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23화 (223/343)

22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예주 공방전그간 적은 계속 유격대를 운용하며 아군의 허점을 찌르는 전략을 채택했다. 효율적이라면 효율적이겠으나, 반대로 그건 적이 전면전으로 아군을 이길 승산이 없다고 자진하는 꼬락서니가 아닐까?

“성과는 크지 않지만, 우선 두 곳을 뭉갰어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는 사마의가 오늘따라 유독 귀여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침하게 태연한 척하기는!

“요 녀석, 요 녀석!”

“꺄악! 아, 하지 말라고요! 머리 흐트러지니까!”

“뭘 앙큼떨고 있어!”

사마의의 목에 팔을 두르고 소녀의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덜미가 잡히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는데, 그 와중에 무려 두 곳을 하룻밤 만에 쳐냈다는 게 어떻게 안 기쁠까.

“아으, 진짜…. 아무튼, 이걸로 적은 좀 더 안으로 기어들어 갈 거에요. 더 잡기 힘들어지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저들 또한 기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고요.”

“그거면 됐지.”

일단 아군은 최대한 적이 자유로이 활개 치는 것을 막으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적 본대를 잡아채야 했다.

후자의 경우는 적 본대가 조그마한 반응에도 바로 물러나는지라 힘들었지만, 이번 사마의의 성과는 적이 활개 치는 것을 사전에 막아선 결과였다.

그런데도 사마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바뀌는 건 없어요. 적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졌다는 것 정도? 그것만으로 전장의 양상을 완벽히 바꿨노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근본적인 건 해결할 수 없어.”

물론 저번에 사마의가 말한 것처럼 주변 현을 전부 비워버린다면 그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 뒤처리가 문제였다.

군의 사정으로 백성을 피폐하게 만들 수는 없다.

민간인이 왜 민간인인데.

“그래도 괜찮아. 이대로 천천히 적을 막아 세우면서 시간을 벌면 돼. 애당초 아군의 최종목적 자체도 형주, 그러니까 장수군을 억제하는 거였으니까.”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 됐다.

장수군을 격파하는 건 어디까지나 부가목표. 달성할 수 있다면 하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예주의 사수였다. 성과를 위해 임무를 잊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저는 아저씨가 공적을 쌓길 바라지만…, 그러네요. 싸우고자 해도 주먹이 닿질 않는 상대와는 싸울 수 없죠.”

천천히 아군을 괴롭히는 적.

시기가 시기인지라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마의의 이번 공작으로 절반은 넘겼다고 보아도 될까. 하여간, 이 조그마한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뭐, 그래도 성과는 있었으니까요.”

“욘석, 욘석!!”

“아! 진짜 머리 헝클어진다고요!!”

그러라고 하는 거다.

하여간 이쁜 짓은 골라서 하는 것 같으면서, 정작 칭찬하려고 하면 또 얄미운 짓도 골라서 한다. 어이도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내게 도움이 되는 아이니까.

고작 오백 여의 기수로 무얼 하는가 했더니, 그 사이에 적 유격대의 거점을 둘이나 뭉개? 적어도 아군 중 누구에게도 그럴 능력은 없었다.

“하여간, 꼬맹이가 똑똑하기는.”

“…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애 취급이에요?”

그 말에 씩 웃으며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

“넌 다 크기 전까지는 애야, 애.”

어딜 애가 애 아닌 척하고 있어.

머리가 좋아도 나이가 어리면 여전히 어린애지. 하여간, 자꾸 어른인 척하는 것만 빼면 정말 완벽한 꼬맹인데, 왜 자꾸 그렇게 나이를 원하는 건지.

자고로 나이라는 건 빨리 먹어서 좋을 게 없었다.

책임은 늘지, 자꾸 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불어나는데 누구 하나 책임져줄 사람도 없다. 물론 나도 어릴 적 갖은 고생을 했다지만, 그래도 사마의 정도라면 유복한 가정이 아니던가?

“으이구, 요 애기야.”

“…애기?”

좀 놀리려고 했는데 반응이 왜 이래?

“아저씨는 애기가 이런 공적 세우는 거 봤어요? 애기, 애기… 라니. 진짜, 못하는 말이 없네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야야, 왜 그래. 표정이 무섭다?”

“다시 한 번만 애기라고 해봐요.”

사마의는 내 팔목을 붙잡고 웃었다.

