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24화 (224/343)

22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예주 공방전 조조는 오랜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쉬면 기가 빠진다. 위에 선 자로서 그리 나약함을 드러낼 수도 없는 일. 그렇기에 오롯이 의연하고자 했던 것이, 이 상황에서는 그럴 수만도 없었다.

“소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힘들겠네요.”

형주 근방의 전선은 대치 과정을 반복하고 있노라고 전보를 받았다. 유격대를 이용한 전술로 자꾸 괴롭힌다고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

여남은 아직 괜찮았다.

원술이 급격하게 군비를 모으고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양주 내에서 벌어지는 일. 게다가 곧 겨울이었다. 아마 원술은 당장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아군이 흔들릴 때를 기다리지 않을까.

하지만 서주가 문제였다.

“쯧, 대체 무슨 일인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조는 본디 서주와 양주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원술은 그 근성 자체가 타인의 약점을 물어뜯길 좋아하는 소인배. 아군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그가 움직일 일은 우선 없을 터.

마찬가지로 한 번 짓밟은 서주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직 연주와 예주에 도전할 전력이 부족했다. 병력을 끌어모은다고 하지만 만도 채 되지 않는 전력. 그들이 진심으로 조조에게 도전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하후 남매가 참패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사실 참패라는 것도 우스웠다.

병력의 손실은 거의 없었다. 군량을 비롯한 치중을 많이 잃기는 했지만, 인적인 손해가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전쟁의 경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왜 아군을 놓아줬다고 생각하는가?”

조조의 질문에 소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서주의 유비는 대치하던 하후 남매를 상대로 예상 이상의 선전을 거듭했다. 군을 우회하여 단숨에 보급기지를 습격. 그 뒤로 기동력을 살린 퇴각과 역습을 이어가다가 단 한 번의 매복으로 끝.

문제는 그 뒤였다.

서주 병력은 매복한 병력을 드러내어 하후 남매의 군을 포위했다. 말 그대로 포위만 했다. 퇴각하는 것도 무시하고 고지를 선점하여 겨누기만 했다고 한다.

“…무시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역시 그러한가.”

마치 그 일련의 과정은 너희를 언제든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공격하기만 하면 적을 궤멸로 몰아넣을 기회를 구태여 지켜보기만 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것을 마치 과시하듯 드러낸 이유.

“과시하기가 아니면 설명이 되질 않아요. 서주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자신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유비가 이렇게 대담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데 말이지요.”

잡을 수 있는 건 확실히 잡는 게 맞았다.

“하지만 서주는 본인과의 전면전을 감당할 수 없다. 그걸 고려한다면 그들의 행동도 얼추 이해 가지 않는가? 거기서 병력까지 궤멸시켰다가는 정말 전면전이 될 것인데.”

“저희도 당장 전면전을 치를 여력이 없어요.”

게다가 그럴 것이라면 구태여 지금 이 시기에 군을 움직여 조조를 자극할 이유도 없었다. 전면전이 두렵고, 또 조조의 분노가 두려웠다면 왜 구태여 여기서 아군을 자극하는가?

이유라고 한다면 한 가지.

“아마 그들은 조공을 상대로 잠시 시간을 벌고 싶었겠죠. 주변 제후가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때까지 최소한의 시선 몰이만 하겠노라고.”

“그건 너무 수동적인 대처가 아닌가?”

조조의 말에 소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벅찰 걸요?”

나쁘지 않은 수였다.

어차피 서주와 조조는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인데, 문제는 서주가 당장 조조와의 전면전을 치러낼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것.

그러니 주변 제후와 연계하여 군을 움직이기는 하되, 결코 전면전으로 이어질 큰 건수는 남가지 않겠다는 느낌.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할 방법이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인데, 정보에 따르면 서주의 각 가문과 유비가 연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목록에는 분명 그 이름이 있었다.

제갈 가문.

그녀는 입맛이 쓰다 느끼며 픽 웃었다.

