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36화 (236/343)

23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한의 이름, 유씨의 성 유비 세 남매는 허도 인근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바라본 허도의 광경은 낙양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그렇지만 성 외곽을 비롯하여 각 구역에 설치된 병영과 방어시설을 보면, 이 도시는 황도라기보다 군사도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강철 같네.”

“네?”

관우의 질문에 유비는 그냥 미소로 얼버무렸다.

이 도시의 첫인상은 회색빛의 단단한 강철과도 같았다. 과거 수도였던 낙양이 타락과 향락, 꿀이 떨어지는 와중에 독이 포함된 느낌이라면, 이 허도는 말 그대로 단단한 요새와 같은 느낌.

지도자 하나로 도시의 분위기는 이렇게 바뀐다.

현 허도의 지배자는 황제가 아닌 조조.

그녀의 지휘하에 지어지는 수도는 근엄함보다는 단단함이. 화려하기보다는 묵직하게 그 자리에 버티는 거암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대단하네요.”

“흥, 이깟 게 뭐라고.”

관우의 말에 장비가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도시의 저력만으로도 현 서주의 전력과 능히 맞상대 가능할 것을.

당장 병영에서 눈을 밝히는 병사들은 어떠한가.

저것이 조조군의 정예 중 정예이리라.

서주의 병력도 관우와 장비 휘하에서 계속 훈련시키는 중. 그렇지만 병력의 질로 논한다면 결코 허도의 병력을 이길 수 없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성벽도 높고 거대하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곳도 더러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전부 완성된 뒤가 궁금하다 느껴질 정도로 현 허도는 웅장했다.

그때 저 멀리에서 한 무리의 기마가 달려왔다.

“마중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딱 보아도 제식 자체가 황실 근위대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한달음에 달려와 유비의 앞에 섰고, 그중 가운데에 있던 사람이 말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를 비롯한 서주의 행렬도 말에서 내리니, 이윽고 그 두 무리가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어, 호세 공이 아니신가요?”

“기억하고 계셨네요.”

그는 픽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과거 반동탁 연합군에서 만났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 긴 연은 아니었지만, 몇 차례인가 여포와 겨루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관공과 장공도, 전부 무탈하셨습니까?”

“하, 무탈이라.”

장비는 혀를 찼다.

여기까지 끌려온 게 누구 사주인데. 물론 한때 공투했던 동료였고, 장비 자신이 여포에게 밀렸을 때 전장에 홀연히 등장했던 그를 기억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일.

그 당시 함께 전선에 섰던 조조와 진소연은 유비의 적이 되었다. 한때의 아군이나 지금은 적. 그렇기에 장비의 시선은 곱지 못했고, 전호 또한 그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번 서주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잊고, 황실의 핏줄을 이으신 유공을 만나보고 싶다 하셨으니, 우선 가시지요.”

“그러지요, 호세… 장군?”

거기까지 말하고 유비가 빙긋 웃었다.

“죄송해요. 아직 관직이 어떠하신지를 몰라, 무어라 부르기 모호하네요. 혹시 괜찮다면 관직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중랑장.”

거기까지 말했을 때 유비가 살짝 흠칫했다.

중장장이 어떤 관직이던가.

과거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던 황실의 세 장군의 관직이 바로 중랑장이었다. 노식과 황보숭, 주준과 같은 경력과 실적 모두 온전하던 노장들이 달고 전장에 나섰던 관직.

“그건, 축하드려야 할까요.”

저 나이에는 말도 안 되는 속도의 승진이었다.

“폐하의 은덕이지요. 솔직히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깜냥이 아니더라도 명받은 관직이라면 성실히 임해야지요.”

그는 픽 웃으며 말에 올랐다.

“우선 내부까지야 제가 함께하니 괜찮습니다마는, 그 인근부터는 말에 오를 수 없으니 묵으실 장원에 잘 매어두시길 바랍니다.”

“예, 알고 있어요.”

“그럼 가시지요.”

전호를 앞장세워 그 뒤를 서주의 행렬이 따른다.

어떤 의미로는 중랑장이 직접 나서 마중할 정도로 출세했다 싶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유비는 저 강철과 같은 도시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했다.

황제 폐하.

그리고 조조.

아무리 생각해도 이어지질 않았다.

* * *

유비를 우선 장원으로 안내한 이후 다시 중랑장의 관사로 돌아왔다.

사실 전시가 아니라면 황실과 황제 폐하의 경호를 우선하기에 근위대의 조율만 해주면 그만일 텐데, 아직 재건 중인 황도였기에 그 인근의 경비까지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어으, 노곤해.”

“그러게 왜 직접 나서셨어요?”

“내 눈으로 보고 싶었거든.”

사마의의 말마따나 내가 직접 갈 필요도 없었다.

중랑장이 어떤 직책인데 고작 외부인사의 마중을 나가. 차라리 현 내 휘하에 있는 방삼이나 운이 정도만 보내도 충분하던 일.

하지만 유비라는 인간을 재확인하고 싶었다.

반동탁 연합군에서 보았을 때는 실실 웃을 뿐이라는 인상이었다. 내게 있어 그 웃음이 영 꺼림칙하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만나고 나니 조금 다른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서주의 영웅은 어떻던가요.”

“잡초 같더라.”

“뭐라고요?”

잡초.

딱 그녀에게 받은 인상이 그러했다.

“밟혀도 밟혀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것만 같더라. 그 웃는 표정에서 심지가 느껴지는 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그런데 어디서 객사할 것 같진 않더라.”

“인물평으로는 미묘하네요.”