“두 번 다시 애기라고 못 부르게 해줄 테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웃는 게 웃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 건 해준 아이를 너무 놀렸나. 진짜 사람 잡아먹을 표정으로 웃지 마라. 그런 건 웃는 얼굴도 아닐뿐더러, 솔직히 좀 무서웠어. 저번에 조조도 이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여자란 애기여도 조심해야 하나보다.

* * *

“……라는 일이 있었어.”

“하여간, 오라버니도 참. 여자 마음을 어떻게 그리 몰라요?”

아니 말하자마자 운이가 벌써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사마의가 특히 다른 또래에 비해서도 어른스럽게 행동하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아직 아이처럼 보였는걸. 게다가 아이처럼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나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전장에 나서는 병사는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병사. 그렇기에 다짜고짜 칼부터 쥐어져 전장에 나섰으니까.

처음에는 어땠더라.

아무튼, 누구 하나가 포용해주었으면 싶은 속내가 있었다. 그렇기에 사마의에게도 내가 원했던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를 쥐여주고 싶었는데.

“애가 막 화를 내더라니까.”

“그건 오라버니가 명백히 잘못했죠.”

그런가.

“아직 아이여도 여자아이인걸요?”

여자 속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이 호세. 한때는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마을의 파락호였던 적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꼬시고 다닌 거였으니까.

그 속내를 이해할 필요까지야 있나.

특히 저런 꼬마애들 같은 경우에는 남자고 여자고 정말 속내를 모르겠다. 애들이 뭔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아나. 솔직히 난 아직도 사마의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건 사마의가 어린 탓도 있겠네요.”

“그야 어린 애지. 솔직히 애기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픽 웃었다.

이제 십 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사마의. 여전히 소녀 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제법 컸다. 말 안장 앞에 태우자니 예전만큼 품에 쏙 들어오는 체구가 아니기는 했다.

이젠 좀 조심해야 하나.

혹시 이게 아빠 마음?

“의아가 불쌍하네요. 물론 저로서야 영 귀엽다고만 하긴 애매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게 아니니까.”

“네가 말하는 게 혹시 그거냐?”

아이의 연심, 뭐 그런 건가.

만약 그렇다면 우습지.

원래 아이 때는 누군가를 쉽게 좋아할 수 있는 법이었다. 물론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소녀라고 말하는 게 낫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보다 한참은 어린 소녀의 호감을 진심으로 여기는 어른이 세상에 어디 있나?

아무리 시대가 시대여도 양심이란 게 있어야 했다. 고관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그 양심이 없어 첩 같은 것을 들이는 모양이지만, 우리 같은 서민은 글쎄.

게다가 무엇보다 난 연상의 누님을 선호한다.

“아서라, 아서.”

그리 말하며 운이의 팔짱을 꼈다.

“너는 어찌 네 사랑하는 오라비를 어린아이와 엮으려 들어. 원래 그 나이 때는 말이야, 응? 그냥 옆에 있는 이성에게도 끌리고 그러는 법이다. 응?”

나 같은 경우에는 어린 소년병 시절, 같은 부대에 있던 누님 병사에게 반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잘 싸우고 용맹한 누님에 대한 동경이었지만.

어쩌면 그때부터 연상 취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좀 이상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나는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들어간 누님이 좋았다.

여포는 그런 면에서 좋긴 하지만, 뭔가 누님이라 부르기 모호했다. 조조는 이하 생략. 운이도 아직 앳된 모습이 좀 남아있었고, 그나마 주변에서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은 진궁 선생이 아니었을까.

소연 아씨는.

음, 그 아씨는 좀 예외로 두고.

그런 이유로 어릴 적 연심이라는 건 다 그런 거다. 원래 호기심부터 시작한 게 관심이 되고, 그러면 살짝 그런 생각도 들고. 응? 원래 다 그렇게 크는 거다.

“뭐, 오라버니가 그리 말씀하신다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투로 말하는 운이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매끈하게 빠져 검고 얇은 천으로 탄탄하게 조여진 복근. 우락부락하진 않았지만, 그런 여성의 복근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살짝 단단한 느낌이 들면서도 말캉한 여인의 살결이 느껴지는 감각.

“꺄윽!? 뭐, 뭐하는 거예요?”

“그냥. 요즘 우리 너무 일만 했잖아.”

사마의의 군사행동 이후 장수군의 움직임이 멈춘 상황이었다. 아군은 그사이에 각 현의 방비를 단단히 갖추고 있었는데, 사실상 그렇게 되니 본대에서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간 장수군에게 너무 휘둘렸다.