“그들이 전면전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고 해도 저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어요. 황제를 보필하는 제후는 완전하고 무결해야만 해요.”

“그러면?”

“제게 기회를 주시겠어요?”

본래 삼국지 게임, 그리고 역사보다도 시기가 더 일렀다. 황제를 모신 시기도, 조조가 세력을 확장한 시기도 그렇고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만큼 타 세력과 거리를 벌릴 수는 있었지만, 반대로 내실이 완벽히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몸집만 불린 풍선과 같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한 번 찔리면 터진다.

지금 주변 제후들이 살살 눈치만 보며 신경을 자극하는 이유. 예주 내에서도 묘한 침묵이 감도는 이유.

그 모든 게 조조를 관찰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무리해서라도 도전해오는 이를 전부 쳐내려 한 것. 하여 서주에서 패배를 적립한 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여기서 허점을 한 번이라도 보이면 곤란하잖아요? 여남의 조인 장군은 움직일 수 없고, 두 하후께서는 한 번 패하셨죠.”

“……그대도 많이 변하였군.”

“그런가요?”

그녀 자신은 잘 몰랐다.

물론 어느 정도 변하였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애당초 전장에 나선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게 있다면 사람을 직접 죽이는 현재와 호세에게 모든 걸 맡겼던 과거와의 괴리감일까.

그녀 자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대는 아는가? 본인은 전호 그이에게 꽤 많은 흥미가 있다. 그럭저럭 호감도 품고 있지.”

“…갑자기 그의 이름이 왜 나오죠?”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시선.

알고서 골린 것이기도 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티가 너무 났다. 이러고도 정작 전호 본인의 앞에서는 태연한 척은 다 하고 다니니.

“뭐, 일단 들어 보도록.”

처음에는 분명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조가 기억하는 진소연은 아기 새와도 같은 면이 있었다. 전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 외의 모든 존재를 밀어내는 인간.

그것은 바깥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분명 재능은 보였고 그 능력의 편린도 확인했지만, 그 자세가 그녀의 능력을 전부 깎아내리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랬던 진소연이 지금은 어떠한가.

전호와 떨어져 각자 움직이게 된 이후로 진소연은 껍데기를 깼다. 과감하게, 가끔은 무정하다 싶을 정도로 효율을 중시했지만, 그것은 분명 그녀가 한 발짝 내디뎠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조조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전호와는 분명 다른 강함이었다.

그 남자의 강함은 끈기를 가지고 행동함에 있었다. 주변을 살피고 인심을 얻는다. 인간 본연의 올바름에 집착하는 남자.

물론 그가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무슨 역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분명 조조가 가지지 못한 강함이었다.

한편 진소연은 그와 반대되는 이였다.

효율을 위해서라면 일정 부분은 포기할 줄 알았다. 자신이 가장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는 지키되, 그 외의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일견 조조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궤를 달리하는 것. 그 둘 모두가 조조에게는 없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찌 싫어할 수 있을까.

둘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녀의 길을 위해 노력하였다. 방향성은 달라도 저마다 능력 하나는 출중한 이들이니.

“본인은 그대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뭐, 이렇게까지 해드렸으니 당연하죠.”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태여 정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진소연과는 차후 할 이야기가 있었다. 남자와 엮인 두 여자. 주종의 관계가 되어 이리 엮이는 것은 무슨 우연인가.

혹은 단지 조조 본인이 도둑이 되었을 따름인가.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되었다.”

소연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 때, 조조가 능글맞게 웃으며 소연에게 다가왔다. 평소 조조가 잘 짓지 않는 장난스러운 표정에 소연이 당황할 즘.

“그래, 저번에 그가 그대를 잘 달래주던가?”

“…조공이셨네요.”

소연은 그 한 마디로 전부 깨달았다.

전호에게는 분명 어떠한 티를 낸 적도 없었다. 주변 인사들의 입도 잘 봉해두었는데, 그런데도 그 남자는 홀연히 출정 직전 자신을 찾았다.

