 없어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과도하게 그들을 경계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외부의 손길에 놀아나지 않게 지킬 필요는 있었다.

“경계, 혹은 보호해야 할 요인이니까.”

“보호…. 아, 그렇겠네요. 서주목이면서 황족인 유비가 갑자기 허도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외부에 돌 소문과 조공의 정치적인 위신에 큰 타격이긴 하겠네요.”

바로 그랬다.

사마의 또한 이번에 유비를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그 부분을 걱정했다. 한창 적대하던 서주목을 허도에 불러들였는데, 그녀는 예전부터 본인을 황족이라 자칭하던 인물.

그러니 그녀가 죽기만 해도 조조의 정치적인 신뢰는 바닥을 칠 터. 조조를 아니꼽다 여기는 이들이라면 분명 유비 암살을 도모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관우나 장비가 옆에 있으니까….”

쉽게 죽일 수도 없는 인물이겠지.

그렇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 그걸 위해서라도 한 번 관우와 장비, 그리고 유비와 대면하여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저도 따라갈게요.”

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망토를 둘렀다.

정치판은 전쟁 이상으로 주변을 살피고 신경 써야 했다. 하면 이 정치라는 것도 어쩌면 전쟁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칼날을 주고받는다.

말은 곧 칼이요, 상대의 입지를 깎아내리는 것은 상대를 베는 것과도 같다. 말과 모략을 무기로 하여 상대를 공략하는 모의 전쟁.

입맛이 썼다.

“표정 좀 펴요, 괜찮으니까.”

운이가 내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오라버니 곁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요. 소연 아씨도 있고, 방삼 씨나 의아도 있어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포도 있고….”

손가락을 움직여 나와 깍지를 낀다.

“…그리고 저도 있어요.”

“그래, 그렇지.”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골치 아플 일은 넘쳐났다. 황제 폐하와도 알현하여 그 소녀의 의중을 알아내야 했고, 유비의 견제나 보호. 거기에 황족의 관리와 동승과 같은 이들의 견제까지.

중랑장이라.

높은 자리일수록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지만 나를 대신하여 살필 이들이 있었다. 진궁 선생도 이번에 조정의 문관으로 들어가 그 인근의 동향을 알아봐 줄 테고, 사마의도 한창 황궁의 경비 체제에 대해 노선을 짜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고맙네, 우리 동생.”

“고마우면 잘해요.”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웃는다. 그녀의 군청색 머리칼에 손을 뻗어 살짝 쓸어내리면서 그 새하얀 뺨을 손가락으로 집고 살짝 잡아당겼다.

“알아. 잘할 거야.”

“정말이죠?”

“내기해도 좋은데?”

그 말에 운이가 픽 웃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그 말도 오랜만에 듣네요.”

예전에는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었지. 사실상 나랑 방삼이, 그리고 소연 아씨와 운이밖에 없었으니까. 사실 일상 대부분을 이런 쓰잘머리 없는 대화로 보내고는 했는데.

가끔은 그때가 그리웠다.

아무 생각 없이 방삼이 놈과 술이나 퍼마시고, 그러다가 소연 아씨에게 꾸중을 듣고. 운이는 그 사이에서 뭐 그리 웃긴지 실실 웃고 있던 그런 나날.

그때의 나는 일개 도적이었다.

지금은?

“그럼 갈까?”

“예.”

제국의 중랑장.

무거운 직함이었다. 불편한 의자였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호세였지만, 그와 동시에 전호가 되어야만 했다.

도적 호세.

중랑장 전호.

그 괴리감은 가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요소였다. 소연 아씨도 아씨였지만, 나 또한 예전과는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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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들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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