병사들도 오랜만에 휴식을 줄 수 있었는데, 우리도 가끔은 이렇게 김을 빼야 할 때가 아닌가. 게다가 운이와는 그간 전장을 함께 돌기만 하여서인지 생각보다 이렇게 단둘이 있는 시간이 적어졌기도 하고.

“하여간, 또 한가해지면 바로 장난.”

“싫으냐?”

난 좋은데.

원래 나라는 사람 자체가 무게를 잡는 쪽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간단하고 어설픈. 조금은 허술한 인간에 가까웠는데, 그간은 어쩔 수 없이 너무 힘을 주고 돌아다녔다.

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했다.

방삼이 이놈은 최근 복순이랑 연애를 시작했는지 공무가 없는 날에는 항상 어디로 사라졌다. 빌어먹을 놈. 조금은 제 대장에게 관심을 가져줘도 좋잖아?

나와 방삼이, 그리고 아가씨와 운이.

병주에서 시작한 이들은 그렇게 넷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기운 푸는 것도 좋지 않냐.”

“……에휴. 그렇긴 하죠. 알겠어요. 오늘은 특별히 여동생께서 오라비의 어리광을 받아들일 테니까, 해줬으면 하는 거라도 있어요?”

해줬으면 하는 거라.

사실 그건 내가 되려 묻고 싶었다.

솔직히 아직 운이에게 말하지 못한 것도 있었으니까. 여포와의 관계라던가. 조조… 와 관계된 일은 솔직히 누구에게 터놓고 다니기 애매한 면이 있었다.

대체 그 여자와의 관계를 뭐라 설명해.

그렇지만 여포에 관해서는 설명을 해야 할 텐데. 그렇지만 이걸 대뜸 말해버리기에는 시기도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최근 운이와 이렇게 단둘이 된 적도 드물었다.

그러니 미리 기분을 좀 좋게 만들고 싶다.

“넌 뭐 해줬으면 하는 거 없냐?”

“그러네요.”

운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빙긋 웃었다. 한 발짝.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이 묘하게 가벼워 보였다.

“사랑?”

“……이 음탕한 것.”

아직 백주대낮인데 벌써?

조조도 그러더니, 혹시 조씨는 뭐 다 그런 성향이라도 있나? 생각해보니 운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지에 눈을 못 떼던 것이…….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아, 아니진 않지만!”

“진짜였어…?”

난 농담이었는데?

세상에 맙소사. 알고는 있었지만, 아니 사실 안다는 것도 반쯤은 장난으로 하던 말이었는데. 아직 아무리 전쟁이 심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장이었다. 게다가 막사가 방음이 된다고 하여 얼마나 될까.

여기서 해버리면 아마 다음날이면 군 전체에 소문이 돌겠지. 편장군이 행군사마와 낮부터 성교를 맺었노라고.

“아니!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좀!”

“알아, 알아. 농담이니까 화내지 말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운이는 그 말에 볼을 부풀리고는 팔을 뻗어 살짝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따스한 체온과 적당하게 부푼 가슴으로 짓누르는 감각이 동시에 전해지는 상황.

“그냥, 좀 이렇게 있어요.”

“오라버니가 그리 좋아??”

아, 입 다물었다.

너무 괴롭혔나 싶어 픽 웃었다. 운이와는 언젠가 여포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야겠지만, 그건 전장에서 말할 내용까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이렇게 운이와도 조금 시간을….

“장군! 적습입니다!!”

세상에.

옆에서 이가 뿌득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막사로 달려온 장교도 이 광경에는 입을 다물었다. 오로지 팔짱을 낀 운이의 팔이 벌벌 떨리는 것과 자꾸만 들려오는 이를 가는 소리가 영 떨떠름했다.

“……왜 또.”

“규모는?”

운이를 대신하여 물으니 장교도 고개를 퍼뜩 들었다.

“척후에 의하면 이번에는 대규모라고 합니다. 특히 무양 방면에서는 이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병력이라 하오니, 슬슬 적도 준비하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알겠다. 곧 준비하지.”

여전히 운이는 말이 없었다.

조금 노닥거려볼까 했는데, 상황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네. 사실 그간 사마의다, 여포다 하여 단둘이 자리를 마련한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죽일….”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상황이 좋지 않아 슬픈 운이... 애기 취급 당하는 사마의...

원래 어린 나이에는 다 관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이 같은 소녀에게 진심이 되는 건 범죄죠.

그 시대는 애매하더라도 지금은 확실히... :(

이번에 여포군 작가 설차님을 포함해 평소 지인분들과 함께 호캉스를 가게 되었네요. 말 그대로 호텔에 박혀서 느긋하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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