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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와 나-227화 (227/343)

22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예주 공방전 기존 석재로 뼈대를 잡은 진은 단단하게 예주 방어선을 지켰다. 거기에 추가하여 보수 작업까지 들어가, 가후가 군을 후방으로도 돌렸음에도 쉬이 함락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단단하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전선을 내려봤다.

적어도 장수가 무사히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하루 정도는 여기서 버텨내야만 했다. 지금이야 몰아치고 있지만, 아마 곧 있으면 옆으로 빠진 군도 건양으로 합류할 터.

특히 기병 전력을 위시한 무양의 군은 반나절 안에 귀환할 수 있으리라 내다보았다.  과거 동탁군의 일원이던 장료와 여포의 기병대의 위용을 가후도 모르지 않았으니.

조조군도 분명 위기라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여 이 자리에서 버텨내야 하는 가후 또한 이 자리가 승부처였다.

할 수 있으면 적진을 함락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하고 단단하네.”

“서, 선생. 아버님은 무사하실 수 있겠지요?”

장수의 아들 장천.

이번에 2군의 총사령관을 맡았지만, 이제 막 십 대 중반밖에 안 되어 경험이 부족한 소년이었다. 장천은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가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빙긋 웃었다.

“적의 전력은 오로지 방어선에 배치되어 있어요.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당장 장군께서 화를 당할 일은 없다고 보심이 맞겠죠.”

그러기 위해서도 중요한 건 자신이었다.

예주 방어선의 병력이 장수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 하루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반면 전호는 계속 검을 휘둘러 진을 기어오르는 장수군을 베어냈다. 화살은 계속 퍼붓고 있었고, 후방으로 돌린 서황 또한 분전하고 있는 상황.

여기만 버텨내면 됐다.

상대는 분명 아군의 허점을 찔렀지만, 그 또한 시간을 중요시한 전략이었다. 장료와 여포가 돌아오는 즉시 적을 밀어내며 기병대로 장수의 뒤를 추격하게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호의 군과 허도 사이에는 방어선도, 가용 가능한 병력도 없다는 것. 분명 장수의 덜미를 잡아채기 전까지 예주 내에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검을 휘둘렀다.

“여기만 버텨낸다! 자리를 지키고 전우와 어깨를 나란히, 굳건한 벽이 되어 도전하는 것들을 전부 털어내라!!”

아군은 굳건한 벽이 되어야만 했다.

보강과 보수를 거듭했다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결국은 간이로 만든 진.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있었다.

반나절.

길어도 오늘 하루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이 돌담 위에서 지휘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

하지만 지휘관이 부족했다.

그는 차라리 사마의를 대행시킬까 하다가도 그 생각을 지웠다. 소녀가 아무리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하여도 경험이 부족했다.

물론 그것은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이겠으나, 적어도 그 나이에 전장 전역을 관찰하며 사람의 죽음에 익숙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과 같은 선례를 만들기 싫었다.

차라리 조홍이라도 본진에 붙들어놨어야 했다. 안정적인 물자 호송과 배급을 위하여 그녀를 영천군 현을 돌며 추가적인 지원을 모집하게 보낸 것이 그토록 후회될 수가 없었다.

적의 기세는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가는 상황.

“부관, 이 자리는 그대에게 맡기지.”

“장군?”

숨을 내쉬었다.

그는 인생 절반을 전장에서 보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자신의 몸에서 피비린내는 지워지지 않을 멍에이며 굴레와도 같은 것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전장의 바람. 분위기와 흐름. 밑바닥에서부터 보았던 경험은 어느새 직감과도 비슷한 무언가로 진화했다.

본진에서 가용할 수 있는 기병은 이백여 기.

“부족함은 없겠네.”

할 수 있다는 감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대로 버텨내기만 해도 충분하겠으나, 반대로 그러기에는 상대 군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조직적이었다.

공성 병기도 없는 와중에 큰 통나무를 엮고 얽어 몇 장정에게 쥐여주고 돌격시킨다. 그것이 전장 곳곳에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 있으면 하루는 버틸 수 있겠지만, 반대로 계속 대치상황이 이어진다면 분명 벽 어딘가가 허물어지리라는 확신 또한 드는 상황.

“자, 장군!? 장군!!”

“대장기, 잠깐 맡아두도록.”

그는 이번 원정에서 조조가 보내준 인물이었다. 전호는 그를 몰랐으나, 그간 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능력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 최진사. 그대의 활약을 기대하지.”

거기까지 말하고 벽에서 뛰어내렸다.

전원을 수세에 돌린 것은 아니었기에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분명 본진 내부에 대기하고 있을 터. 원래라면 그들을 교대하여 계속 수성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아저씨.”

본영으로 향하던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마의가 그를 불렀다. 직접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후방에 대기시켰는데, 소녀는 그 자리에서 전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지는.”

“분명 한 번 나서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녀의 뒤로는 이미 준비된 기병과 보병 전력이 전투태세를 갖추며 대기하고 있었다. 전호는 그걸 바라보며 눈치가 빠르다고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한숨을 내쉬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무운을 빌게요.”

“맡겨라.”

한 손에는 깃발이 달린 창.