진소연의 의사를 무시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자.

그건 조조가 유일한 상대였다.

“지금의 그대는 분명 무서울 정도로 일 처리가 빠르나, 반대로 그렇기에 조마조마해 보인다. 본인은 그대를 한 번 쓰고 버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쓸데없는 참견을.

소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그날은 푹 잠들었다. 그의 출정식을 미처 참관하지 못할 정도로. 그간 항상 밤잠을 시달렸던 것과 다르게, 그에게 몸을 맡기고 잠든 하루는 정말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몽롱하게.

그렇지만 분명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이제 본인에게 감사를 표해도 좋다.”

“됐습니다. 아무튼, 이번 서주 원정은 제게 일임하여주시지요.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 그 이전에 패전이라는 멍에를 계속 남길 수도 없으니까요.”

“하여간, 그대는 일만 관련되면 재미가 없군.”

조조는 그리 말하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진소연이 그녀에게 고마워할 일이 아니었다. 먼저 끼어든 것은 다름 아닌 그녀 본인이었으니까.

물론 그 일 자체를 후회하진 않았다.

그녀는 욕심이 많았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우선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 그대도 참, 그의 이름만 나오면 금세 열이 오르는군. 그러다 그에게 들킬 수 있음이다.”

“…그거야말로 조공이 걱정하실 일은 아니에요.”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는 이미 조운과 맺어진 사이였다.

한 번 거절했던 내가 이제야 무슨 염치로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물론 처를 많이 들이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남편을 많이 들이는 것도 가능한 세계관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바라기 전까지는.

소연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본인의 욕심이었다. 혹시나 그가 마음이 있다면, 그렇다면 혹여. 그런 식으로 생각해버릴 정도로 자신은.

나는.

“군의 재편을 서두르지요. 기존 하후돈 장군과 하후연 장군의 군을 이어받아도 좋겠지만, 이번 원정은 좀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호오? 그대도 그리 서주를 경계하는가.”

소연은 잠시 전호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서주는 유비와 그 의형제가 함께 다스리던 곳과 사정이 달랐다.

대학살은 막았으나, 그 여파로 서주의 전력이 비교적 온전했다. 물론 그것도 비교적일 뿐이고, 여전히 서주의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객관적으로 보아서는 문제가 없을 터.

하지만 유비에게 날개가 달려버렸다.

제갈 가문.

제갈량은 아직 어리다고 하더라도 제갈근 역시 서주에 있다는 걸 들었다. 현 유비군의 참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던가. 제갈근 또한 무시할 상대가 아니었다.

“유비를 경시하시면 안 됩니다.”

“그런가? 뭐, 그 휘하 장수는 용맹하겠으나 그것이 그대가 이리 경계할 정도인가? 다소 의외로군.”

조조가 기억하던 유비는 용병에 일가견이 있어 보였지만 딱 그것뿐. 휘하의 용맹함과 지휘관으로서의 역량까지는 충분히 확인했지만, 그 외의 것을 발견할 정도로 오래 지켜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소연은 누구보다 유비를 경계했다.

사실 소연은 서주 정벌전 당시 유비를 죽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다. 역사처럼 유비 삼 형제, 이 세계에서는 삼 남매인 그들만 있을 줄 알고 정석적인 진형을 짰던 것이 패착이었다.

거기서 죽였더라면.

여전히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나서지 않으면 잡을 수 없어요.”

“……뭐, 그대가 그렇다면 맡기겠다.”

조조 본인으로서는 유비의 무얼 보고 저리 경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의문을 제외한다면 소연의 능력 자체는 신임하고 있었다.

저번 연주 내 반란의 여파로 진궁마저 곁에서 떠나보낸 지금, 조조의 가장 큰 외부 동행자는 다름 아닌 진소연.

“필요한 지원은?”

“인사이동의 권한만 주세요. 나머지는 전부 보고하여 올리겠습니다. 그 외에는……, 그러네요.”

그녀는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황제 폐하에게 받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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