사마의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내가 뭐 인물을 평가하는 그런 관상가도 아니고. 그냥 내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문제는 그 여인이 과거 조조와 소연 아씨가 진두지휘하던 서주 공략전에서 그 둘을 꽁꽁 묶었다는 말인데.

“뭐,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하죠.”

소녀는 한 발짝 내게 다가왔다.

“당장 중요한 건 아저씨 본인이에요. 이 자리는 어떻게 보면 조조와 황실, 양쪽 모두와 연을 이을 수 있는 자리. 그치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시죠?”

“알고 있어.”

어느 쪽과도 적이 될 수 있는 자리였다.

독이 든 잔.

분명 황제의 권위가 충분하였을 때라면 중랑장의 자리는 말 그대로 어지간한 고위 관직을 망라하고 강한 힘을 지녔겠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미묘한 줄타기가 필요한 자리.

그 자리를 조조와 연이 있는 내가 차지했다.

“아저씨. 지금 이상으로 조심하셔야 해요. 솔직히 저는 그냥 황제의 말을 무시하고 조조가 내리는 관직을 받는 게 나았을 거라고 아직도 생각하는걸요.”

“네가 봐도 그러냐?”

주변 사람들도 다 그러더라.

하후돈도 내가 황실과 가까워지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고 걱정했으며, 순욱 선생도 자칫 불화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하였던가.

소연 아씨도.

“귀찮고 어려운 자리지만, 아저씨는 충분히 생각하고 고른 거죠? 그러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까지 누렸던 자유는 더이상 없으리라 생각하셔야 해요.”

“그간 자유가 있던가?”

맨날 전쟁통에 불리기 일쑤였는데.

“그 이상으로. 앞으로 아저씨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정치적인 행보로 연결될 수 있어요.”

사마의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령 아저씨가 동승을 만났다고 쳐요. 그러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요? 황제와 연을 이으려 든다, 이런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잖아요.”

“요컨대 시선에 노출된다, 이런 거냐?”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인 성향으로 보일걸요.”

앞으로는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조차 조심해야 한다며 사마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조정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이야 조조군 내에서 얼추 다들 얼굴이 튼 사이라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날 모르는 이들이 늘어날 터. 그때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하여간. 왜 어려운 일 하나 끝내면 다른 어려운 일이 생기는 건지. 황제는 왜 갑자기 아저씨한테 그런 관직을 떡하니 안겨준대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 모든 건 황제로부터 시작했다.

사마의보다 어린 소녀.

그 어린 황제는 어떤 생각으로 나를 황실을 호위하게 하였을까. 분명 조조의 휘하로 오래 근무했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어쩌면 조조를 견제하고자. 아니지, 이것도 아니에요. 그러기에는 황제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너무 커요.”

“너도 잘 모르겠냐?”

“예. 솔직히 황제 폐하가 아저씨만 콕 집어서 본인 직속으로 들인 이유를 모르겠어요. 낙양으로 호위하였던 일례만으로 하기에는 정치판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그 이유는 오로지 황제 본인만이 알 일.

중랑장.

고작 4년이었다.

반동탁 연합군을 시작하여 세간에 얼굴을 비쳤으니 그걸 감안하면 3년이다. 그 짧은 시간 만에 윗줄의 장군을 제외하고는 비견할 자 없는 위치에 올랐다.

황실을 경비하는 대장이라는 걸 생각하면.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죠. 우선 경비 동선부터 시작해서 여타 황족 거주지의 경비 검토는 제가 짜볼게요.”

“미안하다.”

“……알면 잘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을 품에 안았다.

사마의가 그렇게 내 품에 몸을 맡긴 사이, 살짝 눈을 감고 현 정세를 머릿속에 그렸다. 당장 내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세력은 황족과 동승 정도일까.

조조가 나를 건드릴 리는 없었다.

아직 그럴 정도로 틀어진 사이가 아니니까.

그들은 분명 조조가 황실을 좌지우지하는 현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터.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이려 할 것이었고, 그렇다면 당장 가장 포섭해야 할 인물은 그 주변의 경계와 황궁에서의 군사력을 차지할 중랑장.

그러니 내게 접근할 확률이 높았다.

“졸리냐?”

“조금, 피곤해요.”

“좀 자라.”

어차피 시간은 있었다.

고생했던 사마의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받이에 기댔다. 앞으로 정치적인 행보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영 떨떠름하지만, 지금만큼은 쉬어도 되겠지.

잠시뿐이다.

아군은 앞으로 내실을 닦아야 했다.

그 사이에 만약 조조가 필요 이상의 독단으로 피를 보겠다 하면 그걸 만류하는 역할. 황족과 그 주변 인사가 반란의 조짐을 보인다면 그걸 처리해야 하는 일.

“아저, 씨…….”

“여기 있어.”

현재 허도에 모인 황족은 열넷. 그리고 점차 각 지방에서 허도로 입성하는 황족이 늘 터이니, 관리해야 하는 이들의 면면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갈런가.

게다가 유비까지.

조조가 왜 유비를 호출했는지는 모르겠다. 소연 아씨가 서주로 갔다는 건 알았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가 알 길도 없었다.

관우와 장비를 위시한 유비의 세력.

만약 내부에서 조조와 반목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가장 먼저 섭외해야 할 것은 나겠지만, 내가 부담스럽다면 서주목인 유비에게 접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감시까지.

뭐야 이거.

할 일 존나게 많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중랑장 전호...!!

유협도 조만간... 지갑 사정이 나아지는대로 일러스트를 준비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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