다른 한 손에는 청강을 쥐었다.

전호는 그대로 뒤돌아 소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마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꼭 모을 뿐. 안타깝게도 그를 뒤따를 힘도, 그를 받쳐줄 경험 또한 부족했다.

“전군, 출정 준비.”

진영의 문을 열어라.

이대로 있다가는 휘둘리기만 할 뿐.

주도권을 쥐여준 전장에서 놀아난 것이 기분 나빴지만, 여기서 한 번 갚아준다면 어느 정도 보상받는 것이 아닐까.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픽 웃었다.

아직 멀었다.

한편 가후는 계속 전장을 관찰하며 군을 조정하고 있었다. 너무 선두로 달리는 군에는 물러서라는 신호를, 그러면서 선행하던 군을 후방의 군과 교대하며 차륜의 형세로 가다듬는다.

너무 전력을 집중하여 몰아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군의 전력을 온존하며 적을 두드리는 것. 생각보다 적의 방비가 단단한 시점에서 적 진영을 함락시키기보다는 계속 괴롭히며 시간을 버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서, 선생! 저, 저저!!”

“…제법 대담하게 나오네요.”

적 본진의 문이 열렸다.

그 앞에 선 것은 깃창을 쥔 남자. 깃창에 달린 검은색 깃발이 펄럭이는 와중에, 그 뒤로 다수의 기마와 정병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오히려 도전을 받는다?

가후는 픽 웃으며 부채로 입을 가렸다.

우스웠다. 하지만 그 이전에 숨길 수 없는 짜릿한 감각에 표정이 풀어질 것만 같았다. 도전하고 도전받는 관계. 전장에서 서로의 목숨을 내건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만이 그것을 주도하며 안전한 지역에서 내려본다.

이 어찌 짜릿하지 않을까.

“중앙군은 뒤로, 그 옆으로는 전진케 하지요.”

들어오겠다면 받아주겠다.

안으로 계속 유도하여 포위, 그렇게 잡아낼 수만 있다면 수장을 잃은 적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시간과의 싸움이라 생각했던 전장이 뒤바뀐다.

그녀는 이런 반전을 좋아했다.

* * *

장수군은 밤새 있던 혼란을 겨우 수습했다.

병사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화살이 한 번 퍼부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퍼부었다는 표현조차 아까울 정도로 작은 숫자. 시야가 협소하여 동요하였을 뿐이지 그 공세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

문제는 말.

야간의 혼란에 발광하기 시작한 말 중 꽤 다수의 말이 묶었던 매듭을 끊고 도망가거나 같은 말끼리 부딪치거나 쓰러져 짓밟혔고, 그 과정에서 잃은 말이 많았다.

“장군, 이 새끼는 어찌할까요.”

그 과정에서 한 놈을 포로로 잡았다.

얻어내야 할 정보는 전부 얻어내었다. 애당초 적은 예주 영천의 감찰관이 임의로 조직한 민간인에 불과했는데, 그렇기에 아무리 고문을 가해도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썩 많지 않았다.

“저, 저는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죽여라.”

“예, 장군.”

살려달라는 비명을 뒤로하고 장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민간인 무리에게 한 방 먹었다는 사실은 그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말이 너무 많이 상해버렸다.

살아남은 말 또한 야간의 혼란으로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래서야 기동력에도 영향을 미칠뿐더러, 말이 없는 병사는 걸어서 움직여야 하기에 기존 전제 자체가 일그러진다.

“무슨 행정관이…, 염병할.”

독우라고 하였던가.

예주 영천군의 감사를 맡는 독우가 자체적으로 농민들을 모아 조직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사냥꾼을 모음과 동시에 가축의 기름 등을 끌어모으며 어둠을 틈타 기습했다고 했다.

가후는 곧 예주 방위선에 있을 기병대가 그의 뒤를 바짝 쫓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장수가 알기로 적의 기병대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장료.

그리고 여포였다.

여포의 이름을 어찌 모를까.

전장의 여신.

말이 여신이지 사실상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괴물이었다. 그런 이가 자신을 추격하는데, 정작 말이 부족하여 기동력을 살릴 수 없다?

“장군, 어찌하시겠습니까.”

선택해야만 했다.

이곳은 적진 한복판. 지금이야 아직 활개 치며 돌아다닐 수 있다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아군을 조여올 것이 분명했다.

기동력을 깎인 것 자체가 최악이었다.

최선은 말을 잃은 기수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적진 깊숙한 곳에서 기동력을 잃은 이들을 보병으로서 데리고 간다는 게 얼마나 최악인지는 구태여 떠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적은 그런 장수군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대체 누구인가.

가후도 공언하였고 장수 또한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던 적 배후의 무방비. 그것을 민간인을 모아 사전에 방비하고, 또한 현 장수군의 강점이자 약점인 기동력을 정확히 후벼 판 전술.

너무 방심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선 병력을 재편한다.”

“예, 장군.”

말을 잃은 이들은 버리고 갈 수밖에.

알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입맛이 썼다. 남겨질 이들에게는 뭐라고 할 것이며, 또 남은 이들은 그런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장수는 앞으로 있을 여정이 불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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